풍경 한계선
박정대
풍경들을 지나서 왔지
지나온 풍경들이 기억의 선반 위에
하나둘 얹힐 때
생은 풍경을 기억하지 못해도
풍경은 삶을 고스란히 기억하지
아주 머나먼 곳에 당도했어도
끝끝내 당도할 수 없었던 풍경은
무엇이었을까
그리운 풍경들은 우리를 배반하지 않네
풍경의 건반 위에
그대로 남아
풍경처럼 울리며
풍경처럼 살아
풍경, 풍경
생을 노래하지
시집[삶이라는 직업] 중에서

이천이십년 십이월 십삼일.
코로나 확진자가 천명이 넘었다.
눈이,
눈이 내린다.
흑백의 풍경 위에 펑펑 내린다.
이 암울한 세상의 먼지처럼
펑펑~
내린다가 아니라 내렸다.
녹아 버렸다.
찰나에 가까울 시간의 변화에 느린 눈을 끔벅한다.
내일부터는 영하 15도의 한파라는데,
벌써 춥다.
"그리운 풍경들은 우리를 배반하지 않네
풍경의 건반 위에
그대로 남아"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