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밤에 꿈꾸다 창비시선 431
정희성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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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정희성

봄도 봄이지만

영산홍은 말고

진달래 꽃빛까지만

진달래꽃 진 자리

어린잎 돋듯

거기까지만

아쉽기는 해도

더 짙어지기 전에

사랑도

거기까지만

섭섭하기는 해도 나의 봄은

거기까지만

 

                                  시집 [흰 밤에 꿈꾸다]중에서

 

 

진달래꽃빛,

해 질 녘에 짙어진다는 걸

어둠이 내리는 산길에서

처음 알았다.

꽃이 지는 자리에 잎이 돋는 것도 보았다.

그렇게 진달래꽃 지나는 자리에

진달래인 줄 알던 여린 나무들

연두 잎이 돋고

철쭉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어릴 때 구분하던, 참꽃 개꽃의 자리 변화

눈 크게 뜨지 않았으면 놓칠 뻔,

이 아이들은 누가 보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

그렇게 자리를 이어받고 세월을 이어받고

봄 계주는 진행형,

참꽃 지는 산야에 개꽃이 피어나는 시절이 온 것이다.

나의 봄은

거기까지만

섭섭하기는 해도

거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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