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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가 맨 앞 ㅣ 문학동네 시인선 52
이문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5월
평점 :
봄 편지
이문재
사월의 귀밑머리가 젖어 있다.
밤새 봄비가 다녀가신 모양이다.
연한 초록
잠깐 당신을 생각했다.
떨어지는 꽃잎과
새로 나오는 이파리가
비교적 잘 헤어지고 있다.
접이우산 접고
정오를 건너가는데
봄비 그친 세상 속으로
라일락 향기가 한 칸 더 밝아진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으려다 말았다.
미간이 순해진다.
멀리 있던 것들이
어느새 가까이 와 있다.
저녁까지 혼자 걸어도
유월의 맨 앞까지 혼자 걸어도
오른켠이 허전하지 않을 것 같다.
당신의 오른켠도 연일 안녕하실 것이다.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중에서
가문 땅에 봄비 내리신다.
자분자분,
촉촉하게 스며들때까지
내리면 좋겠다.
고, 거기까지 썼는데
날이 개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