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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선 사람들 - 서럽고 눈물 나는 우리 시대 가장 작은 사람들의 삶의 기록 ㅣ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5
제정임.단비뉴스취재팀 지음 / 오월의봄 / 2012년 4월
평점 :
단비뉴스 취재팀이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각양각색 사연은 소수의 특별한 삶이 아니었다. 학자금을 벌기위해 시간의 대부분을 노동으로 보내는 젊은이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것도 빠듯한 비정규 노동자들, 재개발 때문에 소중한 터전에서 쫒겨나는 주민들, 병원비 때문에 빚더미에 올라앉은 무너진 가정, 제대로 된 보육시설이 없어 아이 키우기가 힘든 부모들은 나의 이야기 이고 우리들의 현재의 모습이다.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안심하진 마시라.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몇발자국 앞에 낭떠러지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열심히 일하면 잘 살게 될 줄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열심히 일하면 돈을 모으는 게 아니라, 돈이 많은 사람이 돈을 더 버는 구조이다. IMF는 중산층이라 굳게 믿고 살던 사람들을 한순간에 빈곤층으로 전락시켰고, 재개발과 뉴타운은 주민들을 거리로 내몰았으며, 심각한 경제상황과 양극화의 심화는 젊은이들의 꿈마서 앗아가버렸다. 최소한의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악순환은 계속 반복될 게 뻔하다.
지금 당장 집과 재산이 있어도 마음 한구석이 불안한 건 복지 시스템이 아직 걸음마 단계로 많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아이들 무상급식을 포퓰리즘 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 한 스웨덴 같은 복지국가는 먼 나라 이야기이다. 복지 하면 많은 세금부터 떠올리며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문제이다. 세금을 덜 내고 많은 복지를 바란다는 게 말이 안 맞는 것인데도 말이다. 그러니 우리나라는 개인의 불행을 스스로 책임지고, 그 여파가 가족에게까지 퍼지게 되고 계속 악순환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노후 대책은 큰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고, 준비하는 연령도 점점 젊어진다. 그런데 젊은이들이 건강한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게 바로 또 하나의 문제점이다. 젊은이들의 취업 문제를 들여다보면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힘들게 대학에 가도 높은 등록금과 생활비 때문에 도서관 대신 아르바이트 하러 가는 학생들을 보면 특히 그렇다. 더 높은 수준의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에 가는 것인데, 그 소중한 시간을 등록금 마련하는데 쓰고 있다는 건 개인과 국가에게 엄청난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겨우 졸업해도 취업이 안 돼 일단 비정규직에 들어가거나 아예 포기하는 상황에 이른다. 힘든 노동을 하면서 자기계발과 더 나은 꿈을 위한 희망은 발을 붙이지 못한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놓고 젊은이와 노인이 경쟁해야 하는 사회가 과연 정상적인 모습일까? 특히 힘든 육체노동자들의 사연은 왜 이들이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지를 알려준다. 직접 근로 현장을 뛰어본 기자들의 생생한 취재는 가슴을 세게 두드리며 아프게 한다.
왜 노동자들이 아침에 술을 먹는지를 이해하게 되고, 텔레마케터로 돈을 번다는 건 너무 힘든 일이라는 걸 알게 되고, 최소한의 임금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려는 사업체들은 만성 인력부족을 겪으면서도 사람을 더 뽑지 않고, 멋지게 보이는 호텔 일은 녹록치 않음을 알게 된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을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할수 있을까? 많이 배우지 못해 육체노동을 하는 자신을 탓하며 쓴 눈물을 삼키는 이들에게 사회가 품어주지 못한걸 미안해해야 하는건 아닐까?
가장 가슴을 아프게 했던 건 몇푼 안되는 지원금을 받기 위해 자신의 가난을 입증해야 하는 사연이었다. 집을 잃고 비닐하우스에서 살고, 몇천원에 불편한 만화방과 다방에서 지친 몸을 뉘고, 불법 대출에 힘든 사람들까지 이 사회엔 도움이 절실한 이들이 너무도 많았다. 그들이 열심히 살지 않아서 그런거라고 말할 순 없다. 오히려 이들은 지금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늪에 빠진 것 처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큰 병에 걸리면 모든 걸 잃어버리는 상황이 오지 않는 것, 아이를 마음껏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 몸이 아프고 불편한 이들을 가족의 책임으로만 돌리지 않는 것, 작은 보금자리 이다. 건실한 기업체를 운영하던 사장이 한번의 위기앞에 쓰러지는 사회가 되지 않는 것 뿐이다. 가난한 건 오로지 개인의 능력 때문이며, 집과 재산이 있어도 노숙자가 될 수 있는 불안감을 계속 심어주는 사회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벼랑에 떨어지는 사람들을 다시 끌어올릴수 있는 튼튼한 동아줄이 많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