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학을 소재로한 추리소설쯤 생각하고 있었는데 또 헛다리를 짚은 꼴이 되어 버렸다. 리얼리티를 좋아하는 내게는 더 없이 좋았지만 계속 읽다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내가 살인사건과 관여될 일이 없으니 어디 딱히 써먹을데도 없는 (적어도 내게는) 죽은 지식(?)인데다가 그야말로 법곤충학자가 무미건조한 문체로 자신의 사건기록일지를 쓴것에 불과하니 재미가 있을리 만무했다. 잔혹한 것에 대해 관심이 많은지라 그 것 하나에 의지해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추천해줄만한 책은 좀 아니라고 본다. 살인사건과 관계 깊은 검사, 변호사, 형사 그 밖에 등등 그에 관련된 직업 종사자들에게는 좋은 지적경험이 될 것이고, 그 외에 특이한 것, 남이 모르는 것을 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신다는 분이 있다면 그 분들께는 권해 볼만하다. 그렇다고 얕잡아서 절대 비추천!! 이라고 하기엔 딱히 티가 없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많이 본 단어는 제목에 나와있는 파리가 아니라 구더기였다. 어느 정도 사람이 시체가 되고 나면 진행되는 절차(?)에 대해서도 여러번의 반복 학습에 의해 어설프게나마 알게 되었으니 그나마 뭔가 읽긴 읽었구나 싶어 조금 뿌듯해진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읽고 또 읽어도 재미가 있다. 방대한 양의 주인공들과 에피소드는 한번만으로는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는다. 한번 읽고, 두번 읽고, 세번 읽어가면서 이해가 가고 전체의 가닥이 잡혀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똑같은 스토리이지만 그 글을 쓴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천지 차이의 결과물이 나온다. 어린이들이 읽기 쉽고 재미있게 만든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있는가 하면, 아무리 마음 다잡고 읽어보려 해도 몇장만 넘기고 나면 스르르 책이 덮히거나 그 전에 눈이 먼저 감기고 마는 <그리스 로마 신화>(홍신문화사.1991)가 있다. 절충해서 두루두루 모든사람들이 읽기 좋게 적당히 쉽고 나름대로 저자의 철학도 녹아 들어 있는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추천해 주고 싶은 도서이다.이 책은 위의 어느 사항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쓴 책이 아니라, 소재만 몇가지를 뽑아서 완전히 성격이 다른 저급한 소설로 둔갑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저자도 그리스 로마 신화를 즐겨 읽다가 어떤 영감(?)이 떠올라 나름대로 열심히 쓴 글이겠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사랑하는 한 독자로서는 어이가 없고 난감하기까지 하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하는 호기심이 생기신다면 한번 읽어 보시라고 권하겠지만 추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렇게 되고 보니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들까 궁금하기도 하다. 어쨌든 희대의 대문학작품을 이렇게 초라하게 리메이크 해버리다니 씁쓸한 냉소만이 입가에 머물 뿐 이다.
어린시절의 숲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현대의 도시인들. 물론 나를 비롯한 요즘애들은 그조차 맛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사람의 본능속에서는 저 푸르고 광활한 초원과 아련한 숲 속 산새들의 지저귐이 숨쉬고 있다. 이제는 꿈이 되어버린 자연... 앞을 보아도 뒤를 보아도 옆으로 시선을 돌려도, 오직 보이는건 회색건물들 일색이지만... 도시인들은 갈망한다. 대지의 포근한 포옹을... 그리워 한다. 오늘도 나는 몽환속으로 숨어 들어 가지만 그 꿈을 깨고 싶진 않아. 오늘밤, 내게도... 저 커다란 토끼가 찾아드는 행운이 깃들었으면...
어렸을때 부터 무서운 책을 즐겨 읽었었다. 한때 꽤 인기도 누렸었던 <공포특급>, <쉿> 시리즈 같은 책들은 많이들 읽으셨을 것 이다. 이 책은 그 뒤를 이을만한 신작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 책들이 지어낸 귀신이야기라면 이 책은 신기하고 무서운 체험을 한 사람들이 게시판에 올린 사연에 잔혹소녀가 답을 해주는 형식이 주를 이루고 뒷부분에는 부록같은 느낌이 드는 여러가지 내용을 수록해 놓은 점들이 내용에 차별성을 주고 있다.처음에는 냉소적인 입장에서 읽었다. 그 정도의 대답은 나도 해주겠네. 말만 번지르르 한거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들었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가 나이는 어리지만 사려가 깊고 박학다식 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어디서 배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속인들이나 할 법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데 저거 미신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그렇게밖에 보지 못하는 내 사고가 이미 편견에 의해 굳어버린 것인지도 모를 일이지만...00보살,00동자,00선녀,00도사,00선관도사... 모르고 봤을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쳤었던 점집 이름들도 이 책에서 풀이해준 것을 보니 그제서야 제대로된 뜻을 알 수 있었다. 세상에서 아무뜻도 없이 만들어진 단어는 없는 것이니. 그리고 꿈해몽이나 주술거는 방법, 여러종류의 운세보기가 간략하게 실려있는데 그 중에서 '혼자서 해몽하기' 다음에 있는 '주술적 의미로 보는 나의 별자리'는 정말 나랑 딱 맞았다.(무슨 오류에 의해서 인지 목차에는 빠져 있다.) 그 밖에 '생월,일로 보는 운세'는 그다지 나와 맞지 않았었고, 책 이야기 맨 첫장(p.11)에 있는 삽화가 너무 섬뜩해서 다음장 그림들이 기대됐었는데 나머지는 별로였다. 분신사바는 앞에서 몇 번에 걸쳐서 위험하니 하지마라고 충고해 놓고는 뒤에가서 분신사바 하는 방법을 자세히 기술한 점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사연들 중에 몇 편은 다른 귀신소설에서 보았거나 너무 현실과는 동떨어진 내용인지라 신빙성에 회의가 들기도 했다.
영화는 보지 않았으니 극찬을 받았던 주연들의 연기력에 관해서는 할말이 없고 바로 책에 대한 내용으로 들어 가겠다.우선 이 책의 재질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는데, 많이들 읽으셨을 <야생초 편지>와 같은 종류인 것 같다. 그래서 책이 정말 가볍다. 책 표지 디자인은 신경을 많이 안 쓴듯 밋밋하다. 어쩌면 저 오래된 사건에 대한 추억을 조금이나마 책표지에서 부터 배어나게 하려는 의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어쨌든 각설하고 몇 편의 다른 영화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다들 그냥 소설처럼 쓰여져 있었다. 이 책도 그러려니 하고 펼쳤는데 웬걸... 낯설은 시나리오가 시선 가득 들어왔다. 독특해서 좋긴하지만 글의 흐름을 끊는 역할에 한 몫 동조했고, 또 다른 책들과는 달리 영화의 장면들이 중간 중간에 삽입 되어 있는데 그 형식이 일정하지 않았다.처음에는 내용과 같이 배치 되어 있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앞의 주요어구들과 함께 사진이 배열 되어 있고 후반부에 가서는 한쪽은 앞에 부분, 한쪽은 이제 나올 뒷부분 대사와 함께 정지화면(?)이 수록 되어 있는 등, 이랬다 저랬다 하며 사진을 수록해 놓았는데 책을 읽을 때 방해요소로 크게 작용 했다.시나리오 내용은 평이한 것 같고 맨나중에 [살인의 추억] 스크렙터 심성보씨가 쓴 에필로그, 그리고 함께 수록된 봉준호 감독이 심성보씨에게 보낸 메일, 마지막장에는 출연배우들의 기념사진(?)이 있는데 그걸 보면서 베시시 웃음이 났다. 영화 뒷풀이 하는 곳에 가서 관계자에게 영화의 여담을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라고 표현 해야 하나... 마치 영화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영화 이면에서 표출 되는 생동감 이라고나 할까?봉준호 감독과 심성보씨는 이 시나리오를 쓰는데 무려 2년 8개월이라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는데, 그에 반해 몇 시간만에 이 책을 읽고 이렇게 평을 하자니 조금 송구스럽기도 하지만 뭐 그다지 큰 감흥은 오지않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