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2월
평점 :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는 부모님 덕분에 우리 집엔 책이 늘 많았다.
특히 초등학교 중학교때 부터 우리 집엔 계몽사와 삼성출판사 등에서 나온 세계문학과 한국문학 전집들이 그득그득했다.
그 책들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에 눈을 뜨고, 나아가서는 수능에서 빛나는 효과를 발휘하길 바라는 부모님의 바람이 있었겠지만
오히려 내 경우엔 그것들로 인해 고전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 때 읽었던 <죄와 벌>,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등은 읽어도 도무지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이렇게 어려운 게 소설이라면 영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어서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근현대사 문학 작품에는 흥미를 느끼기도 했지만,
친구들이 다 헤르만 헤세와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얘기할 때 나는 그저 눈만 꿈벅꿈벅 할 뿐이었다.
내겐 히가시노 게이고나 더글라스 케네디같은 작가들의 작품이 훨씬 더 재밌었다.
그런 내게 이 책의 선택은 의외였다.
육아에 지친 어느 날, 서점을 훑어보다 이 책이 베스트에 있었고 그냥 어디서 들어본 제목 같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다시 보니 로맹가리의 유명한 소설이었다.
희안한 건, 처음에 재밌게 읽다가 고전인 걸 알고나자 갑자기 흥미가 떨어지면서 책을 덮어버렸었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거의 고전 트라우마에 가까울 정도.
엄마가 죽기 전에 집단학살이 있었다고 한다. 로자 아줌마는 그 얘기를 늘 입에 달고 살았다. 그녀는 교육도 받고 학교도 다녔다고 한다.
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식물인간으로 세계 기록을 세운 미국인이 예수 그리스도보다도 더 심한 고행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십자가에 십칠 년여를 매달려 있은 셈이니까.
더이상 살아갈 능력도 없고 살고 싶지도 않은 사람의 목구멍에 억지로 생을 넣어주는 것보다 더 구역질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