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인생은 초등학교에 달려 있다
신의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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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생의 엄마로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괴롭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시대 이 땅에서 자라고 있는 초등학생들의 하루는 어떠한가? 학교를 마치고나면 학원 한두 군데는 기본이고, 그 후엔 밤 늦은 시간까지 과외와 선행학습에 시달린다. 학교는 성적이란 잣대로 아이들을 평가하고, 부모는 아이가 '슈퍼맨'이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아이와 부모가 같이 불행하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 소아정신과 의사로서 그리고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저자는 수많은 상담 사례와 함께 자신의 자녀들에게서 얻어낸 생생한 체험담을 통해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 책에는 아이들이 '세상은 참 재미있고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과,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와 지침들이 빼곡하다. 과열된 교육열로 부작용을 겪는 가정과 부모와 학교의 무관심으로 빈곤의 세습을 겪는 가정이 공존하는 이 시대에, 부모가 한 번쯤 읽고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또, 초등학교 고학년에 이루어진 아빠와의 관계가 평생을 간다는 저자의 충고는 의미심장하다. 특히, 자녀 교육을 아내에게 미룬 채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할 수 있는 위기의 아빠들이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저자의 남편이 아이들을 위해 실제로 어떻게 노력했는지를 알고 나면, 아마 당신도 조금은 변화하고 싶어질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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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의 우리집은 흥부네 집 신영식 오진희의 고향 만화 4
신영식 그림, 오진희 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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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가 변화하는 속도는 단연 세계 으뜸이다. 유럽이 100여 년을 넘는 동안 변화했던 것을, 우리는 단 몇 십 년의 짧은 기간 동안 단박에 변화해 버리기 일쑤다. 그렇게 순식간에 몰아치듯 변화해 버리는 사회에 살면서, 우리는 과연 우리의 지난 날을 얼마나 뒤돌아보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바로 그런 우리들에게 우리의 뒷모습을 거울처럼 비쳐 보여주는 친근한 책이다.

더군다나 아이들에게 쉽게 읽힐 수 있는 만화책이므로, 누구든지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은 결코 한 번 보고 지나칠 만큼 가볍지 않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등장 인물들과 마주할 때마다, 어릴 적 바로 옆집에 살았던 친구들과 마주하는 느낌이 든다.

주인공 짱뚱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소박한 시골의 모습들과 음식, 풍습, 놀이 등을 대하다 보면 나의 어린 시절이 저절로 떠오른다. 동시에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난다. 짱뚱이의 얼굴은 얼마나 친근하게 느껴지는지......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요즘 우리 아이들에겐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우리네 모습이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이 책 속에서와 같았다. 물질적으로는 풍족해졌을지 모르나 정서적으로는 메말라 이웃들과 교분이 두텁지 않은 지금에, 아이들이 이 책을 보며 느끼는 점은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부모가 된 입장에서 우리의 뒷모습을 돌아보며 한 발자욱 여유를 가져봄직도 하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따뜻한 아랫목에 배 깔고 엎드려 낄낄대며 보고 싶은 훌륭한 만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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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휴양지
로베르토 이노센티 그림, 존 패트릭 루이스 글, 안인희 옮김 / 비룡소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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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마디로 기분이 묘해지는 책이다. 책을 덮고 난 후에도, 마치 나무가 하나의 기둥으로부터 여러 개의 가지로 뻗어나가듯 상상력이 사방으로 이리저리 튕겨나가 다리를 놓는다. 그리고 그 다리들 건너편에 또 무엇이 있을지 끝없이 궁금해진다.

상상력을 잃어버린 '나'는 차를 타고 '어딘지아무도몰라 마을'에 이르러 '마지막 휴양지'인 신비한 호텔에 머물게 된다. 동화 속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기묘한 호텔에는 이상하고 특별한 손님들이 함께 묵는다. 그들이 자신들만의 무언가를 찾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다.

이 기이한 손님들은 우리들에게 널리 읽혀 익숙한 책 속의 주인공들이다. 그러므로 그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 책의 묘미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말 장난꾼'의 철자 바꾸기와 같은 절묘함을 이해하려면, 저학년에게는 절대적으로 무리일 것이다. 즉, 명작을 두루 읽었을 고학년(내 생각에는 적어도 초등학교 5-6학년 이상)에게 적합한 책이다. 어쩌면, 인생에서의 '마지막 휴양지'의 필요성을 이해하려면 중학생 이상은 되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더불어, 마음이 고단한 어른들에게도 권한다. 그림도 수작이다.

꿈 속에서라도 기회만 닿는다면, '마지막 휴양지'에서 기이한 손님들과 함께 묵으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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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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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고난이란 인내할 만큼 주어진다고 했다. 인내할 만한 능력이 있는 자에게 그 능력 만큼의 고난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그 고난을 스스로 이겨내며 성장해 나간다. 어쩌면 고난이란, 인간을 성장시키기 위해 준비된 신의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의 주인공 '복귀'는 애초에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을 가졌으나, 도박으로 집안의 재산을 탕진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헤어날 수 없는 연이은 고난(전쟁, 굶주림, 상실과 함께 연이은 가족들의 죽음)을 겪는다. 그러나 견디기 어려운 고난들을 겪으면서도 삶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으며 운명을 받아들인다. 복귀가 하나하나 닥쳐오는 시련들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참을 수 없이 눈물이 쏟아진다. 그 인내의 아름다움에 경탄하게 된다.

특히 이 책의 머리말에서 작가 '위화'는, 이 소설에 '사람이 고난을 감수하는 능력과 세계에 대한 낙관적 태도'를 써나갔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사람은 살아가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나가고 있는 것이지, 살아가는 것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소설의 내용 만큼이나 주옥같은 머리말이다.

삶은 누구에게나 고단하다. 그러나, 그 고단함을 이겨내며 살아갈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그 고단함 이상으로 아름다운 것이 바로 우리네 삶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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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살고 싶다 - 영원한 신여성 나혜석, 위대한 한국인 10 위대한 한국인 10
이상경 지음 / 한길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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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책을 내가 15년 전에 읽었다면, 내 삶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니, 10년 전에만 보았더라도 내 삶이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아마 적지 않은 여성들이 나혜석을 알고나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녀의 '모된 감상기'나 '이혼고백장'을 읽고나면 같은 여성으로서 동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남들에게 드러내 놓고 말할 수 없는 부분들-아이 때문에 본인의 삶의 일정 부분을 어쩔 수 없이 희생하게 된다든지, 그래서 느껴지는 억울함이라든지, 그리고 그 마음을 다 드러내지 못 한 채 느껴지는 아이에 대한 죄책감(억울한 느낌을 가졌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머니들은 죄책감을 느낀다!)까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가슴에도 그대로 절절하게 다가온다. 지금 우리의 시대에도, 이런 마음을 그대로 털어놓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 시대에 이미 그러한 용기를 지녔던 사람이니, 나혜석은 모든 분야에서 그렇듯 '너무 앞서가다 희생된' 여인인 듯 싶다.

그녀의 글들을 부분부분 발췌해 놓은 것을 읽다보면 가끔 자신을 정당화시키려는 어긋난 주장도 보이지만, 어쨌든 상당 부분에서 동감과 아쉬움이 느껴진다.

흔히들 나혜석을 '연애대장'이라거나 '노출증 환자'라고들 폄하하기도 하나, 이는 인간으로서의 나혜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는 이들의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인간'이기를 주장했던 여성 나혜석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이제 화가로서의 나혜석이 아닌, 글쓰기를 즐겼던 나혜석의 모든 작품들을 궁금해하게 될 것이다.

지은이가 세심하고 자상하게 실어놓은 나혜석의 글과 기사, 그림과 사진들은 자료 정리 면에서도 상당한 인정을 해 줄만 하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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