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 살고 싶다 - 영원한 신여성 나혜석, 위대한 한국인 10 위대한 한국인 10
이상경 지음 / 한길사 / 2000년 2월
평점 :
절판


만약 이 책을 내가 15년 전에 읽었다면, 내 삶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니, 10년 전에만 보았더라도 내 삶이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아마 적지 않은 여성들이 나혜석을 알고나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녀의 '모된 감상기'나 '이혼고백장'을 읽고나면 같은 여성으로서 동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남들에게 드러내 놓고 말할 수 없는 부분들-아이 때문에 본인의 삶의 일정 부분을 어쩔 수 없이 희생하게 된다든지, 그래서 느껴지는 억울함이라든지, 그리고 그 마음을 다 드러내지 못 한 채 느껴지는 아이에 대한 죄책감(억울한 느낌을 가졌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머니들은 죄책감을 느낀다!)까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가슴에도 그대로 절절하게 다가온다. 지금 우리의 시대에도, 이런 마음을 그대로 털어놓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 시대에 이미 그러한 용기를 지녔던 사람이니, 나혜석은 모든 분야에서 그렇듯 '너무 앞서가다 희생된' 여인인 듯 싶다.

그녀의 글들을 부분부분 발췌해 놓은 것을 읽다보면 가끔 자신을 정당화시키려는 어긋난 주장도 보이지만, 어쨌든 상당 부분에서 동감과 아쉬움이 느껴진다.

흔히들 나혜석을 '연애대장'이라거나 '노출증 환자'라고들 폄하하기도 하나, 이는 인간으로서의 나혜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는 이들의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인간'이기를 주장했던 여성 나혜석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이제 화가로서의 나혜석이 아닌, 글쓰기를 즐겼던 나혜석의 모든 작품들을 궁금해하게 될 것이다.

지은이가 세심하고 자상하게 실어놓은 나혜석의 글과 기사, 그림과 사진들은 자료 정리 면에서도 상당한 인정을 해 줄만 하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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