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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의 탄생 - 끔찍했던 외과 수술을 뒤바꾼 의사 조지프 리스터
린지 피츠해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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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 중반 영국. 상처가 난 부위를 도려내거나 잘라내면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열심히 썰고 깎았습니다. 하지만 수술의 기술은 아주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마치 푸줏간에서 고기를 다루듯 인체를 다뤘고, 수술하는 의사에 대한 대우도 백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두 가지였습니다. 수술을 할 때 아프다는 것 그리고 수술 부위가 썩어들어가며 패혈증에 걸려 죽는다는 것. 첫번째 문제는 1840년대에 마취기술이 개발되면서 해결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발전은 두번째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마취 기술 때문에 더 많은 부위에 수술을 감행하면서 수술 부위가 썩을 가능성도 훨씬 높아진 것이죠. 하지만 사람들은 ‘인체가 썩는’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헤매고 있었습니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외과의사로 활동하던 조지프 리스터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전하기로 합니다. 아버지가 발명한 개선된 현미경으로 인체 조직을 들여다보며 연구를 시작하고, 미생물에 관한 새로운 관점인 파스퇴르의 균 이론을 수술에 적용해보기로 합니다. 대학병원의 외과의사로서 후배 의사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널리 전파하려 의료인력 양성제도 개혁에도 관여합니다. 리스터는 자신의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획기적인 수술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을까요? 이 과정을 다룬 책 린지 피츠해리스의 수술의 탄생에서 그 결과를 확인해보세요.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당연히 살균이 되어야겠죠?
외과의사 조지프 리스터는 의학과 과학의 역사에서 무균수술법을 확립하고 보급한 사람으로 이름이 남아있습니다. 아마 이 사람이 없었다면, 저를 포함해서 방송을 듣고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중 상당수는 어렸을 때 넘어져서 까지거나 베이거나 찢긴 상처 때문에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큰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여러분을 겁주려고 하는 이야기가 결코 아닙니다.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균에, 수술하는 의사의 손에 묻어있던 균에, 수술 도구인 칼이나 집게나 튜브에 서식하던 균에 감염돼 수술 부위가 제대로 아물지 못하고 썩어들어갔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보기 흉한 정도에 그치면 다행인 수준이고, 이 부위의 심각한 부패가 혈관이나 신경을 따라 인체의 다른 부위에 영향을 줘 대개는 목숨을 잃는 사태로 끝맺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19세기, 1800년대 유럽에서 널리 행해진 수술 전후의 풍경입니다.
이 책 수술의 탄생은 조지프 리스터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 시기 의학의 현실과 발전을 다룹니다. 이 발전에서 핵심 쟁점은 의학과 생물학의 접목, 즉 수술 절차와 관리 방법에 균 이론을 도입할 것인지 여부입니다. 미생물의 개념조차 잡혀있지 않았던 때이기 때문에, 부패에 관한 이론은 화학으로 다뤄야 하는지 생물학으로 다뤄야하는지부터가 일단 문제로 부각됩니다. 또한 만약 균 때문에 상처에 부패가 생긴다면 그 균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그 균이 부패라는 특정한 현상을 일으키는 생화학적 과정이 무엇인지도 설명해야 했고요. 또한 균 이론에 기반해서 수술 부위의 살균을 철저하게 하더라도, 기존에 비해서 분명히 적기는 했지만 사망자는 여전히 발생했기 때문에 이 문제도 설명 내지는 해결해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방법에 따라 수술을 받았어도 모두가 죽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새로운 이론에 자신의 지위와 명성을 거는 것도 리스터를 포함한 당시의 의사들에게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의학의 역사에서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리스터가 무균수술법을 개발했다고 해서 의료계의 모든 풍경이 뿅 하고 바뀐 것도 아니었고, 이 방법이 기존 의료계의 관습을 완전히 타파할 정도로 완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즉, 보여주고 증명하는 게 과학적 발전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 그럼에도 리스터를 비롯해 그와 뜻을 같이 하는 이런 과학자와 의사들 덕분에 과학이 구불구불하지만 진보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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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방금 전 패러다임 전환의 과정을 또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이것은 언젠가 이 비슷한 과정을 우리가 한번 본 적이 있다는 걸 의미하겠죠? 방송을 꾸준히 오래 들어온 청취자 여러분이시라면 지난해 스티븐 존슨의 ‘감염도시’라는 책을 읽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제가 그 책의 키워드로 꼽은 것이 바로 ‘패러다임’이었는데요. ‘감염도시’의 주제 또한 사람들이 병을 다루는 관점이 바뀌는 과정을 콜레라 대처법을 사례로 들어 보여주고 있죠. 그런 의미에서 아직 읽어보지 못하셨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저희와 같이 이미 읽어보셨다면 피츠해리스의 ‘수술의 탄생’과 나란히 놓고 다시 한번 읽어보시면 어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