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인데 양양에는 불이 나서 낙산사가 다 타버렸다고 한다. 왜 해마다 봄에 영동엔 불이 나는 걸까.
늦잠을 자고 일어나 대대적으로 정원을 손보았다. 정원이라고 하니까 좀 우습기도 하다.
어쨌든, 바싹 말라버린 나팔꽃을 치우고, 씨앗을 좀 더 받고, 죽어버린 식물들을 모아 거름을 만들겠다고 흙에다 묻어두었다. 그리고 꼬박 1년이 넘게 자기가 가진 에너지만으로 싹을 틔워내던 고구마를 흙에 심어주었다. 이제 많은 부분이 썩어버려서 얼마나 더 싹을 틔울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씨앗 열 몇 개를 일렬로 심어주고,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던 화분 속의 흙을 뒤섞어 놓았다. 겨울나기를 위해서 방으로 옮겨 두었던 화분을 베란다로 다시 옯겨 놓고 사정없이 물을 뿌려 베란다 청소를 했다.
뭔가 새로 시작되는 기분.
그리고는 지난 달에 신청해 두었던 댄스강습을 받기 위해 스포츠센터로 갔다. 법정 공휴일이라 휴강이란다. 전에는 몇 번이나 물어도 수업한다고 박박 우기더니. 그래, 팔자에 무슨 댄스냐, 하며 사무실로 왔다. 내일을 위해 무언가를 써놔야만 하는 것이다.
루시드폴 2집이 나왔다. 말랑말랑한 음악을 들으니, 딱딱하고 거창한 글을 쓸 엄두가 안난다.
잠만 자도 하루가 가고, 뭔가 해보려고 시작만 해도 하루가 가고, 아무것도 안해도 하루가 가고. 이렇게 하루 하루가 가고 벌써 4월이 시작되었다.
자기 내면을 제대로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정신이 피폐해지고, 인생을 망치게 된다고 융이 그랬다. 인생을 망치지 않으려면 재미없더라도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돌보아야 한다.
며칠 전에 사무실 화분에 심어두었던 씨앗에서 싹이 났다. 예쁘고, 대견스럽다.
* 사람들은 즐겁다, 루시드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