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서 사무실로 오는 200여미터 남짓한 거리에 수퍼가 4개 있다. 하나는 이름도 유명한 바이더웨이. 그 다음에는 순서대로 게으른 아저씨수퍼, 친절한 아저씨 수퍼, 무뚝뚝한 아줌마수퍼.
1. 바이더웨이는 비싸서 안간다.
2. 게으른 아저씨 수퍼는 말 그대로 엄청 게으른 아저씨가 주인인 수퍼이다. 그 아저씨는 날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카운터에 앉아서 인터넷 고스톱을 친다. 수퍼 앞에는 과일매대가 있는데, 그는 손님이 와도 나와보지 않는다. 왠지 그 아저씨는 청결한 이미지도 아니다. 그래서 그 수퍼에는 웬만한 일이 아니면 가지 않기로 하였다.
3. 그 다음 무뚝뚝한 아줌마 수퍼. 그집 카운터는 작은 마루와 연결되어 있는데, 겨울이 들어서면서부터 아줌마는 항상 무릎덮개를 하고 거기에 앉아 있다. 이 아줌마 역시 손님이 와도 웬만하면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출근할 시간에 그 자리에 앉아서 전기기구로 무언가를 가열하여 식사를 하곤 한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해도 아무 말이 없고,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를 해도 역시 아무말이 없다. 다행히 이 집 화분은 실외에 있어 말라 죽지는 않고 있다. 이 집도 웬만한 일이 없으면 가지 않기로 한다.
4. 마지막으로 친절한 아저씨 수퍼. 이 아저씨는 친절하다. 손님이 들어오면 카운터에서 발딱 일어난다. 그리고 무엇을 찾는지 손님 눈치로 맞출 수 있다. 손님이 없을 때면 작은 매장을 돌아다니며 먼지를 닦거나 상품을 새로 진열하고 있다. 같은 물건이라도 이 집 물건이 더 깨끗하고 좋은 것 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에 나는 마음 속으로 이 집을 단골로 삼았다. 이 집 아저씨와는 인사도 잘 된다.
어제는 세계인의 고유명절 화이트 데이.
퇴근하는데 이 아저씨가 막대 사탕을 입에 넣고 지그재그로 달려온다. 나이 든 아저씨가 사탕을 물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지그재그로 달려오는 폼이 무척 귀엽게 보였다. 나를 스쳐 지나 이 아저씨는 어떤 아줌마를 만났다. 귀에 이어폰을 꼽고 있어 잘 들리지 않았지만, 아저씨는 "와" 이렇게 소리를 내어 아줌마를 놀래킨 다음에 입에서 막대 사탕을 꺼내어 아줌마 입에 집어 넣으려고 하였다. 아줌마는 손사래를 치며 달아난다.
게으른 아저씨나 무뚝뚝한 아줌마가 그랬으면 별일이래,혹은, 아이고, 했겠지만, 친절한 아저씨가 그렇게 하니까 참 사랑스러워보였다. 모두 모두 평소에 잘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