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이 필요하다. 몸과 마음에.

외부로 교육을 나왔다가 급히 처리해야 할 일 때문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메일을 하나 써서 사무실로 보내놓고 나니, 다시 교육장으로 들어가기가 다소 황망하다. 갑자기 휴식, 쉬는 시간,과 같은 단어가 몹시 그리워진다. 당혹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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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젠가 라디오를 듣다가 홍성민이 새 앨범을 냈다는 것을 알았다. 기억날 그날이 와도를 들었는데, 옛날 생각이 나면서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그리하여 공중전화노래까지 찾았다. 사랑이 그리운 날들에는 예전에 이오공감에서 오태호가 여리여리하게 부르기도 했었는데... 지금 이 노래는 홍성민이 부른 것이다. 음.. 여리여리하기는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그댄 이 어둠이 나에게 얼마나 벅찬지 아나요
웃기만 하고 그냥 말은 안 해도
그럴수록 더욱 슬퍼져

어젠 그대에게 전화로 사랑한다고 말했지요
그댄 그런 날 알고 있었기에 멀리하려 했나요

사랑이 그리운 날들에 그렇게 웃으며 다가온
그댄 정말 내게 필요한가요

그대를 알 수가 없어요 그대를 느낄 수 없어요
아 이런 내게 미움만 쌓여가나 봐

그대 한마디 말이라도 내겐 오해를 만들지요
뒤늦게 와서 많은 후횔 해봐도
그대 그림잔 여전히...

나는 그대에게 아무런 바램도 기대도 없어요
꿈속에서 마냥 헤매이듯 안타깝기만 하죠

사랑이 그리운 날들에 그렇게 웃으며 다가온
그댄 정말 내게 필요한가요

그대를 알 수가 없어요 그대를 느낄 수 없어요

아 이런 내게 미움만 쌓여가나 봐

 * 사랑이 그리운 날들에-공중전화(1988)


* 기억날 그날이 와도-홍성민(2집 BLUE/1993)

* 기억날 그날이 와도-Humanade(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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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구입한 DJ Soulscape의 음반 이야기를 좀 해보자.

확실히 음악을 컴퓨터로만 들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MP3로 다운받는 것이 귀찮기도 하도 갖고 싶기도 하여서 하나 샀다. 그리하여 오랜만에 무거운 CD플레이어를 가지고 다니며 음악을 들었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걷기도 하며 그렇게 말이다. 그러다가 한밤에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건너는데 음악도 묘하도, 나도 묘해졌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자음. 반복. 그것이 주는 쓸쓸함같은 게 있다. 맥주라도 한 잔 걸쳤다면, 그것도 주량에 모자라게 마시고 사정상 일찍 귀가하는 길이었다면, 나는 아마 이 사람의 전자음을 들으며 차창에 머리를 박고 눈물이라도 한 두 방울 떨어뜨렸을지도 모르겠다.

그 다음. 주말에 갑자기 고향집에 갈 일이 생겼다. 고향에서는 어머니를 대신하여 내 동생이라 우기는 수험생인 아이들의 뒤치닥거리를 해주었다. 아이들을 학교에서 데려오고, 데려다주고. 생각보다 아이들을 건사하는 일은 무척 고되었다. 그 사이사이에 나는 틈틈이 드라이브를 하였다. 교통체증도 없고, 날씨는 우울하고, 창가로 들어오는 바람은 상쾌하였다. 중간에 소나기가 내리기도 하였다. 그리고 일년 만에 빠리에서 전화가 오기도 하였다. 강가에 차를 세우고, 물안개를 바라보다가 생각했다. 아. 나는 정체되었구나. 다시 돌아오는 길은 예전같지만은 않았다.

이것들을 DJ Soulscape의 Lovers와 함께 했다.

 

* We've only just begun.

* Love is A Song.

둘 다 <DJ Soulscape-Lovers/2003>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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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는 예상한 대로 밤새 작업을 하였다. 워낙 재주가 미천하여 일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고, 그나마도 다 마치지 못하였다. 사실은 마칠 수도 있었을텐데. 항상 그렇듯 하루하루가 사건사고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어제는 최도 밤새 할 것이 있다고 하여 함께 사무실에 있기로 하였는데, 10시가 넘어 나타난 최는 고얀 피부병에 심하게 걸린 개 한 마리를 길에서 데려왔다. 피부병이 심해서 그렇지 오랫동안 돌아다닌 개같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그 냄새 나는 가련한 개 한 마리와 그 개를 걱정하는 부처 최 때문에 너무나 정신이 사나웠다. 그들을 위해서도 빨리 아침이 되어줘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대강 일을 마치고 근처 동물병원으로 개를 데려갔다. 유기견이라서 좀 깎아준다고는 하는데 새주인이든 헌주인이든 만날때까지 무작정 계속 병원에 맡길 수는 없는 형편이었다. 급한대로 나흘만 입원하고 치료를 받기로 하였다. 최가 데려온 개는 생각보다 많은 질병을 앓고 있었고 세 살이나 되었다. 검사를 받는 내내 한 번 짖지도 않고 얌전히 냄새만 풍기고 있는 그 개를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동거인은 수십 가지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최근에는 후두염도 걸리고, 선천적으로 건강을 심하게 염려하는 편이라 개를, 그것도 병에 걸린 개를 키우겠다고 하면 기염을 토할 것이다. 어쨌든 부처 최 덕분에 피부병에 걸린 채 길에서 오돌오돌 떨고 있던 개 한 마리는 이제 주인만 잘 만나면 살 수 있게 되었다. 최는 병원비 12만원을 선불로 내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기 때문에 다음에 밥이나 사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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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너는 커서 뭐가 될래?

  -<태풍태양>을 보다

 

* 소요네 집으로 달려가는 스케이터들.
 
 
생에 있어 빛나던 한 순간을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엊그제 청소를 하면서 발견한 사진들. 10년도 더 된 사진 속에는 열일곱 빛나던 한 때가 초롬히 새겨져 있었다. 그때는 내가 청춘인지 몰랐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내가 청춘이라는 사실을 자꾸 잊는다. 그래서 나는 성장영화를 본다. 
 
<고양이를 부탁해>처럼 이번 영화도 난리를 치면서 예매를 하고 보았으나, 역시 객석은 텅 비어 있었다. 그리고 화면과 사운드가 0.1초씩 일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가 아주 좋았다. 성장영화에는 일단 별 세 개부터 주고 들어가는 습관이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영화는 단순히 말하면 스케이트를 좋아하는 청년들에 관한 이야기다, 아니, 복잡하게 말해도 그런 얘기이다. 다시 말하면, 누구나의 가슴 속에 있는, 혹은 있었던 스케이트에 관한 영화란 말이다.
 
네 스케이트는 잘 지내?
 
감각적인 카메라를 따라 시선을 움직이고, 흥겨운 음악에 맞추어 건들거리며 영화를 보다가 문득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네 스케이트는 잘 지내?
실은, 성장영화를 보는 재미는 쓰린 가슴을 쓸어내리는 데 있다.
까짓 스케이트가 대수냐며 그냥 지나쳐온 날들에 대한 후회, 빛났던 그날들에 대한 소회,  
 
성장영화가 아닌 영화가 있겠느냐마는
 
어떤 영화를 보든, 아주 좋게 말하면,
등장인물은 어떤 식으로든 성장하고, 극 자체도 성장하고, 그도 안되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라도 성장을 하게 되는 법이니,
따지고 보면 성장영화가 아닌 영화가 있겠냐마는,
그래도 굳이 "성장영화"로 분류되는 영화들이 있는 것은 유치해보일 수 있는 실수와 고민은 여과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노골적으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
그리하여 성장영화를 보려거든  마음을 열고 보아야 할 일이다.
 
소년, 너는 커서 뭐가 될래?
 
영화 안에 소요가 있다. 소요는 나이상으로는 사춘기가 끝나갈 무렵이지만, 극상에서는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선 것 같다.
그리고 모기는 몇 살인지 모르겠지만, 나이에 비해서 참 늙었다. 갑바도 그렇다. 
 
같은 목적지를 향하더라도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같은 스케이트를 품었다고 해서 같은 곳으로 가라는 법은 없다.
혼자 가면 그걸 모른다. 여럿이 어울려 가다 보면 그걸 알게 된다. 같은 곳으로만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 또한 한 가지 길을 정하고, 그것이 나에게 전부인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길 위에서 사람을 만나고, 또 새로운 길을 만나기도 하였다. 
 
끊임없이 소통을 하고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그 자체가 고통이기도 하지만 즐거움이기도 하다. 지나고 보니 그렇다. 지금 이 순간도 그렇게 될 것이다.
 
영화의 끝에 소요는 혼자 길 위에 섰다. 
소요는 이제 다 컸지만, 다시는 그때처럼 혼란스럽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바닥까지 가 본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나의 스케이트
 
몇 년 전에 나에게도 인라인스케이트가 있었다. 그때 사귀던 박과 함께 구입했던 것이다.
작년 12월 이후로 나에겐 스케이트가 없다. 그것은 박의 집에 있기 때문이다. 
스케이트를 챙겨오지 못한 것은 이렇게 두고 두고 후회가 된다. 별별 순간에 후회가 다 된다.
 
한낮의 극장은 조용했고, 극장을 빠져나오니 햇살이 눈부셨다.
 

- DJ Soulscape-Love is A Song. * Lovers/2003

- 소요와 모기가 웃통을 벗은 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때 삽입되었을 지도 모르는 음악.

* 덧붙임

1. 2005년 6월 6일 오후 두시 사십분 김과 함께 태풍태양을 보았다. 태풍태양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기다려왔던 터였다.

2. 나는 실은 삼년 이내로 서울을 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화에 나오는 콘크리트들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영화안에서의 이름을 알 수 없는 김상혁이 콘크리트에 물을 붓는 장면과 그 애가 그랬는지 다른 애가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콘크리트에 가만히 머리를 기대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의미는 너무나 달라진다.

3. 스케이트 타는 장면들의 카메라워킹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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