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는 예상한 대로 밤새 작업을 하였다. 워낙 재주가 미천하여 일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고, 그나마도 다 마치지 못하였다. 사실은 마칠 수도 있었을텐데. 항상 그렇듯 하루하루가 사건사고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어제는 최도 밤새 할 것이 있다고 하여 함께 사무실에 있기로 하였는데, 10시가 넘어 나타난 최는 고얀 피부병에 심하게 걸린 개 한 마리를 길에서 데려왔다. 피부병이 심해서 그렇지 오랫동안 돌아다닌 개같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그 냄새 나는 가련한 개 한 마리와 그 개를 걱정하는 부처 최 때문에 너무나 정신이 사나웠다. 그들을 위해서도 빨리 아침이 되어줘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대강 일을 마치고 근처 동물병원으로 개를 데려갔다. 유기견이라서 좀 깎아준다고는 하는데 새주인이든 헌주인이든 만날때까지 무작정 계속 병원에 맡길 수는 없는 형편이었다. 급한대로 나흘만 입원하고 치료를 받기로 하였다. 최가 데려온 개는 생각보다 많은 질병을 앓고 있었고 세 살이나 되었다. 검사를 받는 내내 한 번 짖지도 않고 얌전히 냄새만 풍기고 있는 그 개를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동거인은 수십 가지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최근에는 후두염도 걸리고, 선천적으로 건강을 심하게 염려하는 편이라 개를, 그것도 병에 걸린 개를 키우겠다고 하면 기염을 토할 것이다. 어쨌든 부처 최 덕분에 피부병에 걸린 채 길에서 오돌오돌 떨고 있던 개 한 마리는 이제 주인만 잘 만나면 살 수 있게 되었다. 최는 병원비 12만원을 선불로 내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기 때문에 다음에 밥이나 사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