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 M이 죽었다.

나는 너무나 깜짝 놀라서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M과 나의 공통의 친구들 몇몇이 함께 슬퍼했다. 평소 M의 취향을 존중하느라 우리는 맘껏 슬퍼할 수도 없었다. 한참동안 마음이 너무 아파 꺽꺽대며 슬퍼하다가 이게 꿈일지도 몰라, 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겹게 눈을 떠 보니, 나는 내 방에 있었다. 근데, 그런에도 불구하고 좀 전의 상황이 꿈인지 아닌지 도저히 모르겠는 거다. 일요일 아침 일곱시 몇 분. 당장 M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M이 받지 않을까봐 무서워서 전화를 할 수가 없었다.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너 어딨어.

그리고 조금 잠을 더 잤다. 그런데도 아직도 모든 게 믿어지지 않았다. M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나의 소중한 M이 하루 아침에 사라졌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점심을 먹고, 티비를 한참을 보아도 견딜 수가 없이 슬펐다.

마침내 M과 통화가 되었다. 나는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M은 별 꿈을 다 꾸었다고,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꿈이랑 현실이랑 구분도 못하느냐고 타박을 하였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안심이 되었지만, 그래도 나는 슬펐다.

몇 시간 후에 M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다행히 그는 살아있는 것이었다. 내일 만날 약속을 하고서야 조금 괜찮아졌다.

 

내가 M을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고 있었는지, 내가 M에게 얼마나 아직 해 줄 것이 많이 있는지, 그동안 얼마나 못해줬는지 오늘 아침에 꿈을 꾸고 알았다. 실은 아직도 나는 꿈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가 꿈 속에서 슬피 울었던 것은 어제 너는 내 운명을 보고 사람들 눈치 보느라 덜 울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M과의 만남을 소홀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떤 이유로든 슬픔을 해소하지 못하며 날들을 보내고 있기 때문일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의 개꿈이 나에게 교훈을 준 것은 단 하나다.

M이 나에게 너무 소중하다는 것. 

마이 프레셔스 M.

내일 만나면, 너가 좋아하든 말든 꼭 안아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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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달력을 넘기면서 달력의 맨 위에 "올 해 마무리 잘 하자" 이렇게 써넣었다. 마무리를 하기에 12월은 너무 지루하고 요란하다.

11월의 반이 지나갔다. 마무리는 여전히 안되고 있다.

올해 주문한 책들은 반씩, 1/4씩 조금씩 읽다가 책날개를 꽂아 놓은 채로 책장에, 잠자리 맡에, 책상위에 널어 놓았다. 이 책들을 다 읽지 않으면 다시는 새 책을 주문할 수 없다는 벌칙을 나에게 주었다. 

해야 할 일들 역시, 조금 조금씩 건드려 놓은 것들만 산더미다. 마감 시한은 11월 30일. 완료해야 할 일은 크고 작은 것들을 합해 6개 정도. 남은 기간은 보름. 그때까지 일을 다 못하면 12월 중순의 휴가는 없는 걸로 나에게 다짐하였다.

괜찮지 않지만, 괜찮다고 생각하며 지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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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좀 도와주세요.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수요일밤이다. k.d.lang의 crying을 듣고 있다. 네가 나에게 안녕이라고 그래서, 너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라, 나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 크라잉이다. 크라잉.

바닥을 치다 못해, 지하세계로 빨려들어가기 일보 직전이다. 간당간당.

나 자신이 지겨워 못견디겠다, 오늘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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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인 2005-11-03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재 시간 새벽 세시 10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스스로를 구원하고 있는 중.

콩스탕스 2005-11-03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막 crying을 흥얼거리며 알라딘에 접속하고 님 페이퍼를 처음으로 열었는데...
정말 크라잉입니다...크라잉...
 

10월의 마지막날, 10월의 마지막 월요일, 11월의 첫 날, 11월의 첫번째 화요일.

마지막이고, 처음인 것이 널리고 널린 날들.

그 속에서 항상 변함 없는 건 나 하나다. 안좋은 의미로.

어제 조금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요즘 어때? 우울해. 대여섯 명이 모두 우울했다. 누구는 이직을 하려다가 인간적으로 모멸감을 느껴서 우울하고, 누구는 모멸감을 극복하고 일을 하려는데 그게 손에 안잡혀서 우울하다. 누구는 말을 못해서 우울하고, 누구는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우울하고, 또 누구는 나이가 들어서 우울하다. 나는? 나는, 괜찮다. 그냥 심심할 뿐이다.

밀려 있는 일 속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어서 마음이 심심하고, 누구 하나 맘에 들이지 못해서 심심하고, 밤에 깨어 있어서 심심하고, 누워서 티비를 많이 봐서 심심하고, 그렇다.

참, 심심하다.

내가 보기에도 별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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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외면한 채, 조용히 날들을 보냈다. 금요일에는 케이블 티비에서 해주는 코요테 어글리를 보고, 지직거리는 비디오테잎으로 러브 액추얼리를 보았다. 토요일에는 자다, 자다 잘 수가 없어서 저녁에 부업을 하나 하고 돌아왔고, 또 다시 걸려올 전화가 두려워 전화기를 꺼 놓았다. 오늘 역시, 자다 자다 더 이상 잘 수가 없어서 오래 밀린 설거지를 하고 밥을 하고, 반찬을 해서 동생이랑 먹었다. 그리고도 할 일이 없어서 동생 간식을 만들어 주고, 한 달 끊어 놓고 한 번 밖에 가지 않은 헬스장에 갔다. 내일이 마지막 날이란다.

사실, 정신적으로 좀 피곤하다. 대강 지난 수요일 만났던 이씨 때문이라고 해두자. 그는 오년도 더 지난 기억을 안고 불현듯 나를 찾아왔다. 그에게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을 때, 나는 좀 불안했다. 그가 다시 내 일상으로 들어올까봐. 다행히 그는 오년 전의 기억만 풀어 놓은 채, 아마 어제 시골로 떠났을 것이다. 그와 만나던 날, 새벽에 장염때문에 응급실에 갔었다는 그와, 미친듯이 술을 마셨다. 새벽 네 시가 넘은 시간, 티비에만 있던 서울역 쪽방으로 그는 간다고 했다. 그를 보내 놓고, 장충동 어딘가 매끈한 건물의 벽을 잡고 한참이나 토악질을 했다. 돌아오는 길엔 나에게 말걸지 않았던 모든 것들과 대화를 해댔다.

정리되지 않는 것은 그대로 두자, 자기 회피라고 해도 좋고, 욕심이 많아서라고 해도 좋다. 어쨌든 그때 정리되지 않은 것이 지금 정리될 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런데, 지금, 나, 보고, 어쩌라고.

그날 이후로, 사실 편치 않다. 어설픈 방황을 하느라, 일도 밀려버렸고,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을 안은 채, 자다, 자다 더 잘 수 없는 주말을 보내고 말았다. 그가 그렇게 보낸 세월이 오년이라고 하니, 나의 오일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조금 전엔 엠비씨에서 하는 뮤직다큐멘터린가 뭔가 하는 것을 보았다. '하루'랜다. 건전하고, 촌스럽다. 그리고 나는 당연히 조금 죄책감을 느낀다. 페이퍼를 쓰려고 하다가, 일주일 전에 김씨가 이번 주가 마지막 방송이라고 했던 게 떠올라 라디오를 켰다. 의식하던 그렇지 않던 매일 누군가를 만나고, 매일 누군가와 헤어진다. 

이씨야, 잘 가라. 가서 잘 살아라. 나도 한 번 잘 살아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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