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세계 최초의 레인지파인더식 디지털 카메라 RD-1


 

 

 

 

 

 

 

 

 

 

 

나는 아직 디지털 카메라가 없다. 디지털 카메라의 편리성과 점차 향상되는 성능에 감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몇 가지 이유, 가령 돈이 없다거나 기타등등의 이유로 아직까지 구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생각처럼 내 몸에 착착 붙는 느낌이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필름 카메라보다 디지털 카메라가 화질이 훨씬 떨어지네 어쩌네 하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카메라로는 크게 확대해보지 않는 한 그다지 차이를 실감하기 어려울 만큼 디지털 카메라의 수준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이유로 디지털 카메라보다는 아직까지 필름 카메라에 보다 더 매력을 느낀다. 걔중에는 EOS나 니콘의 F시리즈 같이 전자식 카메라조차 거들떠 보지 않는 수동 카메라 매니아들도 있다. 만약 이것을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디지털 카메라는 첨단 기술이 적용된 전자동분사방식의 엔진을 갖춘 오토매틱 자동차라면, 전자식 카메라는 그보다는 덜 첨단(디지털이 아니라는 점에서)일지는 기술적으로는 역시 놀라운 성능의 오토매틱 자동차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경주용 자동차들은 여전히 수동 기어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

수동기어변속의 치고 나가는 힘이나 운전자의 의지대로 작동한다는 그 느낌은 아무리 편리한 오토매틱 자동변속 장치를 장착한 신형 자동차라도 따라가기 힘든 매력을 준다. 클러치를 깊게 밟고, 수동기어를 조작한 뒤 엑셀레이터를 힘주어 밟는 순간 가속의 쾌감을 아는 드라이버는 오토매틱 자동차의 매끄러우나 몸에 착착 붙지 않는 그 느낌을 사랑하긴 힘들다. 마찬가지로 수동 카메라 혹은 필름 카메라에서 느껴지는 그런 작동감을 디지털 카메라에서 느끼기란 이미 수동의 억센 쾌감에 길들여진 이들에겐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디지털 카메라 자체의 단점들도 적지 않게 노출되고 있다. 가령, 기술의 발전에 따라 신형 물건들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어제의 고가 디지털 카메라가 하루아침에 퇴물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한다는 건, 마치 신형 자동차가 연신 앞장서 추월하며 달리는 고속도로를 느린 속도로 달리는 기분이 든다.


 

 

 

 

 

 

 

 

 

 

 

 

 

 

 

 

그런 점에서 수동카메라는 더이상 개량될 수 없고, 더이상 도달할 수 없는 어떤 경지에 이르렀다. 라이카 M6를 사용하는 이라면 더이상 기기 변동의 유혹 없이 차분하게 필요한 렌즈와 액세서리들을 장만하는데 힘을 기울일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이 이미 최고의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디지털 카메라와 필름 카메라 사이에는 아직까지 메워지기 힘든 영역들이 있다. CD로 음악을 듣는 것보다는 LP로 듣는 음악에서 인간은 더욱 편안함을 느낀다. 그것은 자신이 음악을 연주한다는 느낌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톤암을 조정하고, 음반을 매만지고, 바늘을 올리는 순간의 쾌감이란 CD를 트레이에 올리고 덜렁 스위치 조작 한 번에 흘러나오는 1010101010101010의 비트가 주는 음악과는 다르다.

그런 까닭에 디지털 카메라의 미래는 여전히 수동카메라이다. 엡손은 광학기기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업체, 그 중에서도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에 관해 노하우가 쌓인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엡손은 HP와 함께 이 분야에서 단연 톱을 달리는 기업이다. 그런 엡손에서 Cosina의 렌즈를 사용하여 빈티지 느낌이 나는 6백만 화소급의 디지털 카메라를 발표했다. 이전에도 라이카에서 파나소닉과 손잡고 M6의 느낌이 나는 디지털 카메라를 발표한 적이 있으나 외관만 카피되었을 뿐 수동 카메라의 조작감, 질감과는 현격한 차이를 주었는데, 이번엔 다르다.


 

 

 

 

 

 

 

 

 

 

 

 

우선 사용자의 리뷰를 살펴보니, 세계 최초의 레인지 파인더 방식 디지털 카메라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오토포커스 시스템과 이 레인지 파인더 방식을 비교하자면 레인지 파인더를 통한 포커싱은 렌즈의 교환에 따른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 다는 점에 있다. 이것은 빠른 포커싱이 가능한 동시에 정확하며 광량 또한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 비슷하다. 게다가 싱글렌즈의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처럼 셔터액션에 의해 시야가 가려지지 않기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는 막강한 장점이 있다." 레인지 파인더식 카메라는 일안리플렉스 카메라의 단점을 곧 장점으로 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대로 촬영된다는... 게다가 이 카메라는 셔터음이나 기타 조작 다이얼들의 느낌부터 게이지의 표시에 이르는 모든 것이 수동카메라의 그것과 거의 동일하다.


 

 

 

 

 

 

 

 

 

 

 

 

코시나 렌즈 자체도 수준급이라는데, 이 R-D1의 가장 큰 특징은 고가이지만 성능좋기로 악명높은 라이카의 L, M 마운트의 렌즈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얘기는 이 카메라가 무척 고가가 될 것이라는 걸 미리 예견케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바디가 300만원에 렌즈 하나 끼워주는데 그것의 겂이 50만원 정도 한다고 하니 말이다.(참고로 라이카에서도 새로 레인지 파인더 방식의 디지털 카메라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카메라의 진화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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