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유목문화와 민속 읽기
박환영 지음 / 민속원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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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이유는 없지만 몽골 관련 소재에 열광하는 진냥인지라 도서관 서가에서 발견하자마자 부리나케 읽기 시작한 책입니다.

.....사실 관심 밖인 사람들이 봐도 재미있냐고 물으신다면 결코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실제로 몽골에 체류하면서 사례를 채집 연구한 사람의 저서라서 그런지 굉장히 충실하긴 합니다만, 논문을 위해 저술한 내용인지라 사회학 언어학적인 관점에서 쓰여져서 보통 흥미로 보기에는 좀 괴로운 감이 있더군요. 주제가 몽골이 아니었다면 진냥도 그만 읽고 치웁니다ㅜㅜ

몽골이라고 하면 대개 야만적인 정복왕조를 연상하기 쉬우리라고 생각합니다만.... 몽골 문화에는 야만과는 좀 다른, 이를테면 '의외'라고 할 수 있는 일면이 있습니다. 칭기스칸 시대 몽골의 역사서로 유명한 몽골비사도 딱딱한 산문적인 서술이 아니라 운율이 있는 시 같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감탄스럽지요. 몽골 민속 관련 책에 소개된 몽골의 속담과 경구는 전혀 동떨어진 문화를 영위하고 있는 우리들이 봐도 무릎을 칠만한 절묘한 것들이 왕왕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세월에는 꺾여도, 슬픔에는 부서지지 말아라.

숲은 산을 장식하고, 학자는 나라를 장식한다.

진리가 힘이 있는 나라의 백성은 행복하다.

스스로 넘어진 아이는 울지 않는다.

파괴는 건설보다 쉽고, 말은 행동보다 쉽다.

사람의 생각은 머리수만큼 있다.

연장자를 공경하되, 연소자도 공경할 수 있게 하라.

세상에서 가장 많은 세 가지는 무엇인가. 땅에는 뿌리가 많고, 하늘에는 별이 많고, 바다에는 물이 많다.

이런 점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몽골의 문화가 좋아져요.... 딱 잘라 마이너이지만 말입니다(먼 시선)

민속원 출판사는 이런 마이너한 소재들을 마구 출판해줘서 좋군요. 늘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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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샤의 노래
나카니시 레이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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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체님의 추천을 받아 읽기로 한 국내출판 게이샤 시리즈의 대미(누구맘대로). 과연 추천받을 가치가 있었달까, 게이샤 시리즈 최강의 게이샤가 주인공입니다.

.....아이하치씨 귀여워요오오오오오

아이하치씨! 아이하치씨! 아이하치씨!(연호한다)

뭇 게이샤들에 비해 외모가 출중하지도 않고, 게이샤답게 나긋나긋한 데가 없고, 연모하는 사람이 우스꽝스러운 일을 하면 정떨어져 하는 데도 있습니다만, 이게 정말 인간적이라서 매력입니다. 게다가 게이샤로서는 보기 드물게 도의심과 절개도 지니고 있고, 노래로 승부하기도 하고 말이죠. 미네코나 사유리나 좀 얼굴로 승부하는 파라서...(먼 눈)

다른 작품에 견주어 이 작품이 독특한 것은 아이하치가 게이샤로서 한창 대성할 때를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 나가사키로 들어가는 데에서 시작해서 가장 화려할 부분을 건너뛰고 이제 노숙한 게이샤가 되었을 때, 학자인 고가 주지로를 만나는 것이 주가 되어 있습니다. 고가 주지로는 게이샤의 노래를 비롯하여 나가사키의 민요를 채록하려 하고, 그것을 위해 뛰어난 샤미센 실력을 가진 아이하치에게 도와달라고 하지요. 아이하치는 고가 주지로에게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사랑을 느낍니다만- 기묘하게도 두 사람은 한 번도 맺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이 비련으로만 남지 않은 것은, 두 사람의 마음이 '나가사키 부라부라 부시'라는 노래를 찾아내고 노래하면서 세상 어느 연인보다도 강하게 엮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모를 좋아하는 아이하치. 게이샤 일로 받은 팁을 꽃 파는 어린애들에게 떠넘기는 아이하치. 오유키를 자신의 딸처럼 아끼는 아이하치. 고가의 부인에게 질투가 아닌 존경과 친애를 느끼는 아이하치. 친부모라고 여긴 가족들이 생판 남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하늘 아래 땅 위에 혈육 하나 없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아이하치.

나가사키의 바닷바람처럼 노래하는, 사랑스러운 사람.

술자리에 부른다면 아이하치씨.. 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어울리고 싶은 여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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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의 일상생활 - 제국 전성기
제롬 카르코피노 지음, 류재화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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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했던 대로 오늘의 독서일기는 존경스럽기 그지없는 '우물이 있는 집' 출판사의 일상생활 시리즈. 이번에 방문하는 곳은 고대 로마입니다(무슨 여행사 광고 멘트). 책 자체는 오래 전에 나온 모양이지만, 지금 읽어도 뒤떨어짐이 없는 능란한 문체와 충실한 고증이 멋지군요. 물론 비전공자인 진냥이 할 말은 아닙니다만(먼 눈)

개인적으로 난해했던 점이라고 한다면... 고증이 치밀한 것은 좋은데 공간적 감각이 떨어지는 진냥으로서는 '현재 남아있는 유적으로 보건대 길이는 몇 미터고 너비는 몇 미터니 나불나불'하는 서술을 아무리 보고 있어도 실감이 들지 않습니다. 진냥으로서는 역시 문헌을 인용하는 것이 가장...ㅜㅜ

그런데 이 책은 그 점에서도 난처한 것이, 간혹 인용하는 작품이나 설명하는 인물에 대해서 주석을 달지 않거나 단다고 해도 간결하게 하는 점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고대 로마에 대해 학구적인 지식을 가진 독자가 읽을 것이라 전제하는 모양입니다=ㅁ= 심지어 논문과 학자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당시 연구 경향을 뭐라뭐라 서술해놓는데, 현대 한국을 살아가는 지극히 초보적인 교양의 독자로서는 저 하늘의 안드로메다 성운 만큼이나 멀게 느껴지는 이야기일 뿐인 것입니다ㅜㅜ

그런 점에서는 앞서 읽었던 [고대 그리스의 일상생활] 쪽이 이 책보다는 좀 더 일반 독자 성향에 맞는 작품일 것 같더군요. 재미있는 책이라는 사실은 두 책 모두 비등비등합니다만 문제는 접근도라는 걸까요.

그러면서도 또 재미있는 것이, 그렇게 심오하게 나가면서도 저자의 문체는 상당히 박력이 있다는 겁니다. 뭐랄까, 감정적이라고나 할까요? 격렬하게 느껴질 정도로 고대 로마의 현실을 폭로합니다. 처음에 진냥은 프랑스 사람이라서 그런가 했으나 [고대 그리스의 일상생활]을 지은 저자도 프랑스인이었습니다. 미스터리, 미스터리.

이런 폭넓은 지식과 호소력 있는 문체를 바탕으로 하여, 저자는 고대 로마에 대한 환상을 타파해나갑니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습니다만 고대 로마에 대해 일반적으로 품고 있는 생각이라면 번영과 문명의 중심지이며, 꿈과 같은 이상의 도시라는 관념이 있는 듯... 합니다. 예를 들어 집집마다 수도가 들어온다던가.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어렴풋한 환상에 대해 날카롭게 공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노예의 유입과 그 처우, 더럽고 무질서한 거리, 배금주의와 무도덕, 허황된 장광설을 일삼는 연설가만 배출하는 로마의 교육 같은 것들을 말이지요. 로마는 자신이 자초한 모든 것에 의해서 천천히 질식되어 멸망했다-라고. 많은 학자들은 거인과도 같은 로마의 멸망이 서구 역사에서는 다시없이 충격적인 사건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 책은 그것이 당연한 인과관계에서 일어난 일임을 실감나게 해줍니다.

그리고... 이 문제에서는 더욱 호오가 갈릴 듯하지만, 개인적으로 역사에 대한 글은 나름의 논지가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어린애 억지같은 논지라면 곤란하지만요. 역사를 공부한다고 하면서 이래저래 수 년,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고 이전과 생각을 달리 한 사안도 많지만, 대학교 면접 때에 대답한 그 생각만큼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습니다. '역사가의 생각이 개입되어 있는 것이 역사다. 객관적인 사실만 서술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사실史實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한 가지, 몇 번이나 부언하는 것이 있습니다. 당대 로마의 그 모든 악덕- 배금주의, 해체되어가는 가정, 무도덕과 신에 대한 조소- 그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리스도교라는 존재가 있었다는 사실을요. 중세와 르네상스에 걸쳐 굉장한 타락의 역사를 남긴 종교이니만큼 아직도 그에 대해 꺼림직한 눈으로 보는 분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최소한, 고대 로마라는 세계에 있어 그리스도교는 더할 나위없이 적요한 해독제였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단언하는가 싶은 분들은 어서 책을 읽으러 도서관으로 GoGo!(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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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의 방문객 - 러브크래프트 코드 3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광섭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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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서문화사에서 펴내기 시작한 러브크래프트 총서. 표지 일러스트가 굉장히 그로테스크한 것에 마음이 동하여 대출하였습니다. 덧붙여 미용실에 롤 스트레이트 하러 가서 시간 때우느라 읽기 시작했는데, 미용실 직원분이 굉장히 수상해하는 눈으로 표지를 쳐다보시더군요. 허허허.

감상을 굳이 이야기하자면....

...더 이상 러브크래프트 작품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먼 눈)

온갖 기괴한 외계생명을 창조하는 상상력의 탁월함은 인정하겠지만... 그것을 독자에게 어필하는 능력이 어쨌거나 부족합니다.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주관과 객관의 괴리. 주관은 대개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계의 어둠과 괴기를 접하는 인간의 공포와 광기를 묘사하고 있는데, 딱 잘라 말해 그것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객관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이계의 어둠과 괴물의 설정을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이게 전자의 공포를 죽여버려요....OTL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시간으로부터의 그림자]에서는 어떤 위대한 존재와 정신을 교환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위대한 존재 몸 속에 들어간 주인공의 체험담도 너무 설명 일색에 제한적입니다. 보통 그런 일을 당하면 눈 앞의 다른 문명의 다른 생물에게 뭔가 질문을 하거나 이야기를 걸지 않나!? 그들의 감정이 어떻게 표현되고 사고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기보다 그들의 수상쩍은 정신교환 시스템에 대해 줄줄 늘어놓고만 있으니 무척 실감이 떨어집니다...OTL

그나마 괜찮다고 여겼던 것은 [하얀 범선]이라는 단편이군요. 환상과도 같은 항해를 묘사한 러브크래프트적인 오딧세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악마들의 축제]도 다른 작품에 비해 설명이 훨씬 적은 만큼 좀 더 공포스럽고 오싹한 데가 있더군요. 러브크래프트씨, 제법 할 수 있잖아! 그러나 비율상으로 볼 때 설명투성이 비호러소설이 훨씬 많아요...OTL

어쨌든 러브크래프트 소설이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1. 아는 사람이 미국의 아컴이라는 마을에 간다고 하면 때려서라도 말릴 것. 세계의 괴이한 일의 50% 이상이 여기에서 일어남.

2. 아는 사람이 아컴의 미스카트닉 대학에서 유학한다고 하면 두들겨패서라도 말릴 것. [네크로노미콘]같은 극악한 문제도서를 태연하게 소장하고 있는 대학도서관이 있음.

3. 아는 사람이 [네크로노미콘] 같은 책을 읽고 있다면 그 책을 빼앗아서 그걸로 흠씬 패준 다음 책이 너덜너덜해지면 불에 태울 것. 그게 그 사람의 가족친지와 세계평화를 위해서 유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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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yunho3 2025-08-12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을 참 재밌게 하시네요ㅋㅋ 교훈에 대해서는 백번이고 인정합니다
 
도연초.호조키
요시다 겐코.가모노 조메이 지음, 정장식 옮김 / 을유문화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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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레즈레구사徒然草(도연초)]와 [호조키方丈記(방장기)]라는, 가마쿠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일본의 고전 수필 명작을 아울러 실은 책. [마쿠라노소시] 이후 일본 고전 수필에 관심이 높아진 터에, Caffelice님의 추천을 받아 읽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진냥이 읽은 책은 [도연초]는 한문 제목을 한글 음독으로 읽은 주제에 [호조키]는 히라가나 음독으로 읽어서 난감했습니다=ㅅ= 기왕이면 일관성 있게 [츠레즈레구사 호조키]라고 하던가, [도연초 방장기]라고 하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만.... 어쨌든 책을 존중하는 뜻에서 언밸런스하게 표기하겠습니다=ㅅ=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요즘 세상에 어째서 블로그질이 인기 있는지 실감했다고나 할까요.....

신변잡기와 그에 따르는 성찰이란 것이 의외로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사사로운 감상을 늘어놓은 [마쿠라노소시]도 재미있었습니다만, [도연초]나 [호조키]의 경우에는 당대 지식인의 깊이 있는 성찰이 담겨 있어 더욱 읽을 만했다고나 할까요. 지금 시대를 사는 저조차 찔려 할 설교도 있고요.

특히 찔린 것은 85단인가... 한창 공부를 하고 있을 무렵 '이제 와 공부한다고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아예 포기하고 팍 노는 게 좋지 않나'하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 진냥은 이 단을 읽고 대단히 감동했습니다. 두 개의 화살 이야기였는데, 화살 쏘는 사람이 화살을 두 개 준비해서 쏘면 여분이 있다는 생각때문에 마음이 해이해져서 실수할 수 있다나요. 그리하여 진냥은 화살 하나를 쏠 각오로 마음을 다잡고... 토한 겁니다(....)

[도연초]는 나름대로 성공한 삶을 산 승려 요시다 겐코가 세상사의 이런저런 모습을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해학적으로 그리다가 종국엔 세상의 영화보다는 불교의 수행의 세계에 전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작품이고, [호조키]는 험한 세상을 살고 실패를 거듭한 승려 가모노 조메이가 마침내 탈속하여 산속에서 수행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두 작품 다 모두 재미있고 어느 것 하나 버릴 데가 없지만, 재미로 [도연초]가 앞선다고 해도 진냥으로선 적막한 산중생활을 묘사한 [호조키]쪽에 호감이 갑니다. 어쩐지 [월든] 같은 분위기가 나서 말이죠.

이 번역본의 장점이면서 단점이라면... 주석이 달려있습니다. 잔뜩 달려있습니다. 뭐 이해를 쉽게 해주는 데도 있으므로 반드시 나쁘다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주석을 단 사람이 [도연초]와 그 작가를 더 좋아한다는 티를 팍팍 내는 건 거부감이 있군요. 특히 가모노 조메이를 은근히 인생 실패한 궁상쟁이로 몰아붙이는 데에는 조금 빠직.... 난 [호조키]가 더 좋거든?!

아무튼간에 재미뿐만 아니라 깨달음이라는 면에서 많은 것을 주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대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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