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초.호조키
요시다 겐코.가모노 조메이 지음, 정장식 옮김 / 을유문화사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츠레즈레구사徒然草(도연초)]와 [호조키方丈記(방장기)]라는, 가마쿠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일본의 고전 수필 명작을 아울러 실은 책. [마쿠라노소시] 이후 일본 고전 수필에 관심이 높아진 터에, Caffelice님의 추천을 받아 읽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진냥이 읽은 책은 [도연초]는 한문 제목을 한글 음독으로 읽은 주제에 [호조키]는 히라가나 음독으로 읽어서 난감했습니다=ㅅ= 기왕이면 일관성 있게 [츠레즈레구사 호조키]라고 하던가, [도연초 방장기]라고 하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만.... 어쨌든 책을 존중하는 뜻에서 언밸런스하게 표기하겠습니다=ㅅ=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요즘 세상에 어째서 블로그질이 인기 있는지 실감했다고나 할까요.....

신변잡기와 그에 따르는 성찰이란 것이 의외로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사사로운 감상을 늘어놓은 [마쿠라노소시]도 재미있었습니다만, [도연초]나 [호조키]의 경우에는 당대 지식인의 깊이 있는 성찰이 담겨 있어 더욱 읽을 만했다고나 할까요. 지금 시대를 사는 저조차 찔려 할 설교도 있고요.

특히 찔린 것은 85단인가... 한창 공부를 하고 있을 무렵 '이제 와 공부한다고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아예 포기하고 팍 노는 게 좋지 않나'하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 진냥은 이 단을 읽고 대단히 감동했습니다. 두 개의 화살 이야기였는데, 화살 쏘는 사람이 화살을 두 개 준비해서 쏘면 여분이 있다는 생각때문에 마음이 해이해져서 실수할 수 있다나요. 그리하여 진냥은 화살 하나를 쏠 각오로 마음을 다잡고... 토한 겁니다(....)

[도연초]는 나름대로 성공한 삶을 산 승려 요시다 겐코가 세상사의 이런저런 모습을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해학적으로 그리다가 종국엔 세상의 영화보다는 불교의 수행의 세계에 전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작품이고, [호조키]는 험한 세상을 살고 실패를 거듭한 승려 가모노 조메이가 마침내 탈속하여 산속에서 수행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두 작품 다 모두 재미있고 어느 것 하나 버릴 데가 없지만, 재미로 [도연초]가 앞선다고 해도 진냥으로선 적막한 산중생활을 묘사한 [호조키]쪽에 호감이 갑니다. 어쩐지 [월든] 같은 분위기가 나서 말이죠.

이 번역본의 장점이면서 단점이라면... 주석이 달려있습니다. 잔뜩 달려있습니다. 뭐 이해를 쉽게 해주는 데도 있으므로 반드시 나쁘다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주석을 단 사람이 [도연초]와 그 작가를 더 좋아한다는 티를 팍팍 내는 건 거부감이 있군요. 특히 가모노 조메이를 은근히 인생 실패한 궁상쟁이로 몰아붙이는 데에는 조금 빠직.... 난 [호조키]가 더 좋거든?!

아무튼간에 재미뿐만 아니라 깨달음이라는 면에서 많은 것을 주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대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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