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야구는 끝난 것이 아니다 - 한국을 꿈꾸는 메이저리거들
민훈기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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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예(이하생략)으로 읽게 된 책. 부제는 '민훈기 기자가 만난 KBO의 외국인 선수, 그들만의 코리안 드림'입니다.

추천사에서는 책 속에 언급되는 몇몇 선수들이 저자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있어 인망이 있는 저자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내용 자체는 각 구단의 외국인 선수들이 자신의 인생 역정을 풀어놓은 것입니다. 야구를 하게 된 계기부터 여러 거대 리그에 도전하는 모습, 한국에 오게 된 사연 등을 폭넓게 풀어가고 있습니다.

무척 천편일률인 이야기 구조가 될 수 있음에도 각 선수들의 사연이 새롭게 여겨지는 까닭은 그만큼 여러 선수들의 인생역정이 다이내믹한 데에 더해 저자의 필력 또한 좋은 덕이겠지요.

저도 한때는 야구를 즐긴 사람으로서, 스포츠를 즐기는 데에 필요한 것은- 역사와 마찬가지로 내러티브라고 여깁니다. 부상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가 훌륭한 성취를 이루는 선수. 오랜 부진에 시달렸으나 기적적으로 우승하는 팀....(보고 있냐 롯데) 또한 역으로 도박, 음주운전 등 페어하고 감동적인 스포츠라는 스토리를 침해하는 선수는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팀도 팬도 배격하는 것이지요.

그러한 스토리를 전달하기에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책원수(줄임) 학생도 다른 책보다 이 책이 더 재미있다고 평하더군요.

가르시아, 클락 등 제가 한창 야구 달릴 때 좋아하던 선수들을 지면으로나마 만나 훈훈하고도 그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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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 위의 세 남자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24
제롬 K. 제롬 지음, 김이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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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이름은 [보트 위의 세 남자, 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니 월리스의 [개는 말할 것도 없고]로 알게 된 책입니다.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빅토리아 시대로의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유쾌한 SF작품으로, 이 [보트 위의 세 남자]를 오마쥬했지요. 실제로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보트 위의 세 남자]의 형식과 개그를 많이 답습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마이너 버전이랄까요.

[보트 위의 세 남자]는 빅토리아 시대에 출간된 코믹 소설입니다. 주인공 J.(저자 본인이겠죠)와 술 좋아하는 해리스, 둔탱이 조지, 그리고 장난이 지나친 폭스테리어 몽모렌시가 템즈 강을 따라 보트 여행을 하는 이야기지요. 그러나 단지 여행을 보여주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게으르고 얼빠진 세 남자가 보트 여행을 하면서 겪는 갖은 고난과 시련을 풍부하게 망라하고 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라고 하면 만화 [엠마] 같은 작품의 배경으로, 실로 로맨틱한 시대로 여겨지고 있지요. 그러나 정작 빅토리아 시대 한가운데를 사는 J.와 해리스와 조지와 몽모렌시의 여행에는 로맨틱의 파편조차 섞여 있지 않습니다. 또 J.가 들었거나 회상하는 형식으로 빅토리아 시대의 고즈넉한 묘지라든가 보트 놀이, 산책, 낚시, 사진, 수영 같은 흥미로운 소재에 대해 주워섬기고 있는데- J.가 아는 이런 일들에는 로맨스가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없는 것이에요. 불운이라든가 사람들의 멍청함이라든가 시궁창같은 현실이 섞여서 모든 것이 우스꽝스러워집니다. 솔직히 이 작품, 가능하다면 [엠마]의 작가 모리 카오루 씨에게 꼭 읽혀주고 싶더군요(...) 벌써 읽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빅토리아 시대는 반드시 로맨틱하고 청교도적이고 우아한 시대가 아니라, 이런 바보같은 개그를 즐기는 면도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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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조와 풍류 - 일본 헤이안시대 궁중 여인들의 삶
권혁인 지음 / 어문학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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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헤이안 시대에 대해 상당히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 귀족이란 놈들은 다 볍신 아냐!?'라고 매도하는 등 애증의 관계이지요(먼산) 어째선지 재미있는 헤이안 시대 풍속 이야기. 그 중에서도 궁중 여성들의 생활을 중점으로 해서 그려진 [격조와 풍류]입니다.

헤이안 시대는 일본의 역사일 뿐더러, 천 년이라는 시간의 골도 있어서 현대의 한국인에게는 굉장히 생소하지요. 그렇듯 한 두 마디로는 설명하기 힘든 헤이안 시대 여성의 생활을 꼼꼼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특히 여성의 옷차림이며 집 구조 같은 것은 용어도 복잡하고 실물도 볼 일이 없으니 단순한 설명만으로는 알아먹기 힘든데, 이 책에서는 그림을 첨부해서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현대 한국인이 쉽게 이해하도록 편안한 문체와 표현을 쓰는 것도 매우 굿이었습니다.

고전 작품이나 학자의 해석을 많이 인용하는 것도 장점입니다. [마쿠라노소시], [겐지모노가타리]는 물론이고 그 시대 유명한 여류문인들의 이름은 대강 꿰고 있으니 저자가 가진 지식의 깊이를 대략 짐작할 만합니다.

.....남자고 여자고 대체로 찌질한데도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헤이안 시대. 이건 대체 무슨 마성일까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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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구스족의 곰 의례 - 국립민속박물관 비교민속학술총서 5
한스 오아힘 파프로트 지음, 강정원 옮김 / 태학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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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곰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 듯 합니다. '아기곰 푸우'라는 대중적인 캐릭터도 있고.... 저만 해도 2살 무렵 다른 예쁜 인형은 놔두고 곰인형을 선택하여 곰돌이라 이름짓고 애지중지한 이래 쭉 곰을 좋아했습니다. 물론 지금 베스트는 늑대지만 여전히 곰은 좋습니다. 곰돌이도 마산의 본가에서 건재합니다. 나이로 환산하면 25세.

이러한 곰 애호가 범지구적임을 보여주는 책이 바로 [퉁구스 족의 곰 의례]입니다(....)

이 책은 시베리아에 거주하는 퉁구스족이 곰과 관련해서 행하는 의식에 대해 자세하게 파헤치고 있습니다. 인용하는 문헌, 지면상 등장하는 연구자의 이름만 해도 어마어마한 수입니다(....) 게다가 퉁구스족에 대해 우선 문화인류학적으로 분류하고 있어서 전문용어가 아주 쏟아집니다. 퉁구스족의 문화인류학적 위치와 전세계의 곰 의례에 관해 설명하는 1장 일반 개관을 돌파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똑같은 곰 숭배에 곰 의례라고 해도 지역과 민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것을 다 훑어보려면 대단한 중노동이 될 것입니다만... 이 책에서는 일단 크게 두 가지로 나눕니다. 사냥을 본업으로 하는 북퉁구스족(대표적으로 에벵키)과 농업을 주로 하는 남퉁구스족(사할린, 훗카이도의 아이누도 여기에 해당)의 곰 의례이지요. 전자는 사냥에서 잡은 곰을 죽이고 요리할 때에 베푸는 의례가 주가 되고, 후자의 경우 새끼곰을 잡아와 집에서 기른 뒤에 잡아죽인다는 식이지요.

읽으면서 웃고 말았던 부분은 에벵키 족이 죽은 곰을 위로하면서 하는 말 중 하나였습니다. "너를 죽인 것은 에벵키가 아냐, 러시아인이야. 러시아인이 만든 총과 총알이 너를 죽였어"라고 말하는데... 어린애도 아니고!(...) 더 우스웠던 것은 이 풍습을 기록했던 러시아 학자 카이고로도프가 의례의 진행을 돕기 위해 곰을 죽인 것은 러시아인인 자신이며 에벵키가 아니라고 위증(?)해주자, 의례에 참여하고 있던 에벵키 주민들이 미칠듯이 기뻐했다는 대목이었습니다.

남퉁구스 족은 죽은 가족의 영혼을 저승으로 무사히 보내기 위해 새끼곰을 잡아오거나 사와서 우리에 가두고 길렀다가 키워서 의식을 통해 잡아먹습니다. 이 의식은 요즘 동물보호협회가 보면 기절해 자빠질 정도로 잔인한 과정입니다. 이리저리 끌고다니고, 나뭇가지로 쿡쿡 찌르거나 화살을 쏘고... 그러나 그들은 곰이 죽고 나면 갖은 말로 슬퍼하고, 눈물 닦는 띠를 마련해서 곰의 눈을 닦아주며, 곰을 위로하고 기쁘게 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합니다. 죽은 곰이 타이가의 주인에게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그리고 만족한 곰이 슬픔과 아픔을 이겨내고 다시 돌아와주길 희망하면서.

만물의 영장으로서 열등한 생물에게 베푸는 오만한 보호가 아닌- 타이가에 기대어 살아가는 같은 생명, 베풀고 베품을 구하는 생명, 아득한 신화의 시대 같은 피를 나누었던 할아버지 할머니이자 형제에게 바치는 예우.

어느쪽이든 인간 본위라는 혐의는 벗을 수 없을 테지만- 저는 동물보호협회와 남퉁구스족이 싸운다면 단연 후자의 편을 들어주고 싶군요.

...냅, 저 시베리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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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산책 - 성(城)에 살던 중세인들의 꿈과 일상
만프레트 라이츠 지음, 이현정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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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판타지에 매료된지 어언 몇 년이나 지났을까요.... 관련글을 쓰다보니 중세에 대한 책을 꽤 많이 읽게 되었습니다. [중세의 밤]이라든가 [중세에 살기]라든가 [중세의 소외집단]이며 [중세의 가을] 등등... 그 외에 중세를 배경으로 한 역사 관련 책이라면 [마르탱 게르의 귀향]이라거나 [치즈와 구더기] 등등.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것까지 찾아보면 제법 질린다 싶을 정도로 읽어제꼈군요.

제가 읽은 책들의 공통점을 굳이 들자면 '중세'라는 테마 외에도 '로맨틱한 중세에 대한 사실 고발'이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애초에 서양 유럽 중세에 대한 로망스가 그리 뿌리깊게 자리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더럽고 추하며 난폭한 서양 중세 유럽 기사들의 악명은 크게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겠지요. 더군다나 지금 당장은 중세라는 테마를 배경으로 글을 쓸 것도 아니고 하니 이제 굳이 중세라는 테마를 찾아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대출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취향도 뭣도 아닌, 병이네요 병...ㅇ<-<

....그래도 재미있었다는 겁니다, 요는.

이 책의 특징은 중세 사람들의 생활을 묘사하는 중에도 '성'과 '독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성에 대한 용어가 꽤 자세하게 나오는 편입니다. 또한 중세 독일이라는 점도 있어 황제가 언급된다거나... 프랑스나 영국과는 미묘하게 다른 점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흥미롭네요. 라고 해도 결국 중세 오덕들이나 캐치할 수 있는 세계이겠지만.

그리고 드물게도 이 책에서는 중세 기사 모험담과 로맨스를 긍정하는 투의 기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실제 있었던 기사의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다 보니 다음과 같은 장렬한 크리가 터집니다.


기사는 뛰어난 전사였을 뿐만 아니라, 특별한 사회 도덕적 통념을 나타내는 기사 정신을 내면화해야 했다.

(중략. 다음 페이지)

하지만 이처럼 기사에게 요구되는 덕목과 현실 사이에는 항상 괴리가 있었다.(중략)영국에서는 어느 귀족 부인이 남편의 그릇된 행동을 비난하며 하녀들과 셀 수 없이 많은 애정 행각을 벌이는 행동을 끝내줄 것을 남편에게 요구했다. 이런 비난을 들은 고결한 신분의 남편은 일어나서 아내에게 주먹질을 하여 이빨 세 개가 빠지게 만들었다.

...결국 말하고 싶은 게 뭔가요 저자님...?

게다가 이런 가쉽스러운 인용이 제법 나오기 때문에... 중세 기사의 막장담이 고프신 분들이 읽으셔도 좋겠습니다. 하하하=ㅁ=

서양 중세 서가에 가면 여전히 눈이 빛나는 걸로 봐선 이 병은 안 고쳐질 모양입니다...(/먼산)

아니 뭐, 언젠가 도움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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