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의 일상생활 - 제국 전성기
제롬 카르코피노 지음, 류재화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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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했던 대로 오늘의 독서일기는 존경스럽기 그지없는 '우물이 있는 집' 출판사의 일상생활 시리즈. 이번에 방문하는 곳은 고대 로마입니다(무슨 여행사 광고 멘트). 책 자체는 오래 전에 나온 모양이지만, 지금 읽어도 뒤떨어짐이 없는 능란한 문체와 충실한 고증이 멋지군요. 물론 비전공자인 진냥이 할 말은 아닙니다만(먼 눈)

개인적으로 난해했던 점이라고 한다면... 고증이 치밀한 것은 좋은데 공간적 감각이 떨어지는 진냥으로서는 '현재 남아있는 유적으로 보건대 길이는 몇 미터고 너비는 몇 미터니 나불나불'하는 서술을 아무리 보고 있어도 실감이 들지 않습니다. 진냥으로서는 역시 문헌을 인용하는 것이 가장...ㅜㅜ

그런데 이 책은 그 점에서도 난처한 것이, 간혹 인용하는 작품이나 설명하는 인물에 대해서 주석을 달지 않거나 단다고 해도 간결하게 하는 점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고대 로마에 대해 학구적인 지식을 가진 독자가 읽을 것이라 전제하는 모양입니다=ㅁ= 심지어 논문과 학자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당시 연구 경향을 뭐라뭐라 서술해놓는데, 현대 한국을 살아가는 지극히 초보적인 교양의 독자로서는 저 하늘의 안드로메다 성운 만큼이나 멀게 느껴지는 이야기일 뿐인 것입니다ㅜㅜ

그런 점에서는 앞서 읽었던 [고대 그리스의 일상생활] 쪽이 이 책보다는 좀 더 일반 독자 성향에 맞는 작품일 것 같더군요. 재미있는 책이라는 사실은 두 책 모두 비등비등합니다만 문제는 접근도라는 걸까요.

그러면서도 또 재미있는 것이, 그렇게 심오하게 나가면서도 저자의 문체는 상당히 박력이 있다는 겁니다. 뭐랄까, 감정적이라고나 할까요? 격렬하게 느껴질 정도로 고대 로마의 현실을 폭로합니다. 처음에 진냥은 프랑스 사람이라서 그런가 했으나 [고대 그리스의 일상생활]을 지은 저자도 프랑스인이었습니다. 미스터리, 미스터리.

이런 폭넓은 지식과 호소력 있는 문체를 바탕으로 하여, 저자는 고대 로마에 대한 환상을 타파해나갑니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습니다만 고대 로마에 대해 일반적으로 품고 있는 생각이라면 번영과 문명의 중심지이며, 꿈과 같은 이상의 도시라는 관념이 있는 듯... 합니다. 예를 들어 집집마다 수도가 들어온다던가.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어렴풋한 환상에 대해 날카롭게 공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노예의 유입과 그 처우, 더럽고 무질서한 거리, 배금주의와 무도덕, 허황된 장광설을 일삼는 연설가만 배출하는 로마의 교육 같은 것들을 말이지요. 로마는 자신이 자초한 모든 것에 의해서 천천히 질식되어 멸망했다-라고. 많은 학자들은 거인과도 같은 로마의 멸망이 서구 역사에서는 다시없이 충격적인 사건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 책은 그것이 당연한 인과관계에서 일어난 일임을 실감나게 해줍니다.

그리고... 이 문제에서는 더욱 호오가 갈릴 듯하지만, 개인적으로 역사에 대한 글은 나름의 논지가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어린애 억지같은 논지라면 곤란하지만요. 역사를 공부한다고 하면서 이래저래 수 년,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고 이전과 생각을 달리 한 사안도 많지만, 대학교 면접 때에 대답한 그 생각만큼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습니다. '역사가의 생각이 개입되어 있는 것이 역사다. 객관적인 사실만 서술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사실史實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한 가지, 몇 번이나 부언하는 것이 있습니다. 당대 로마의 그 모든 악덕- 배금주의, 해체되어가는 가정, 무도덕과 신에 대한 조소- 그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리스도교라는 존재가 있었다는 사실을요. 중세와 르네상스에 걸쳐 굉장한 타락의 역사를 남긴 종교이니만큼 아직도 그에 대해 꺼림직한 눈으로 보는 분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최소한, 고대 로마라는 세계에 있어 그리스도교는 더할 나위없이 적요한 해독제였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단언하는가 싶은 분들은 어서 책을 읽으러 도서관으로 GoGo!(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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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의 방문객 - 러브크래프트 코드 3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광섭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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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서문화사에서 펴내기 시작한 러브크래프트 총서. 표지 일러스트가 굉장히 그로테스크한 것에 마음이 동하여 대출하였습니다. 덧붙여 미용실에 롤 스트레이트 하러 가서 시간 때우느라 읽기 시작했는데, 미용실 직원분이 굉장히 수상해하는 눈으로 표지를 쳐다보시더군요. 허허허.

감상을 굳이 이야기하자면....

...더 이상 러브크래프트 작품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먼 눈)

온갖 기괴한 외계생명을 창조하는 상상력의 탁월함은 인정하겠지만... 그것을 독자에게 어필하는 능력이 어쨌거나 부족합니다.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주관과 객관의 괴리. 주관은 대개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계의 어둠과 괴기를 접하는 인간의 공포와 광기를 묘사하고 있는데, 딱 잘라 말해 그것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객관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이계의 어둠과 괴물의 설정을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이게 전자의 공포를 죽여버려요....OTL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시간으로부터의 그림자]에서는 어떤 위대한 존재와 정신을 교환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위대한 존재 몸 속에 들어간 주인공의 체험담도 너무 설명 일색에 제한적입니다. 보통 그런 일을 당하면 눈 앞의 다른 문명의 다른 생물에게 뭔가 질문을 하거나 이야기를 걸지 않나!? 그들의 감정이 어떻게 표현되고 사고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기보다 그들의 수상쩍은 정신교환 시스템에 대해 줄줄 늘어놓고만 있으니 무척 실감이 떨어집니다...OTL

그나마 괜찮다고 여겼던 것은 [하얀 범선]이라는 단편이군요. 환상과도 같은 항해를 묘사한 러브크래프트적인 오딧세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악마들의 축제]도 다른 작품에 비해 설명이 훨씬 적은 만큼 좀 더 공포스럽고 오싹한 데가 있더군요. 러브크래프트씨, 제법 할 수 있잖아! 그러나 비율상으로 볼 때 설명투성이 비호러소설이 훨씬 많아요...OTL

어쨌든 러브크래프트 소설이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1. 아는 사람이 미국의 아컴이라는 마을에 간다고 하면 때려서라도 말릴 것. 세계의 괴이한 일의 50% 이상이 여기에서 일어남.

2. 아는 사람이 아컴의 미스카트닉 대학에서 유학한다고 하면 두들겨패서라도 말릴 것. [네크로노미콘]같은 극악한 문제도서를 태연하게 소장하고 있는 대학도서관이 있음.

3. 아는 사람이 [네크로노미콘] 같은 책을 읽고 있다면 그 책을 빼앗아서 그걸로 흠씬 패준 다음 책이 너덜너덜해지면 불에 태울 것. 그게 그 사람의 가족친지와 세계평화를 위해서 유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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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yunho3 2025-08-12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을 참 재밌게 하시네요ㅋㅋ 교훈에 대해서는 백번이고 인정합니다
 
도연초.호조키
요시다 겐코.가모노 조메이 지음, 정장식 옮김 / 을유문화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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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레즈레구사徒然草(도연초)]와 [호조키方丈記(방장기)]라는, 가마쿠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일본의 고전 수필 명작을 아울러 실은 책. [마쿠라노소시] 이후 일본 고전 수필에 관심이 높아진 터에, Caffelice님의 추천을 받아 읽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진냥이 읽은 책은 [도연초]는 한문 제목을 한글 음독으로 읽은 주제에 [호조키]는 히라가나 음독으로 읽어서 난감했습니다=ㅅ= 기왕이면 일관성 있게 [츠레즈레구사 호조키]라고 하던가, [도연초 방장기]라고 하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만.... 어쨌든 책을 존중하는 뜻에서 언밸런스하게 표기하겠습니다=ㅅ=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요즘 세상에 어째서 블로그질이 인기 있는지 실감했다고나 할까요.....

신변잡기와 그에 따르는 성찰이란 것이 의외로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사사로운 감상을 늘어놓은 [마쿠라노소시]도 재미있었습니다만, [도연초]나 [호조키]의 경우에는 당대 지식인의 깊이 있는 성찰이 담겨 있어 더욱 읽을 만했다고나 할까요. 지금 시대를 사는 저조차 찔려 할 설교도 있고요.

특히 찔린 것은 85단인가... 한창 공부를 하고 있을 무렵 '이제 와 공부한다고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아예 포기하고 팍 노는 게 좋지 않나'하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 진냥은 이 단을 읽고 대단히 감동했습니다. 두 개의 화살 이야기였는데, 화살 쏘는 사람이 화살을 두 개 준비해서 쏘면 여분이 있다는 생각때문에 마음이 해이해져서 실수할 수 있다나요. 그리하여 진냥은 화살 하나를 쏠 각오로 마음을 다잡고... 토한 겁니다(....)

[도연초]는 나름대로 성공한 삶을 산 승려 요시다 겐코가 세상사의 이런저런 모습을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해학적으로 그리다가 종국엔 세상의 영화보다는 불교의 수행의 세계에 전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작품이고, [호조키]는 험한 세상을 살고 실패를 거듭한 승려 가모노 조메이가 마침내 탈속하여 산속에서 수행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두 작품 다 모두 재미있고 어느 것 하나 버릴 데가 없지만, 재미로 [도연초]가 앞선다고 해도 진냥으로선 적막한 산중생활을 묘사한 [호조키]쪽에 호감이 갑니다. 어쩐지 [월든] 같은 분위기가 나서 말이죠.

이 번역본의 장점이면서 단점이라면... 주석이 달려있습니다. 잔뜩 달려있습니다. 뭐 이해를 쉽게 해주는 데도 있으므로 반드시 나쁘다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주석을 단 사람이 [도연초]와 그 작가를 더 좋아한다는 티를 팍팍 내는 건 거부감이 있군요. 특히 가모노 조메이를 은근히 인생 실패한 궁상쟁이로 몰아붙이는 데에는 조금 빠직.... 난 [호조키]가 더 좋거든?!

아무튼간에 재미뿐만 아니라 깨달음이라는 면에서 많은 것을 주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대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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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일상 생활 - 페리클레스 시대
로베르플라실리에르 지음, 심현정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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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깨달았습니다만 최근 열올리고 있는 '고대 뭐시깽이의 일상생활'이라는 시리즈, '우물이 있는 집'이라는 출판사에서 잇따라 출판하고 있더군요. 세상에 이렇게 고마운 출판사가!ㅜㅜ

....여전히 일상생활 소재라면 눈에 불을 켜는 진냥이 이런 총서를 놓칠 리가 없지요. 그래서 공부 중에도 짬을 내어 탐독한 책입니다. 덧붙여 지금은 [고대 로마의 일상생활]을 읽고 있습니다. 곧 감상을 올립지요.

[고대 인도의 일상생활]이 세계의 각종 문화 중에도 각별히 독특하고 항구한 문화를 가진 고대 인도의 모습을 그려내는 데에 치중했다면, 이 [고대 그리스의 일상생활]은 고대 그리스의 진실을 고발하는 면모가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는 최초의 민주주의를 싹틔웠으며, 그 문명은 유럽 르네상스를 꽃피워 현대 문명이 발전하는 데에 부인할 수 없는 영향을 끼쳤더랬죠. 허나 그런 연유로 극히 이상적으로 그려진 고대 그리스가 실제로는 수많은 악덕을 품었던, 긍정도 부정도 모두 가지고 있는 어찌할 수 없는 인간사의 일면일 뿐이라고 고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뭐 사실 이제 와서 고대 그리스에 무슨 환상을 품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만.... [고대 로마의 일상생활]도 그 환상을 격파하는 식으로 쓰여져 있는 걸로 보아 프랑스에서는 그런 사람이 많은 모양입니다(저자 두 사람 모두 프랑스인).

게다가 역사개론서에 쓰여져 있는 것처럼 '고대 그리스 문명의 장점과 단점' 같은 식으로 결과만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야, 일상생활에 결부하여 그 생생한 삶의 현장을 머릿속에 그대로 그려보는 것이 훨씬 그 시대를 이해하는 것에 도움이 되죠. 아아 이래서 일상생활 패치를 그만둘 수 없다니까요...<-어이

이 책에서 가장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는, 고대 아테네 문명의 악덕은 두 가지 사건으로 축약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한 가지는 시민으로서 그리고 철학자로서 나무랄 데 없던 인물 소크라테스를 사형시킨 것이지요. 책 저자가 소크라테스 파돌이인지 '소크라테스보다 위대한 인물은 없다'라고 단언하고 소크라테스를 사형시킨 아테네 시민들을 맹렬하게 공격하고 있군요...

그리고 또 한 가지, 기원전 416년, 후에 밀로의 비너스가 발견되는 섬 밀로스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당시 밀로스 섬의 주민들은 전쟁에서 중립을 지키길 원했습니다. 그러자 아테네는 이 밀로스 섬을 포위 공격하지요. 밀로스 시민들은 격렬하게 저항해 포위전은 1년을 넘겼다고 합니다. 그러던 와중 밀로스에서 배신자가 나와 마침내 밀로스 섬은 무조건 항복을 선택하게 되지요. 그리고 아테네는- '무기를 들 수 있는 나이의 남자를 모두 죽였으며 여자와 아이를 노예로 팔았다'...고 합니다.

...이 또한 이상적이라고 알려진 아테네 민주주의의 성과였습니다.

변덕스러우면서도 전능한 신의 시대는 지난지 오래입니다. 사람들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괴물도, 그 괴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는 영웅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고대 그리스 시대는 무수한 화가와 시인이 그려댔던 것처럼 목가적이고 아름다운 찬란한 시대는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에 흙탕물을 끼얹고 내버려 돌아보지 않는 것도, 어리석다면 어리석기는 매한가지겠지요. 역사에서 빼버려도 좋은 시대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대의 좋은 점, 나쁜 점을 모두 기억하고, 오늘의 우리들에게 비추지 않는다면 역사의 가치란 어디에 있겠습니까?

..앗 설교풍이 되어버렸군용.

다른 이야기지만 아테네의 전성기를 일구어낸 페리클레스는 만화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도 나옵니다. 이 책에서 아스파시아 이야기도 나오더군요. 나름대로 반가웠습니다(먼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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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8-14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과 내용이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네요.

진냥 2023-08-14 19:31   좋아요 0 | URL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게이샤 A Life - 미다스 휴먼북스
이와사키 미네코.랜디 브라운 지음, 윤철희 옮김 / 미다스북스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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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샤의 추억]으로 게이샤라는 소재에 대해 관심이 높아져서 대출해보았습니다. 그러나 [게이샤의 추억]과는 많은 부분에서 다릅니다. 전자의 작품이 제 2차 대전 전 일본이 한창 번영을 구가하고 있을 때에 그 번영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들을 끌어들인 교토의 기온을 배경으로 그들을 '단나'로 삼으며 요염하게 만개하였던 꽃으로 게이샤를 묘사했다면, 후자의 작품은 전쟁이 끝나고도 10여년 이상 흐른 때 매춘금지법이 제정되고 게이샤의 예술성이 강조하기 시작한 시대에서 현대까지의 시간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게이샤의 추억]의 주인공 사유리는 가난한 어촌 마을에서 팔려와, 이미 명성을 얻고 있던 같은 오키야의 게이샤로부터 언제든 짓밟힐지도 모른다는 긴장감 속에서 간신히 대성했습니다만, [게이샤]의 화자 미네코는 서민이 된 사무라이 집안에서 태어나, 오키야의 후계자인 아토토리로서 게이샤 세계에 들어오게 되지요. 똑같이 게이샤로서 수십 년을 살아왔으면서도 극단에 서 있던 두 사람의 인식 차이를 만끽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예입, 게이샤에 대해 좀 더 이해를 깊게 하는 데에는 나무랄 데 없는 작품이겠습니다마는...

.......주인공 미네코라는 여자가 좀 짜증이 나요.....

사유리든 미네코든, 게이샤라는 굉장히 특수한 세계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왔기 때문에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독자로서는 뭐라 말할 수 없이 동떨어진 시각을 가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은 너무나 근시안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너무나 편협하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그러나 그들이 살았던 기온이라는 환경, 그 독특한 위계질서와 율법을 감안하면 그것은 큰 문제가 안됩니다.

......그러나 이 미네코라는 여자는, 자신이 바라는 것이라면 대부분 허용되었던 위치에 있고 자신의 하는 일이 언제나 옳다고 믿었던 여자로서 그 특수한 세계관까지 더해지면 진짜 상종하기 싫은 여자가 되어버리는 거예요.....=ㅅ=;;

그 대표적인 사례가 두 가지 있는데 둘 다 영국과 관련하였군요. 한 번은 찰스 황태자와 배석할 때가 있었는데, 찰스 황태자가 미인 게이샤를 끼고 있으니 흥이 올랐는지 미네코의 부채를 가져다가 사인을 해줬다는 겁니다. 그러나 미네코는 자신의 소중한 부채를 망쳤다는 생각에 몹시 기분이 나빠서 그 부채를 버려버렸다고....

....아니 이건 양반입니다. 영국 여왕과 배석하였을 때, 그녀는 영국 여왕이 나오는 음식을 전혀 먹지 않는 것을 보고, 사람들의 정성을 무시하는 건가 하고 불쾌해하지요. 그리고 여왕의 남편인 에든버러 공이 말을 걸자 일부러 엄청나게 친한 척을 해서 여왕의 비위를 건드립니다. 그리고 다음날 여왕이 남편과 각방을 썼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기양양해하며 '나는 못된 짓은 용서하지 않는다'라고 서술하는데

유부남에게 아양을 떨어 그 아내의 질투를 일부러 불싸지르는 것은 착한 짓이냐 이 여자야?

...라는 기분이 화-악 치밀어오르더군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게이샤에서 은퇴할 때, '우리들은 춤에 모든 것을 바쳤지만 춤은 우리들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라고 서술하는데.... 대체 그 앞전부터 게이샤로서 얼마나 성공을 했는지 한참이나 엮어놓고서 저렇게 지껄이는 거 왠지 열받습니다....

그에 비하면 저는 사유리가 훨씬 더 호감이 갑니다. 미주아게로 거금을 받고 첫 정조를 팔게 된 사유리. 전쟁통에 부정부패로 축재한 돗토리라는 장군을 단나로 모신 사유리. 자신을 사랑하지만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떨구어내기 위해, 추하기 그지없는 남자에게 다리를 벌리는 사유리. ....그리고 치요였을 시절 자신에게 너무나 상냥하게 대해준 회장에 대한 연심을 일평생 간직하고 있었던 사유리. 눈물 어린 회색 눈동자가 너무나 어울리는 게이샤- 그 일생을 담은 춤은 틀림없이 어느 게이샤보다 아름다웠으리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돈은 둘째로 하고 누구를 술자리에 부르냐 한다면 전 사유리(부르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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