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샤 A Life - 미다스 휴먼북스
이와사키 미네코.랜디 브라운 지음, 윤철희 옮김 / 미다스북스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게이샤의 추억]으로 게이샤라는 소재에 대해 관심이 높아져서 대출해보았습니다. 그러나 [게이샤의 추억]과는 많은 부분에서 다릅니다. 전자의 작품이 제 2차 대전 전 일본이 한창 번영을 구가하고 있을 때에 그 번영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들을 끌어들인 교토의 기온을 배경으로 그들을 '단나'로 삼으며 요염하게 만개하였던 꽃으로 게이샤를 묘사했다면, 후자의 작품은 전쟁이 끝나고도 10여년 이상 흐른 때 매춘금지법이 제정되고 게이샤의 예술성이 강조하기 시작한 시대에서 현대까지의 시간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게이샤의 추억]의 주인공 사유리는 가난한 어촌 마을에서 팔려와, 이미 명성을 얻고 있던 같은 오키야의 게이샤로부터 언제든 짓밟힐지도 모른다는 긴장감 속에서 간신히 대성했습니다만, [게이샤]의 화자 미네코는 서민이 된 사무라이 집안에서 태어나, 오키야의 후계자인 아토토리로서 게이샤 세계에 들어오게 되지요. 똑같이 게이샤로서 수십 년을 살아왔으면서도 극단에 서 있던 두 사람의 인식 차이를 만끽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예입, 게이샤에 대해 좀 더 이해를 깊게 하는 데에는 나무랄 데 없는 작품이겠습니다마는...

.......주인공 미네코라는 여자가 좀 짜증이 나요.....

사유리든 미네코든, 게이샤라는 굉장히 특수한 세계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왔기 때문에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독자로서는 뭐라 말할 수 없이 동떨어진 시각을 가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은 너무나 근시안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너무나 편협하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그러나 그들이 살았던 기온이라는 환경, 그 독특한 위계질서와 율법을 감안하면 그것은 큰 문제가 안됩니다.

......그러나 이 미네코라는 여자는, 자신이 바라는 것이라면 대부분 허용되었던 위치에 있고 자신의 하는 일이 언제나 옳다고 믿었던 여자로서 그 특수한 세계관까지 더해지면 진짜 상종하기 싫은 여자가 되어버리는 거예요.....=ㅅ=;;

그 대표적인 사례가 두 가지 있는데 둘 다 영국과 관련하였군요. 한 번은 찰스 황태자와 배석할 때가 있었는데, 찰스 황태자가 미인 게이샤를 끼고 있으니 흥이 올랐는지 미네코의 부채를 가져다가 사인을 해줬다는 겁니다. 그러나 미네코는 자신의 소중한 부채를 망쳤다는 생각에 몹시 기분이 나빠서 그 부채를 버려버렸다고....

....아니 이건 양반입니다. 영국 여왕과 배석하였을 때, 그녀는 영국 여왕이 나오는 음식을 전혀 먹지 않는 것을 보고, 사람들의 정성을 무시하는 건가 하고 불쾌해하지요. 그리고 여왕의 남편인 에든버러 공이 말을 걸자 일부러 엄청나게 친한 척을 해서 여왕의 비위를 건드립니다. 그리고 다음날 여왕이 남편과 각방을 썼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기양양해하며 '나는 못된 짓은 용서하지 않는다'라고 서술하는데

유부남에게 아양을 떨어 그 아내의 질투를 일부러 불싸지르는 것은 착한 짓이냐 이 여자야?

...라는 기분이 화-악 치밀어오르더군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게이샤에서 은퇴할 때, '우리들은 춤에 모든 것을 바쳤지만 춤은 우리들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라고 서술하는데.... 대체 그 앞전부터 게이샤로서 얼마나 성공을 했는지 한참이나 엮어놓고서 저렇게 지껄이는 거 왠지 열받습니다....

그에 비하면 저는 사유리가 훨씬 더 호감이 갑니다. 미주아게로 거금을 받고 첫 정조를 팔게 된 사유리. 전쟁통에 부정부패로 축재한 돗토리라는 장군을 단나로 모신 사유리. 자신을 사랑하지만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떨구어내기 위해, 추하기 그지없는 남자에게 다리를 벌리는 사유리. ....그리고 치요였을 시절 자신에게 너무나 상냥하게 대해준 회장에 대한 연심을 일평생 간직하고 있었던 사유리. 눈물 어린 회색 눈동자가 너무나 어울리는 게이샤- 그 일생을 담은 춤은 틀림없이 어느 게이샤보다 아름다웠으리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돈은 둘째로 하고 누구를 술자리에 부르냐 한다면 전 사유리(부르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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