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정부
엘리노어 허먼 지음, 박아람 옮김 / 생각의나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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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政府가 아닙니다. 정부情婦입니다.

어째서 세간에 스포츠 찌라시라든지 가쉽 잡지가 인기가 있는지 납득하는 심정으로 읽었달까요....(먼 눈)

그런 의미에서 꽤 흥미진진했습니다. 요사스러운 독부에서부터 비도덕적인 지위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청순한 여성이며, 고귀한 출신에서부터 거리의 창녀임에도 왕의 총애를 받은 인물, 심지어 불감증을 가진 인물도 있었다고 하니 참 다채롭군요. 물론 워낙 세태에 따라 평이 확확 바뀌는 존재가 정부이니만큼 지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요.

이 책은 특히 유럽 절대왕정 시대의 화려한 왕궁에서 꽃핀 왕의 여인들을 중점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개인의 삶이나 역사적 상황을 망라하기보다는 몇 가지 성격으로 나눌 수 있는 정부상과 왕비와의 관계, 왕과의 관계, 그리고 몰락과 그 후의 삶 등 주제를 세워 서술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유럽 절대왕정이라고 하면 당시로서는 세계의 판도를 좌지우지하던 때였습니다만... 부풀어가는 권력과 부 이면에는 가냘프게 명맥을 유지하던 종교의 권위가 자리잡고 있었죠. 그렇기에 결혼의 성사 하에 이루어지지 않는 정욕의 산물, 왕의 정부라는 것은 왕의 권위(혹은 물욕)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면서 도덕에 반하는 타락한 존재로 그 시대에서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었던 불안하고 가엾은 존재였다고.

물론 지금의 도덕과 당시의 도덕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아니 그보다 저부텀도 그런 시대에 살았다면 '도덕적이지만 나라를 말아먹는 군주'와 '정부랑 신나게 놀아나지만 나라는 잘 다스리는 군주' 중에 후자를 택하겠어요. 뭐 실제로 대부분의 군주가 '정부랑 놀아나다가 나라 말아먹는 군주'라는 건 알지만(먼 눈)

세상 살기 힘들다, 힘들다 해도 그때에 견주자면 우리는 행복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소한 부도덕한 관계를 한편으로 용인하고 한편으로 부정하는 그런 이중 잣대는 주어지지 않았으니까요. 아직도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부조리와 편견에 맞서 싸우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그 부조리를 알 자유도 권리도- 그리고 그것과 싸울 책임도 주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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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유맹사 - 중국 건달의 사회사: 건달에서 황제까지 대우학술총서 신간 - 문학/인문(번역) 501
진보량 지음, 이치수 옮김 / 아카넷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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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흥미가 있었지만 잘못 떨어뜨려 발등이라도 찧었다간 발가락 뼈가 부러질 것 같은 부피와 두께에 주눅이 들어 여태 손대지 못하고 있었던 책입니다. 학부생 때부터 마음에 두었는데 막상 읽은 것은 졸업을 앞둔 시점이군요.... 이 복잡한 심경.....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유맹'이란 까놓고 말해 건달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조폭, 일본으로 치면 야쿠자쯤 되겠군요.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그저 법을 무시하고 폭력에 의지하는 이 집단이, 중국 역사에서 놓고 봤을 때에는 한 갈래의 문화사를 이룰 정도로 다채로운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은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건달- 유맹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건 책 제목만 봐도 알지만서도.

말로 하면 간단합니다만 이 책이 다루는 것은, 길고 긴 중국 역사 속에서 유맹- 유민, 무직자 뿐만 아니라 부잣집 한량, 소송 거간꾼, 관리, 승려, 황실 종친, 환관-의 종류와 명칭을 상세하게 들면서 그들의 무법행각과 일화를 총망라했으니 읽고 있자면 고개가 숙여질 따름이군요OTL

중국 역사 속에서 건달에 불과한 유맹이 의외로 큰 획을 그은 일은 왕왕 있지요. 서민 출신으로 유명하며 사람들의 친애를 받는 두 황제- 한 고조 유방과 명 태도 주원장도 이러한 유맹의 하나였습니다. 또 법도를 무시하고 폭력을 앞세웠다는 점에서, 사마천의 사기 중 자객열전의 기라성 같은 인물들도 이 범주에 넣을 수 있겠지요. 한 고조의 성품에 힘입음인지 한나라는 의협을 숭상하여 곽해와 같은 이름난 협객이 사람들의 존경을 아우르기도 했습니다. 허나 사람 하는 일이 꼭 좋을 수만 없는 데다, 무법과 폭력을 앞세울 때 대개 그러하듯이, 이렇게 의리로 이름을 날린 협객도 있지만 훨씬 더 많은 유맹이 악명을 남겼습니다.

모종의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들이 일반 상식으로 여기고 있는 역사란, 제도와 왕조를 중심으로 규격을 맞춘 역사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 계보에서 사회 질서를 파괴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유맹은 거론의 가치도 없지요. 그러나 크게는 한 고조와 명 태조에서, 작게는 수많은 민중운동에 이르기까지,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유맹은 강력한 생명력을 가지고 모든 시대의 무수한 뒷골목에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더럽다고 여기며 없는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쾌활하게 약동하는 흐름이었습니다.

진지한 고찰은 둘째로 치고라도 읽을 만한 점은, 이러한 유맹의 이야기를 사료를 인용하며 이것저것 끄집어내는 데에도 있습니다. 대부분이 범죄 이야기니까 눈살 찌푸리는 것이 태반이라지만 그 중에서도 피식 웃음이 나오거나, 무릎을 치며 낄낄거리거나, 이따금씩 어라 제법인걸 하면서 감동을 주는 이야기도 있으니, 중국의 생생한 뒷골목에 흥미있으신 분들은 망설이지 말고 Go(웃음)

그러고보니 말미에 인상깊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한 건달과 한 여자가 잠자리를 같이 했는데, 관아에서 여자를 심문하자 和姦이라고 자백했다는 겁니다. 판관이 지레짐작을 한 건지, 여자가 어떤 협박을 당한 건지, 아니면 정말 건달이 좋았던 것인지, 그거야 설명이 되어 있지 않아 추측의 범주를 넘을 수는 없겠습니다만... 헌데 이 건달은 자신이 한 일은 겁탈이라며 완고하게 뻗대었다는 겁니다. 당시의 법률은 모릅니다만 간통이 되면 여자의 책임도 면치 못했을 터. 그러나 건달은 전후사정이야 어찌되었든 자신만 벌을 받기 위해 잡아떼었던 것이지요. 이것을 두고 이야기 속에서는 이렇게 서술했습니다. '이것은 불의한 가운데 의로운 것이니, 천하의 박정한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기에는 족하다'

...아~ 피해자의 증언이야 어찌되었건 멋대로 판결을 내려버리는 사례(그리고 이런 종류의 인터넷 뉴스 리플란에 피해자를 매도하는 리플이 쇄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세상에서 살며 이런 이야기를 접하니 참으로 가슴이 훈훈한 감동이 아닐 수 없군요.....(미묘하게 모 처에 유행하는 리플같은 마무리)

이것은 불의한 가운데 의로운 것이니, 천하의 박정한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기에는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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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츠를 활용한 체육수업 - 플라잉디스크, 킨볼, 컬링, 스포츠피구
고문수 지음 / 이담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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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보고 선택하라면 절대(이하생략)

....후. 작년 이야기입니다만 책친구... 아니 책이산가족.... 어쩌면 책원수... 덕분에 몇 번이나 흥미 없는 분야의 책을 읽게 되는군요. 다양한 분야를 두루 훑어보는 일은 직업적으로는 결코 나쁜 일은 아니겠습니다만....

뉴스포츠가 뭔가 했더니 엄청 종류가 다양합니다. 플라잉 디스크, 킨볼, 컬링 등.... 체맹인 저로선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경기들이지만, 프로 체육과 엘리트 체육 위주로 돌아가는 우리나라 체육계를 두고 경각의 목소리가 아주 높고 저 또한 직업적으로 무시하지는 못합니다. 인라인 스케이트조차 전국 대회가 있어 특정 지역의 학교에서는 대학 진학을 위한 실적을 쌓기 위해 출전한다지 않아요. 음, 이또한 생활체육, 시민체육 육성이라는 취지에는 아무래도 걸맞진 않네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학교체육을 생활체육, 가정체육으로... 위가 아닌 아래로 확대시키고자 하는 체육계의 고민이 엿보이는 책이라 하겠습니다. 간편한 준비물, 적은 수의 인원, 간단하면서도 놀이의 재미를 주려는 룰....

생각해보면 조카도 요즘 아동체육을 실시하는 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만(그곳에서 축구복을 맞추고는 완전히 축구에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ㅁ=) 이러한 활동도 생활체육, 가정체육의 일환일지도 모르겠네요.

......링피트도 역시?

마지막 파트에서는 뉴스포츠로 수업 구안하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저야 체육 교육과정에 일자무식이니 얼마나 유용할지는 알 수 없지만, 체육으로 교직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수업 지도안에 대해 이해할 방법이 없으니까 말이죠. 해당 진로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찾아보면 좋을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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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신화와 전설 - 고대 문명의 수수께끼에서 신화적 상상력까지
박종욱 지음 / 바움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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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신화 전설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읽어대는 진냥인 관계로(취향 다 나오네요), 새로 나온 새끈한 표지의 책을 보자 주저없이 덥썩! 집어들었습니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의 케찰코아틀에 대해 나름대로 흥미가 있습니다만, 자세하게 설명한 책이 여간해서 없어서 말입니다...


이 책은 독특한 것이 라틴아메리카 신화의 계보와 설명에 치중하기보다(..사실 이걸 원했기 때문에 조금 복잡한 심경입니다만) 서정적인 설화의 아름다운 묘사에 힘을 준 기색이 엿보입니다. 수록되어 있는 신화도 창세나 신의 존재에 대해 해명한 것보다는 꽃과 새의 유래라든가.... 맺어지지 못한 애절한 연인의 이야기가 많은 것도 독특하군요. 저자 취미입니까.


....그런데 그 와중에, 지금까지 갖은 신화와 전설을 탐독하면서 기상천외한 이야기는 대충 꿰었다고 여겼음에도 정말 깨는 전설을 하나 읽었습니다. 간략히 줄거리를 요약해보도록 하지요.


강대한 왕국의 왕 아우이소틀 왕은 수많은 아름다운 부인 중에서도 소치틀을 가장 사랑했다. 아직 어린 소녀였기에 나이가 찰 때만 기다리고 있는 판이었다. 그러나 한 나라의 공주로 행복하게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왕국이 아우이소틀 왕의 전사들에게 짓밟히고 정든 땅을 떠나 끌려온 소치틀은 왕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녀가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은, 테스카틀리포카를 섬기는 늙은 사제 마쿠일쿠아틀리였다. 연심을 불태우다 못해 소치틀은 어느 날 마쿠일쿠아틀리의 거처에 숨어든다. 늙고 덕 높은 사제는 그녀를 호통쳐서 돌려보내려고 하지만, 소치틀은 고집스레 사제에게 매달린다. 결국 부인의 난행이 왕에게 알려지고, 왕은 노여움에 차서 소치틀에게 두 손을 자르고 화살로 심장을 꿰뚫는 사형을 내린다. 소치틀은 고향 땅에서 형을 받기만을 원하여, 마침내 어린 나이에 목숨을 떨군다. 그 후 그 땅에서는 소치틀의 손과 흡사한 모양의 꽃이 자라나 상심한 마음에 특효약이 되었다고 한다.


.....가엾은 이야기지만 말입니다.....

젊고 늠름한 전사라면 모르되 늙은 사제.... 그것도 침실에 난입하질 않나....

소치틀 공주. 오지콤의 선구자로군요...(머언 눈)

덧붙여 마쿠일쿠아틀리는 로리콤은 아닌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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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옥문도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2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 시공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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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소설의 대표적 작품으로, 일본의 국민탐정이라 전해지는 긴다이치 코우스케가 등장하는 두번째 작품입니다. 어째선지 주위 사람들이 읽고 있기에 흥미가 있어서 손을 댔는데 이게 대박인지라... 야아 정말 국민탐정 호칭은 아무나 붙는 것이 아니었어요~


이 작품의 절묘한 것은 배경과 트릭에 쓰인 소재. 공교롭게도 최근 흥미롭게 본 소설의 배경이 다 2차대전 후로군요...(ex. 우부메의 여름) 이런 시대적 배경도 인상이 깊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은 작품의 제목이자 배경인 '옥문도'라는 섬의 특수한 환경으로 하여금 이야기와 트릭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가부키와 하이쿠. 진냥이야 원래 추리소설을 보면서 추리를 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는 인간이긴 합니다만(...) 일본 전통 문화를 보통으로 접하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을 보고 추리를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힌트가 절묘합니다. 게다가 부외자라 하더라도 이렇게 일본의 전통 문화를 소개받는 소소한 즐거움이 되는군요. 이런 작품은 주석이 충실한 것이 고마워요.


게다가 긴다이치 코우스케라는 인물도 탐정으로서는 대단히 독특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레한 하카마 차림에 쭈글쭈글한 중절모, 흥분하면 말을 더듬을 뿐만 아니라 머리를 벅벅 긁는 버릇이 있는데 비듬이 눈처럼 휘날린다던가....


.......탐정으로서 신뢰는 커녕 호감조차 가질 수 없는 인물 아닌가.......


이건 딴 소리지만 긴다이치 코우스케의 한자는 긴다이치金田一 코우스케耕助입니다.

............굉장히 딴소리이지만 제가 이뻐해 마지않는 우에키 코우스케 군의 한자는 우에키植木 코우스케耕助입니다.

...............이런 비듬찌질남자랑 나의 우에키군이랑 공통점 만들지마!!!!!!!!!(누구한테 외치는 거냐)


아무튼 이렇게 신뢰감 안 드는 남자이지만... 그게 오히려 매력이랄까요. 보통 보편적인 유명 탐정이라면 셜록 홈즈나 에르큘 포와로, 미스 마플 등이 있겠습니다마는... 이런 사람들은 작품에서 끝까지 속내를 안 드러내고 나중에 저 잘난 듯 설명하는 것이 보통이지요. 결국 마지막에 트릭을 술술 풀어내는 것은 이 긴다이치씨도 마찬가지이지만 추리 과정 중에 허둥지둥한다던가 우왕좌왕하는 것이 보통 탐정들은 보이기 힘든 신선함이라서 서민의 친근함이 있달까요.


덧붙여 우리의 고딩살인탐정 김전일 소년이 밤낮 주워섬기는 '할아버지'가 이 긴다이치 씨입니다. 옥문도의 역자가 후기에서 쓴웃음 섞어 '손자가 가는 곳마다 살인을 부르는 탐정이 되었다는 것을 알면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라고 표현하더군요.


명불허전, 과연 기대에 어긋나지 않은 추리소설이었습니다. 앞으로 요코미조 세이시와 그의 탐정 긴다이치의 또 다른 작품이 많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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