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의 역사
크리스토프 르페뷔르 지음, 강주헌 옮김 / 효형출판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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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라는 제목이지만 어디까지느 프랑스 근현대에 한정되어 있는 카페 이야기. 더군다나 역사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시대별로 정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례별로 나열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커피가 최초로 발명된 이슬람 문명권의, 물담배 향기가 피어오르는 매혹적인 실내에 대해 묘사한 거라면 좋겠다고 실컷 김치국을 들이마셨기 때문에... 내용을 보고 조금 실망했습니다. 흑흑 기대한 제가 나쁜 거겠죠.OTL

대개 프랑스의 카페라고 하면 기라성같은 예술인들이 꿈을 키운 장소-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요. 헌데 이 책에서는 물론 그런 영감의 요람으로서의 카페도 등장하지만, 정치의 장으로서의 카페, 시골의 카페, 타락과 음주의 카페 등, 다양한 모습의 카페를 조명해줍니다.

당대 유명 예술가들의 묘사를 통해 그 무렵 카페의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한 것도 재미있지만, 실제로 현재 프랑스에 남아있는 남아있는 옛날풍의 카페를 찾아가서 찍은 사진도 실려 있는 것이 멋지네요.

또 압생트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어째 저에게 압생트라고 하는 술은 추리소설에서 많이 접한 소재인데=ㅁ= 이게 알콜도수 70도에 달하는 독주였을 줄은OTL 게다가 중독증상도 일으킨다고 하니, 추리소설의 느와~르한 분위기를 풍기는 압생트의 이미지는 이걸로 저하늘의 별이=ㅁ=/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이 책은 현대에 이르러 변해가는 카페의 모습을 쓸쓸한 듯이 묘사하며 마무리를 짓습니다. 어딘지 젊은 시절의 추억과도 같은 카페-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억일 따름으로, 결국에는 사라져버릴 뿐인 걸까요.

고등학교 동창들이 약속이라도 한 양 모였던 케익 카페 코아. 동아리에서 늘상 드나들었던 보드 게임 카페.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추억은 아직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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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기담 - 근대 조선을 뒤흔든 살인 사건과 스캔들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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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을 달리는 한국 근대(대충 1930년대) 경성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을 소설식으로 구성한 책입니다.

워낙에 센세이셔널한 사건들 뿐이라 일반화는 시키기 뭣하지마는, 근대 식민지 조선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일본인 순사가 살해당한 사건에서 용의자들이 얼마나 들볶이는지, 용의자가 일본인 주부일 때 얼마나 재판이 날림으로 진행되는지 등등. 그밖에 근대의 물을 먹었다고 하는 모던 인사들이 벌이는 추태도 참..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하하하=ㅅ=)>

하지만 저는 조선 귀족이 언급된 사건이 가장 흥미롭더군요. 조선 시대 귀족이란 개념은 없었죠? 즉 조선 귀족이란 것은 한일합방 이후 일본에게 공로(무슨 공로인지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ㅁ=)를 인정받아 작위를 수여받은 인사들을 말합니다. 요샛말로 하면 매국노들이려나.

제일 쇼킹했던 사건은 채무왕 윤택영. 무려... 순종의 장인입니다=ㅅ= 합방 전에는 딸과 사위한테 돈 달라고 사정하고, 합방 후에는 총독부에 가서 돈 달라고 애걸했던, 실로 세기초 인간말종이랄까.... 결국 중국으로 도피했다가 순종 장례식에 귀국, 빚쟁이들에게 쫓겨서 졸곡도 못 치르고 또다시 달아났다고 합니다. 이역땅에서 비참하게 죽은 것은 말할 것도 없죠. 빚을 그렇게나 졌습니다만 다 자신의 유흥과 향락을 위해 탕진했다는 점에서 인간말종 크리티컬.

이런 인간을 황제의 장인으로 삼을 만큼 대한 제국 황실이 망조가 든 건지, 망조가 들어서 저런 인간을 황제의 장인으로 삼은 건지. 이건 완전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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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만드는 사람 - 국토·역사·정체성을 만든 근대국가의 기획자들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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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투어] 저자의 또 다른 저서!

지리... 라는 것은 대저 정확한 학문으로 여겨지기 마련입니다. 그야 지도에 그려진 산이나 강이 도망가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러나 저자는 서문에서부터 지리학의 계보를 되짚고, 그 정의를 새롭게 고찰합니다.

동양에서는 지리가 기전체 사서의 지志 파트에 들어가지만 서양에서는 중세 이전에는 여행기로 다루어졌고, 중세에 접어들면서 편년체 왕사나 성인담이 역사의 주류가 되면서 밀려났다는 모양입니다. 근대 과학이 발전하면서 지리학은 비로소 과학의 영역에 편입되었으나.....

저자는 역사지지 라는 관점에서 언제부터 영국사에서 국토를 '공통의 역사적 공간'으로 파악했는지 조망합니다.

그렇습니다! 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지도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사실의 모방'으로서 국가가 영토적 통제를 구성해 온 권력의 도구였던 것이지요.

이러한 양상 변화를 이 책에서는 1부 '읽는 지도'-역사지지서, 2부 '보는 지도'-지도의 보급, 3부 '듣는 지도'-영국 국가 정체성 형성의 세 시기로 분석합니다.

1부의 시기는 헨리 8세의 종교개혁과 영국에 인문주의가 유입된 시기이기도 합니다. 특히 존 릴런드라는 인물을 소상히 분석하는데 고아였지만 운 좋게 부유한 포목상에게 입양되어 당시에는 표본이라 할 만한 인문주의 교육을 받았다고 합니다. 헨리 8세의 종교개혁을 도와 수많은 수도원 장서를 처리하면서 내면에 왜곡이 쌓여 버린 걸까요? [고대 브리태니카]라는 책을 펴내어 고대 영국의 역사 지리를 총망라하고자 하였으나 헨리 8세가 죽자 실성해버렸다고요. 지식인의 복잡한 심정....

덧붙여 영국에서는 흥미롭게도 아서 왕 전설도 당당한 역사로 편입시켜 이탈리아의 역사가 버질이 [영국사]를 편찬하면서 아서 왕 전설을 부정하자 릴런드를 비롯한 영국 학자들이 개빡쳐서 디스하는 양상도 재미있었습니다. 응당 영국 왕실이 아서 왕을 상징으로 삼고자 했을 때 이 역사학자들 중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지요. 아서 왕은 실존한다...! 뭐 그런?

그리고 중세 이후 사실적인 지도가 만들어진 바탕에는 절대왕정의 군주들이 지도 제작에 열을 올리면서라고요. 이혼 소동으로 대륙으로부터 고립되면서 방어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 지도에 관심을 가졌던 헨리 8세를 비롯해서 말이죠. 영국의 팽창을 드러내는 해외 지도와 여왕의 초상이 들어간 지도 등은 지도가 분명 국가 프로파간다의 성질을 지녔음을 드러내줍니다.

또한 17세기 후반에는 국왕=국가 이미지가 국민=국가로 이행하면서 영국의 명소, 영국성을 정의한 여행기 등이 주목을 받게 되었다지요.

지도는 이미지로 '국가'의 공간을 인식하는 수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랜드 투어는 유럽 측면의 시각에서 영국의 정체성을 정립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

호? 이렇게 이어지나요?

아. 책에 누군가가 연필로 낙서를 해두어 짜증났는데 밑줄 친 부분 자체는 본문의 핵심을 제대로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맘 먹고 공부하는 사람의 소행임이 확실하네요. 실컷 욕해주고 싶지만 본문 읽는 데에 도움이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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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여인의 죽음 이산의 책 22
조너선 D. 스펜스 지음, 이재정 옮김 / 이산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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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선 무슨 책인가 했었지만 말이죠..=ㅁ=/ 같은 저자의 작품이 여럿 중국사 서가를 장식하고 있어서, 한 번 읽어봐야 하겠다 하고 골라보았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명과 청이 바뀌는 혼란 속에서 탄청이라고 하는 가난한 현의 모습을 다루었습니다. 왕 여인의 죽음이라고 하지만 정작 왕 여인은 마지막 단락에서밖에 안 나와요...OTL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이 책의 주인공은 도적떼, 천재지변, 아직은 오랑캐라고밖에 인식되지 않는 청의 군사 등 각종 재난에 시달리던 탄청 현민, 그 중에서도 여성입니다. 저자는 그런 여성에 대한 이야기와 일화를 당대를 표현한 글(그 중에서는 포송령의 요재지이도 있습니다. 서유기와 더불어 제가 대단히 좋아하는 중국 기담집)에서 발췌하여 소개하는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성학에서 미시사까지 여러 가지 관점에서 감상할 수 있겠지만 저의 포인트는 중국 관리의 고충. 이 책의 바탕이 된 책 중 하나인 [복혜전서]를 저술한 당시 탄청의 지현(일종의 현령)인 황류훙이 왕 여인의 변사를 수사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건 무슨 전근대 중국풍 CSI.... 합리적인 증거 수집, 탐문, 그리고 민간 미신에 의거한 증인 취조까지, 대단했어요.

황류훙은 그 중에서도 유능하고 양심적인 관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전근대의 중국 관리는 요구받는 게 너무 많아보였습니다. 훌륭한 행정관에서 군대 지휘관, 범죄 수사까지. 황류훙이 아닌 대부분의 관리가 자포자기하고 치부나 쌓는 탐관오리가 되는 이유도 어쩐지 알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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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징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83
요꼬미조 세이시요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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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리버리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데뷔작. 지금까지 읽어왔던 같은 작가의 작품과는 다르게, 출판사가 동서문화사로군요. 뭐 전 출판사라든가 번역의 문제는 대체로 신경을 안 쓰고 읽는 편이니 상관없지만요.

이 작품에서 긴다이치 코스케의 과거가 좀 나옵니다. 무려 미국 유학 시절에 마약을 해서 인생 막장의 길을 내달렸다고 하네요...=ㅁ= 아무래도 셜록 홈즈의 오마쥬인 듯 합니다. 그래도 셜록 홈즈는 보기는 그럴싸한 탐정 아닌가요! 님하가 그러심 막장 밖에 안돼!=ㅁ=

요코미조 세이지 씨는 아무래도 시골 벽지의 명문 집안에 대해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읽은 작품의 대부분이(4건 중 3건) 시골 벽지의 명문 집안을 배경으로 하고 있더군요. 게다가 어떤 집이든 겉은 번듯해도 내용물은 막장이고 말이지요... 음, 그렇게 생각하면 [긴다이치 소년의 사건부]의 경우에는 작가가 '애들끼리 바캉스 가서 몇 박 하고 노는 상황'에 원한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요...

(왠일로)스포일러를 안 하고 내용 이야기. '일본 전통색이 묻어나는 신비한 분위기'와 '기계적 트릭'은 최악의 조합이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ㅁ= 서로가 분위기를 죽이는 기분이네요. 이 작품에 비하면 [옥문도]가 훨씬 분위기가 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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