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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여인의 죽음 ㅣ 이산의 책 22
조너선 D. 스펜스 지음, 이재정 옮김 / 이산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제목만 봐선 무슨 책인가 했었지만 말이죠..=ㅁ=/ 같은 저자의 작품이 여럿 중국사 서가를 장식하고 있어서, 한 번 읽어봐야 하겠다 하고 골라보았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명과 청이 바뀌는 혼란 속에서 탄청이라고 하는 가난한 현의 모습을 다루었습니다. 왕 여인의 죽음이라고 하지만 정작 왕 여인은 마지막 단락에서밖에 안 나와요...OTL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이 책의 주인공은 도적떼, 천재지변, 아직은 오랑캐라고밖에 인식되지 않는 청의 군사 등 각종 재난에 시달리던 탄청 현민, 그 중에서도 여성입니다. 저자는 그런 여성에 대한 이야기와 일화를 당대를 표현한 글(그 중에서는 포송령의 요재지이도 있습니다. 서유기와 더불어 제가 대단히 좋아하는 중국 기담집)에서 발췌하여 소개하는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성학에서 미시사까지 여러 가지 관점에서 감상할 수 있겠지만 저의 포인트는 중국 관리의 고충. 이 책의 바탕이 된 책 중 하나인 [복혜전서]를 저술한 당시 탄청의 지현(일종의 현령)인 황류훙이 왕 여인의 변사를 수사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건 무슨 전근대 중국풍 CSI.... 합리적인 증거 수집, 탐문, 그리고 민간 미신에 의거한 증인 취조까지, 대단했어요.
황류훙은 그 중에서도 유능하고 양심적인 관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전근대의 중국 관리는 요구받는 게 너무 많아보였습니다. 훌륭한 행정관에서 군대 지휘관, 범죄 수사까지. 황류훙이 아닌 대부분의 관리가 자포자기하고 치부나 쌓는 탐관오리가 되는 이유도 어쩐지 알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