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장이 너무 많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24
렉스 스타우트 지음, 김우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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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암울하던 발표 직후에 읽고 큰 위로가 되었던 [요리장이 너무 많다]. 추리소설입니다. 추리소설인데... 너무 웃깁니다. 진짜 웃깁니다. 한 달 남짓 도롱이로 지내던 진냥의 AT필드를 뚫고 웃음을 선사할 정도로 웃겼습니다.

우선 이 작품, 인물부터 특이합니다. 몸무게가 삼백 파운드에 육박하는 덩치에, 맥주와 맛있는 음식과 난초를 좋아하는 안락의자 탐정 네로 울프. 그리고 흔히 말하는 '왓슨 역'에는 그의 조수로 10년을 역임한 아치볼드 굿드윈. 네로 울프는 세간에서 말하는 명탐정이 되기에는 정의감도 없고, 무엇보다 성격이 너무 나빠요.... 그리고 조수 아치의 경우에도 흔히 보이는 조수 타입처럼 탐정의 의중을 몰라 갈팡질팡하기보다는, 자기 할 일을 하거나 비꼬거나 네로 울프를 어떻게든 한 방 먹여주려고 호시탐탐 노립니다(...) 그런 주제에 네로 울프가 남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는 건 싫어하니 이 두 사람을 어쩌면 좋은지=ㅁ=/

게다가 묘사도 기가 막힙니다. 특히 이번에 네로 울프가 아주 무서워하는 기차여행을 하게 되는데, 뗏목을 타게 된 고양이만큼이나 기가 죽어 있는 네로 울프를 기운을 차리게 하려고 절치부심하는 아치의 언행이라니. 네로 울프를 침대차의 침대에 집어넣으려고 옷을 갈아입혀야만 하는 상황에 봉착한 그때 묘사는 정말이지... 침대 위에서 두 바퀴 반 굴렀습니다. 이건 꼭 보셔야 됩니다. 정말요!

네로 울프 시리즈는 번역 출간된 것이 몇 권 없는 거 같은데,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아치가 네로 울프를 적잖게 갈구는데, 네로 울프가 안락의자에 앉아서 아치를 이리저리 부려먹는 모습도 꼭 보고싶네요.

원래는 [마술사가 너무 많다]에서 이 작품의 패러디가 나온다고 하여 읽게 된 책인데.... [마술사가 너무 많다] 쪽에서는 본래 네로 울프와 아치볼드 굿드윈의 매력이 반의 반도 나오지 않습니다. 대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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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호라이즌 환상문학전집 15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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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의 빨간 날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신세라는 것은 참 슬프군요...(애잔한 눈)

바꿔 말하면, 상경했습니다. 일요일의 스터디에 참전하기 위해...

설날에도 도서관에서 책을 가져와서 공부를.... 그리 많이 하진 않았습니다만...

스터디에 쓰이는 책은 두 권. 지역도서관의 대출권수 최대한도는 세 권. 하여 나머지 한 권은 지역도서관에 찬란한 신착으로 들어와 있던 [오버 더 호라이즌]의 2004년판으로 채웠습니다. 예전에도 읽었지만 에피소드가 추가된 새로운 판본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벼르고 벼르던 참이었거든요.

...덧붙여 대학 도서관에는 이 신판이 들어올 기미도 없었다는 거... 하긴 판타지 소설 작품만 부리나케 들어오는 대학 도서관은 대학 도서관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의심스럽긴 하지만요...어쨌든 드디어 읽게 되었습니다, 오크와 늑대인간이 잔뜩 나오는 황홀한 [오버 더 ~]시리즈의 새 에피소드!!! [오버 더 미스트]!!!

이 에피소드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이파리 하드투스 보안관의 상반신 누드가 나온다는 거

....이파리 보안관 너무 좋아요 으앙;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이파리 보안관이 중상을 입었을 때 눈이 뒤집힌 티르의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영도 작품군에서 캐릭터에게 감정 이입할 수 있었던 시절은 드래곤 라자에서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것이 단점이라고 여기지도 않습니다만.. 티르는 묘하게 정이 갑니다. 엄청난 검술의 달인이면서도 적당히 비겁하고, 그런 주제에 물불 안 가리고 남의 일에 뛰어들고, 덤벼들다 보니 어처구니 없는 일도 해버리는 그런 종잡을 수 없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그러나 역시 티르에게 가장 공감하는 점은 오크 모에 늑대인간 모에라는 점.

티르 님하 왜 그렇게 자길 죽이려는 걸 겨우겨우 참고 있는 늑대인간이랑 굳이 친구 먹고 다니나여

그나저나 케이토에다가 이파리 보안관까지. 티르도 죄 많은 녀석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

(...책을 평범하게 감상해라 평범하게)

인간과 오크에 늑대인간, 엘프, 트롤, 노움, 호빗, 야채 뱀파이어 등이 평화롭게 어울려 살고 있는 제국 북부의 목가적인 개척도시 이야기.

앞으로도 종종 나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물론 신판이 나올 때마다 구판 산 사람들은 땅을 치겠지만... 그래도...)

.....'독마새'나 '물마새'까진 안 바라니까... 타자님 작품 쩜....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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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1 아사노 아쓰코 장편소설 2
아사노 아쓰코 지음, 양억관 옮김 / 해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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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라고 하면 전자기기를 떠올릴 분들이 많겠습니다만... 야구에 있어 배터리란 투수와 포수를 총칭하는 말입니다. 저도 얼마 전까지는 야구는 투수가 주도하는 것이고 포수는 조연에 대수롭지 않은 포지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크게 휘두르며]를 보고 인식이 싹 바뀌었지요.... 투수가 다른 데에 신경쓰지 않고 전력을 다해 공을 던지도록 타자와의 상성, 게임의 판도를 빈틈없이 살피며 리드(포수가 투수에게 던질 공에 대해 사인을 보내는 것)를 해야 하는 극히 중요한 포지션. 해서 투수와 포수의 관계를 부부라고 한다든가, 포수를 두고 안방마님이라고 부른다든가 하는 습관이 프로 야구계에도 당연시..

...물론 어깨도 떡 벌어지고 덩치도 만만치 않은 포수횽아들을 안방마님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야구 팬에 정식으로 입문한지는 오래되지 않은 저로서는 눈이 =ㅅ=이렇게 됩니다만...

[배터리]는 이 투수와 포수의 관계로 맺어진 중학교 1학년 소년 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까다롭고 냉정한 천재 투수 하라다 타쿠미와, 사려깊고 듬직한 나카쿠라 고우의 만남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하지요.

저는 우선 만화를 접했는데, 이런 방면의 만화에 조예가 깊은 후배 K양이 추천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헌데 이 만화가.... 그림이 수려해선지, 대사가 대단해선지-

이거 뭐 BL도 아니고

...그러니까 '네가 아니면 안돼!'라거나 "난 네가 좋아, 타쿠미"같은 대사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만화라 이겁니다.

요즘 야구만화의 대세는 이건가여... 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적에 알게 된 사실이 있으니, 이 작품 무려 소설 원작이라는 것. 심지어 학교 도서관에 들어와 있다?!

하여, 소설도 이런 전개인가 궁금해서 읽어보았습니다.

...더 심하더군요

한 가지, 소설 쪽에서는 타쿠미의 주관에서 이야기가 그려지니 어른 독자로서는 읽기가 껄끄러운 면도 있습니다. 타쿠미가 천재인 탓인지 이 녀석 중증의 중2병(※일본 2ch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어. 세상을 깔보는 질풍노도 시기의 중딩을 가리키는 듯) 환자예요.... 야구를 하는 데에 집안의 반대에 부딪히는 고우를 보고, '우리는 어른들이 허락해서 야구를 하는 게 아냐! 우리가 좋아서 하는 거라고!' 하고 생각하는 식입니다. 짜샤, 네 공이랑 글러브랑 야구 유니폼이랑 생활비랑 사부담 공교육비는 누가 대준다고 생각하냐?!

.....세상에 찌든 어른 독자라 미안해...ㅇ<-<

어쨌든 중학교에 접어든 야구하는 소년들의 내면세계를 만끽하고 싶으시다면 추천.

중2병 환자, 궁극의 초딩을 싫어하시면 비추천.

마운드에서 피어나는 풋풋한 소년들의 사랑(?!)을 좋아하신다면..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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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는 아이 1
엑토르 말로 지음, 원용옥 옮김 / 궁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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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조했습니다만 부활했습니다-=ㅁ=/

한동안 이래저래 도롱이 상태였지만ㅇ<-< 언제까지나 도롱이로 지낼 수도 없고, 이것저것 계획도 잡히고 하니 기운을 차려야지요. 밑의 기분 꿀꿀한 포스트도 원래대로라면 후딱후딱 밀어냈어야 했는데...ㅇ<-<

어쨌거나 [집 없는 소녀]에 이어 말로의 작품, [집 없는 아이]입니다. 예전에 만화영화로 방영되지 않았던가요? 고아로 불행을 겪고 있지만 귀여운 동물들과 함께 자유롭게 여행하는 소년 레미의 모습에서 어렴풋이 동경을 느낀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그것도 한창 시험 결과 발표 직전의 도롱이 상태에서 읽었더니... 우울해져서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ㅇ<-<

어린이용에서는 별로 부각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만 책의 전반부에서 레미는 정말 온갖 불행을 다 겪지요=ㅁ=/ 그것도 레미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아무도 보호해줄 사람 없는 고아와 떠돌이에 대한 공권력의 폭압, 사회의 외면에서 기인한 거라 더욱 기막히고 우울했습니다.

물론 [집 없는 ~] 이야기가 늘 그렇듯이 레미도 나중에 과거의 불행에 견주면 깜짝 놀랄 정도로 행복해지지만...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대부분 자기 힘으로 올라왔던 [집 없는 소녀]의 주인공 뻬린느에 비해 레미의 행복은 그야말로 로또라도 맞았나 싶을 정도로 뜻밖인 겁니다. 게다가 너무 급전개.

게다가 어린이용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광산 노동, 앵벌이 등 사회 문제에 대한 심각한 묘사가 너무 많이 나와요.... 아니, 그래서 세계명작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이겠지마는.....

어쨌든 다시 읽을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네요. 단 정신이 프레셔를 받고 있지 않을 때 읽어야 가장 좋겠습니다마는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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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헌 속의 이순신 표상 민속원 아르케북스 209
김준배 지음 / 민속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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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원 출판사의 신작을 주기적으로 검색하는 병이 발증해서 달리다가 대박을 발견했습니다....!!!

예전부터 궁금했더랬지요. 일본인이 가장 숭앙하는 인물 중 하나인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이 이순신을 가장 존경하는 제독으로 꼽았음은 유명한 일화이지만, 대관절 어디에서 이순신에 대해 알게 된 것일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이러한 시각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박약하고, 더욱이 공적인 역사서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지요. 따라서 저자는 여러 시대에 걸쳐 일본 문헌 속 이순신의 묘사를 통해 당대 일본인들의 시대 의식, 문화 등을 이해하고 이순신 자체에 관해서도 일본인의 시각이라는 필터를 통해 객관적인 시선을 견지하며 일본 문헌을 통해 세계에 퍼진 이순신 담론을 탐구하는 데에 이르고자 하는 것입니다....!!!

1부는 근세! 군기물이나 에혼요미에서 묘사된 이순신 담론을 다룹니다. [그림이 된 임진왜란]과 연결되는 부분도 많아서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게다가 [징비록]이 당시 일본에서 그토록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서 놀랐습니다. 1695년 일본에서 번역출간된 이래, 저자 표현대로라면 '전근대 동아시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힌 책'이라나요.

이러한 사료+19세기 도요토미 히데요시 붐으로 군담물이나 에혼요미물이 많이 출간되었고, 이때부터도 '해전의 묘를 터득했다'라느니 '손오의 전술을 얻었다'라느니 이순신을 긍정적으로 서술한 점이 신기합니다. 물론 세 번으로 분열하는 칠천량 해전(....)이라든가 갈대밭에서 육박전으로 이루어진 명량해전(.......)은 쓴웃음을 넘어 폭소 레벨이지만요......

반면 역사서로 보면 19세기 미토학의 영향을 받아 조선을 낮추어 보는 내용이 많습니다. 예외적으로 '무가의 시대사'라 볼 수 있는 [일본외사]의 경우 한산도 해전의 가치를 폄하하지 않고 비교적 객관적으로 보는 경우도 있었다네요.

메이지 시대에 들어오면 청과 조선을 두고 대립하면서 식민사학이 태동하고 해군력을 강화해야한다는 의식이 싹트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한 인식은 신문연재소설에까지 침투하는데....

....그 중에 가장 뿜기는 작품이 [고후사카제 후편]......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일본인과 중국인의 혼혈인 원의달(미나모토노 요시아키). ......이름을 보고 대번에 짐작하신 분들도 계시겠지요. 그의 조상이야말로 미나모토노 요시츠네...... 겐페이 전쟁 후 죽지 않고 장백산으로 이주, 원씨 가문을 이어나갔으며 애신각라 씨는 그 방계로 국호를 청淸이라 한 것입니다...!!!

......일본인들이 판관편애에 미쳐버려 미나모토노 요시츠네=칭기스칸 썰 같은 걸 진지한 역사 담론으로 밀었던 적도 있었음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옆구리를 직격하는 변화구를.....(웃겨서 옆구리가 결림)

줄거리로 보면 애신각라 씨가 직계인 원씨가 언젠가 청을 지배하리라는 소문을 믿고 원씨를 박해하여, 원의달은 신분을 감추고 숨어지내다가 성장하여 여행을 떠나 전편의 주인공(얘는 또 일본인과 조선인의 혼혈)과 만나 북방에 대원국을 세우고 타이완과 손잡고 청을 몰아붙인다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덧붙여 이 책에 실리게 된 까닭은 원의달이 방랑 중 아산에 들러 이순신을 생각하며 애잔해지는 장면이 있어서라고요.

....엄청 웃기지만 만주국 생각하면 웃는 입가가 경직되네요.

또 메이지 해군에서는 이순신을 조선의 넬슨이라느니, 인격적인 면으로 보면 넬슨조차 미치지 못한다고 하거나, '반도 고금의 명장'이며 '팔도무쌍의 명장', '조선을 평안케 할 인물' 등으로 극찬하는 저작을 내놓습니다. 너야말로 팔도무쌍이다!(게임 아님)

....뭐 앞서 말했듯이 일본 정부가 제국주의 행보를 걷게 되면서 해군력을 확충하려는 메이지 해군의 입장을 담고 있는 칭찬입니다만.

나아가 한일병합기(이 책 표현)에 이르면 강제병합 이후 정치적 목적성이 줄어들어 오히려 순수 연구의 비중이 늘어나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임진왜란을 승전으로 왜곡할 필요가 없어져 패전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고찰하면서 이순신을 재고하게 됩니다.

이 시기 역사서는 식민사관에 의해 조선의 국민성을 폄하하긴 하지만, 도저히 디스하기 어려운 이순신의 업적만큼은 마지못하게 인정하는 느낌입니다. 도쿠토미 소호- 일본 군국주의의 괴벨스라 일컬어지는 인물로, 전후 A급 전범 용의자까지 되었다고 하는 사상가까지 이순신에 주목하다니요. [근세 일본 국민사]를 저술하는 과정에서 초대 조선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와의 인연으로 한산도, 통영, 충렬사를 답사하고 영국의 제임스 머독이 발간한 [A History of Japan]에서 한산도 해전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해전 중 하나, 한국의 살라미스라 표현한 내용을 인용하면서 나름 인정하고 있습니다.

재조 일본인으로서 식민통치 합리화를 위한 어용 단체인 '조선 연구회'.... 단군이 스사노오의 아들 이소타케루라든가, 김수로가 시오노리쓰히코라 주장하는 집단입니다만. 여기에 몸담은 아오야기 쓰나타로는 이순신을 '충용절륜한 인물'이라 묘사하며 가토 기요마사도 그와 싸웠다면 물고기밥이 되었을 거라며 오히려 매료된 모습을 보입니다. 나아가 조선사 편수회 편수관으로서 사료를 채방하려다 조선인의 비협조와 맞닥뜨려 '사료 체방 내규'를 제정하고 이순신의 후손들과 친교를 쌓으며 이순신 유보를 정리하면서 당쟁에 대한 내용을 삭제하는 등의 조선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추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인물조차 만주사변 이후에는 관학 아카데미즘 풀스로틀~

만주사변 이후에는 해군 관계자 오가사와라 야쓰타카나 아리마 세이호, 심지어 육군 소장인 스기무라 유지로까지도 이순신을 비판하는 저술을 합니다. 스기와라의 경우 이순신의 전술이 준비가 안 된 일본군을 거북선으로 쳤을 뿐이고 칠천량 해전에서는 '때마침' 감옥에 있었을 뿐, 패전은 일본 장수들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네요. 이순신의 대단한 점은 철저한 정보 수집과 준비로 이길 수밖에 없는 시간과 장소를 만드는 능력이지만?ㅋ

오가사와라는 이순신을 극찬하되 '철저하게 적을 쳐부순다'는 인식을 가지지 않았으므로 도고 대장에게 미치지 못한다며, 규슈를 선제 공격했어야 진정 훌륭한 제독이었다고 평가합니다. 과연 인천 앞바다에서, 뤼순에서, 류탸오후에서, 루거우차오에서, 진주만에서 다른 나라를 기습하면서 전쟁을 시작한 나라 해군 다운 평론입니다만....

저기저기, 나가사키랑 히로시마는 어떻게 생각해??? 어떤 기분이야???

아리마 세이호는 더 굉장해서 이순신이 명령 체계에 따르는 행동을 고수할 뿐 아군을 돕지 않았다고 비난합니다. 허어.... 전근대는 그렇다 치고라도 근대 군인이 명령 체계를 멋대로 위반해도 된다는 발상 괜찮은 걸까요?..... 그리고 제해권 상실이 육상군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해군 소장이면서 해군 무용론에 빠져드는 자승자박을 스스로 해치우네요(....) 그리고 패전의 원인을 일본 장수들이 전공을 다투어서라고 서술하지만 이 또한 왕성한 공세 정신이라고 미화합니다 .....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인적 요소라나요.

과날카날에서 길가의 잡초 한 뚝배기 하실래예-?

한편 패전 이후의 이순신 인식은 거의 다루지 않은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저자의 총평을 따르면 이순신의 영웅담은 일본인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만큼 고전Classic의 매력이 있는 이야기랍니다. 엄청나게 방대한 문헌을 탐독한 것치곤 결론이 심플한 점도 허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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