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흔적 도감 - 흔적으로 찾아가는 야생동물 생태 기행
최태영.최현명 지음 / 돌베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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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렸을 때부터 야생동물 이야기를 좋아했습니다. 현재는 늑대 오타쿠로 알려져(?) 있지만 좀 더 어렸을 때에는 곰에 열광했었지요. 그리고 곰이 나오든 안 나오든 간에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가 방영하는 금요일에는 득달같이 TV앞으로 달려가곤 했습니다. 지금도 TV가 있는 환경에서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디스커버리 채널의 야생동물 다큐멘터리를 가장 즐겨 봅니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야생동물의 모습을 포착하는 걸까요? 카메라를 들고 무턱대고 정글이나 삼림에 한 발짝 내디딘다고 해서 야생동물이 나와주는 것은 아닐 터입니다. 다른 동물의 낌새를 느끼고 몸을 감추는 것은 그들의 필수 교양이 아닐까요. 어쨌든 그들로서는 생사를 좌우하는 문제이니 말이지요.

이 책은 그런 야생동물의 흔적을 어떻게 읽는지,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어떻게 그려내는지 알려주는 책입니다. 삼림 곳곳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발자국과 배설물과 먹고 남은 먹이를 통해서 말입니다.

정말로 굉장한 것은, 이 책에 수록된 사진이 저자들이 직접 찍어 장소까지 표시한 사진이라는 것입니다. 그 다종다양한 볼륨에는 감탄이 나올 지경이에요. 그러나 야생동물의 삶의 모습을 생생히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보기 좋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4할 이상이 대변=ㅅ= 사진이고, 최소한 2할은 시체나 뼈 사진이니 말이죠.

...그러나 대로가 말끔한 것이 당연한 콘크리트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생각에는 미치지 않는 일이겠지만, 그것들은 엄연히 야생동물의 삶의 일부인 것입니다.

진정한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또한 다른 야생동물들 역시, 더렵다거나 끔찍하다고 피해버릴 배설물이나 시체를 통해 이름 모를 누군가의 삶의 궤적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스라소니의 대변 끝이 뾰족하게 되어 있는 것을 보고 그 스라소니가 털 많은 동물을 먹었음을 짐작하고, 그 마르고 젖은 상태를 통해 스라소니의 배가 부를지 고플지도 가늠하는 것도 가능하고, 죽어있는 새의 뼈의 상태를 보고 그 새가 불의의 사고로 죽었는지 혹은 육식동물이나 다른 맹금류의 공격을 받았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 흔적들은 소위 문명인이라고 하는 현대인에게 있어서는 더러운 잔해일지도 모르지만, 야생동물들 자신에게는 그 몸으로 남겨놓은 삶 그 자체-

....그래서 설 연휴 도서관이 문을 여는 동안 끙아 사진을 아주 열중해서 보고 있었다는 겁니다=ㅁ=/ 우와 곰 응가는 사람 응가랑 제법 비슷하구나아- 라든가....ㅇ<-<

아니 뭐 좋지 않습니까? 그것들은 어찌되었건 삶의 일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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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38
렉스 스타우트 지음, 황해선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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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때는 무엇이든 간에 글을 쓰는 것이 제일이지요.

살아갈 낙을 꽤 많이 잃어버리고 황폐한 생활을 지내고 있는 진냥이 최근 심취하고 있는 것은 140kg에 난초오타쿠에 하루에 7리터씩 맥주를 마셔대는 미식가 성격더러운 탐정, 즉 네로 울프.

렉스 스타우트의 네로 울프 시리즈는 재미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번역이 적군요... 그 와중에 건진 렉스 스타우트의 처녀작이자 네로 울프의 데뷔작 [독사]입니다.

처녀작답게 작품으로서 완숙한 맛은 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독사]의 경우 글의 양이 쓸데없이 많습니다. 그것도 사건과 상관없는 부분에서요. 추리소설에게는 범죄와 추리가 서로 밀고 당기는 긴장감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물론 추리소설을 추리소설로 즐기지 못하는 제가 할 말은 아니겠습니다만. 저로 말할 거 같으면 네로 울프의 괴팍한 생활습관과, 거기에 마구 휘둘리는 아치 굿윈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아주 즐거웠습니다. 아치도 만만치가 않아서 절대 당하기만 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유쾌하지요.

스포일러 방지선입니다!


이 작품이 발표되었을 당시에는 대단한 인기였다고 하는데, 지금도 그 점이 납득이 갈 정도로 네로 울프의 캐릭터는 재미있습니다. 집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가고도 기막힌 사실을 간파하고, 청산유수로 증인을 구슬리고, 때때로 식욕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는(아치는 이런 네로 울프의 상태를 '고질병'이라고 부름) 등. 더군다나 돈에 무진장 인색합니다. 에르큘 포와로나 셜록 홈즈, 미스 마플 같은 제가 아는 탐정은 이런 궁상은 안 떨었어요...(물론 네로 울프도 하도 거만해서 궁상처럼 보이진 않지만요) 마지막으로 단지 자신의 귀차니즘때문에 범인과 피해자를 한꺼번에 해치워버리는(?!) 안드로메다한 도의심에는 정말이지 웃음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 괴상한 인물이 싫어지지 않으니 이상하죠.

네로 울프 주위에 몰려서 있는 아치 굿윈이라든지 프리츠, 홀스트맨, 솔 팬서나 댄킨 같은 인물들도 하나같이 개성적이고....

...이 네로 울프의 활약을 감상하면서 가장 곤란한 점은, 맛있는 식사를 신앙과도 같이 귀중하게 여기는 네로 울프의 성질 때문에 먹는 것 묘사가 지나치게 많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읽다 보면 배고파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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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3 - 흑색화약전쟁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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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지는 좀 되었지만.... 이제서야 감상을 올립니다. 덧붙여 읽고 싶어서 견딜 수 없는데 도서관엔 금방금방 들어오지 않아서... 세 권을 세트로 산 C님에게서 빌려 읽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C님께 감사를;ㅁ;/이번에는 사막길을 가로질러 유럽으로 되돌아가는 로렌스 일행. 이런 식의 문화 체험 같은 여행기 너무 좋아요;ㅁ; 그래서 작품 내 분위기는 점점 꿀꿀해지지만 읽기는 즐겁게 읽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제일 기분이 저조해졌던 이유는 다름아닌 테메레르의 땡깡..... 용들의 권리를 찾아주고 싶다는 테메레르의 주장은 물론 지당합니다만, 세상은 당연한 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지요. 그런 한계를 감안할 줄 모르고 일직선으로 밀어붙이는 테메레르의 태도가 저로서는 제법 거슬렸습니다=ㅁ=/

하지만 테메레르도 앞으로 더욱 성장할 테지요. 무엇보다 이번 권에서 로렌스를 무심코 성희롱할 정도로 성장한 테메레르의 늠름한 모습을 보면 그래도 안구에 습기가~ㅠㅠ(야)

....그나저나 한계를 너무나 잘 알면서도 테메레르의 의견이니까 거의 No를 표시하지도 못하고 헤렐렐레 녹아있는 로렌스를 보자면 이 얼마나 중증의 용 모에인가 해서 한숨이 절로 납니다.

이번 권에서 로렌스와 테메레르보다 신경쓰였던 것은 룽티엔리엔. 2권에서 로렌스를 살해하려고 모략하던 용싱 왕자의 용으로, 아름다운 알비노의 미인입니다. 순백에 붉은 눈이라는 그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이번 권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저주를 쏟아내는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전율까지 일지 않겠습니까.... 가슴을 찢는 듯한 슬픔을 안고 천리만리 복수에의 길을 걷는 그 모습도 압도적입니다만, 현재 나폴레옹의 용이 되어 프랑스 공군 사령관이라는 중책까지 역임한 그녀의 재능에도 감탄이 나올 뿐입니다.

적이라고는 해도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어요.... 그러나 나폴레옹에게 몸을 맡긴 이상 그녀에게는 또 다시 이별의 운명이 정해져 있을 터. 제발 더 불행해지지 않았으면 합니다만...ㅠㅠ

로렌스와 테메레르를 덮치는 시련은 점점 막중해질 터인데, 어떻게 사랑=ㅅ=으로 극복해낼 것인지 기대가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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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1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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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 조설근 고악 공저 , 안의운 김광렬 공역 , 대돈방 그림 ; 청계 2007

중국 전통사회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는 중국 고전 명작, 홍루몽. 어찌된 일인지 이 책을 여태 읽질 않아서 시험 끝나고 한가한 무렵 읽어보았습니다.

덧붙여 동시진행으로 [겐지 이야기]를 재독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뭐 하렘물 라이프... 하고 아득한 눈동자를 창 밖 하늘로 던졌다던가 말았다던가....

그러나 규방 연애사의 걸작이라고는 해도 막상 주인공 가보옥은 한 여자 일편단심이지만요.(꼭 그런 것만도 아닌가?)

임대옥, 설보채와의 삼각관계라고 해도 막상 나머지 한 사람은 그야말로 짜게 식은 태도 일관이니, 딱히 연애를 한다는 느낌은 안 들었습니다.

주된 재미는 가씨 일가의 화려한 생활 감상. 그리고 그게 질릴 무렵인 80회 이후부터는 가씨 집안에 이런 저런 풍파가 닥쳐오기 때문에, 그 나락으로 굴러떨어지는 장면을 보는 것이 즐거웠습니다.(비뚤어졌다)

특히 가씨 일가가 겉은 번지르르해도 속은 막장 크리이기 때문에, 그 응보가 고스란히 돌아오는 80회 이후부터가 제가 읽기에는 훨씬 나았습니다. 80회 이후부터는 사실 원 저자인 조설근이 미처 완결내지 못하고 죽자, 고악이라는 인물이 뒤를 이어 쓴 것이라 하네요. 조설근이 어떻게 작품을 끝마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지는 지금에 와서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고악이 뒤이은 것도 결코 뒤떨어지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막장 전개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지는 이유는 역시 주인공 가보옥과 히로인 임대옥이 영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ㅁ=

가보옥은 여자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건 뭐 그렇다 치더라도, 평범하게 과거공부에 매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을 두고 권세욕에 찌들었다느니 하는 식으로 평하는 게 정말 참기 힘들었습니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이 피와 땀을 뿌려가며 일해서 굴러가는 거다!! 놈팽이 자식이 자기 먹을 밥 한 공기 벌어먹어 보고는 그런 이야기 하는 게야?!?!?!

....아니 딱히 지금 제 입장 때문에 화내는 게 아닙니다. 네넵.

그리고 임대옥의 경우에는 정말이지 배부르고 등따습게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 없이 살면서도 마음고생을 자초하는 생각만 하는 게 정말이지 짜증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차라리 부모님 두 분에게 효도 한 번 못해드리고 앞세운 걸로 서러워하면 모르되, 자기 대접 못 받는다고 허구헌날 허구헌날...=ㅅ=

그래서 그 가련한 죽음의 광경을 봐도 그렇게까지 동정이 안 들더라고요=ㅅ=

후대에는 그토록 명성을 모은 작품이건만, 역시 명성의 유무는 제 취향과는 무관한 것 같습니다=ㅅ=

그래도 중국 4대 기서는 [수호전]이랑 [홍루몽]만 빼면 대체로 다 좋아합니다. 특히 [서유기]는 제 베스트 오브 베스트. [금병매]는... 아직 안 읽어봐서 모릅니다. 읽어볼깝쇼?(/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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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카 세계사 1 - 선사시대와 최초의 문명
J. M. 로버츠 지음, 조윤정 옮김 / 이끌리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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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교육도서관 역사 서가에서 근사한 검은 바탕에 은박 글씨가 새겨진 장정이 죽 늘어선 모습을 보고 '총서 섭렵하고 싶어 병'이 발동했는데....

....미처 못 빌리고 있던 사이 보존서고 들어가버렸습니다. 통탄스럽다...!!! 그리하여 보존서고를 털었습니다.(사서 선생님께서)

내용 또한 사진도 설명도 깔끔하게 잘 되어 있는 데다 특히 필력이 훌륭합니다.

역사는 인류가 이루어낸 풍요롭고 다양한 성취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적절한 인용도 이루어지니, 선사 시대를 시작하면서.....

역사는 그 시작부터 시작할 수는 없다.

직업 면에서 '문명'이라는 개념을 설명할 일이 있어 매번 고민합니다만, 이 책의 표현도 흥미로웠습니다.

인간들이 자신만의 창조적인 방식으로 서로에게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태

그리고 이 책에서는 이 문명으로 말미암아 인간 능력의 한계가 없어졌다지요.

한편 이집트 문명에 대한 평가가 박한 점도 재미있습니다. 이집트의 변화는 다른 지역에 제대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나요.... 반면 페니키아에 대한 평가는 매우 높으니, 그 까닭을 서술한 표현도 눈여겨봄직했네요.

문명의 씨앗은 언제나 세계사의 중개자, 즉 위대한 무역 민족에 의해 뿌려지는 법이다.

다윗에 대한 평가가 후한 점도 신기했습니다. 저는 밧세바 건에다가 모 스마트폰 RPG 게임(페...)에서 묘사된 모습이 도저히 호감이 안 가서 싫어합니다만...=ㅅ=

대단히 새로운 이론을 다루진 않지만 알고 있는 사실이라 해도 흥미롭게 곱씹을 수 있는 구성이 훌륭합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서술이나 인용, 묘사가 근사한 데다 수록된 사진과 연표도 적절한 느낌이네요.

뭣보다 역사는~ 아무리 공부해도 계속해서 탐구할 사실이 생기니까 말이죠!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함무라비 법전의 석각. 왕좌에 앉은 인물과 공손하게 서 있는 인물이 새겨져 있어 당연히 함무라비 왕과 탄원자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설명하길 서 있는 인물은 함무라비이고 옥좌에 좌정한 자야말로 법과 빛의 신 샤마슈라고 합니다. 오오... 과연 메소포타미아 문명. 왕이란 신의 대리인, 이집트와는 대조되는 왕권의 일면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어 무척 감탄했습니다.

2권도 기대되네요! 4대 문명 중 아직 다루지 않은 황허와 인더스 문명이 등장할 텐데 오리엔탈리즘은 극복하였는지... 어떠한 시각으로 볼 것인지 벌써부터 두근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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