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38
렉스 스타우트 지음, 황해선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울할 때는 무엇이든 간에 글을 쓰는 것이 제일이지요.

살아갈 낙을 꽤 많이 잃어버리고 황폐한 생활을 지내고 있는 진냥이 최근 심취하고 있는 것은 140kg에 난초오타쿠에 하루에 7리터씩 맥주를 마셔대는 미식가 성격더러운 탐정, 즉 네로 울프.

렉스 스타우트의 네로 울프 시리즈는 재미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번역이 적군요... 그 와중에 건진 렉스 스타우트의 처녀작이자 네로 울프의 데뷔작 [독사]입니다.

처녀작답게 작품으로서 완숙한 맛은 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독사]의 경우 글의 양이 쓸데없이 많습니다. 그것도 사건과 상관없는 부분에서요. 추리소설에게는 범죄와 추리가 서로 밀고 당기는 긴장감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물론 추리소설을 추리소설로 즐기지 못하는 제가 할 말은 아니겠습니다만. 저로 말할 거 같으면 네로 울프의 괴팍한 생활습관과, 거기에 마구 휘둘리는 아치 굿윈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아주 즐거웠습니다. 아치도 만만치가 않아서 절대 당하기만 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유쾌하지요.

스포일러 방지선입니다!


이 작품이 발표되었을 당시에는 대단한 인기였다고 하는데, 지금도 그 점이 납득이 갈 정도로 네로 울프의 캐릭터는 재미있습니다. 집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가고도 기막힌 사실을 간파하고, 청산유수로 증인을 구슬리고, 때때로 식욕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는(아치는 이런 네로 울프의 상태를 '고질병'이라고 부름) 등. 더군다나 돈에 무진장 인색합니다. 에르큘 포와로나 셜록 홈즈, 미스 마플 같은 제가 아는 탐정은 이런 궁상은 안 떨었어요...(물론 네로 울프도 하도 거만해서 궁상처럼 보이진 않지만요) 마지막으로 단지 자신의 귀차니즘때문에 범인과 피해자를 한꺼번에 해치워버리는(?!) 안드로메다한 도의심에는 정말이지 웃음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 괴상한 인물이 싫어지지 않으니 이상하죠.

네로 울프 주위에 몰려서 있는 아치 굿윈이라든지 프리츠, 홀스트맨, 솔 팬서나 댄킨 같은 인물들도 하나같이 개성적이고....

...이 네로 울프의 활약을 감상하면서 가장 곤란한 점은, 맛있는 식사를 신앙과도 같이 귀중하게 여기는 네로 울프의 성질 때문에 먹는 것 묘사가 지나치게 많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읽다 보면 배고파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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