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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어떻게 볼 것인가 - 마녀사냥에서 트위터까지 ㅣ 역사도서관 교양 16
설혜심 지음 / 길(도서출판)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언제나 예의주시하고 있는 저자의 극히 스탠다드한 제목의 책이네요!
서문에서 말하길 역사 입문서라 할 만한 책을 쓰고 싶었다고요. [역사 실험]이나 [역사 연습] 같은 제목도 떠올렸으나 공과대학 교재 같다며 동료들이 말렸다나.... 동료분들 훌륭한 식견입니다.....
.....그리고 말이죠, 다 읽고 보니 이 책... 절대 역사 입문서 아니에요(....)
일단 1부는 '역사의 상상, 역사의 효용'이라는 타이틀로 나름 역사학의 기본 개념을 다루긴 합니다. 역사에 상상력이 필요한가 라는 의문에 답을 제시하거나, 역사의 효용이 있는지 마르크 블로흐의 표현을 빌어 탐구하는 등.
상상력으로 인해 역사는 ‘과거’로서 화석화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워진다.
사료란 생명력 없는 덩어리 …. 역사가들이 사료의 채석장에서 채굴하고 분류하고 삭제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의미를 찾게 된다. - 조르주 뒤비
하지만 한국에서 서양사의 연구사를 논하는 파트에서는 언급된 역사학자 한 명이라도 아는 전공자가 아니면 정말이지 감흥이 없을 겁니다..........
2부는 '역사학의 확대'라는 주제를 다룹니다만....
장 하나하나가 엔간한 역사 개론서, 교양서 레벨은 되는 정도잖아요!
나아가 3부 '내가 사랑한 역사가들'도.... 저자는 사랑하겠지만 저희와 같은 듣보 역덕후에게는 당황스러울 지경....
4부는 '소외된 역사들'. 여성사는 저에게도 흥미로운 주제이기에 무난히 탐독했습니다. 여성사의 발전과정과, 여성사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한 여성사가들의 노력... 훌륭합니다.
....물론 이 떡밥 자체가 SNS나 현실에 던져놓으면 근사 대화재를 일으키겠습니다만=ㅅ=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지속적으로 논쟁을 일으켜왔고, 심지어 일반 대중의 상당수 사이에서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이러한 강의 내용이 ‘우리 대 그들’ 혹은 ‘누구는 지배자(남자)이고 누구는 희생양(여자)이다’라는 내용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할 때 교육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저자의 마지막 메시지가 가슴에 확 와 닿더군요.
결국 여성사는 누가 집필하건 상관없을 때까지, 또는 정치적 투쟁심이 완전히 필요치 않은 시점까지, 나아가 여성사라는 존재가 아무 의미 없는 순간이 올 때까지 계속 써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혼지침서!!! 소외되었다기보다는 딱히 누구도 관심 가지지 않을 법한 소재인데요?!
....그러나 빅토리아 시대 유럽과 미국에서 성 지식을 다루는 유일한 장르라는 이 책이 상당히 미시사에 속하더란 말이죠....
일단 이 결혼지침서의 저자들부터 엄청나게 변태 같습니다. 목사나 의사인데 자칭 '생식기 분야의 전문가'라니....
결국 결혼지침서란 서구사회가 지닌 아시아에 대한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편견의) 오리엔탈리즘에 더해, 유럽인보다 미국인이 더 도덕적이라는 정체성 만들기의 수단이라는 저자의 분석이 재미있습니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도 다루고 있어 뿜었습니다. 해당 작품의 여러 상징, 은유와 역사적인 배경 및 인식을 비교하니 이 또한 흥미롭습니다. ....여러 매체에서 동성애를 다루는 양상을 논하면서 야오이가 나오는 데에는 혼비백산했지만... 저자분, 가리는 소재도 편견도 없군요.....
나아가 5부에서는 '일상 속의 역사'라는 주제로 역사 컨텐츠 소비를 탐구하거나 17세기에 간행한 영국의 낚시 베스트셀러 [조어대전]의 변천으로 보는 역사, 마지막으로 트위터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역사는 여러분 곁에 있어요. 저자의 이 책처럼 전력질주하는 느낌도 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