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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 호숫가 숲속의 생활
존 J. 롤랜즈 지음, 헨리 B. 케인 그림, 홍한별 옮김 / 갈라파고스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전공책 찾으러 4층 올라갔다가 발견, 즉각 낚였습니다. [월든] 이래 이런 책에 낚이는 것은 저의 숙명입니다. 이렇게 말해봤자 [월든], [알래스카의 늙은 곰~] 두 권뿐이었지만.
이 책은 1950년대 존 롤랜드라는 사람이 캐시 호숫가에서 살아간 이야기를 귀엽고도 리얼한 그림과 함께 담고 있는 책입니다. [월든]보다는 철학적 이야기가 덜한, [알래스카의 늙은 곰~]쪽에 가까운 이야기이겠네요.
다른 점이 있다면 [알래스카의 늙은 곰~]은 사진 일색인데 이 책은 그림 일색이라는 점이랄까요. 시튼의 동물 이야기(정식 출판된 것)에 나오는 것 같은 작고 제법 리얼하고 아기자기한 그림이 삽화처럼, 혹은 페이지 가장자리에 귀엽게 그려져 있습니다. 또 [월든]이나 [알래스카의 늙은 곰~]이 혼자서 독불장군처럼 자연과 마주하는 이야기라면, 이 책의 저자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기 못지 않은 괴짜 친구와 인디언 추장을 두고 시시때때로 찾아가고 맞이하여 노닥거리곤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주요한 개성은, 온갖 자질구레한 것을 손수 만드는 경험이 잔뜩 질려 있다는 것입니다! [알래스카의 늙은 곰~]은 가볍게 관광 태울 정도로 많습니다. 이 책을 읽은 캐나다와 미국의 꼬꼬마 청소년들 중 책 속에 소개된 소품을 안 만들어본 꼬꼬마들은 없을 거라고 단언해도 좋습니다. 그 나이에는 이런 이야기에 홀리곤 하지요. 지금까지도 쓰지도 않을 공구 상자를 사는 남자분이 많이 계시는 것을 생각해보면, 뭔가 만들고 싶은 습성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 남자의 본성일지도 모르겠군요.
1월부터 12월까지 캐시 호숫가에서의 생활과, 온갖 물건을 만드는 법-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은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언뜻 보기에는 그것이 전부로 보일 수도 있지마는.... 멋들어진 말로 꾸미지 않아도, 철학으로 정제하지 않아도, 단지 사계절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맨손 맨몸으로 무엇인가를 깨작깨작 만들고, 깊은 숲과 오가는 동물들과 마음에 맞는 벗이 있는 것만으로도 그곳에는 무엇인가 마음에 스며드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여러가지 매력적인 것으로 꽉꽉 찬 책이지만, 제가 가장 먼저 보고 뒤로 넘어간 물건은 책 가장 첫 장에 붙어있는 지도였습니다.
캐시 호수와 주변 지형을 그린 것인데, 이게 제법 원주민식으로 그려진 지도였습니다. 장소의 이름, 일어난 사건 등을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표현한 물건이었지요. 불타는 투자개발회사의 짐마차가 귀여운 그림으로 표시된 멀고어의 지도가 생각나더군요. 아니 근데 왠 와우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