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개척시대 아메리카인의 일상 - 라루스 일상사 시리즈
필리프 자캥 지음, 이세진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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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꿋꿋이 독서 포스트를 쓰는 진냥입니다. 애초에 야구파인데다... 물론 아무리 저라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시합이 있는 때에는 나름 신경쓰이긴 한데 그렇다고 응원을 간다거나 경기를 시청한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불안하고 초조하게 와우를 한다거나 안절부절 못하면서 카트를 한다거나 하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이런 도발적인 제목의 책. '일상'이라는 키워드에 도발당하는 독자도 진냥 한 명 정도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책 내용으로 말할 것 같으면 총천연색 사진에 사료로 서부개척시대의 일상을 현장감 있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흥미가 있으시다면 대추천!

물론 참고문헌이나 출처가 알기 쉽게 표기되어 있지 않은 점은(표기는 되어 있습니다. 알아먹기 힘들지만) 약간 마이너스지만 이런 데에 불만 갖는 것도 진냥 하나뿐이겠지요... 아옳옳,.....

또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아니라 흥미거리가 될 법한 사진이나 사료를 통해서 장면 장면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과학류의 데이터가 없으면 실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마이너스 요소이겠군요. ...랄까 그런 사람 있냐?!

그리고 얼마 전에 인기를 모았던 영화 [브로큰백 마운틴]을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도 한 장 정도 나옵니다. 만약 광팬이시라면 체크를(....)

아 한 가지 불만인 게 있긴 있습니다. 번역자가 번역 후기에 [초원의 집]을 거론했더군요.

[초원의 집]은 로러 잉걸스 와일더의 작품으로, 저를 포함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평원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심어준 장편 동화입니다.

이 분이 거론한 것은 드라마로 제작된 것인 듯합니다만... 헌데 이 분의 평에 의하면 '예전에 [초원의 집] 드라마를 보고 서부개척시대를 동경했는데 이 책을 번역하면서 내가 로러가 아니라는 사실에 감사했다'라고....

...아니, 드라마는 어떤지 모르지만 책을 본 저로서는 그리 밝은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우...

메뚜기에 원주민의 위협, 곰과 표범 등의 맹수, 질병 그리고 혹한의 겨울까지, 로러 가족의 생활에는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그 생활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초원의 집]이 비룡소에서 새로이 전 편 출간되었더군요!!! 이걸 반드시 소장해서 집안에 대대로 물려주고 싶어하는 진냥으로서는 반갑기 짝이 없는 소식입니다.

...취직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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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여인들
버지니아 라운딩 지음, 김승욱 옮김 / 동아일보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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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왠지 많이 읽게 되는군요. 이런 종류의 책....

그러니까, 매춘부의 이야기입니다. 그중에서도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고급 매춘부의 이야기지요.

사실 제목만 보고 뭔가 싶어 서가에서 뽑아내어 휘릭 훑어보고서는 대출할 마음을 먹은 것은, 고급 매춘부에 대해 어느 정도 흥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급 매춘부를 주인공으로 한 유명한 에밀 졸라의 [나나]도 열심히 읽었고.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열심히 읽은 겁니다...OTL

과연 자연주의 문학의 거장. 제 2제정의 파리와 그 부패상에 대해 참으로 면밀하게 서술하고 있었습니다마는.

제가 그 작품 속에서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OTL

전 여자라구요?! 나나의 나이스 바디♡에도, 그 나이스 바디에 열광하는 남자들 기분도 관심 없어요!!! 게다가 나나의 내면이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불모지....

그때까지는 막연히 고급 매춘부의 지적이고 요염한 자태에 대한 환상이 있었습니다만, [나나]를 읽고 몇 할은 날아가버렸습니다.

헌데 공교롭게도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프랑스 제 2제정을 전후한 시기에 이름을 떨친 고급 매춘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리 뒤플레시스, 라 파이바, 아폴리니 사바티에, 코라 펄.

당대의 지도자급 인사들과 관계를 가지고 수많은 문인 및 예술가를 매료시킨 여성들이지요.

그들이 태어난 출신에서부터 생애를 마칠 때까지의 행적을 쭉 나열한 일화들을 읽고 있자니... 어딘지 기시감이 드는 것이....

알렉상드르 뒤마의 [춘희]의 마르가리타를 비롯해서 에밀 졸라의 [나나]등, 당대의 작가들이 지은 작품에서 등장하는 고급 매춘부의 이미지에 이들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었던 것이지요.

아니, [춘희]의 경우는 대놓고 마리 뒤플레시스에게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고.... 하지만 책에서 해명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고결한 마르가리타의 이미지가 반넘어 뒤마의 창작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마리 뒤플레시스가 얼마나 교묘하게 순결한 (듯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내었느냐 하는 점이지요.

그와 마찬가지로, 자연주의의 대표 작품으로서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일컬어지는 [나나]입니다만, 결국 당대의 고급 매춘부- 무엇보다도 매춘부의 전형적인 단점이라고 여겨지는 점을 주로 골라 모아서 나나라는 여성을 창조하여 단점만 있는 그녀에게 반감을 가지도록 짜여졌다고밖에 여길 수 없습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그게 명백히 드러나죠.

실제로 고급 매춘부는- 제가 아는 고급 매춘부래봐야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네 사람의 여성이 다입니다만- 나나처럼 미모 외에는 흠잡을 데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이미지를 창조하고 전파하는 데에 능숙했던 마리 뒤플레시스, 고급 매춘부에서 상류 계급으로 격상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또 성공한 라 파이바, 당대 최고의 문인들을 자신의 살롱으로 불러모았던 아폴리니 사바티에, 나나와 가장 비슷하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자서전을 낼 정도로 자기주장이 강했던 코라 펄.

가장 쾌락을 사랑하고 고급 매춘부의 미모에 찬사를 보낸 파리였지만, 그 이면에는 고급 매춘부를 결코 같은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 이중구조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낮은 계급 출신으로서, 여성으로서는 결코 스스로 신분을 끌어올릴 수 없는 엄중한 계급사회에서, 올바르게 살았다면 절대로 얻을 수 없는 것들을 손에 거머쥐기 위해 살았던 여성들.

...전 꽤 고지식한 인간입니다만 그녀들을 칭찬은 할 수 없을지언정 비난 또한 할 수 없습니다.

비교해보면 요즘은 정말 행복한 시대로군요....(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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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옛이야기 - 조지프 제이콥스 시리즈 1
조지프 제이콥스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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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는 재미있지요. 이야기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문화와 지역을 불문하고 비슷한 소재가 있는 것을 보면 인류를 연결하는 어떤 것이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신기해지기도 합니다. 물론 문화와 지역을 반영한 독특하고 개성있는 이야기도 있지요. 전설과 민담을 다루는 책이라면 제법 많이 읽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구태의연한 듯한 옛날 이야기 속에 읽어도 읽어도 새로운 재미와 소재가 발굴되어서 즐겁습니다.

그래서 두터운 [영국 옛이야기]도 즐거운 마음으로 대출했습니다. 저명한 민속학자 조지프 제이콥스가 각고의 노력을 거쳐 수집한 민화에 그에 꼭 어울리는 삽화를 곁들인 책입니다. 번역을 하면 이해하기 힘들어지는, 운율이 있는(달리 말하면 운율밖에 없는) 이야기도 과감하게 실어주어서 그 점도 고맙군요.

[영국 옛이야기]에서 느낀 것이라면... 역시 여왕과 여성 수상의 나라 영국. 여자의 자활을 그린 이야기가 많습니다. 세상에서 성공을 찾기 위해 집을 떠나는 이야기도 소녀가 주인공이기도 하고. 그리고 이 무렵 영국에서는 페로나 그림 동화의 영향을 받아 신데렐라의 구성을 지닌 이야기들이 많습니다만, 이 '신데렐라'들이 꽤나 파워풀합니다. ...그건 상관없는데 구혼자를 등쳐먹는 일은 그만둬줘.....

아 그리고 그리고... 옛날 이야기라고 하면 어린애들에게 들려주는 일이 많으니까 말이죠. 후대에 전해지는 것은 애들용으로 교육적으로 각색된 것이 많은데... 조지프 제이콥스는 이 책에서 원전에 충실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용이... 내용이...

예를 들어 주인공(주로 어린아이)가 어떤 이유로 거인의 집에 찾아가기로 합니다. 배고파하는 주인공을 가엾게 여긴 거인의 아내는 집에 들여주고 밥도 주지요. 그런데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이 돌아와서 주인공을 잡수시려고 합니다만 주인공은 꾀로 거인을 물리칩니다.

이 과정에서 적당히 선량했던 거인의 아내도 참살

...이런 이야기가 몇 편 있습니다. 덜덜..... 과연 마더구스의 나라=ㅅ=

이 조지프 제이콥스의 옛이야기 시리즈는 또 있는 모양입니다. 다음 편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옛이야기]. 기대되는군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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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인의 생활과 풍속
이안나 지음 / 첫눈에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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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관련이라면 닥치고 대출

...이라는 괴벽을 지닌 진냥이 거부하지 못하고 대출해버린 책입니다.

학교 도서관의 몽골 관련 서적이라면 8할까지는 제패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내용이 충실했습니다. '몽골에는 손님에게 아내를 대접한다지이'같은 가쉽 기사스러운 화제를 메인에 넣고 독자를 끌어보려고 하는 책이랑은 다르달까요. 울란바타르 대학교에서 나온 책이라는 것은 이렇게 감상문을 쓸 때 알았습니다만, 과연 현지에서 나온 책이었습니다.

역사와 문화라는 주제를 보는 관점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최근 마음에 걸리기 시작한 것은 '내부자'의 관점과 '외부자'의 관점입니다. 이런저런 책을 뒤적거리고 있노라면 이것이 너무 편중된 것이 아닌가 하고 신경이 쓰입니다. 우리나라 역사 문제에는 안에서 바라본 것 일색이고, 외국 역사와 문화를 다룰 때에는 밖에서 바라본 것 일색이니까요. 아니 뭐,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문제이지만....

이 점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이, 이 책에서 소개된 대암 이태준 선생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때였습니다. 대암 이태준 선생은 의사로서 일제 시대 독립 활동을 했던 지식인 중 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105인 사건이 벌어지자 중국을 거쳐 몽골로 망명하여 '동의의국'을 세우고 당시 만연했던 성병 퇴치에 앞장서고 몽골 황제(이때 몽골 황제는 생불이라 하여 정치적이라기보다는 종교적 이미지가 더 컸지만..)의 주치의가 되어 최고 훈장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러시아 백군에게 피살당해 그 시신도 찾지 못했다고 하는군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시 근교에는 선생의 추모공원이 자그마하게 마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한국인이 출자했다고 해도 외국인의 추모 공원이 세워지는 일은 좀처럼 없는 일이겠지요. 그만큼 몽골에서도 경의를 품고 선생을 대하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짐작에 그칠 따름입니다. 몽골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특히 몽골은 공산주의 국가가 되면서 소련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었겠지요. 그런 러시아 군인에 의해서 이태준 선생이 피살당했다는 점에 대해 몽골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우리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여간해서는 없습니다.

외국의 유명한 책은 번역이 다 되어서 나오고, 큰 뉴스가 터져도 인터넷으로든 뭐든 고스란히 전해져 오고, 세계화 시대라고는 해도, 아직 세상을 향해 나 있는 우리의 창문은 좁디 좁군요. 무엇보다도 알아서 '실제적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소식만이 들어오는 풍조이니. 자본주의란 의외로 무섭습니다.

푸념은 이쯤 하고..... 이렇게 이태준 선생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요즈음 '애국'이라는 개념이 너무나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느끼게 됩니다. 세계 무대에 올라 다른 누구보다 잘하는 것, 이것은 초등학교나 유치원에서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누가 알아주길 원하지 않고, 후세 사람들이 이름을 기억하지 않아도, 이역만리 타국에서 묵묵히 사람들을 위해서 힘써서, 그 나라 사람들이 '아아 한국인 훌륭하다'라고 생각하게끔 하는 일.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것이 훨씬 더 의미가 깊은 애국이 아닐는지요.

그런 사실을 전부는 그만두더라도 조금은 기억하고 있었으면 바래 봅니다.

(아잇코 또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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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의 코트 - 사라진 시베리아 왕국을 찾아서
안나 레이드 지음, 윤철희 옮김 / 미다스북스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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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대대적으로 개편되었습니다만, 학교 도서관 서가의 어느 부분에 어느 주제가 배치되어 있는지 5년 가까이 뒹굴어 온 진냥은 대강 익히고 있었습니다. 4층 어딘가는 민속학 코너라든가 세계사 및 고대사는 3층의 어디라든가 하는 것 말이지요.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자주 보는 주제를 찾으러 드나들다 보니 거기가 거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만.

그런 진냥이 신입생 때부터 유난히 눈에 밟히던 책이 있었으니 바로 이것입니다. [샤먼의 코트]. 제목부터 '발려라!!!'하고 선언하시는 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게 읽기가 껄끄러워서 말이지요=ㅁ=)>

사실 샤머니즘에 관해 다루는 서적 중에 적지 않은 수가 '서구 물질문명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샤머니즘'이라는 논지를 가지고 글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대부분이 샤머니즘을 동경하는 사람이 동경하는 것에 대해 쓴 것이기 때문에 실재감을 지니지 못하곤 합니다.

아니 뭐, 저도 '동경밖에 할 수 없는 인간'의 하나이긴 합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샤머니즘을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름다움만 보는 것으 정말로 그것을 직시하는 것일까요. 그 업에 정말로 종사하는 분들은 저와 같이 느끼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꿈인 것과, 그것이 현실인 것은 다르니까요.

전 시대의 역사를 보면 언제나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 생각하곤 합니다. 지도자를 국민 스스로가 결정하는 일따위 전에는 못했다구요(웃음) 하지만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점이 많고 우스꽝스러운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종교도 비슷하군요. 사람을 필멸에서 구제한다는 숭고한 사명을 가지고 있는 종교가 얼마나 개인의 사고를 말살하려 드는지- 예컨대 길거리에서 얼마나 끈질기게 달라붙여 선교를 하는지 우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틀림없이 고결한 이유에서 만들어졌을 여러 종교들에 대해 권태와 조소가 섞인 감정만 품게 될 따름인 것입니다. 그것의 미추와 허실을 모두 안다면 동경 같은 것은 품지 못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저는 샤머니즘에 대해 무조건적인 찬사를 바치는 책은 마음속으로부터 경계령을 내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것이라고, 제목만 보고 생각했습니다. 단지 추앙하거나 혹은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확실히 전체적인 내용을 볼 때 이 책은 샤머니즘의 우월성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확히는, 시베리아의 여러 소수민족의 역사와 실태를 보여주는 책이었습니다. 샤먼의 코트란 이 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장식하는 한 장의 그림에서 따온 단어입니다. 그 그림은 어두침침한 집 안, 문을 열고 들어선 모피를 걸친 근대적인 여의사를 향해 무복巫服을 걸친 샤먼이 허리를 굽혀 경의를 표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낸 것이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이 그림과 같이, 그러나 실재로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벌어진 것과 같거나 그 이상이었던 원주민에 대한 학대와 약탈로 시베리아 원주민의 역사가 점철되어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 역사와 함께 자신이 시베리아 대륙을 횡단하면서 실제로 원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일화도 곁들이고 있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이나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이 겪고 있는 것과 같이 알콜중독과 빈곤, 다른 민족(러시아인을 포함해서)의 편견에 시달리고 있는 원주민의 실상에서 어떤 아름다운 점을 찾기는 힘들 터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많은 부족의 전통이, 카톨릭의 이교 배척이나 서구 합리주의 이상으로 파괴적인 힘을 발휘했던 구 소련 공산주의에 의해 짓밟힌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친절한 주민과 황량한 도시와 박해와 수탈의 역사를 두루 조사하고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시베리아 원주민의 미래가 어두운 밤과 같다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가혹한 말살의 시대를 거쳐왔음에도 불구하고- 시베리아 원주민의 전통은 파편으로나마 그들의 현재에 남아 있노라고. 꺾꽂이로 심어진 그 조각이 언젠가는 무성한 나무로 자랄지도 모른다는 것을, 저자는 주지하고 있었습니다.

'샤먼은 결코 그 코트를 벗은 적이 없다. 단지 그 위에 다른 옷을 걸치고 있었을 뿐이다....'

안나 레이드가 과연 무엇을 보고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었는지, 저는 궁금해집니다.

샤먼은 결코 그 코트를 벗은 적이 없다. 단지 그 위에 다른 옷을 걸치고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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