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의 코트 - 사라진 시베리아 왕국을 찾아서
안나 레이드 지음, 윤철희 옮김 / 미다스북스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지금은 대대적으로 개편되었습니다만, 학교 도서관 서가의 어느 부분에 어느 주제가 배치되어 있는지 5년 가까이 뒹굴어 온 진냥은 대강 익히고 있었습니다. 4층 어딘가는 민속학 코너라든가 세계사 및 고대사는 3층의 어디라든가 하는 것 말이지요.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자주 보는 주제를 찾으러 드나들다 보니 거기가 거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만.

그런 진냥이 신입생 때부터 유난히 눈에 밟히던 책이 있었으니 바로 이것입니다. [샤먼의 코트]. 제목부터 '발려라!!!'하고 선언하시는 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게 읽기가 껄끄러워서 말이지요=ㅁ=)>

사실 샤머니즘에 관해 다루는 서적 중에 적지 않은 수가 '서구 물질문명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샤머니즘'이라는 논지를 가지고 글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대부분이 샤머니즘을 동경하는 사람이 동경하는 것에 대해 쓴 것이기 때문에 실재감을 지니지 못하곤 합니다.

아니 뭐, 저도 '동경밖에 할 수 없는 인간'의 하나이긴 합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샤머니즘을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름다움만 보는 것으 정말로 그것을 직시하는 것일까요. 그 업에 정말로 종사하는 분들은 저와 같이 느끼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꿈인 것과, 그것이 현실인 것은 다르니까요.

전 시대의 역사를 보면 언제나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 생각하곤 합니다. 지도자를 국민 스스로가 결정하는 일따위 전에는 못했다구요(웃음) 하지만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점이 많고 우스꽝스러운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종교도 비슷하군요. 사람을 필멸에서 구제한다는 숭고한 사명을 가지고 있는 종교가 얼마나 개인의 사고를 말살하려 드는지- 예컨대 길거리에서 얼마나 끈질기게 달라붙여 선교를 하는지 우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틀림없이 고결한 이유에서 만들어졌을 여러 종교들에 대해 권태와 조소가 섞인 감정만 품게 될 따름인 것입니다. 그것의 미추와 허실을 모두 안다면 동경 같은 것은 품지 못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저는 샤머니즘에 대해 무조건적인 찬사를 바치는 책은 마음속으로부터 경계령을 내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것이라고, 제목만 보고 생각했습니다. 단지 추앙하거나 혹은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확실히 전체적인 내용을 볼 때 이 책은 샤머니즘의 우월성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확히는, 시베리아의 여러 소수민족의 역사와 실태를 보여주는 책이었습니다. 샤먼의 코트란 이 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장식하는 한 장의 그림에서 따온 단어입니다. 그 그림은 어두침침한 집 안, 문을 열고 들어선 모피를 걸친 근대적인 여의사를 향해 무복巫服을 걸친 샤먼이 허리를 굽혀 경의를 표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낸 것이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이 그림과 같이, 그러나 실재로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벌어진 것과 같거나 그 이상이었던 원주민에 대한 학대와 약탈로 시베리아 원주민의 역사가 점철되어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 역사와 함께 자신이 시베리아 대륙을 횡단하면서 실제로 원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일화도 곁들이고 있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이나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이 겪고 있는 것과 같이 알콜중독과 빈곤, 다른 민족(러시아인을 포함해서)의 편견에 시달리고 있는 원주민의 실상에서 어떤 아름다운 점을 찾기는 힘들 터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많은 부족의 전통이, 카톨릭의 이교 배척이나 서구 합리주의 이상으로 파괴적인 힘을 발휘했던 구 소련 공산주의에 의해 짓밟힌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친절한 주민과 황량한 도시와 박해와 수탈의 역사를 두루 조사하고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시베리아 원주민의 미래가 어두운 밤과 같다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가혹한 말살의 시대를 거쳐왔음에도 불구하고- 시베리아 원주민의 전통은 파편으로나마 그들의 현재에 남아 있노라고. 꺾꽂이로 심어진 그 조각이 언젠가는 무성한 나무로 자랄지도 모른다는 것을, 저자는 주지하고 있었습니다.

'샤먼은 결코 그 코트를 벗은 적이 없다. 단지 그 위에 다른 옷을 걸치고 있었을 뿐이다....'

안나 레이드가 과연 무엇을 보고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었는지, 저는 궁금해집니다.

샤먼은 결코 그 코트를 벗은 적이 없다. 단지 그 위에 다른 옷을 걸치고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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