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인의 생활과 풍속
이안나 지음 / 첫눈에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몽골 관련이라면 닥치고 대출

...이라는 괴벽을 지닌 진냥이 거부하지 못하고 대출해버린 책입니다.

학교 도서관의 몽골 관련 서적이라면 8할까지는 제패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내용이 충실했습니다. '몽골에는 손님에게 아내를 대접한다지이'같은 가쉽 기사스러운 화제를 메인에 넣고 독자를 끌어보려고 하는 책이랑은 다르달까요. 울란바타르 대학교에서 나온 책이라는 것은 이렇게 감상문을 쓸 때 알았습니다만, 과연 현지에서 나온 책이었습니다.

역사와 문화라는 주제를 보는 관점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최근 마음에 걸리기 시작한 것은 '내부자'의 관점과 '외부자'의 관점입니다. 이런저런 책을 뒤적거리고 있노라면 이것이 너무 편중된 것이 아닌가 하고 신경이 쓰입니다. 우리나라 역사 문제에는 안에서 바라본 것 일색이고, 외국 역사와 문화를 다룰 때에는 밖에서 바라본 것 일색이니까요. 아니 뭐,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문제이지만....

이 점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이, 이 책에서 소개된 대암 이태준 선생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때였습니다. 대암 이태준 선생은 의사로서 일제 시대 독립 활동을 했던 지식인 중 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105인 사건이 벌어지자 중국을 거쳐 몽골로 망명하여 '동의의국'을 세우고 당시 만연했던 성병 퇴치에 앞장서고 몽골 황제(이때 몽골 황제는 생불이라 하여 정치적이라기보다는 종교적 이미지가 더 컸지만..)의 주치의가 되어 최고 훈장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러시아 백군에게 피살당해 그 시신도 찾지 못했다고 하는군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시 근교에는 선생의 추모공원이 자그마하게 마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한국인이 출자했다고 해도 외국인의 추모 공원이 세워지는 일은 좀처럼 없는 일이겠지요. 그만큼 몽골에서도 경의를 품고 선생을 대하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짐작에 그칠 따름입니다. 몽골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특히 몽골은 공산주의 국가가 되면서 소련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었겠지요. 그런 러시아 군인에 의해서 이태준 선생이 피살당했다는 점에 대해 몽골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우리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여간해서는 없습니다.

외국의 유명한 책은 번역이 다 되어서 나오고, 큰 뉴스가 터져도 인터넷으로든 뭐든 고스란히 전해져 오고, 세계화 시대라고는 해도, 아직 세상을 향해 나 있는 우리의 창문은 좁디 좁군요. 무엇보다도 알아서 '실제적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소식만이 들어오는 풍조이니. 자본주의란 의외로 무섭습니다.

푸념은 이쯤 하고..... 이렇게 이태준 선생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요즈음 '애국'이라는 개념이 너무나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느끼게 됩니다. 세계 무대에 올라 다른 누구보다 잘하는 것, 이것은 초등학교나 유치원에서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누가 알아주길 원하지 않고, 후세 사람들이 이름을 기억하지 않아도, 이역만리 타국에서 묵묵히 사람들을 위해서 힘써서, 그 나라 사람들이 '아아 한국인 훌륭하다'라고 생각하게끔 하는 일.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것이 훨씬 더 의미가 깊은 애국이 아닐는지요.

그런 사실을 전부는 그만두더라도 조금은 기억하고 있었으면 바래 봅니다.

(아잇코 또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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