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
"그 사람을 죽이고 왔습니다.
아니 실은.. 그 사람은 이제 부분기억상실증으로
당신을 기억하지 못할 것입니다."
"흠...수고했네.."
"그런데.. 그 무슨 사연이라도?"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하지 말게.."

"네. 그러죠.
헌데 제가 그의 머리에 뿅망치를 날린후
그가 당신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잃어가면서
마지막으로
바닥에 당신의 [이름]을 힘겹게 적고는 쓰러지더군요.
당신은 그 사람이 사랑하던 사람이거나
그저 한번쯤 스쳤던 사람
둘 중 하나인거죠?
혹은 둘 다이거나"

"그는 다만 내 이름을 알던 사람 중 하나겠지.
나는 지금 내 이름을 아는 사람들
한사람한사람에게 자네를 보내고 있는 것이네.

그렇게 내 흔적을 세상에서 지우고 있다네.
자.. 다음은 가리봉동의 K양에게 가보게."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태우스 2005-06-05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쓰시는 픽션이어요????? 재밌군요...

piano避我路 2005-06-05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엑션'에서 '코미디'를 넘어 '멜로'에 도착하다... 간략한 감상.

진진 2005-06-06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심심하던 차에 그적인 미니픽션여. 하하

피아노피아노님: 액션, 코미디, 멜로. 옷. 모든게 다 들어있군요. @_@
 

5.24.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을 막을수 있어도
내 마음에서 나오는 글자를 막을수 없다네.

내 귀로 들어가는 소리를 막을수 있어도
내 눈으로 들어가는 글자를 막을수 없다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태우스 2005-05-24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리하자면 책을 열심히 읽고, 글도 열심히 쓰셨다는 말이 되겠군요

진진 2005-05-24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찔....찔...려요. ㅋㅋㅋ

히나 2005-05-27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심오한 뜻이로군요~! ㅎ

진진 2005-05-28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오하다니요.. ㅎㅎ
 

 

 

 

 

45. (결핍/한국수필)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  (공선옥, 당대, 2005년 4월) 0504
46. (영화/한국수필)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 (심산, 해냄(네오북) 2004년 10월) 0505-0509
47. (젊음/한국수필) ♣젊은 날의 깨달음♣
     (고종석, 정혜신, 조정래, 홍세화... 인물과사상사, 2005년 5월) 0512-0515
48. (감동/한국수필)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리더스북, 2005년 4월) 0515


 

 

 

49. (추리/영국소설) ♣가짜 경감 듀♣
     (피터 러브제이 지음, 강영길 옮김, 동서문화사, 2003년 7월) 0511-0518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5-05-27 0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진 2005-05-28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 알라딘에 러브제이라고.. ^^;;
 

 

 

 

 


1. 작가의 말
나는 어쩌면 나 자신을 한번도 사랑해 보지 않고 살아왔는지 모른다. 그리고 또한, 나는 내가 살았던 시절들을 단 한번도 사랑해 보지 않았고, 그 시절들 또한 나를 사랑해 주지 않았던것만 같다. 그래서 눈물이 난다. 세상은 참 지독하구나, 모질구나.

2. 19
나는 때로 삶이 거짓말 같은 때가 있다. ...

사는 것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인생들아, 설워 말아라. 나는 노래 부른다. 사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닌 인생들아, 슬퍼 말아라. 사는 것이 사는 것인 사람들아, 백죄 그러지 말아라. 사는 것이 사는 것인 사람들아, 입 좀 닥쳐라.

나는 이제 와 고백하건대, 나도 정말 이 세상 태어나 예술 한번 하고 싶었다. 예술. 그러나 나는 그렇게도 소원이던 예술을 이제와 포기하려 한다.

3. 29
좋은 것을 만들어내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고 그 좋은 것이 지금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가게 하는 생각이 더 중요합니다.
30
맛있는 사과를 혼자 먹으면 단순히 사과일 뿐이지만 지금 배고픈 자에게 나누어주면 사과가 사랑으로 변신할 수도 있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좋은 것은 늘 그러잖아도 좋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한테만 가더이다.

4. 38
전기도 나간 깜깜한 마을에, 모든 집들이 헐려버린 빈 마을에 최씨집만 섬처럼 남아있는 저녁, 최씨는 내일의 철거에 맞서기 위해서였는지는 몰라도 소주병과 농약병을 각각 양옆에 끼고서 나를 바라보았다. 가을 밤바람은 시렸다.

5. 42
그들에게 정녕 화학조미료는 친구가 말하듯 해악만을 끼치는 무서운 독으로만 작용하고 있는가. 일에 지친 사람들도 천연조미료 좋다는 거 다 안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 만들어 먹을 여력이 그들에겐 없다는 데 있다. 밤늦도록 제 몸 다녹여가며 일하고 돌아와 언제 멸치 갈고, 마늘 말려 빻고, 양파 버섯 따위 재료를 섞어 만들 재간과 시간이 그들에겐 도무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조미료 치지 않은 음식을 일에 지쳐 깔깔한 입에 넣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6. 54
그곳에는 이주노동자들이 살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이 나라로 돈을 벌러 온 사람들이다. 그곳에도 사랑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사랑은 해도 아이를 낳을 수는 없었다.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적어도 이 나라에서는 무국적자가 되기 때문이었다. 불법체류자 혹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그래서 사랑은 하더라도 결혼은 하지 않으며, 결혼은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다.
7. 55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랑들은 거의 젊고 신체 건강한 미혼 남녀의 사랑이다. 돈과 인위적 장치와 구조와 편견으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섹스를 할 권리, 사랑할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한켠에서는 또 과잉의 섹스, 과잉의 사랑이 넘쳐나고 있다.

8. 76
내 주변 사람들만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내 세대 중 많은 사람들이 30대도 훌쩍 넘어 40대의 고개에 올라선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들이 20대였던 80년대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니, 좀 과장해서 말하면 그들 중 상당수가 아직도 20대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그들은 30대도 아니고 40대도 아닌 여전히 20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 어찌 보면 20대에서 더 이상의 나이먹기를 멈춰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

9. 84
내가 먹고 살 만해진 것을 그다지 속 편하게 받아들일 일만은 아니라는 것. 이 나라의 현실은 어쩌면 너무나 얇은 종잇조각 같은 현실인지도 모른다. 팔랑 뒤집어지면 바로 뒷면이 나오는 종잇조각일 뿐 아니라 너무나 얇아 뒷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들여다보여서 그 뒷면의 현실이 얼마나 무섭다는 걸 잘 알고 있는 그런 현실 말이다. 구멍이 나면 걷잡을 수 없는, 너무나 아슬아슬한 현실을 이 나라 사람들은 오늘도 간당간당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10. 88
어떤 한 시절, 혹은 어떤 한 순가들이 유독 명료하게 내 기억 속에 각인되는 것들이 있다. 그런 순간들이란 대개 '살기 위해 애쓰는 순간'들이다. 그야말로 생존하기 위해.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11. 90
삶에 진실하면 할수록 사람의 마음은 평온해진다.

12. 91
나는 어쩐지 가난은 가난이고 빈곤은 빈곤인 것만 같다. 가난은 그래도 어느 정도 '숨 쉴 구멍'이라도 있지만, 빈곤은 도대체 그 어떤 대책도 없는, 가난은 가난해도 어딘가 따스한 기운이 묻어나기도 하지만 빈곤은 그야말로 삭막 자체인 것 같은.

13. 100
그 말인즉, 마음이 큰 사람은 작은 일에까지 마음을 쓰며 자신도 모르게 혹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나, 말하자면 남을 세심하게 배려하지만, 마음이 좁은 사람들은 그저 큰 것만을 바라며 남에게 상처 주는 일을 아무렇지 않아하며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은 희생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기 십상이라는 것이었다.

14. 131
우리는 살면서 그런 경우를 무수히 경험하게 된다. 어떤 경우인고 하니, 한쪽에서는 무심히 한 말이거나 행위이건만 말을 듣는 사람이나 행위를 당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치명적이 되는 경우 말이다.

15. 137
가정이 평안하지 않으면 가족구성원들은 채워지지 않는 평화에 대한 결핍감이 분노가 되고 증오가 되어 바로 그 분노와 증오감의 표출대상을 다른 누구도 아닌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서 찾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사랑해야 할 가족들끼리 불화하고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어 결국 가정이 해체되는 결과를 맞기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사회에서 벌어지는, 거론하는 것조차 버거운 각종의 사건사고들도 어찌 보면 그 사회가 사회구성원들에게 채워주지 못한 결핍감의 한 극단의 형태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16. 154
내 직업이 글 쓰는 일이 아니었을 때 나는 이따금 글 쓰는 사람들이 글을 쓸 때 내 글이 내 글을 읽는 사람들 누구나에게 공평하게 수용될 수 있는 글인가, 아닌가를 스스로 검열해야 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자기의 글을 검열하게 하는 현실이 슬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막상 내가 글쓰는 사람으로서 바로 그 이해할 수 없는 '자기검열'에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에 부딪혔을 때 느껴지는 당혹감이란, 다른 당혹감이 아니라, 스스로가 움츠러드는 데서 오는 당혹감이었다.

다시 말해 그 누군가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서가 아니라,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 속에 아직도 검열을 할 수밖에 없는, 남의 눈치를 보는 뿌리 깊은 습성이 남아 있어서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17. 165
아는 사진작가분이 그랬다. 그이는 나라 안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일을 하는데,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정말 억장 무너지는 사연을 가졌거나 그런 환경에 처해져 있는 이들을 수도 없이 만나게 된다고.

18. 166
오늘은 사는 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영상매체로 대표되는 매스컴이 드러내 주는 정보만을 믿으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9. 205
혹 내 직업에 충실하느라 세상을 망가지게 하거나 나 자신이 망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망가지고 있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진짜 망가진다는 것의 의미는 돈을 못 벌게 되는 상황보다도 더 이상은 소중하게 여겨야 할 가치조차도 없는 삶을 이르는 것일 터이다.

20. 253
견디기, 그러나 품위 있게

21. 261
박수근의 소박한 그림이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팔렸다고 한다. 그 그림을 산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야말로 그림에 나오는 나목처럼 벌거벗은 삶을 한번이라도 겪어본 사람일까. 박수근 그림에 나오는 남루한 삶은 이제 어느 부호의 집 거실 벽에 말 그대로 한 점 풍경화로 걸리는 호사를 누리고 있을까. 누구에게는 상처가 되는 것이 누구에게는 풍경이 되는 이 기막힌 전도라니. 그리하여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자신들의 상처를 직시한 예술을 외면하고, 아니 외면할 수밖에 없고, 부자들은 가난이 아니라 가난한 풍경을 돈 주고 사는 것이다.

22. 273
김성칠 선생의 일기 중
"말로나 글로나 수다를 떨지 말 일."
"겸손하고 너그러우며 제 잘한 일을 입 밖에 내거나 붓끝에 올리지 말 일."
"쓰기보다 읽기에, 읽기보다 생각하기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9
나는 아직도 아버지가 '잊혀진 책들의 묘지'로 나를 처음 데리고 갔던 그 새벽을 기억한다. 1945년 초여름의 햇살이 잿빛으로 흩어지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새벽 거리를 우리는 걷고 있었다. 아른거리는 태양이 뿌옇게 흐려진 화관 모양으로 산타 모니카 데 람블라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다니엘, 오늘 네가 보게 될 것에 대해 아무에게도 얘기해선 안 된다." 아버지가 주의를 주었다. "네 친구 토마스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말이다."

2. 13
"이곳은 신비한곳이야, 다니엘. 일종의 성전이지. 네가 보는 책들, 한 권 한 권이 모두 영혼을 가지고 있어. 그것을 쓴 사람의 영혼과 그것을 읽고 살면서 꿈꾸었던 이들의 영혼 말이야. 한 권의 책이 새 주인의 손에 들어갈 때마다, 누군가의 책의 페이지들로 시선을 미끄러뜨릴 때마다, 그 영혼은 자라고 강인해진단다.

3. 56
내 문장은 창장력의 빈곤을 드러냈고 은유적 비약은 전차정거장에서 읽곤 하던 발에 좋은 거품 목욕 광고의 그 비약을 상기시켰다. 나는 그 잘못을 연필로 돌렸고 나를 문호로 만들어줄 그 만년필을 갈구했다. 아버지는 자랑스러움 반 걱정 반으로 내 작품의 기복 있는 진행을 주시했다.
"네 이야긴 어떻게 돼가니, 다니엘?"
"모르겠어요. 그 만년필만 있으면 모든 게 달라질 거 같아요."
아버지 말에 의하면 그건 잘나가는 문인들이나 하는 변명이었다.
"넌 계속해서 쓰기만 하거라. 네가 그 처녀작을 끝내기 전에 만년필을 사줄 테니까."

4. 71
그녀 생각에 바르셀로는 마음씨는 좋지만 너무 책을 많이 읽어서 산초 판사처럼 뇌가 썩어버린 사람이었다.

5. 182
"라디오에 방송될 소설말인가? 아이고, 참 좋았겠군. 이상할 게 하나도 없지. 안 그런가? 걔는 어려서부터 동네 꼬맹이들에게 이야기를 잘해주었었어. 여름에는 가끔씩 우리 이사벨리타와 사촌들도 그 애 이야기를 들으려고 밤에 슬래브 지붕으로 올라가곤 했었다니까. 애들 말로는 걘 절대로 같은 이야기를 두 번 반복하지 않았다더군. 하지만 모든 이야기들이 죽은 사람이나 영혼에 대한 것이었던 건 사실이야.

6. 205
아이는 농담을 특히 좋아하고 그림자가 없는 곳에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는 깊은 시선을 가진 아이였다.

7. 209
그들은 너무나 말을 안 한 나머지 자신의 진정한 감정을 표현할 언어를 잊어버렸고, 그 끝없는 도시의 많은 지붕들 중의 하나 아래서 함께 사는 타인들로 변해버렸다.

8. 262
그녀가 불안하게 웃었다. 그녀 주변에 고독이 불타고 있었다.
"당신은 훌리안과 좀 닮았군요." 그녀가 갑자기 말했다.
"시선을 두는 방법도 몸짓도. 그는 당신처럼 했어요.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걸 알아채지 못하게 바라보면서 잠자코 있곤 했죠. 그럼 나는 바보처럼 차라리 말하지 않는 게 나을 것들을 얘기하고...... 뭘 좀 드릴까요? 밀크 커피?"

9. 265
그는 매우 신중하고 가끔씩은 세상과 사람에 대한 흥미를 접어버린 것 같았어요. 카베스타니 씨는 그를 아주 수줍어하고 꽤나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여겼지만 내가 볼 때 훌리안은 과거에 사는 사람 같았어요. 자기 추억에 갇혀서 말예요. 그는 개인적인 내밀함 속에서 살았지요, 자기 책을 위해서. 마치 호화로운 수감자처럼 그 책 안에서만......

10. 282
"언젠가 누가 그랬어. 누군가를 사랑하는지 생각해보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춰 섰다면, 그땐 이미 그 사람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

11. 298
"그래. 너희 아버지 같은. 머리와 가슴과 영혼이 있는 그런 남자 말야. 자식의 말을 경청할 줄 알고, 자식을 이끌면서도 또 동시에 존중할 줄 아는 남자, 하지만 자기 결점을 자식에게서 보상받으려 하지 않는 그런 남자 말야. 아들이 그냥 자기 아버지이기에 좋아해주는 그런 사람 말고 그의 인간성으로 인해 감격해하는 그런 남자. 아들이 닮고 싶어하는 그런 남자 말야."

12. 318
돈이란 바이러스와도 같지.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영혼을 부패시킨 다음에는 신선한 피를 찾아 떠나니까.

13. 319
"가난한 이들이 자기들을 해코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들로 하여금 부자들을 본받고 싶도록 만드는 거지. 그것이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독인데......"

14. 366
"내 말을 들어봐. 그 여자애를 찾으러 가. 인생은 화살처럼 날아가거든. 특히 살 만한 부분은 더 그렇지. 벌써 그 신부가 말한 걸 들었잖아. 전광석화 같은거야."

15. 388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난 아무것도 우연히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모든 일들의 밑바닥에는 비밀스러운 계획이 있는 법이지. ... 모든 것은 우리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우리를 소유하고 있는 그 무언가의 일부를 이루고 있지."


1. 92
"모자라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고, 겁쟁이들은 침묵하며, 현명한 이들은 이야기를 듣지."

2. 97
"그들 사이에 있을 수 있었던 불화는 중요하지가 않아요. 죽음이란 모든 이들을 감상적으로 만드는 법이거든. 관 앞에서 우리 모두는 좋은 것만을 보거나 보고 싶은 것만을 보게 되지요."

3. 192
"난 아무리 애를 써봐도 그 애가 어렸을 때밖에는 기억할 수가 없어. 어려서 그 앤 아주 말이 없었지, 알지? 그 앤 모든 걸 사색적으로 바라봤었고 전혀 웃질 않았어. 그 애가 가장 좋아했던 건 이야기책이었지. 항상 나한테 책을 읽어달라고 졸랐어. 어떤 애도 그렇게 빨리 글 읽는 걸 배우진 못했을 거야. 그 앤 작가가 되고 싶다고, 백과사전을 쓰고 역사화 철학에 대한 논문을 쓰고 싶다고 말하곤 했었지. 그 애 엄만 그 모든 게 내 잘못이라고 했었어. 누리아가 나를 존경해서, 자기 아버지가 책만 좋아한다고 생각하기에 아버지의 사랑을 받기 위해 책을 쓰고 싶어한다고 말야."

4. 194
그녀의 아담하고 정갈한 글씨가 그녀 책상의 청결함을 기억케 했다. 마치 삶이 자기에게 허용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평화와 안정을 그녀는 언어 속에서 찾고 싶어했던 것 같았다.

5. 197
인생에는 다만 후회가 있을 뿐 두번째 기회 같은 건 없단다.

6. 249
가끔씩 나는 그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방 구석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걸 발견하곤 했어. 마치 그저 내 모습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그에겐 가장 소중하다는 듯이 말야.

7. 269
"인생에서 진정한 사랑은 단 한 번 있는 거다, 훌리안. 비록 그걸 깨닫지 못한다고 해도 말야."

8. 270
꽃행상이 며칠 전에 봤다고 기억하는, 티비다보 애버뉴의 그 저택을 배회하던 사람이 포르투니였지. 그 꽃장수가 '성질이 더럽다'고 해석한 것은, 안 하는 것보다는 늦게라도 하는 것이 나은, 인생의 목표를 발견해서 그걸 추구하여 헛되이 낭비된 시간을 메우려는 사람들에게만 있는 긴장에 다름 아니었던 거였어.

9. 273
"우리가 했던 계약을 기억해. 내가 죽으면, 내 모든 것은 네것이 될 거라는 계약을."
"...... 네 꿈을 제외하고."

10. 289
나는 분노와 상실감으로 수척해진, 생명 없이 공허한 그의 눈을 보았지. 나는 그 증오의 독이 서서히 그의 혈관으로 번져가는 것을 느꼈고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어.

11. 308
그러나 몇 년이 평화롭게 흘러갔어. 세월은 공허할수록 더 빨리 지나가지. 의미 없는 삶들은 너의 역에 서지 않는 기차들처럼 너를 스치고 지나가는 법이거든. 그러는 동안, 전쟁의 상처들은 필연적으로 아물게 됐지.

12. 328
언젠가 훌리안은 이야기란 작가가 다른 방법으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이야기하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 쓰는 편지라고 내게 말한 적이 있지. 오래전부터 훌리안은 자기가 이성을 잃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어. 미친 사람이 자기가 미쳤다는 걸 알까? 아니면, 미친 사람들이란 망상적인 자기 존재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자신의 비이성을 납득시키려는 사람들일까?

13. 331
아마도 내가 쓴 이 많은 페이지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든, 언제나 네 안에 내 새로운 친구가 있다는, 너만이 내 유일한 희망, 진정한 희망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 것 같아. 훌리안의 모든 글 중 언제나 내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것이, 사람은 기억되는 동안에는 계속 살아 있는 거라는 말이지. 그를 만나기 전 수년동안 훌리안에게서 그랬던 것처럼, 내가 너를 알고 또 누군가를 신뢰한다면 그게 너일 거라는 느낌이 드는구나. 나를 기억해줘, 다니엘, 비록 한 귀퉁이에 숨겨서라도. 나를 떠나보내지 말아줘.

14. 335
현관을 나섰을 때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은 내 숨결에 머물렀다 사라지는 빛의 게으른 눈물이 되어 부서지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