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안병수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먹을 게 없다는 말은 ‘사실’일지 모른다는 기막힌 공포

최근 들어 충격적인 책들을 많이 읽은 탓인지 머리가 흔들흔들 가슴이 오돌토돌해진다. ‘1984’는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눈먼 자들의 도시’는 내 눈이 먼 것처럼 허공에 손을 내젓게 했다.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은 곳곳에 뾰족한 송곳을 숨겨놓아 긴장이 풀어질라치면 툭툭 나를 찔러댔고 ‘한국의 연쇄살인’은 살인범의 사진까지 실어놓아 내 머릿속에 그 끔찍한 人들이 즐거이(?) 놀게 했다. ‘모래의 여자’는 현실에 갇혀 버둥대는 나를 돌아보게 했다. 왠지 모래가 미웠다. 퍽퍽퍽퍽. 그리고 그 외 유익한 여러 책들.


그 중에서 나를 순식간에 변화시킨 책은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이다. 얇아라. 내 귀. 아니 내 눈. 일주일째 과자, 음료, 커피, 설탕을 무시한 채 밥만 먹고 있다. 아... 심심해라. 금단현상에 눈 앞이 흐려지며 시력이 마비된건 아닌가 골똘히 생각해 볼 정도이다.


이 책은 강렬한 책이다. 나에게는 특히 그렇다. 왜냐. 나는 최소 10년을 스스로 ‘과자킬러’라 칭하며 살아 왔다. 그것이 꽤나 유아틱하고 귀엽고 깜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랍스터를 좋아해요’보다는 ‘떡볶이를 좋아해요’가 더 쌍큼발랄하게 느껴지듯. 내게 왠만한 영화는 다 재미있고 왠만한 책은 다 즐겁듯. 나 왠만한 모든 과자를 ‘신의 아름다운 창조물’이라며 사랑했다. 아작아작우적우적꺌꺌꺌꺌. 한끼 밥을 대신하여 과자 한 봉, 두끼 밥을 대신하여 커피 열 모금... 그러다보니 아싸 살도 빠지더라. 2~3키로 빠졌던 내게 여위었다던 친구들에게 찜질방에서 강의(?)도 했다. “녹차물을 마셔라.” “밥을 멀리하고 과자와 커피를 애인 삼아라.” 침이 튈 즈음 그들은 이미 다른 방으로 사라졌지만 나는 홀로 그렇게 신이 났었다. 으항항항 까까(과자) 까까. 까까 줘. 그런 내게 ‘꿈의 궁전’인듯한 과자회사에서 16년간 근무했다는 저자가 살이 바들바들 떨리는 공포를 선물했다. 연두리본으로 치장한 채. 옛다. 정신 차려..하며. 제과회사를 경영했던 (저자의) 일본인 친구. 그의 갑작스런 의문의 행동. 그 이야기로 시작되는 살짝 괴기스런 한국최초 공포수필.


저자는 내가 좋아하는 ‘배스킨 라빈스’를 이상한 아이스크림 회사라 칭한다. 그 이유는 차마 말 못하겠다. 슬퍼서. ㅋㅋㅋ. 그리고 국가적으로 전세계적으로 국민들이 조롱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눈을 게슴츠레 뜨고 한 번 걸러 쳐다보게 된다. ‘사실이야? 진실이야? 거짓이지? 거짓말이잖아!’ 거대한 기업들은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어쩔수 없어.’라며 국민의 몸과 마음을 죽일지 모를 해괴한 것들을 제품에 슬쩍 넣고 판다. 그리고 광고한다. ‘천상의 맛이옵니다. 드시면 행복이 찾아갈겝니다.’ 책 중간 즈음 내가 모르는 어려운 용어들이 나온다. 어려운 건 모르겠다. 몰라몰라. 하지만 그..그것들이 우리의 몸만 망치는 게 아니라 정신까지도 망칠 수 있다는 것은 알겠다. 그리하여 갑자기 뚝 과자와 커피와 설탕을 끊어버렸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오늘 딱 한잔의 설탕프림범벅커피를 마셔보았다. 사약을 들이키듯 근엄하고 단아하게 그러나 꿀꺽꿀꺽. 거 기분이 묘하다. 무섭고도 맛있다. 아 어쩌랴. 그래도 대견하다. 일주일이었잖은가. 조금 더 노력하자.


X

과자. 아이스크림. 라면. 초코파이. 캔디. 껌. 설탕. 물엿. 패스트푸드. 가공치즈. 가공버터. 햄. 소시지. 바나나우유. 청량음료(콜라. 사이다. 드링크. 피로회복제) 마가린. 쇼트닝. 팝콘. 정제당. 화학물질. 트랜스지방산. 튀김(감자튀김. 포테이토칩. 돈까스. 탕수육. 치킨. 유부) 식품첨가물. 흰밀가루. 백미. 식용유. 비타민제. 철분제. 인산염(어묵)...


O

비타민. 미네랄. 자연음식. 섬유질(과일. 야채)


이쯤에서 멋지게 마무리를 해야하는데 모르겠다. 내가 먹은 수백 수천 봉 과자와 식품첨가물로 인해 내 정신은 저 곳 어딘가로 소풍간겐가... 그런겐가...


이 책을 읽고 나면 도통 먹을 게 없다. 시골에서 올라온 고추를 찍어 먹자니 판매된장고추장에 뭐가 들어갔는지 알수가 없고 찌개를 먹자니 호박은 싱싱해 보이나 판매간장에 무엇이 들었나 알수가 없고 굶자니 배고파 헤롱대느니. 그런데 어찌 내가 과자를 멀리 하고 푸른 고추에까지 손을 대고 있느뇨.. 이런 것이 바로! 책!의 힘이다. 어허.. 무엇을 먹고 살란 말이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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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8-24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리 재밌는 리뷰를 제가 못봤었군요..!!^^ 리뷰당선 축하드립니다..

해콩 2005-08-24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가 블루스]까지 읽고 나면 죽음이라더군요.. 저도 아직 안 읽어본 책이지만..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식품이야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죽음에 이르는 먹거리'가 아닐까 합니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창출'일 뿐이니까.. 그런데 설탕은 더 무시무시하다고 하더군요.. 우리 아이들 학교 급식도 아울러 걱정입니다. 먹거리문화, 입맛의 획일화에 앞서 급식업체 역시 이윤창출이 목적인 기업일 뿐이니 아무리 검사를 열심히 해도 싸고 이문이 많이 남는 식재료 사용에 상할 염려 없는 조리법-기름을 이용한 튀기기나 뽁기 등-이니까.. 학부모님들.. 조금 귀찮더라도 아이들 도시락 싸주세요~ 소박하고 단촐한 반찬이라면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으실텐데..
(참고로.. 제 '도시락 싸다니기'주장은 저희 가족들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귀찮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ㅠㅠ)

거친아이 2005-08-25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해짐님~리뷰 잘 봤어요...당선되셔서 좋으시것다! 옛날엔 이런 거 잘 안 따지고, 없어서 몬 먹었잖아요. 이제 살만 해진 겁니다. 좋은 현상이죠..그래도 먹고 싶은 걸 못 먹고 참는다는 건 어렵도다~~

진진 2005-08-26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항상 감사합니다. ^^

해콩님: 닉넴이 깜찍하네요. 슈가 블루스라... 이 책의 약효가 떨어질 즈음 한 번 시도해봐야겠네요. 정말 다 따지고 보면 먹을 게 없어요. 그래도 설탕은 좀 줄여야 할 것 같아요. 세상에 안 좋은 음식이 저리 많아 소식가들이 오래 사나 봐요.. 아으..

거친아이님: 네 좀아욤. ㅋㅋ. 완전히 참기보단 조금씩 줄여보기로 했답니다. 느슨해질 즈음 다시 이 책을 보죠 뭐. ^^*

플레져 2005-08-26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해짐님~ 축하해요~ ^^ 리뷰가 넘 재밌는걸요~ ^^ 리뷰의 힘! 을 팍팍 느끼고 추천합니다!

진진 2005-08-27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하옵니다. 칭찬의 힘!을 느끼고 있습니다. ㅋㅋ

비연 2005-08-29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근데...그림이 '바람의 그림자'네요..이 책 멋지죠?^^

울보 2005-08-29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저도 꼭 한번 읽어보고 싶은책입니다,,

진진 2005-08-30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네 멋진 책이죠. 다시 한 번 읽고 싶은데 밀린 책이 어찌나 많은지.. ^^

울보님: 넵. 감사합니다. 두 번이나 축하해 주셔서 하나는 지웠습니다. ^^ 아이를 키우는 어머님들은 꼭 읽어야 할 것 같은...

비로그인 2005-09-01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재밌는 리뷰를 보다니...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저도 꼭 읽고 싶어지네요

진진 2005-09-02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