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알고 떠나자 - 지리 역사 음식 답사의 신개념 여행서
박찬영 지음 / 리베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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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가 보지 못하고 있기에, 언젠가는 가 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기에 기대감에 부풀어 [유럽 여행 알고 떠나자]를 펼쳤다. 예전에 어떤 책에선가 부자를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것을 보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너무나 그럴 듯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참 가난한 사람인 것 같다. 떠나고 싶다는 마음은 간절한데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선지 낯선 곳으로 나를 인도해주는 책을 보면 그저 반갑다. 유럽이라... 나의 가난한 마음에, 가난한 시간에 아직까지는 마음만 간절할 뿐이지만, 언젠가는....! 그래. 대비를 해 두어야지. 책을 통해서라도 말이다.

 

  다른 분야의 책보다는 역사책을 그나마 즐겨읽는 내게 이 책의 출판사와 저자는 낯설지 않다. "세계사를 보다" 등 "~을 보다" 시리즈의 역사관련 서적을 많이 펴내는 출판사이고 글쓴이이므로... 그래서 다른 가벼운 일회용(?) 여행안내서가 아니라 곁에 두고 때때로 펴볼수 있는 공부가 될 인문학적인 지식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으므로...

 

  이 책의 성격? 유럽여행에 내공이 상당한 친절한 가이드를 한 명 끼고 유럽여행을 안내받고 있는 느낌을 주는 책이랄까... 그렇게 설명하면 충분할 지 모르겠다. 유쾌하고, 재미있으며, 위트있고, 그러면서도 가볍지 않은 공부가 되는 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19800원이라는 책의 정가가 결코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책에 실린 컬러판의 사진만 해도 책값은 충분히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단순한 여행 안내서가 아니라 한편의 인문학 서적을 읽고 있는 듯한 역사, 지리 분야의 지식을 풍부하게 제공해주고 있으므로...

 

   이 책의 머리말은 "모르면 보물을 보고도 그냥 지나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맞다. 즉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 아니겠는가....이 책은 "유럽 여행"이라는 제목이 붙어있지만 유럽의 모든 나라에 대한 안내를 해주고 있진 않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영국과 프롱스, 독일에 대한 가이드이다. 유럽 모든 지역을 이 한 권의 책에서 담기엔 한계가 있었을 테고, 이 책이 시리즈로 만들어져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쓴이의 글쓰는 방법이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여러 곳이 있었다. 예를 들어 "결국 호민관 선거 날 반대파는 재선을 노리던 그라쿠스를 그의 지지자들과 함께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무자비하게 살해했다. 기원전 133년의 일이다. 단칼(1)에 허리를 찌르는(33) 모습을 떠올리면 연도를 외기 쉬울 것이다."(133쪽)와 같이 역사선생님들이 재미있게 암기하라고 툭툭 던져주는 농담처럼 머리속에 각인시키는 방식을 여러번 사용하고 있는 점. 그래서 내용이 머리속에 더욱 쏙쏙 들어왔다.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집필한 적이 있는 저자이고 출판사라 그런지, 각 나라의 역사와 지리적인 지식을 풍부히 설명해주고 있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드는 그런 책이었다. 여행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음식에 대한 정보도 단순히 이게 맛있다 등의 지식이 아니라 지리적, 역사적 배경을 함께 설명해 주어서 더욱 좋았고..

 

  그나저나 큰 일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얼른 가보고 싶다. 유럽으로... 책에서 배운 것들을 내 눈으로 보고 내 발로 디뎌보고 싶어진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 가고프다.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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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의 삶, 풍속화로 만나다 아름답다! 우리 옛 그림 4
윤진영 지음 / 다섯수레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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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책이다.  역사책을 읽다보면 책 내용과 관련있는 당시의 그림들이 실려있는 경우가 있는데 궁금했었다. 책에 간단히 소개된 화가 이름이나 제목 정도가 아니라 그림에 대한 자세한 사항들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어떤 사람인지(단순히 이름뿐이 아니라), 어떤 상황을 그림으로 그려낸 것인지 등이....

 

  이 책은 책 소개를 보고서는 욕심이 나서 꼭 한번쯤 읽어봐야지 싶던 책이다. 책 뒷날개를 보니, 이 책은 <아름답다! 우리 옛 그림>이라는 다섯수레 출판사의 시리즈 책 중의 한 권인 모양이다. 책의 판본은 A4사이즈 정도로 크고, 175쪽 정도의 분량이라 두껍지는 않은 책이다. <조선 시대의 삶, 풍속화로 만나다>는 책 제목이 이 책의 성격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책은 크게 3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관인풍속화, 사인 풍속화, 서민 풍속화가 그것이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서민 풍속화이다. "일반적으로 풍속화라 하면 조선 후기에 유행한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을 떠올린다."(p6)는 글쓴이의 말처럼 나 역시 풍속화하면 떠오르는 것은 김홍도의 씨름도라든가 서당도가 거의 전부인터라.... 하지만 "조선 후기의 서민 풍속화가 그만큼 의미와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풍속화는 어느 시대에나 그릴 수 있고, 또한 그려진 그림이다."(p6)는 그 뒷문장을 통해 조선 후기의 서민 풍속화 뿐만 아니라 다른 시대, 다른 분야를 그린 풍속화에 대한 생각까지 해 볼 수 있게 해 주는 책이기도 하다.

 

  미술사와 관련한 내공이 두둑한 글쓴이가 작품 하나하나를 꼼꼼히 설명해 주는 점이 무척 좋았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는 말이 여기에 딱 맞을 것 같다. 내가 그간 "안다."고 생각하며 봤던 조선 후기의 서민 풍속화들조차 글쓴이의 설명을 통해 보니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유명한 김홍도의 "서당". 나는 이 그림을 숙제 안 해 온 아이가 훈장님께 회초리를 "맞고 나서" 눈물을 찔끔 훔치는 장면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글쓴이는 대님을 "풀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이제 곧 회초리를 맞을 장면이라는 설명. 설득력 있다. 그리고 내가 건성으로 넘겼던 주변에 앉은 아이들의 표정이나 옷차림까지도 하나하나 짚어주어서 좋았다. "말징박기"를 주제로 한 김홍도의 그림과 조영석의 그림을 나란히 비교해 설명해주는 점도, 윤두서의 "나물캐기"나 (운두서의 손자인) 윤용의 "나물 캐는 아낙"을 이어서 설명해주고 있는 점도 좋았고... 풍속화를 통해 글을 통해서 다 상상해내기 힘든 조선시대의 역사를 이렇게 살펴보는 재미가 있구나.

 

  사인풍속화나 관인풍속화의 대부분은 오늘날로 이야기하자면 "모임 기념 촬영 사진"이라고 하면 맞을까나. 같은 회차 과거시험 합격 동기들의 모임이라든가 경로 잔치에 모인 사람들이라든가... 자주 접해보지 못해서 낯설다는 생각이 드는, 그리고 서민풍속화보다는 재미는 덜한 느낌의 그림들이었지만 글쓴이가 어렵지 않게 설명해주어서 조선시대를 보는 또 하나의 안경을 얻은 느낌이다.

 

  조선시대의 역사를 풍속화를 통해서 볼 수 있게 해 준 책. <조선시대의 삶, 풍속화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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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평민열전 - 평민의 눈으로 바라본 또다른 조선
허경진 지음 / 알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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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특이한 책이다. 제목만으로도 내가 그간 읽어온 역사책이 지배층 중심의 정치사에 너무 치중되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겠금 했던 책. 조선평민열전이라...책에서 어떤 인물들을 다루고 있을지 궁금했고, 또 그들의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다룰 것인지도 무척 궁금했다.  평민들 중에서 유명한 몇몇의 삶을, 일대기로 다루는 방식일꺼라 예상했었는데 내 예상과는 많이 다른 구성이었다. 책을 쓴 이(?)라기보다는 "편역자"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 그래. 편역자 "허경진", "목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를 거쳐 지금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있다."(책앞날개)는 그의 이 책은 2002년 "조선위항문학사"라는 이름으로 출판이 됐던 책의 개정판이다. 조선시대 평민출신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향견문록"과 "희조질사", "호산외기"를 원전으로 하여 "110명의 인물들을 주로 직업에 따라 열여섯 가지 범주로 분류해 실었"(p15)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인물들을 다루고 있고, 따라서 한 인물에 대해 깊이있게 다루기보다는 서너쪽 분량의 간략한 소개로 구성되어 있는 식이다. 너무 많은 인물들이고 내겐 낯선 인물들이다 보니 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은 아니었다. 그나마 내가 이름을 들어본 인물이라면 반가움에 눈여겨 보게 되었지만, 그 외에 인물들은 너무 낯선데다가 단편적인 이야기들이라 "아. 이런 사람도 있었구나"하고 넘어가는 정도였기에 책 읽기가 많이 더뎠다. 그렇게 단편적이고 짧은 이야기일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에 대해 남겨진 자료가 너무도 적기 때문이리라...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대중적인 역사책이기보다는 연구사적으로 중요한 자료집의 성격이 있는 책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인이야기가 많다. 내가 그 이름을 아는 인물은 드물었지만... 그래도 화가는 몇몇 아는 이름이 등장해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기인으로 유명했다는 최북의 이야기가 특히 흥미로웠다. 칠칠(七七)이라는 그의 자는, 北이라는 그의 이름자를 둘로 나누어서 만들었다는 것도 재미있었고, 높은 벼슬아치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자기의 눈을 찔러서 애꾸가 되어버렸다는 사연도 특이한 인물...

 

   내게 이 책은 한꺼번에 정독해나가기보다는 옆에 두고 필요할 때, 궁금할 때 그 인물을 찾아보는 조선 평민에 관한 "사전"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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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한국사 세계사 : 고대.중세 편 - 현직 교사가 짚어주는 중학생을 위한 한 번에 끝내는 통합 역사 처음 시작하는 한국사 세계사
송영심 지음 / 글담출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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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공부하기.

  역사공부를 꾸준히 하려고는 하는데, 어렵다. 아직까지도 나는 역사가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리라.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역사공부는 그 범위와 깊이가 끝이 없는 것 같다. 시간이 제법 지났기에 역사를 교과목으로 처음 배웠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지는 않다. 중학생 때는 역사가 뭔지 몰랐다.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하는 내용을 그저 외우고, 그래서 시험을 치면 점수가 잘 나오니, 역사를 재미있는 과목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재미보다는 시험이 목적이니까 시험에 나올 것들만 쓰고 외우고 그랬던 것 같다. 역사가 정말 중요한 분야이며 끊임없이 공부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대학 이후였다. 그리고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여러 경로를 통해 역사공부를 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노력의 부족인지 내가 가진 사고의 폭의 한계인지, 어렵다는 생각이 쉽사리 떠나지 않는다.

 

  좀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다. "현직 교사가 짚어주는 '중학생을 위한 한번에 끝내는 통합 역사'"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 저자 송영심은 "현재 중동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책앞날개)는 교사이다. 그리고 다양한 컨텐츠를 보유한 홈페이지를 운영하여 역사교사들 사이에서도 꽤나 유명하신 분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이 읽어보고 싶었다. 사실은 저자의 교실 수업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쳤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제목에서도 드러나지만 세계사와 한국사를 한꺼번에 같이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나는 중학교에서는 국사와는 별도로 사회 교과서에 포함된 세계사를 배웠고, 고등학교에서도 국사와 세계사를 각각의 교과서로 따로 배웠다. 그나마도 세계사는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것 같다. 요즘은 중학교에서 국사 따로 세계사 따로가 아니라 "역사"교과서로 국사와 세계사를 통합해서 배운다. 물론 그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드는 아쉬움이 조금은 있지만 기본방향면에서 제대로 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러나 고등학교에서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한국사만을 필수로 하고 세계사는 거의 배우지 않아 균형잡힌 세계사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아서 참 아쉽다.

 

 사설이 길었다. 국사, 세계사를 따로 배우다 보니 역사의 큰 틀, 큰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는 점은 내가 가진 한계점이다. 역사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지식들이 서술되어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재미는, 우리 역사의 어느 시점과 세계사의 한 시점을 옆으로 놓고 생각할 기회를 가진 것이다. 아쉬운 점이기도 하지만 장점이기도 한 짤막한 서술로 "한국사VS세계사 한번에 이해하기"에서 연대별로 세계사와 한국사에서의 중요한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313년의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밀라노 칙령 선포는 아주 중요한 사건으로 머리속에 각인되어 있으나 그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313년은 고구려의 미천왕이 낙랑군을 축축하고 대동강을 차지한 시기이기도 하다. 나란히 놓고 보니 재미있다. 지금처럼 각 국가간의 정상회담이 있다면 미천왕과 콘스탄티누스 1세는 커피라도 한 잔 나누며 담소를 나눌 수도 있는, 같은 시대를 살아낸 인물이 아닌가. 이 책을 보는 내내 그렇게 나란히 놓고 보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 대한 몇 가지 아쉬움도 있다. 책의 내용도, 서술방식도 좋아 꼼꼼히 살펴봤는데 몇군데서 오류가 보였기 때문이다. 79쪽의 5현제 시대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면 "~통치했던 96년부터 180년까지의 약 200년간의 평화시대를 말합니다. 이 시대를 가리켜 '로마의 평화'"라고, 그러니가 "5현제 시대 = 로마의 평화 시대"로 설명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잘못된 서술인 것 같다. 일반적으로 로마의 평화(pax romana)는  "BC 1세기 말 제정(帝政)을 수립한 아우구스투스의 시대부터 5현제(五賢帝) 시대까지의 약 200년간 계속된 평화"시대를 의미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연개소문의 정변에 대해서도 149쪽에서는 "27대 왕이던 영류왕을 죽"이고 권력을 장악한 사건으로 제대로 기술하고 있지만 146쪽에서는 "연개소문 장군이 영양왕을 제거"했다고 잘못 서술하고 있다. 한 글자의 사소한 오류이긴 하나 영양왕과 영류왕은 엄연히 다른 왕인데 말이다. 

   또하나. 192쪽, "고려는 현종의 친조를 약속받고 거란과 화약을 맺었으나, 현종은 끝내 요나라를 찾아가지 않았습니다."는 문장에 각주로 "친조"에 대해 "왕이 친히 나라를 다스림"이라고 풀이한 것은 잘못된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친조親朝"라는 말을 인터넷사전에서 찾아보면 앞과 같은 풀이가 나오지만 문맥상 여기에서의 친조라 함은 왕이 직접 입조하는 것인 듯 한데 말이다.

  그리고 간혹 문맥상 어법이 맞지 않는 사소한 오자들이 이 책이 가진 여러 장점을 많이 깎아 내리는 것 같아 아쉽기도 했고.

 

  어쩌다 보니 책이 가진 단점들만 크게 나열했는데, 책이 가진 장점이 너무 많은데 작은 단점들이 그런 장점들을 깍아내리는 점이 너무 아쉬워서 지적해본 것이다. 컬러판의 사진자료, 그리고 유능한 역사교사의 교실수업을 들여다보는 듯한 꼼꼼하고 재미있는 설명이, 역사에 대해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다고 유혹하는 장점 많은 책이다. [처음 시작하는 한국사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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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유 - 실천하는 교사,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함영기 지음 / 바로세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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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사유. 실천하는 교사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교육사유. "p의 변화". "무엇을 물어봐도 대답을 하지 않았고 언제든지 무슨 이야기든 해도 좋다고 해도 반응이 없었다. 말하자면 그 학급 서른 다섯 명 아이 중 p는 투명인간이었다."(p153) 그랬던 p가, 대화의 계기조차 만들기 힘들게 했던 p가, 교사의 '나는 너에게 관심을 거두지 않았다'(p154)는 신호를 통해 달라졌다. 표정이 밝아지고 의사표현도 더러는 하고, 더군다나 글쓴이가 글을 쓴 그 날은, p가  글쓴이(교사)의 어깨를 정성스럽게 안마까지 해 주고 갔다. "교실 밖으로 나가다 뒤를 돌아보며 p를 보고 웃었다. p도 웃었다."(p155)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교육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장면 중에서 그 어느 장면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으랴!

   왜 이 글 끝에서 피식하고 웃어버렸는지 모르겠다. p의 변화는 오로지 글쓴이의 노력 덕분일까? "나는 너에게 관심을 거두지 않았다."는 그 하나의 메시지가 p를 저토록 변화시킨 것일까? 이 책의 다섯번째 주제는 학생이다. 그 첫번째 장에서 다루고 있는 짤막한 글의 제목이 "p의 변화"이고, 앞서 내가 던졌던 물음에 대한 대답은 이 책을 통해서만 살펴봤을 때는 "그렇다."이다. 그러니까 글쓴이는, 아무리 큰 문제가 있는 학생이라도 교사의 애정어린 관심으로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적어도 이 글만 읽어보자면 말이다.

   그러나 나는, 물론 너에게서 관심을 거두지 않았다는 교사의 메시지가 일부 작용은 했겠으나 p의 가정환경이나 혹은 개인적인 사정이 더 좋아졌기 때문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학생에게 있어 학교생활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 그리고 교사의 관심으로 학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에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그러나 이미 가정과 사회에서 굳어져버린 학생 개인의 인성은, 일주일에 많아야 서너시간 수업시간에 만나는 교사의 관심만으로는 변화시키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좀 전에 언급한 'p의 변화'라는 제목의 소주제에 앞서 있는 150여쪽까지의 글은, 글쓴이의 생각에 대부분 동의하며, 때론 고개를 주억거려가면서 읽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장은 솔직히 건성으로 넘겼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글쓴이 함영기는 중학교에서는 수학교사로, "대학에서는 예비교사들을 가르치고 있다."(책앞날개). 이 책 [교육사유]는 글쓴이가 교육현장에서 몸소 체험하며 생각한 바와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 대한 단상을 9개의 주제로 나누어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책이다. 과도한 업무에 치여 교사로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수업을 오히려 등한시해야 하는 상황, 교원능력개발평가, 성과상여금 지급 등의 문제 등에 대해서는 나 또한 안타깝게 생각하고 개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매년 똑같이 되풀이 되는 소모적 업무에 소중한 시간을 빼앗기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p66)는 글쓴이의 말에도 동의한다. "막상 새 학기가 시작되면 교사들은 폭주하는 업무 때문에 아이들과 나눠야 할 귀중한 시간을 놓치고 만다."(p66)는 말에도 역시 동의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과 교사의 인격적인 만남과 수업인데, 글쓴이는 그렇게 소비해야 할 시간을 교사들이 각종 쓸데없는 문서를 처리하느라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나는 글쓴이가 지적하지 않은 문제 하나를 지적해보고 싶다. 교사 수를 현실화하면 어떨까. 이 책에서 느껴지는 각종 "문서", "업무"에 대한 글쓴이의 태도는 대부분이 쓰잘데기 없는 것인데 그걸 처리하느라 교사가 힘들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 부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더러는 정말 쓸데없어 보이는 업무들도 있지만 그건 소수가 아닐까.  교사에게 좋은 책을 읽을 시간, 학생을 만나 대화할 수 있는 시간, 수업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는 교사수를 현실화해서 그 업무를 나누어 처리하는 것은 어떨까? 끊임없이 임용시험만을 준비하고 있는 교원자격증 소지자들에 대한 문제도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교사 1인당 학생수를 줄이고, 기존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그 많은 업무들을 나눠서 효율성 있게 처리하는 건 어떨까? 교육현장에서의 쓸데없는 연수니 워크샵, 정규수업만으로도 힘든 교사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보충수업 따위에 낭비되는 예산만 잘 아껴도 역할분담을 할 수 있는 교사 수를 늘리는데 충분하지 않을까?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좀 어렵다. 그리고 교육, 학교에 대해 글쓴이만큼 모르는 내가 글쓴이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어 과연 어느 쪽이 옳을까 하는 생각을 하느라 더 어렵게 느껴졌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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