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대중문화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알라딘 8기 신간평가단 활동을 시작하며, 매월 초에 해당 분야의 새로운 책들을 살펴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술/대중문화에는 신간이 그다지 많지 않네요. 적은 중에 고르는 것도 무척 고민이 되지만 다섯 권을 선택해보았습니다. 

* 사람은 무엇으로 가는가 (최민식 지음/ 하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최민식의 포토에세이' 라는 설명을 보고 지인에게 물어보니 무척 유명한 분이라는군요. 우리나라 사진계의 거장을 알아보지 못했다니 부끄럽습니다.
책을 사랑하여 좋은 구절을 따로 옮겨두어 글을 쓰고, "아직도 읽을 책이 많다"고 말한다는 저자. 연륜이 묻어나는 사진과 함께 이분의 글을 읽으면 그 느낌이 더욱 깊게 다가오겠지요. 책을 덮을 때쯤에는 멋진 인생 선배를 알게 되었다는 생각도 들 것 같습니다.


* 하이든, 그 삶과 음악 (데이비드 비커스 지음/ 김병화 옮김/ 포토넷)

    하이든, 그의 이름을 들으면 <천지창조>와 <사계>의 선율이 먼저 떠오릅니다. 학창시절 음악 시험을 위해 음악을 듣고 또 들었던 기억도 나고요. (예술에 대한 기억도 성적의 일부분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군요 ^^;)   
아직은 예술과 일상 사이에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이 책을 읽으면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에 더욱 가까워질 것 같습니다. 삶을 알고 나면 작품에 대한 애정도 자연스레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그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며 듣는 음악은 어떤 느낌일지 무척 궁금하면서도 기대가 됩니다.

 *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1 (유홍준 지음/ 눌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책이지요. 우리나라의 문화재와 미술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저자가 이번에는 한국미술사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을 출간했네요. (물론 그 사이에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습니다.)
선사시대, 고조선에서부터 발해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미술사의 전체 흐름’ 속에서 한국미술사를 바라보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입문서라고는 하지만 조금 어려울까봐 걱정이 되기도 하는군요, 으음.

 * 영화는 역사다 (강성률 지음/ 살림터)

    얼마 전 『파리는 깊다』를 읽으면서 프랑스의 영화사를 한 토막 알게 되었습니다. 최초로 영화가 상영되고, 그 이후 새로운 영화 풍조가 나타나는 과정이 재미있더군요. 그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의 영화사가 궁금했는데, 마침 그에 관한 책이 있었습니다. 문화는 시대를 반영하는만큼 하나의 영화에는 그 시대의 역사와 가치관도 녹아있기 마련이지요. 읽으며 안타깝고 쓰라리기도 하겠지만 근현대사와 영화사 모두를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오래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도 물씬 생겨날 듯 합니다.

 * 로댕의 예술론 (오귀스트 로댕 지음/ 김문수 옮김/ 돋을새김)

     고독한 조각가 로댕. 그는 돌과 씨름하는 그 시간에 외로움에서 벗어났을 것입니다. 그리고 조각을 한 후 뫼동의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었겠지요. 
로댕은 고흐, 모네, 르누아르 등과 동시대를 살며 예술가들과 교류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 로댕미술관에는 로댕의 작품 뿐 아니라 그가 구입했던 예술가들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 로댕은 그의 글과 대화를 통해 어떤 예술관을 들려줄까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로댕의 작품들을 좀더 깊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달에 읽게 될 신간서평단의 책들에 제가 고른 책들도 들어갈까요? 어떤 책을 읽게 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페이퍼를 적는 경험도 신선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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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종료] 7기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알라딘 7기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하였습니다. 인문 서적에 관심이 생겨 덥썩 신청하였다가 운좋게 선정되었고, 덕분에 인문· 사회 분야의 신간을 마음껏 맛볼 수 있었습니다. 비 오는 날을 기다리며 『처녀귀신』을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시간은 참 빠르게 지나갑니다. 시원한 음료가 필수적이었던 여름이 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스쳐가는 계절이 되었으니 말이지요.

그동안 13권의 책을 받았습니다. (마지막 책은 며칠 전에 받아서 아직 읽지 않았습니다.)

˚ 처녀귀신 (최기숙 지음/ 문학동네)
˚ 10권의 책으로 노무현을 말하다 (김병준, 김창호 외 지음/오마이북) 
˚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 (셰리 터클 엮음/ 정나리아, 이은경 옮김/ 예담)
˚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 (다니엘 파울 슈레버 지음/ 김남시 옮김/ 자음과모음)
˚ 과일사냥꾼 (아담 리스 골너 지음/ 김선영 옮김/ 살림)
˚ 사랑의 승자 (오동명 지음/ 생각비행)
˚ 장인 (리차드 세넷 지음/ 김홍식 옮김/ 21세기북스) 
˚ 파리는 깊다 (고형욱 지음/ 사월의책)
˚ 르 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 (르 코르뷔지에 지음/ 최정수 옮김/ 한명식 감수/ 안그라픽스)
˚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비아북)
˚ 9시의 거짓말 (최경영 지음/ 시사IN북)
˚ 더 커피 북 (니나 루팅거, 그레고리 디컴 지음/ 사랑플러스)
˚ 심리학, 배신의 상처를 위로하다 (이브 A. 우드 지음/ 안진희 옮김/ 김한규 감수/ 이마고)

마음 같아서는 모두 읽고 싶었지만, 여건상 『장인』과 『10권의 책으로 노무현을 말하다』는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주옥 같은 책들을 제외하고 신간평가단 활동을 정리하려니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지만,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해봅니다.

*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어떤 분야이든 '가장 ~한 것'을 고르기가 힘든 듯 합니다. 여러 책들이 제각기 얼굴을 들이미는데 어찌 한 권만 고를 수 있을까요. 무척 고민이 됩니다만, 『9시의 거짓말』을 꼽아봅니다. 
언론이 '절대적 객관'과 '기계적 중립'을 추구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런 역할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기사를 쓰는 것도 선정하는 것도 사람의 일인데,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이 책을 읽으며 언론과 권력의 이익을 위해 조장된 이미지가 우리 사회에 만연함을 깨달았습니다. 누구나 어렴풋이 '기사가 모두 진실은 아니지'라고 생각했던 현실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에 할 것 없이 애매모호한 추측성 기사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그것들이 우리의 사고를 어떻게 장악하느냐- 누구나 한번쯤은 읽고 고민해보아야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 신간평가단 인문/사회 A조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읽은 책들 중에서 다섯 권을 선택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장인』과 『10권의 책으로 노무현을 말하다』를 읽고 나면 순위는 분명 달라지겠지요. (제 예상으로는 읽지 않은 두 권이 베스트 5 안에 모두 들어갈 것 같습니다 ^^;)

  1. 더 커피 북
  2. 9시의 거짓말
  3. 파리는 깊다
  4. 사랑의 승자
  5. 처녀귀신
 







* 신간평가단 인문/사회 A조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 속에서 한 구절
  
   
     항상 빨강과 파랑이 섞여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순도와 조합의 비율이 때와 장소에 따라 변화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너는 빨강이고 나는 파랑이야'라고 '규정'짓는 것처럼 바보스러운 일도 없습니다. '순 빨강'과 '순 파랑'은 없습니다. 다만 세상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빨강과 파랑의 잡종들이 있습니다. 또 무수히 많은 다른 빛과 색깔이 있습니다. 빨강이냐 파랑이냐 하는 '순종 논쟁'은 이른바 이념, 원칙, 주의에 대한 맹목적 집착이며, 동시에 자기를 기만하는 위선입니다.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너는 빨강, 나는 파랑'이라며 순종 논쟁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실 우리 모두는 누리끼리한 잡종이 아닌가요?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정도와 배합, 그리고 도덕적 동기일 뿐입니다.  
- 『9시의 거짓말』, p. 47
 
   
 
   -위에서 기억에 남는 책으로 적었던- 『9시의 거짓말』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문구입니다. 언론과 정치권의 색깔론을 보면 지금이 2010년인지 1980년인지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그에 편승해서 포털사이트에서 지역론, 색깔론을 운운하는 댓글들을 보면 더욱 답답해집니다. 과거 정치권이 만들어낸 허상은 21세기가 되어도, 우리 자녀 세대에도 계속되는 걸까요. 이제는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다름'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알라딘 신간평가단을 통해 읽은 책들은 평소 제가 선택한다면 고르지 않았을 법한 분야가 무척 많았습니다. 덕분에 다양한 책을 접하며 견문을 넓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그 책들 중 상당수가 기존의 관점에 새로운 시선을 더하고 있어 읽는 내내 흥미로웠습니다. 앞으로는 이전의 틀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읽을 거리를 찾을 것 같습니다. 
일 주일에 한두 권의 책이 속속 도착하여 다른 책들과 병행하여 읽기가 조금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3개월 동안의 리뷰에 신간서평단의 책이 많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고 후기를 적는 과정에서는 늘 솔직한 독자의 입장이었습니다.) 이제 시작하는 알라딘 8시 신간서평단은 기간이 길어지고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도록 바뀌어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그동안 쌓여있던 책들을 읽는 한편, 알라딘에서 보내주는 대중문화/예술 분야의 책들을 간간이 소개할 듯 합니다. 이 역시 즐거운 경험이 될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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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싸우는가>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 행복한 사회 재건의 원칙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비아북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제1차 세계대전이 계속되던 시절, 사람들은 인간의 본성과 국가, 현실에 대한 질문에 빠질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버트런드 러셀 역시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1915년에서 1916년 사이에 강연했던 내용이 이 책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충동적인 존재이다?

   버트런드 러셀은 책의 전반에 걸쳐 인간의 행동이 충동과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전제합니다. 그 중에서도 충동의 비중을 크게 보고 있습니다.

   
     인간의 모든 자연스러운 활동을 야기하는 것은 그 활동이 겨냥하는 목적이 아니라 그 활동 자체에 이끌리는 충동이다. 사람들이 어떤 목적을 원할 때 목적 그 자체를 원해서가 아니라 그 목적을 실현시켜주는 행동을 필요로 하는 본성이 작용하기 때문에 그 목적을 갈망하는 경우가 많다. 전쟁도 마찬가지이다. 전쟁을 통해서 실현되는 목적은 그것이 실현될 때보다 계획 중일 때 더 중요하게 부각된다. 전쟁 자체가 인간 본성의 한 측면을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동이 행복을 가져다 주리라 기대되는 것을 실현하려는 욕구에서 비롯한다면 합리적인 전쟁 반대론만으로도 전쟁은 이미 오래전에 종식되었을 것이다. 전쟁은 어떤 이득이 있는지를 따지는 시중한 계획이 아니라 충동에서 비롯하기 때문에 예방하기 어렵다.  -p. 86     
   

개인적으로는 동의하기 힘들지만, 전쟁을 기점으로 모든 것이 변한 현실 앞에서 저자는 기존의 논리로 사회 현상을 규명하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의 폐해가 드러나고, 자유를 추구하는 성향이 강해지며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던 복잡한 시대적 분위기에서 이전과는 다른 대안이 필요했겠지요. 그래서 인간의 본성이라는 새로운 원인을 찾았나봅니다.

창조적 충동, 사회 재건을 추구하다

    그는 인간의 행동을 분석하고, 국가의 역할과 전쟁의 본질에서부터 경제, 교육, 결혼, 종교 등 국가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고찰합니다. 이야기는 창의성과 활력, 그리고 삶의 기쁨이 넘치는 사회로 향합니다. 본능과 지성과 영혼이 조화롭게 발전된 모습, 그것은 개인과 공동체 모두에 해당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훌륭한 삶과 변화된 세계에 대한 생각이 정립되어야 하고, 경제 구조나 인생 철학에서부터 바뀌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시대가 많이 바뀐 지금의 관점에서 보아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세월이 지난 만큼 사회적 수준이 향상되지는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특히 교육 분야에서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교육 과정에서 주입하기보다는 존중심을 강화하여 청소년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사고 정신을 키우고, 그들이 진실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육은 무조건적인 수용 대신에 건설적인 의문과 지적 탐구심, 진취적인 태도가 승리를 거둔다는 세계관, 사고의 대담성을 조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는 태도, 정치적인 목적에 순종하는 태도는 정신적인 요소에 대한 무관심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앞서 말한 해로운 습성을 야기하는 직접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이런 원인들 뒤에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교육을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수단이 아니라 학생들을 지배하는 권력을 획득하는 수단으로 여기는 태도이다. - p. 158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 떠올랐습니다. 의문을 가지는 과정 없이 그저 받아들이고, 시험을 위한 지식을 외워야하는 학생들을 본다면 버트런드 러셀은 무슨 말을 할까요? 그러한 습성은 그 시절에 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릇된 권위와 언론, 그리고 사회적 풍조에 순응하는 수동적인 사고 방식이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만들어냈을 것입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9시의 거짓말』의 내용이 자꾸만 겹쳤습니다.
+ 관련글: 9시의 거짓말 - 한국의 언론은 어디로 가는가?

물론 저자에게 동의할 수 없는 사고방식도 있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민족주의가 한껏 고취되었던 시기라 그런지, 나라에 따라 민족성을 규정하는 문구가 등장합니다. 특히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프랑스는 가장 문명화된 민족으로 통한다든지, 독일이 자국에서 소질을 발휘하지 못하는 분야를 시샘하여 다른 나라의 문화를 짓밟으려고 작정을 했다는 부분에서는, 이것을 그저 당시의 당연한 관점으로 여기고 넘어가기가 힘들었습니다 (p.88~90).

   전체적으로 볼 때, 전쟁에서 벗어나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로 변화시키고자 고심했던 흔적이 곳곳에 보이는 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이 그러하듯,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를 줄이기에는 한계가 많은 듯 합니다. 게다가 정치철학이라는 어려운 주제와 난해한 문장이 만나 읽는 내내 쉽지 않았던 책이었습니다. 20세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을 미쳤던 버트런드 러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심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정치 철학이나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 또는 인간의 심리나 행복론에 관심이 있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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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의 거짓말>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9시의 거짓말 - 워렌 버핏의 눈으로 한국 언론의 몰상식을 말하다
최경영 지음 / 시사IN북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언제부터인가 언론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것 같습니다. 주요 일간지와 스포츠신문을 막론하고 내용없는 기사에 자극적인 제목을 써서 클릭을 유도합니다. TV 뉴스에서도 인터넷의 기사와 별 다를 바 없는 소식을 전하기에 새롭지 않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언론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졌습니다. 방송법에도 명시하고 있듯이, 방송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민주적 기본질서를 존중할 공적 책임이 있고, 방송에 의한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합니다 (방송법 제5조 1항 및 제6조 1항). 그런데 언론은 지금 그러한 보도를 하고 있을까요?
이에 대해 솔직하게 드러내놓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자는 KBS 기자로 10년 넘게 활동했던 경험과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 언론의 현실을 꼬집어냅니다. 그리고 대중에게는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워렌 버핏  vs. 한국의 언론

   이 책은 워렌 버핏의 가치관과 한국 언론의 몰상식을 대조하는 구성으로 전개됩니다. 저자는 워렌 버핏이 말하는 기업의 본질과 가치를 통해 한국 언론이 내세우는 -'진실을 객관적으로' 보도한다는- 이념이 왜 틀렸는지 짚어냅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투자가와, 공익을 위해 존재하는 언론이 같이 다루어진다는 점이 독특하지요.
읽다보면 주식시장의 속성, 그에 참여하는 대중과 뉴스의 상호관계 또한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주식에 관심이 있는 개인투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들도 많았습니다.

한국 언론의 현실을 말하다

   저자는 우선 언론이 주장하는, 또는 언론에 강요하는 '절대적 객관'과 '기계적 중립'이란 문구부터 틀렸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이성에는 한계가 있고, 기사를 쓰고 선정하는 모든 과정에 편집자의 주관이 들어가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기계적 중립'을 논하며 '물타기'를 합니다. 누구를 위한 정치이고 기획인지 구별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경제적 사안의 본질은 흐리고 논쟁거리만 늘어놓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국의 극우 신문들이 창조한 용어 '세금 폭탄'도 참 잘 먹혔습니다. 덕분에 종합부동산세 대상자뿐만 아니라 달랑 집 한 채 가진 일반 서민들도 세금이 폭탄처럼 투하될까 노심초사했습니다. 지금은 보수 정권으로 바뀌어 세금이 폭탄처럼 투하되지 않으니 참으로 편안하실 겁니다. 그런가요? 세금이 확 줄어서인가요, 아니면 세금 폭탄이라는 단어가 신문에서 사라져서인가요? 당시 여러분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본질'이 세금 폭탄이었을까요, 아니면 세금 폭탄으로 한동안 지면을 도배했던 신문 기사였을까요?  -p. 27 

   김대중, 노무현 재임 기간 동안 택시 운전기사들의 입을 빌려 흉흉한 경제 민심을 전파해온 신문들은 왜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요즘에는 그런 기사를 싣지 않는 것일까요? 택시 운전기사들의 살림살이가 급격히 나아져서?   -p. 95

 
   

   이렇게 된 원인 중 일부는 우리나라의 역사, 1970~80년대 독재정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시의 정치 사회적 환경 때문에 언론, 특히 방송은 권력에 길들여져 있었습니다. 90년대 초반까지도 정부나 야당에서 내어주는 자료를 보도했을 뿐, 제대로 된 취재를 할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받아쓰기 저널리즘(stenographic journalism)에 익숙한 사람들이 현재 언론의 고위직에 있으니 언론의 소극적인 성향이 바뀌기 힘든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언론이 진실을 추구한다는 것은 사실들 속에 숨겨진 사회적 맥락, 그 의미를 찾는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언론은 단순한 사실을 전하는 데도 힘에 부쳐 합니다. 당연히 숨겨진 사실을 발굴해서 그 사회적 맥락까지 꿰어 맞추기란 어렵습니다.   -p.211  
   

   또한 대중과 광고주 사이에 있는 것이 언론입니다. 광고주는 대중의 관심을 얻어야 상품과 서비스를 광고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수입원인 미디어 산업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사만 가득한 상업주의 언론으로 전락하였습니다. 기사의 초점은 대중에게 필요한 사안에 있지 않습니다.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소재가 난무합니다. 그러다보니 극단적인 언어도 많이 사용합니다. 미국의 금융위기였던 2008년 9월~12월에 미국의 경제 신문에서 사용했던 '위기, 공포, 공황'이란 단어보다, 같은 기간에 우리나라의 일부 경제 신문에서 사용한 동일 단어가 무려 3배나 더 많다는 사실은 한국 언론의 몰상식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현실을 멋대로 정의하고 추정하여 대중의 불안한 심리를 부추깁니다. 
   
  평상시 언론 뉴스는 약장수들의 헛소리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언론 뉴스를 마지막 기댈 곳으로 여기기 때문에 군중심리를 불러일으키는 언론의 영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 p.222, 로버트 쉴러 교수(Robert James Bob Shiller)
 
   

   속체가 드러난 언론은 사회적 의제를 걸러내고 규정하는 이들이 아니었습니다. 정부과 기업 등 특정 집단의 이익을 보호하고, 결과적으로는 사회의 부당한 구조마저도 옹호합니다. 이러한 현실을 알고 나니 언론이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은 더욱 명확해집니다. 그리고 대중은 언론의 근본적인 한계를 알고 뉴스를 구별해야 합니다. 냉철하고 합리적인 언론과 이성적이고 현명한 대중이 만나야 이 사회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해 발전할 것입니다.

   저자가 머리말에 언급했듯이, 이 책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언론과 그에 휘둘리는 대중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강하고 격앙된 어조라고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들이 자세하게 까발려지니 속이 후련합니다. 그동안 언론이 조성한 이미지가 우리 생활에 얼마나 깊게 관여하고 있는가가 놀라웠습니다. 반성이나 변화 없이 앞으로도 무의미하거나 편향된 기사들이 쏟아져나온다고 생각하면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언론과 사회에 대해 생각하고 답답해왔던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아직도 언론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읽어보셔야 할 것입니다. 또한 주식에 관심있는 분에게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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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커피북>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더 커피 북 - 커피 한 잔에 담긴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니나 루팅거.그레고리 디컴 지음, 이재경 옮김 / 사랑플러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오늘날의 커피 한 잔이 있기까지

   '커피'를 생각하면 원산지, 종류, 맛과 향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그 커피 한 잔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칠까요? 그리고 커피는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요?
커피는 한 염소지기 목동이 염소가 먹는 커피 과육을 따라 먹으면서 발견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후 그 마을 수도사가 목동의 행동을 본 후 자신이 먹어보고, 예배를 드리며 장시간 깨어있어야 하는 수사들이 이 열매를 끓여마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커피의 기원설이 이슬람 국가에 많이 전해진다더군요.
우즈베키스탄의 의사 겸 철학자 아비센나가 커피의 의학적 효능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 서기 1000년의 일이라니, 커피의 역사는 벌써 천 년이 넘은 셈입니다. 이 책에는 커피가 중동에서 유럽, 미국으로 전파되고 발달하여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역사가 자세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커피를 접하고, 커피하우스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던 모습은 그 시대의 사회적 단면을 보는 듯 하여 흥미진진했습니다. 또한 근현대사에 접어들면서 시작된 여러 커피 생산국들의 고충, 아라비카 커피와 로부스타 커피, 인스턴트 커피와 스페셜티 커피의 모습은 지금의 삶과 무척 가까운 이야기였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맥심이나 맥스웰하우스, 스타벅스나 피츠 등이 등장하고 지금의 시장이 형성되기까지의 시간이 소개되어 있으니 그저 케케묵은 과거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스타벅스가 사회단체나 소비 운동의 타겟이 되고 있으나, 그에 앞서 스타벅스가 커피의 역사와 문화에서 기여한 바를 알아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향긋한 커피의 이면을 만나다

   커피의 역사는 나라 간의 무역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와 정치를 빼놓고 말하기가 힘듭니다. 식민지에 커피를 재배하고 본국으로 가져갔던 제국주의의 횡포, 생산국과 소비국의 관계를 알고 나면, 이전에 띄엄띄엄 알고 있던 사실들이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또한 대기업, 다국적 기업에게 밀리고 경제적, 정치적으로 소외되어 힘든 삶을 살아가는 생산자, 특히 소규모 자영농이나 노동자의 실태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커피가 인기를 얻었을 때 그것을 재배하였던 사람들은 식민지의 노동자들이었고, 커피 소비량이 많아질수록 재배지의 환경은 파괴되어갔습니다. 현재에도 역시 생산자와 그곳의 환경은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책의 1/6에 걸쳐 '지속가능한 커피' 열풍에 대해 설명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자신이 구매하는 물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고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이전의 수동적인 존재를 넘어 생산 및 소비 과정 전체에 걸쳐 주체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전세계적인 윤리적 소비 운동을 접하며 커피에 대해 보다 깊게 생각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식품시장 먹이사슬에서 소비자들이 발휘하는 힘은 우리들 대다수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결국 다른 무엇보다 소비자 구매력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시장이 들을 수 있을 만큼 크고 분명한 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떻게 재배되고, 어떻게 가공되고, 어떻게 운반되어야 할지, 그리고 그 거래에서 마땅한 보상을 받을 사람은 누구인지 분명히 가르쳐줄 필요가 있다. 
- 본문 p.315/ 머나 그린필드, <커피를 강하게 만드는 법(Making Coffee Strong)>(1994)
 
   

   시중의 커피 관련 도서는 주로 커피의 재배 지역, 로스팅 및 분쇄 방법, 그리고 커피 레시피를 언급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와 달리, 커피의 역사와 재배, 거래 과정과 시장의 역학, 지속가능한 커피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읽는 내내 많은 사실을 새로이 알게 되었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관점에서 커피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전문 자료로 글을 뒷받침하고, 이를 책의 마지막에서 정리한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생소한 부분이 많기에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하며 곱씹을 수 있는 깊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커피를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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