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싸우는가>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
-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 행복한 사회 재건의 원칙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비아북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제1차 세계대전이 계속되던 시절, 사람들은 인간의 본성과 국가, 현실에 대한 질문에 빠질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버트런드 러셀 역시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1915년에서 1916년 사이에 강연했던 내용이 이 책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충동적인 존재이다?
버트런드 러셀은 책의 전반에 걸쳐 인간의 행동이 충동과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전제합니다. 그 중에서도 충동의 비중을 크게 보고 있습니다.
|
|
|
|
인간의 모든 자연스러운 활동을 야기하는 것은 그 활동이 겨냥하는 목적이 아니라 그 활동 자체에 이끌리는 충동이다. 사람들이 어떤 목적을 원할 때 목적 그 자체를 원해서가 아니라 그 목적을 실현시켜주는 행동을 필요로 하는 본성이 작용하기 때문에 그 목적을 갈망하는 경우가 많다. 전쟁도 마찬가지이다. 전쟁을 통해서 실현되는 목적은 그것이 실현될 때보다 계획 중일 때 더 중요하게 부각된다. 전쟁 자체가 인간 본성의 한 측면을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동이 행복을 가져다 주리라 기대되는 것을 실현하려는 욕구에서 비롯한다면 합리적인 전쟁 반대론만으로도 전쟁은 이미 오래전에 종식되었을 것이다. 전쟁은 어떤 이득이 있는지를 따지는 시중한 계획이 아니라 충동에서 비롯하기 때문에 예방하기 어렵다. -p. 86 |
|
|
|
|
개인적으로는 동의하기 힘들지만, 전쟁을 기점으로 모든 것이 변한 현실 앞에서 저자는 기존의 논리로 사회 현상을 규명하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의 폐해가 드러나고, 자유를 추구하는 성향이 강해지며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던 복잡한 시대적 분위기에서 이전과는 다른 대안이 필요했겠지요. 그래서 인간의 본성이라는 새로운 원인을 찾았나봅니다.
창조적 충동, 사회 재건을 추구하다
그는 인간의 행동을 분석하고, 국가의 역할과 전쟁의 본질에서부터 경제, 교육, 결혼, 종교 등 국가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고찰합니다. 이야기는 창의성과 활력, 그리고 삶의 기쁨이 넘치는 사회로 향합니다. 본능과 지성과 영혼이 조화롭게 발전된 모습, 그것은 개인과 공동체 모두에 해당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훌륭한 삶과 변화된 세계에 대한 생각이 정립되어야 하고, 경제 구조나 인생 철학에서부터 바뀌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시대가 많이 바뀐 지금의 관점에서 보아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세월이 지난 만큼 사회적 수준이 향상되지는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특히 교육 분야에서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교육 과정에서 주입하기보다는 존중심을 강화하여 청소년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사고 정신을 키우고, 그들이 진실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
|
|
|
교육은 무조건적인 수용 대신에 건설적인 의문과 지적 탐구심, 진취적인 태도가 승리를 거둔다는 세계관, 사고의 대담성을 조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는 태도, 정치적인 목적에 순종하는 태도는 정신적인 요소에 대한 무관심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앞서 말한 해로운 습성을 야기하는 직접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이런 원인들 뒤에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교육을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수단이 아니라 학생들을 지배하는 권력을 획득하는 수단으로 여기는 태도이다. - p. 158 |
|
|
|
|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 떠올랐습니다. 의문을 가지는 과정 없이 그저 받아들이고, 시험을 위한 지식을 외워야하는 학생들을 본다면 버트런드 러셀은 무슨 말을 할까요? 그러한 습성은 그 시절에 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릇된 권위와 언론, 그리고 사회적 풍조에 순응하는 수동적인 사고 방식이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만들어냈을 것입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9시의 거짓말』의 내용이 자꾸만 겹쳤습니다.
+ 관련글: 9시의 거짓말 - 한국의 언론은 어디로 가는가?
물론 저자에게 동의할 수 없는 사고방식도 있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민족주의가 한껏 고취되었던 시기라 그런지, 나라에 따라 민족성을 규정하는 문구가 등장합니다. 특히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프랑스는 가장 문명화된 민족으로 통한다든지, 독일이 자국에서 소질을 발휘하지 못하는 분야를 시샘하여 다른 나라의 문화를 짓밟으려고 작정을 했다는 부분에서는, 이것을 그저 당시의 당연한 관점으로 여기고 넘어가기가 힘들었습니다 (p.88~90).
전체적으로 볼 때, 전쟁에서 벗어나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로 변화시키고자 고심했던 흔적이 곳곳에 보이는 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이 그러하듯,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를 줄이기에는 한계가 많은 듯 합니다. 게다가 정치철학이라는 어려운 주제와 난해한 문장이 만나 읽는 내내 쉽지 않았던 책이었습니다. 20세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을 미쳤던 버트런드 러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심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정치 철학이나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 또는 인간의 심리나 행복론에 관심이 있는 분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