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위한 철학수업 - 자유를 위한 작은 용기 ㅣ 문학동네 우리 시대의 명강의 5
이진경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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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는 두렵다. 그것의 크기나 결과와 상관없이 두렵다. 누가 봐도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면 피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삶은 유동적이다. 언제 어떤 형태로든 변화와 마주하게 된다. 그것을 부르는 이름만 다를 뿐이다.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진경은 『삶을 위한 철학수업』에서 그 방법을 제시한다. 그것은 자유였다. 자유로운 삶은 자유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쉬운 듯 어렵다. 아니, 철학이라는 말이 주는 편견 때문에 어렵다고 단정한다.

 

 이진경은 거대한 자유라는 테두리 속에 숨겨진 긍정(작은 자유)을 찾도록 유도한다. 삶 곳곳에 놓인 긍정을 발견하지 못해 우리는 불안하고 불행하다는 것이다. 이진경의 설명대로 사건과 사고는 극명한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이미 발생한 일에 대한 태도였다.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사고가 되지만 반대의 경우 삶을 변화시키는 위대한 사건이 되는 것이다.

 

 ‘누구도 뜻밖에 닥쳐오는 일들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은, 그것을 부정하는 이들에겐 삶의 필연적인 불행을 뜻하겠지만, 그것을 사건으로 긍정하는 이들에겐 삶의 필연적인 행복을 뜻하는 게 될 것이다.’ (27~28쪽)

 

 수용의 차이에 따라 누군가는 자유로운 삶을, 누군가는 족쇄의 삶을 살아간다. 이것은 비단 하나의 사건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삶을 살아가는 게 모든 것이 그러하다.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기에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능력, 원하는 대로 살고자 할 때 넘어서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다. 이쯤에서 우리는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게 된다. 무엇을 위해 공부했는지, 단지 생계유지를 위해 직장에 나가고 관계를 맺는지, 이곳이 아닌 저곳을 꿈꾸는 나를 숨기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진짜 행복했던 때가 있었는지 말이다. 어떤 답과 만났든 과거에서 이어진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이는 많지 않다. 우리 욕망이 채워지지 않는 깨진 항아리라서 그렇다. 잘 살고 싶은 욕망, 좀 더 높은 곳에 오르고 싶은 욕망....

 

 이진경은 욕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삶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라는 거다. 자본의 노예, 능력의 노예,  과거의 사랑이나 삶의 노예로 살고 있는 우리는 화들짝 놀라고 만다. 이것은 변화와 용기로 직결된다. 이대로도 나쁘지 않다는, 여전히 과거에 속하지만 괜찮다고 말하는 자기 위안에 필요한 것은 상상이다. 변화로 이어질 결과를 상상하는 일, 용기를 냈을 때 달라질 삶을 그리는 것이다. 살면서 계속 고쳐 그릴 수 있는 상상의 지도라니, 정말 근사하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현실의 중압감이 아니라 공상하는 능력이다. 지배적인 삶의 방식, 강요되는 삶의 방식에서 벗어난 다른 삶의 가능성이란 언제나 공상과 함께 온다. 공상은 현실감 없는 무능력에서 생겨나는 게 아니라, 이 무거운 현실에서 벗어날 길을 상상할 수 있는 여유와 능력에서 생각난다. 그럴듯한 공상이란, 그런 능력이 창조하는 다른 현실로 안내하는 상상의 지도다. 가면서 계속 고쳐 그릴 수 있는 지도.’ (136~137쪽)

 

 중요한 건 역시 용기를 내는 일이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기, 누군가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한 도전이 필요하다. 변화라는 이름으로 다가올 고통을 견디며 마주할 충만한 삶을 상상하는 것으로 시작해도 좋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는, 너머를 꿈꿔도 좋다는 용기를 말이다.

 

 ‘도래할 삶을 만드는 것은 이전의 삶이 기대어 그것을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은 난감한 딜레마를 포함하고 있다. 그것은 습관이나 기억에 기대면서 동시에 그것에 의해 유지되는 동일성을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삶을 향해 이탈의 선을 그리면서 이전의 삶이 주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방어하려는 자기 자신과 대결해야 한다.’ (261쪽)

 

 어쩌면 삶은 그 방법을 찾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길을 잃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변화가 두렵다. 이진경의 『삶을 위한 철학수업』을 읽는 동안 그가 안내한 길을 따라 자유를 위한 작은 용기를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오히려 더 위축되었다. 그러나 나의 여정은 끝난 게 아니니 자유로운 삶을 위해, 긍정의 마음을 갖기 위해 조금 더 용기를 낸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으로 첫 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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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 싶었던 책은 루이스 어드리크의 『그림자 밟기』였다.  최지월의 『상실의 시간들』에 밀려 다음으로 미뤄진다. 받아든 책을 펼쳐 만난 문장들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두 번째로 펼쳐진 곳이다.

 

 ‘엄마는 세 번의 출산을 모두 집에서 했다. 세 번 다, 아버지는 근무하느라 집을 비웠다. 옆집 아주머니가 도와주긴 했다지만, 엄마는 소희 언니를 낳을 때 호되게 고생했기 때문에 내 출산 예정일에 맞춰선 시댁에 연락했다. 친할머니가 왔는데, 나는 예정일에 나오지 않았다. 보름쯤 해산을 기다리던 할머니는 급한 일이 생겼다는 연락을 받고 시골로 돌아갔다. 나는 고 사이에 태어났다. 열네 시간에 걸친 지독한 난산이었다. 내가 태어난 뒤에 할머니가 다시 왔지만, 이제 몸도 풀었으니 일해도 되겠다면서 밥을 차려내라, 국이 맛이 없다, 집이 더럽다, 애 꼴이 저게 뭐냐 하는 등등의 잔소리와 훈수로 엄마 가슴에 평생 잊지 못할 한을 남겼다.’ (80쪽)

 

 내 어머니를 생각한다. 엄마는 다섯 번 출산을 했다. 마지막 남동생의 출산엔 내가 있었다. 뜨거운 물을 끓이는 등 분주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할머니는 아들 손주라 좋아했다. 하지만 그 귀한 손주를 낳은 엄마에겐 어떤 말도 건네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소설처럼 아버지는 없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두 달이 지났다. 아버지 방은 사라졌다. 동생이 새로운 장판을 깔고 벽을 도배했다. 방 어느 벽엔 구름무늬가 있는 벽지가 있었다. 그리고 동생이 들어왔다. 아버지가 잠들었던 방에서 동생이 잠을 잔다.

 

 밤새 쏟아지던 장맛비가 사라진 시각, 나는 제습기를 돌린다. 창을 닫고 선풍기를 켜고 제습기의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이런 문장을 옮긴다. 단편집 『뱀』으로 만난 윤보인의 장편소설 『밤의 고아』가 들려주는 문장들.  ‘문을 열면 계단이 보인다. 계단을 내려간다. 서른한 개의 계단, 아니 서른세 개의 계단, 계단 끝에는 지하실이 있다. 지하실 옆에는 여러 개의 문이 있다. 그 안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사람들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9쪽)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어딘가를 향해 걸을 것이다. 정해진 곳을 향하거나 알지 못하는 낯선 곳을 찾아 나설지도 모른다. 그러다 어딘가에 멈춰 누군가를 생각하고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이광호의 산문집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속 문장처럼 말이다.

 

 ‘절대로 닿을 수 없을 만큼 누군가와 떨어져 있다면, 죽음처럼 건너갈 수 없는 곳에 누군가가 있다면, 너는 다른 시간 속에 있는 것이다. 아득한 거리는 아득한 시간이다.’ (37쪽)

 

 나와 아버지의 거리, 나와 엄마의 거리는 아득한 그것이다. 때로 아득해서 꿈속을 헤맨다. 때로 아득해서 멍으로 채워진 시간을 보낸다. 부재를 인정하고 부재를 소멸해야 하는 일이 남은 것일까?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커진다. 엄마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다른 무언가가 꿈틀거린다. 아빠가 아닌 아버지.

 

 

 

 

 

 

 

 

 

 

 

 

 

 

 

 

 

 

 

 

 

 

 내게는 이해인 수녀의 책이 아닌 백지혜의 책인 『밭의 노래』가 나왔다. 백지혜의 책이 처음이라면 『꽃이 핀다』와 함께 만나면 더 좋을 것이다. 끝이 보이는 장마, 그 뒤를 이어 달려올 더위를 날려줄 책으로 『유괴』를 고른다. 초복, 여름이라는 삶에 지친 당신에게 윤희상의 시집 『이미, 서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에 수록된 이 시를 건넨다.

 

 

  버드나무로부터의 편지 - 윤희상

 

 

 이른 아침부터 언덕을 거닐며 안으로부터

 울컥 차오르는 마음을 읽고 있다

 그리움이거나

 미움이거나

 목마름이거나 그럴 테지만, 뜨겁다

 이내 바람이 불어 부러지는 것은 나뭇가지이지만,

 아픈 것은 마음이다

 이제 다치지 않는 바람이 되고 싶다

 날마다 그런 마음을 드리운 그림자를 물 위로 띄워보지만,

 아무도 건져서 읽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바람에게로 간다

 이미, 풀어내린 긴 나뭇가지의 잎사귀들이

 바람 속으로 먼저 들어서고 있다

 언덕에서 바람에게 몸과 마음을 다 맡기도 있다

 벌써 바람과 함께 놀고 있다

 

 - <『이미, 서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 61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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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돌이 2014-07-22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꽃이 핀다]의 그림작가였군요. 이해인의 글에 그린 사람이...어쩐지 푸근하고 낯이 익는 그림이다 했어요^^
아이 어릴때 사놓곤 그림이 너무 예뻐 자주 들여다보곤 했는데...
[그림자밟기] 읽으려고 하고 있는데, 선뜻 손이 안가네요.
가슴아픈 가정사를 읽으면 우울해지려고 해서...

자목련 2014-07-23 10:11   좋아요 0 | URL
남희돌이 님도 <꽃이 핀다>를 곁에 두셨군요. 저도 종종 들여다보는 책이에요.
이번 그림책엔 이해인 수녀님의 글이 있어 한층 더 풍성할 듯해요.

[그림자 밝기]는 지금 오는 중인데, 저도 언제 읽게 될 지 모르겠어요.

비가 오는 수요일, 평온하게 보내세요^^
 

 

 한 권의 책이 운명처럼 다가올 때가 있다. 거창하게 운명이라고 표현했지만 사랑을 주고 싶은 책이라는 말이 맞겠다. 정호승의 산문집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가 한 시간 전에 도착했다. 동아일보에 연재된 글이라고 하는데 나는 칼럼을 읽은 적이 없기 때문에 처음 만나는 글이다. 아무 곳이나 펼쳐 읽었는데도 참 좋다. ‘좋다’란 말속에  따뜻함, 포옹, 기운, 안부, 토닥임, 친구 같은 뜻이 담겼다. 뭐라고 표현하면 정확할까? 아니다, 정확하지 않아도 좋겠다.

 

‘꽃은 왜 아름다울까. 그것은 겨울이라는 고통을 견뎌냈기 때문이다. 오늘의 청년 세대가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이라면 지금은 묵묵히 고통을 견뎌내야 할 때다. 나이 든 중년 세대의 인생은 짧지만 젊은 청년 세대의 인생은 길다. 인생은 일회적인 것이지만 수능이나 입사 시험은 일회적인 게 아니다. 수능이나 입사 시험에 실패했다고 해서 인생 전체를 실패한 것은 아니다.’ (127쪽)

 

 ‘사람이든 나무든 직선보다 곡선의 삶의 자세나 형태가 더 아름답다. 새들은 곧은 직선의 나무보다 굽은 곡선의 나무에 더 많이 날아와 앉는다. 함박눈도 곧은 나뭇가지보다 굽은 나뭇가지에 더 많이 쌓인다. 그들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많이 만들어져, 굽은 나무의 그늘에 더 많은 사람이 찾아와 편이 쉰다. 사람도 직선의 사람보다 곡선의 사람의 품 안에 더 많이 안긴다.’ (201쪽)

  

 내게는 이렇게 정확하지 않아도 좋은, 설명하지 않아도 좋은, 그리 믿고 있는 인연이 있다. 단 한 번도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이들이다. 오직 글로만, 때로는 목소리로, 문자로 만난 이들이다. 그러니 얼마나 신비롭고 신기한 일인가. 이 책을 나누고 싶은 이가 떠올랐다. 정호승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E 님,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 즈음이 생일이다. 방금 주문을 했다. 나는 괜히 설렌다. 내가 책을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기분이 좋아진다. 책이라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내 마음이 그곳에 제대로 도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인생은 어느 순간에 가장 아름다워지는가.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어 고독한 성찰의 세계에 머물 때 가장 아름다워진다. 박항률의 그림 속에 앉아 자연과 하나가 될 때 나는 가장 아름다운 인생의 순간을 살게 된다. 그의 그림을 많은 이들이 좋아하고 또한 내가 사랑하는 까닭은 바로 그림 속의 인물과 내가 하나 됨으로써 아름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 속 인물과 하나가 되어 한순간이나마 영원히 낙원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254쪽)

​

 ​화가 박항률의 그림 때문에 더 좋다. 해야 할 일들이 거미줄처럼 펼쳐졌지만 가만히 그림을 바라보고 매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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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 책을 쓰는 사람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
임승수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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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살아지는’ 삶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삶’에서 나온다는 것을 명심하라.’ 53쪽

 

 우리는 착각을 한다. 경험했거나 처했던 상황이 오직 나에게만 일어난 일이라고 말이다. 몇 권의 책으로도 쓸 수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잔인하게도 누구에게나 삶은 특별하다. 그러니 그것이 책이 되려면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 삶이 책이 되기를 원한다면 임승수의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가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글을 쓰는 방법이 아닌 책을 내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우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미 다수의 책을 쓴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쓰게 된 계기, 그 책으로 인해 변화된 일상, 책을 쓰는 즐거움, 독자가 궁금해하는 출판 과정에 대해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가 말하는 가장 중요한 점은, 왜 책을 쓰고 싶은가가 아니라 책을 쓰며 사는 삶이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이다. 잊지 말아야 한다. 글이 아니라 책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어떤 글이 책이 될 수 있을까?

 

‘개성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동물원의 하이에나가 될 수 있어야 하고, 지구에 처음 도착한 외계인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보통의 인간으로서는 볼 수 없는 것을 써 내려갈 수 있다.’ 183쪽

 

 첫째,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 아니라 나만이 쓸 수 있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베넬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연구하고 토로한 내용을 담은 저자의 책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를 예로 설명한다. 잘 알려진 『연필 깎기의 정석』도 마찬가지다. 말 그대로 연필 깎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지만 이전에 이런 책은 없었다.  

 

 둘째, 남들과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이미 각 분야에는 다양한 책들이 가득하다. 하나의 주제를 정했다면 색다른 접근을 시도라는 말이다. 여행서의 경우, 이제는 화려한 관광지를 소개하는 내용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 두려움에 떨며 고생했던 이야기가 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말이다.

 

 책엔 이미 책을 낸 저자들에 대한 인터뷰 내용과 함께 출판사에서는 저자를 발굴하고 접촉하는 과정도 설명한다. 이 책이 반가운 건 바로 독자가 정말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알려준다는 점이다. 저자의 경우 오마이뉴스에 연재할 칼럼을 보고 출판사에서 연락을 해 왔거나, 직접 출판사에 기획서를 보냈다고 한다. 그럼 출판 기획서는 어떻게 쓰는 걸까? 제목, 기획 의도, 예상 독자, 차별화 요소, 유사 경쟁서, 예상 목차를 직접 써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출판사 입장에서 돈이 되는 책인지 객관적으로 살피라는 거다.  한 권의 책 제목, 목차, 광고 카피가 이런 과정을 통해 나온다니 내 곁의 책들이 새롭게 보인다.

 

‘기획서 작성 과정은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 출판사가 책 한 권을 내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고민하는지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111쪽

 

 자비 출판이 아닌 경우 책을 낼 때 반드시 알아야 할 계약에 대한 부분도 빼놓지 않는다. 계약 조건(인세, 광고, 원고 마감 등)에 대해 출판사 별로 자세히 설명한다. 출판계는 여전히 불황이다. 하루에도 셀 수 없는 정도의 책이 나온다. 그러니 꼼꼼하게 알아보고 책을 내야 할 것이다.

 

‘출판사의 규모가 크다고 꼭 책을 잘 만드는 것도 아니다. 중소 규모의 출판사지만 완성도 높은 책을 꾸준히 내서 독자들의 신뢰를 얻는 출판사도 적지 않다. 그래서 해당 출판사가 기존에 출간한 책의 목록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영세한 곳은 자칫 경영상태 악화로 인세를 떼어먹힐 수도 있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 272쪽

 

 그럼, 이제 제대로 쓰는 일만 남았다. 글이 아닌 책은 내가 아닌 남이 보는 것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이 책이 알려준 방법대로 열심히 실천한다면 당신의 삶도 책이 될 것이다. 단언컨대, 책을 쓰는 일이 당신 생의 최고 행복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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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7 1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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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8 11: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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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 ㅣ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6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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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기 좋은 계절은 따로 없다. 그러나 추리, 스릴러는 여름에 읽어야 한다. 더위를 날려 줄 서늘한 기운을 담은 책 말이다. 인형 귀신을 연상시키는 표지로 시선을 끄는  미쓰다 신조의 첫 호러 단편집 『붉은 눈』이야말로 여름에 읽어야 제격인 소설이다. 단편 8편과 네 편의 짧은 괴담 기담이 실렸다.

 

 무서운 이야기에 대한 반응은 중간에 멈추거나 공포를 견디며 끝까지 듣는 두 가지다. 『붉은 눈』은 무섭지만 멈출 수가 없다.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지 매우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는 작가가 이야기를 이끄는 실력 때문인데 특히 이 소설집에서는 화자로 등장하는 작가가 실제로 근무했던 잡지사나 사진집을 언급하여 더욱 호기심을 키운다. 

 

‘긴 머리카락에 살결이 희고 예쁜 아이였는데 특히 양쪽 눈동자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째서인지 처음에는 알차채지 못했지만 유심히 보니 오른쪽 눈보다 왼쪽 눈의 홍채가 색이 진하더군요. 그런 짝짝이 눈으로 저를 응시할 때면 뭐랄까, 쾌감과 전율을 동시에 맛보는 듯한 기분이…….’ (「붉은 눈」, 11쪽)

 ​

 표제작 「붉은 눈」은 유년 시절 전학 온 소녀 마도 다카리에 대한 이야기다. 마도 다카리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 한다. 따돌림을 당한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항상 혼자였다. 외할머니가 무당였던 화자는 마도 다카리에서 어떤 기묘한 기운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마도 다카리가 학교에 오지 않아 반장과 함께 집을 방문하는데 그 후로 화자와 반장은 무언가가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꿈을 꾼다. 그것은 반장은 꿈에서 집 안에 들어오는 걸 허락하고 그 후에 병으로 죽는다. 화자는 인간의 형태를 한 이상한 형체로 오직 붉은 눈만 선명한 꿈에 시달린다. 붉은 눈의 소녀 마도 다카리의 집을 다녀온 후 일어난 일이라 단순한 꿈이라고 단정을 짓기 어려운 것이다.

 

 소설은 이처럼 귀신이나 유령이라고 확정짓기 어려운 괴상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저 소문에 불과하다고 무시할 수 없는 누군가의 경험이라 더욱 공포는 강해진다. 어린 시절 담력 시합을 하듯 친구들과  벼랑 위의 집을 조사하는「내려다보는 집」도 그렇다. 울며 겨자 먹기로 데려간 친구의 동생에게만 보인 집주인. 그러나 정작 부모들의 문의엔 아무도 찾아온 적이 없다는 말이 돌아온다. 동생이 본 건 무엇일까?

 

 제목 그대로 호러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기묘한 괴담을 중계하며 소설로 써보라는「한밤중의 전화」, 죽음의 그림자를 보는 탐정에게 찾아와 죽은 친구들이 꿈에 나타나 자신을 부른다는 「죽음이 으뜸이다 ; 사상학 탐정」은 낮에 읽어도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만든다. 독특한 점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실감 나는 표현이다. 그러니까 귀신이나 유령의 기척 말이다. 읽기만 해도 기분이 이상해진다. 손으로 두 귀를 막고 어떤 소리를 차단하고 싶어진다.  

 

‘슥슥슥…… 하고 다다미를 훑는 듯한, 드드득드드득…… 하고 썩은 갈대밭에 손을 얹는 듯한, 츠읏츠읏츠읏…… 하고 마룻바닥을 기는 듯한, 쿵…… 하고 봉당에 떨어진 듯한, 툭툭툭…… 하고 봉당을 걷는 듯한, 서서히 커지는 소리가 확실히 문을 향해 다가오는 느낌이…….’  (「붉은 눈」,  36쪽)

 

‘절망적인 기분에 빠져 있자 묘한 소리가 들렸다. 초인종 소리가 아니다. 좀 더 가까이에서……. 별당 어딘가에서…… , 끽……, 내 머리…… , 끼익……, 머리 위에 있다…… , 끼이익…… 별당 창문 쪽에서 끼이이이이익…… 하고 조금씩 창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뒷골목의 상가」,  231쪽) 

 

 인상적인 기억이나 상처가 된 경험을 소재로 일상의 공포를 제대로 포착한 작가가 아닐까 싶다.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공포의 실체를 끄집어내는 소설이다. 그래서 자꾸만 어떤 형체를 알 수 없는 이미지가 나를 따라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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