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주문한 책이 도착했다. 주문한 책은 5권이었고 그 중 한국문학전집 중 두 권이 있다. 001인 김승옥 대표단편선 생명연습, 007인 이승우 장편소설 식물들의 사생활이다. 상자를 뜯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세상에나, 교환을 해야 할 책이 왔다. 내게도 이런 일이 생기다니. 알라딘에서 구매한 책 교환은 처음이다.( 분명, 맞을 것이다.) GIFT 코너가 있을 때 주문 상품이 덜 온 적은 있었고 선물했던 아동 신발을 교환한 적은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다. 그래서 살짝 당황스럽다. 반품 교환 신청서를 쓰다 보니 자세하게 설명을 하라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해서 이렇게 페이퍼를 쓴다.

 

 

 

김승옥의 책, 아래는 함께 주문한 이승우의 책

 

 

 

 

 교환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다. 우선 교환한 책을 가져가고 다시 책을 발송해주는 걸까? 배송된 상자에 이 책만 넣어서 보내야 하는 걸까? 심란한 밤이다. 교환은 정말 번거로운 일이다. 직접 서점에서 구매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김승옥 소설집을 만날 때마다 떠오를 장면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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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1-23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1:1 고객상담인가에 파손내용을 썼더니 맞교환으로 바꿔주더군요.
(택배아저씨가 새책을 가져올때 그때 파손된 책을 포장했다, 드리면 됐어요.)
심란하고 짜증도 나셨겠네요...ㅠㅠ

자목련님! 오늘은, 상큼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자목련 2014-01-23 17:23   좋아요 0 | URL
교환은 처음이라서 고객센터에 문의를 여러차례 했어요. ㅎ
택배아저씨가 오지 않아서 아직 교환은 못했구요.

다정한 덧글 고맙습니다^^

알라딘고객센터 2014-01-28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편드려 죄송합니다. 이미 1:1고객상담으로 문의주셔서 안내해드린것으로 조회됩니다. 이후 이용중 불편사항은 고객센터 1대1상담 이용해 신고해주시면 신속히 해결해드리겠습니다.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자목련 2014-01-29 11:44   좋아요 0 | URL
네, 혹 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바로 고객센터로 신고하겠습니다.
감사드리며 설 명절 즐겁게 보내세요^^*
 
책의 정신 -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
강창래 지음 / 알마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단순한 즐거움을 위하여, 어떤 이는 지식의 습득을 위해 책을 읽는다. 때문에 책은 수많은 의미로 다가온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좋은 책, 행복한 책을 원한다. 하지만 읽지 않는 책이 좋은 책인지, 나쁜 책인지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해서 사람들은 도움을 받는다. 책에 대해 잘 아는 이들, 이를테면 전문인의 추천이나 기사를 통해 말이다. 그리고 책에 대한 책을 읽기도 한다. 강창래의 『책의 정신』 도 그런 책이다.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 이란 부제가 설명하듯 우리가 몰랐던 책의 진실에 대해 들려준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모두 다섯 가지다. 첫 번째 책을 바라보는 관점, 즉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인가? 두 번째 아무도 읽지 않는 책, 세 번째는 고전은 정말 위대한가? 네 번째는 인간에 대한 오해를 불러오는 이론을 다룬 책,  다섯 번째는 책의 운명에 관한 것이다. 얼핏 어려운 주제가 아닐까 싶지만 저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 보면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과거의 일들에 대해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당연한 말이다. 하여, 앞선 이들의 남긴 기록에 의존한다. 그러니까 역사는 또 하나의 책이다. 이것은 옛 성인들의 기록이나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믿는 고전에도 해당된다. 저자는 올바른 책을 선택하고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비평에 주목한다. 이 말은 A라는 이론과 주제를 다룬 책을 읽는다면 그에 반하는 이론에 대한 책도 함께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사고를 변화시키는 책으로 알려진 책이라면 더욱 그렇다.

 

 첫 번째 질문 <좋은 책이라 어떤 책인가?> 에서는 프랑스대혁명과 루소에 관한 이야기다. 루소의 『사회계약설』 은 정말 유명한 책으로 많은 이들이 읽었을까?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결코 아니다. 그 책이 아니라 포르노에 가까운 연애소설인 『신 엘로이즈』 로 유명했다. 사람들은 가난한 평민 출신의 남성과 귀족의 외동딸이 주인공인 이 소설을 통해 귀족과 평민의 계급이 아닌 모두 같은 감정을 지닌 인간임을 확인한다. 프랑스대혁명의 평등이라는 키워드가 탄생한 것이다. 우리가 배웠고 알고 있는 책에 대한 진실, 정말 믿어도 좋을까?

 

 두 번째로 <아무도 읽지 않는 책> 에서는 코페루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 를 소개한다. 매우 어려워서 읽은 사람이 극소수지만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을 시작으로 천동설이 아닌 지동설을 주장하여 재판을 받았지만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알려진 갈릴레오가 등장한다. 신이 중심이었던 교황의 시대에 지동설은 금기였을 것이다. 만약 지동설을 받아들였다면 코페루니쿠스의 책은 다시 쉽게 출간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영국의 영웅인 뉴튼의 『프린키피아』 도 같은 이유로 일반 독작에게는 읽히지 못했고 프랑스의 뉴튼이라 불리는 라플라스의  『천체역학』 은 쉽고 명료하여 현재로 그의 이론이 더 유용하게 쓰인다.

 

 세 번째 질문인 <고전은 정말 위대한가?> 는 대중들이 궁금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알려진 고전, 서양철학인 플라톤에 의해 쓰인 소크라테스에 대한 이야기나 동양 사상인 공자의 『논어』 의 진위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우리에게 전해지는 그들의 기록은 시대상의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한다. 그러니까 제자의 생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말이다. 원본은 찾을 수 없으니 전해지는 과정에서 분명 변화했다는 뜻이다. 그러니 무조건 고전은 위대하다는 건 생각을 버려야 한다.

 

 ‘오래된 고전들은 모두가 ‘편집된’ 저작물이다. 편집의 의미는 자료를 모아 좋은 것을 추려내고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편집자의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 임의로 내용을 ‘추가’ 하거나 원래 문장을 ‘조금’ 고치는 경우가 휠씬 더 일반적이었다. 게다가 인쇄술이 시작되기 전에는 베껴 쓰는 방식으로 책이 만들어졌다. 이른바 필사본이 그런 것이다. 필기도구가 원시적이었던 고대에 많은 글자를 정확하게 베껴 쓰는 일은 대단히 힘든 노동이었다(오죽했으면 필사를 고행과 수도의 한 방편으로 삼았겠는가). 그 과정에서 글자가 몇 자 빠지거나, 다른 글자를 써넣었거나, 아주 마음에 안 드는 구절을 슬쩍 고치는 일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었다. 때로는 내용을 뭉텅이로 빼거나 넣기도 했다.’ 172쪽

 

 ‘객관성의 칼날에 상처 입은 인간에 대한 오해’ 란 독특한 부제가 붙은 네 번째 질문은 우성학에 대한 이야기다. 히틀러로 대표되는 우월한 인종을 만들기 위해 인간을 이용한 이들의 잔인한 실험과 신뢰를 얻을 수 없는 실험 결과에 대한 이론서를 소개한다. 연구 달성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 책으로 극단적인 환경론을 펼친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가 있다. 여전히 우생학을 최고로 여기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통감할 뿐이다.

 

 마지막은 책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다. 책은 정치적으로 아주 중요한 목표였다는 말이다. 책을 통해 이야기가 전해지고, 그 이야기가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고, 부정 세상을 바로 세우는 도화선 역할을 한다. 책을 불사르는 이유도 그것이다. 통치자에게 책은 가장 중요한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빼앗거나 빼앗기지 말아야 하는 위험하면서도 소중한 존재 말이다.

 

‘책은 적의 상징물이었고, 피통치자에게 자기 권리를 깨치게 하는 것이어서 통치자에게는 성가신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책은 통치자에게 더 잘 통치하기 위한 지혜를 주는 생명과 영혼의 샘물 같은 것이었고, 잘만 활용하면 피통치자를 길들이는 데에도 더없이 좋은 도구였다. (…) 책은 지혜의 화신이기 때문에 적의 것이라면 훔치거나 빼앗아서 내 것으로 만들거나, 아니면 불살라버려야 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책은 정신적인 사치를 보여주는 상징물로서, 한때 무척이나 비싼 물건이었다. 그것은 인간의 탐욕과 소유욕을 자극했다.’ 339~340쪽

 

 책을 읽는다.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훌륭한 책인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읽는다. 책을 어떻게 흡수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그러므로 신선한 즐거움을 안겨준 『책의 정신』 이 좋은 책이라고 말해도 그건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고 판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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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사고 말았다. 친한 이웃의 말처럼 당분간 책을 사지 말아야 하는데  말이다. 지난 주엔 단잠 님의 알찬 정보로 반값이라는 말에 강신주의 <김수영을 위하여>를 K문고에서 주문했다. 나의 단단한 결심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리고 문학동네에서 한국문학전집이 나왔다는 걸 알아버렸다. 알지 말아야 했다.  

 

 한국문학전집을 명절 선물로 받으면 정말 좋겠지만, 전집으로 구매하면 좋겠지만, 모두 좋은 작가라는 걸 알지만, 이 중에서 내가 구매할 책은 손에 꼽는다. 읽지 못해서 내내 궁금했던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 아직도 이 책을 읽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부끄럽지만 김훈의 <칼의 노래>, 표지에 반해서 소장하고 싶은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윤대녕의 찬연한 문장을 만날 수 있는 소설집 <반달>까지, 장바구니를 채웠다 비우기를 계속한다.

 

 

 

 

 

 

 

 

 

 

 

 

 

 

 

 

 

 

 

 

 

 

 

 

 

 

 

 

 

 

 

 

 

 

 

 

 

 

 

 

 

 

 

 한국문학전집과는 별개로 김훈의 단편집 <강산무진>, 읽지 못한 세계문학에 대한 갈증을 대신 해결해 줄 <한국작가가 읽은 세계문학>, 김윤영의 <타잔>을 주문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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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1-23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 윤대녕의 <반달>을 갖고 싶어요~
수록된 작품들을 이미 읽었지만, 그래도 새롭게 단장한 책으로 다시 읽으면
더욱 마음이 그득할 것 같아서요~*^^*

자목련 2014-01-23 17:24   좋아요 0 | URL
저 역시 몇 권은 읽기도 했고 소장도 했지만 새단장에 반했어요.
도착한 책을 보니 더 마음이 끌려요. ㅎ

하나씩, 하나씩, 주문할 것 같아요^^*
 
엄마와 집짓기 - 마흔 넘은 딸과 예순 넘은 엄마의 난생처음 인문학적 집짓기
한귀은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내 것이 되는 순간,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렇다. 이전의 그것이 지닌 의미는 사라지고 만다. 내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한 존재가 된다. 그러니 직접 만든 집은 어떨까? 땅을 사고, 공간을 계획하고, 물건을 들이는 일은 얼마나 두근거리는 일일까. 그 떨림은 집을 짓지 않은 사람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감정일 것이다. 기존의 것이 아니라 순수한 창작물처럼, 생명이 깃든 것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엄마와 집짓기』란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엄마와 집짓기’ 라니, 나는 그저 속이 상하고 부럽다.

 

 그렇다. 이 책은 엄마와 함께 집을 짓는 이야기다. 아니다. 집을 짓는 과정이 아니라 삶을 사는 이야기다. 엄마와 딸이 살아온 삶과 앞으로 살아갈 삶을 사랑하는 법을 들려준다. 그러니까 집은 단순한 집이 아니라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한결같이 비루하고 지친 삶을 안아주는 엄마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이 책을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바로 엄마 때문이다. 엄마, 아이를 잉태하는 순간 자신이 아닌 엄마로 살아가는 여자를 기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으면서 화가 나기도 했다. 나만의 엄마가 떠올라서, 엄마라는 이름밖에 없었던 한 여자가 생각나서.

 

 ‘처음엔 엄마에게 창은 바깥으로 뚫린 통로의 의미였겠지만 이제는 점차 바깥이 들어오는 소통의 의미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차경(借景)이다. 엄마의 창은 바깥 세계의 풍경을 빌려주는 도구이다. 엄마는 창으로 보이는 소나무가 제일 좋다 하신다. 나는 엄마의 밭이 제일 좋다. 엄마가 낸 창으로 보이는 엄마의 성실한 밭과 그 밭 위로 펼쳐지는 넓고 깊은 하늘이 나를 감격스럽게 만든다.’ 156쪽

 

 엄마의 밭이라는 건 없었다. 그냥 밭이었다. 노동이 삶의 여유가 아닌 삶의 필수였던 나의 엄마에게 집은 어떤 존재였을까. 소박한 화장대는 고사하고 거울 하나 놓일 공간 대신 아버지의 양복이 곱게 걸렸던, 엄마의 방이 내 앞에 펼쳐진다. 엄마의 냄새가 있어서 좋았다. 저자는 엄마의 부재를 견디며 사는 모든 딸들에게 엄마를 불러온다. 집을 지으면서  점점 가까워지고 서로를 더욱 존중하고 사랑하는 엄마와 딸, 가족을 통해서 말이다.

 

 ‘집은 나의 것과 가족의 것이 섞여 있는 곳이다. 간혹 아이 옷 틈에 내 옷을 보거나, 내 양말서랍장에서 튀어나온 아들의 양말 한 짝을 보고 웃음 지을 때가 있다. 특히 아들이 아기였을 때 신었던 아주 작은 양말을 보면, 한순간에 시간은 내가 새댁이었던 때로 돌아간다. 유모차를 끌고 다니던 그때, 서랍장은 고요하게 과거의 시간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 202쪽

 

 집을 짓는 과정은 여타의 책들과 비교해 색다른 점은 발견할 정도는 아니다. 저마다 집에 대한 생각이 다르겠지만 말이다. 책에서는 엄마의 의견을 가장 존중한다. 엄마의 집이므로, 창을 많이 내고, 튼튼하고 따뜻하게 몇 겹의 자재를 두르고 엄마가 원하는 대로 지어진다. 집을 짓고 사용할 물건들을 준비하며 엄마와 딸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엄마가 되고 40여 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자신만의 공간을 갖게 되는 마음을 감히 헤아릴 수 없다. 그건 한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는 저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엄마에게 그림을 드리면서, 엄마의 물건 중 내가 좋아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려받고 싶은 것도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슬픔이 밀려왔다. 내가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는 것 때문이 아니다. 내가 받을 것이 없다는 것은 엄마가 그동안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257쪽

 

 현재의 삶이 주는 기쁨과 즐거움은 고단했던 지난 삶을 추억하고 여미는 힘이 된다. 아무것도 없던 땅 위에 우뚝 선 집처럼 말이다. 인문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이의 글이기 때문에 집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포옹해주는 유기체로 새롭게 보인 건 아니다. 다만, 우리가 놓치고 몰랐던 부분을 일깨워주고 각인시켜 기억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삶을 사는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다짐하게 만든다. 내가 ‘한귀은’ 이란 저자를 좋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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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4-01-17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와 함께 텃밭 가꾸고 김치 담그고 하는 일은 얼마든지 하겠지만 집을 짓는 일 만큼은 절대로 엄마와 함께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지라 건너 뛴 책인데요, 집을 짓네 마네 하는 거랑 상관없이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리뷰입니다. 감사합니다.

자목련 2014-01-19 14:09   좋아요 0 | URL
텃밭을 가꾸고, 밥을 먹고, 서로 잔소리를 할 수 있는 엄마가 계시니 메리포핀스 님은 얼마나 좋을까요.
집 짓는 이야기와는 별개로 엄마와 딸의 삶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는 책이 아닐까 싶어요. 하여, 개인적으로 추천합니다^^

키치 2014-01-18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참 좋았어요.

자목련 2014-01-19 14:07   좋아요 0 | URL
키치 님도 행복한 책읽기를 하셨겠네요^^
 
식물은 알고 있다
대니얼 샤모비츠 지음, 이지윤 옮김, 류충민 감수 / 다른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생명체는 경이롭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인간은 인간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생활한다. 하지만 그 시선을 조금만 달리하면 세상은 달리 보인다. 어쩌면 식물의 감각에 대한 연구도 이런 사소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을지 모른다. 물론 과학자에겐 우리와 다른 무언가가 있겠지만 말이다. 주디스 콜의 『떡갈나무 바라보기』가 개미, 벌, 꽃, 나무 등 자연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계를 다룬 책이라면 『식물은 알고 있다』는 식물이 주체가 된 책이다. 그러니까 식물은 인식한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땅의 고정된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식물이 어떻게 사물을 보고, 냄새를 맡고, 느끼고, 듣는지에 대해 인간의 그것과 비교하여 쉽게 설명한다. 빛이 있는 쪽으로 혹 그 반대로 식물이 움직인다는 건(이를 굴광성이라고 한다)은 식물을 키워본 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한데 이것이 식물의 시각이라고 한다. 인간이 볼 수 있는 빛과 색과는 다르지만 식물은 생존을 위해 주변의 시각적 환경은 인식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만 식물은 우리가 감지하는 것보다 더 짧고 긴 파장을 감지한다고 한다. 실험을 통해 식물이 어느 부위로 빛을 보는지에 따라 우리는 인공의 빛을 통해 인위적으로 꽃을 피우게 할 수도 있으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빛을 인식하는 것이 시각이라면 냄새를 맡는 후각은 식물의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재미있는 건 식물의 후각에 대해 과학적 증명이 있기 전 고대부터 인간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집트인이 무화과나무 열매 전체를 익히기 위해 몇 개를 칼로 반으로 자르고, 중국인은 배가 익도록 행을 피웠다고 한다. 대부분의 과일에서 방출되는 에틸렌 가스가 과일을 숙성을 돕는 것이다. 즉 다른 과일의 냄새를 맡으므로 익는 현상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또 있다. 동물이 소리를 통해 위험을 감지하는 것처럼 식물은 후각을 보호를 위한 기능이라고 설명한다.

 

 ‘식물에게 있어 살리실산은 식물의 면역체계를 강력하게 만드는 ‘방어 호르몬’ 이다. 식물은 박테리아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았을 때 살리실산을 생성한다. 살리실산은 식물 체내에서 녹아 세균에 감염된 부위에서 정확하게 퍼지기 시작한다. 이것은 잎맥을 통해 식물의 나머지 부위에 신호를 퍼뜨려 세균이 아직 공격하지 않은 부위에 위험을 알린다.’ (63쪽)

 

 촉각에 대해서는 미모사나, 파리지옥풀을 통해 쉽게 인식할 수 있다. 잎사귀를 건드리기만 하면 재빨리 닫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위험을 감지하고 생존을 위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식물은 촉각을 느끼지만 통증은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이 느끼는 촉각과 통증은 저마다 그 크기가 다르지만 식물은 뇌가 없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것이다.

 

 청각에 대해서 우리는 식물이 음악에 반응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실험 데이터는 없다고 한다. 저자는 식물은 움직일 수 없기에 바람 소리와 나뭇가지 소리에 대한 반응이 무의미한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서식지를 정복하고 확장하니 식물은 대단한 존재다.

 

 책은 식물의 자기수용감각과 기억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인간의 전정기관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눈을 감고 코를 만지고 던진 야구공을 받는 행위가 식물에게도 있을까? 식물이 위아래를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원래 뿌리는 아래를 향하고 싹은 하늘을 향하는 게 아니라 모든 게 중력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식물이 위아래를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18~19세기에 걸쳐 놀라울 정도로 진전을 보였다. 처음으로 뒤아멜은 모종들이 뿌리는 아래로, 싹은 위로 자라도록 스스로 성장 방향을 되잡는다는 것을 밝혀냈고, 다음으로 나이트는 위아래 성장의 이유가 중력임을 입증했다. 그다음 다윈 부자는 뿌리 끝에 중력을 감지하는 기작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134쪽)

 

 식물이 기억을 한다고? 맞다, 기억한다. 식물의 떡잎에 상처를 가했을 때 그것을 기억해 그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더 많이 자란다는 것이다. 또한 추운 겨울의 기후를 경험해야 개화하는 밀은 따뜻한 겨울이 지나서는 개화하지 않는다. 이 밀의 기억을 이용해 냉장고에 넣었다 심었더니 싹이 낳다고 한다.

 

 정말 신선하고 흥미로운 책이다. 다윈을 비롯한 수많은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실험과 연구 결과가 아니었다면 밝혀내지 못 했을 식물의 감각이다. 계절마다 같은 자리에서 꽃을 피워내는 게 자신의 모든 감각을 이용한 결과라니, 봄이 되면 제일 먼저 꽃을 피울 목련을 보면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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