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밥을 먹은지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커피와 싹을 잘라내고 구운 감자를 먹었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오늘, 언니가 심은 피망은 잘 자라고 있다. 피망에 물을 줄 때마다 집으로 돌아간 언니를 생각한다. 예전과 다르게 자주 다니러 오지만 그래도 생각난다.  

 

 

 

 

 

 

 

 

 

 

 어제는 언니가 심은 가지가 꽃을 피웠고 오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내년에는 피망 대신 토마토를 심어야 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언니가 심었다는 가지의 꽃을 떠올리니 유희경의 시집 『오늘 아침 단어』가 생각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시집에 ‘심었다는 작약’ 이란 제목의 시가 떠오른다.

 

  

 

 

 

 네가 심었다던 작약이 밤을 타고 굼실거리며 피어

나, 그게 언제 피는 꽃인지도 모르면서 이제 여름이

라 생각하고, 네게 마당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그게 아니면, 화분에다 심었는지 그 화분이 어떻게

허연빛을 떨어뜨리는지 아는 것도 없으면서 네가 심

은 작약이 어둠을 끌고 와 발아래서 머리 쪽으로 다

시 코로 숨으며 번지며 입에서 피어나고, 둥근 것들

은 왜 그리 환한지 그게 아니면 지금은 어떻게 설명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지도 않으면서, 봄은 이렇게 지

나고 다시 여름이구나 몸을 벽에 붙여보는 것이다 그

러니 작약이라니 나는 그게 어떻게 생긴 꽃인지도 모

르고 나도 아니고 너는 더구나 아닌 그 식물의 이름

이 둥그렇게 떠올라 나는 네가 심었다는 그것이 몹시

궁금하고 또 그런 작약이 마냥 지겨운 건 무슨 까닭

인지 심고 두 손을 소리 내어 털었을 네가, 그 꽃이.

심었다던 작약이 징그럽게 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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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내 손편지의 수신인이었던 너는 나쁜 소년이었다
내가 원하는 천사 문학과지성 시인선 411
허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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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읽은 시와 아침에 읽은 시는 분명 같았다. 시를 읽는 눈과 마음이 달랐을 뿐이다. 차례대로 읽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차분하게 읽는 대신 눈에 닿는 순서대로 시를 읽다가, 다시 차례대로 읽는다. 그러니 시라는 건 읽는다고 읽는 게 아니고 안다고 아는 게 아니며 이해한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님이 분명하다.

 

 <나의 마다가스카르 1>

 ―세월 하나 지나갔다

 

  별자리가 천천히 회전을 하는 동안

  우기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동안

 

  마다가스카르 항구에선

  이해하지 못했던 노래가 가슴을 치고

  사랑 하나, 서서히 별똥으로 떨어진다

 

  나는 투항했던가

  감당 안 되는 빗물이 길을 막아버린 오늘

  나는 마다가스카르에 투항했는가

 

  젖은 그물에 엉켜 죽어가는 펠리컨을 보며

  비틀스의 해산을 떠올렸다

 

  항구에서의 세월

  나의 마다가스카르에선 세월과 친해질 수 없다

 

  오늘 또

  뼈만 남은 노인이 폐지를 실은 리어카를 끌고

  들짐승처럼 소리 없이 등 뒤를 지나갔다

 

  마다가스카르의 어느 날

  세월 같은 게 하나 지나갔다

 

 허연의 시를 읽으면서 허물어지는 감정을 그대로 인정할 수 있는 내 나이가 괜히 고마웠다. 어린 왕자 속 바오밥나무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던 마다가스카르에서 한 세월을 본다. 몸이 부서질 듯 매달렸던 그 무언가가 지나간 세월 말이다. ‘세월 같은 게 하나 지나갔다’ 란 구절은 최승자의 이런 시를 찾게 만든다.

 

 <한 세월이 있었다>

 

 한 세월이 있었다 / 한 사막이 있었다 //그 사막 한가운데서 나 혼자였었다 / 하늘 위로 바람이 불어가고 / 나는 배고팠고 슬펐다 // 어디선가 한 강물이 흘러갔고 (그러나 바다는 넘치지 않았고) // 어디선가 한 하늘이 흘러갔고 (그러나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 한 세월이 있었다 // 한 사막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이런 시는 하염없이 나를 무너지게 만든다. 어떤 대단한 생이 아닌 그저 밥을 먹고 사는 일이, 살아내는 일이 버거워서 분노하면서도 끼니마다 뜨거운 밥을 차리는 슬픈 장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먹어야 사는 저주는 생의 어느 순간에서든 균일하다’ 라니, 이 군더더기 없이 생을 정리하는 표현에 목이 메인다.

 

 <역류성 식도염>

 

  어떤 처량함이 있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밥 알

 갱이들이 한 알 한 알 조개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자꾸 집중하다 보면 손이 움직이고, 입이 열리고, 밥

 알갱이들이 어두컴컴한 통로로 쏟아져 들어가는 일이

 마치 석탄을 파내서 트럭에 싣는 일 같기도 하고, 불

 구덩이 위에 뿌리는 일 같기도 하다. 이 동작을 반복

 하다 울컥하는 순간이 있다. 밥을 퍼 넣는 손이 포클

 레인처럼 보이는 너무나 슬픈 순간이 있다. 손에 피

 가 돌지 않는 그런 순간이 있다.

 

  나의 식도는 자주 막힌다. 막힌 통로에 적당한 시

 간 차를 두고 뭔가를 털어 넣어야 하는 건 아주 오래

 된 저주다. 먹어야 사는 저주는 생의 어느 순간에서

 든 균일하다. 이빨 하나 남지 않은 입을 오물거리며

 감당하기 힘든 크기의 수저를 빨고 있는 노인네를 볼

 때마다 나는 그 입가의 조개껍질 같은 주름을 저주했

 다. 먹다가 생긴 주름.

 

 <천국은 없다>

 

  사랑은 하필 지긋지긋한 날들 중에 찾아온다. 사랑

 을 믿는 자들. 합성섬유가 그 어떤 가죽보다 인간적

 이라는 걸 모르는 자들. 방을 바꾸면 고뇌도 바뀔 줄

 알지만 택도 없는 소리다. 천국은 없다.

 

  사랑이 한때의 재능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은 인

 간에게 아주 빨리 온다. 신념은 식고 탑은 무너진다.

 무너지는 건 언제나 상상력을 넘어선다. 먼지 휘날리

 는 종말의 날은 생각보다 아주 짧다. 다행히 지칠 시

 간은 없다.

 

  탑의 기억이 사라질 즈음

  세상엔 새로운 날이 올 것이다.

  지긋지긋한 어떤 날이.

 

  <편지>

 

  적어놓은 건

  반드시 벌로 돌아온다

 

  밤새 쓴 편지를

  감히 다시 볼 수 있는 자는 많지 않다.

  세상에 모든 편지에는 죄가 많아

  인간은 밤새 적은 편지에

  초라해진다

 

  편지를 받는 모두는 십자가에 매달린다

 

  적어놓은 것이니

  세상에 남는 법

  적은 자들은 늘 외롭고

  벌을 받는다

  적어놓은 죄, 기록한 죄

  편지는 오늘도 십자가에 내걸린다.

 

  적은 자의 하루는 슬프고

  내걸린 편지는 세상의 어느

  호리병 속으로 들어가

  영원히 남겨진다

  편지를 쓴 죄

  그리움 같은 것을 적은 죄

 

 먹고 사는 일의 버거운 가운데도 우리는 사랑을 갈구한다. 그렇다. 하필 지긋지긋한 날들 중에 사랑이 찾아오고 그리움과 연민이 쌓여가고 무언가를 꿈꾸게 만든다. 아니, 사랑이라는 게 지긋지긋한 날을 변화시킨다고 어리석은 믿음을 키운다. 사랑이 있던 날도, 사랑이 사라진 날도 그저 지긋지긋한 어떤 날에 불과하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같은 일들을 반복하고 반복한다. 보낼 수 없는 편지를 쓰는 일, 다시 읽을 수 있는 용기조차 사라져 버린 날들, 그럼에도 벌을 받을 각오로 기록을 멈추지 않는 밤을 우리는 기억한다. 어쩌겠는가. 그것이야말로 지긋지긋한 날들을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방법이 아니겠는가.

 

  <내가 원하는 천사>

 

  천사를 본 사람들은

  먼저

  실망부터 해야 한다.

 

  천사는 바보다.

  구름보다 무겁고,

  내 집게손가락의 굳은살도

  해결해주지 못한다.

 

  천사는 바보이고

  천사는 있다.

 

  천사가 있다고 믿는

  나는

  천사가 비천사적인 순간을

  아주 오랫동안 상상해왔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천사를 떠올린다.

 

  본드 같은 걸로 붙여놓았을 날개가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낭패를 당한 천사.

  허우적거리다

  진흙탕에 처박히는 천사.

 

  진흙에 범벅되는 하얀 인조 깃털

  그 난처한 아름다움.

 

  아니면

  야간 비행 실수로

  낡은 고가도로 교각 끝에

  불시착한 천사

 

  가까스로 매달린 채

  엉덩이를 내보이며

  날개를 추스리는 모습이 그려진다.

 

  아니면

  비둘기 똥 가득한

  중세의 첨탑 위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측은하게 지상을 내려다보는

  그 망연자실.

 

  내가 원하는 천사다.

 

 사랑뿐 아니라, 우리의 생은 누군가에게 혹은 무언가에게 빚이 있는지도 모른다. 시인은 시를 통해 그 빚을 갚고 싶은 건 아닐까. 이렇게 귀여운(주관적인 느낌이다)시를 써준 그가 고맙다. 누구나 고귀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떠오를 천사를 그만의 언어로 현실감 있게 등장시켰으니 말이다. 잡을 수 없고, 만날 수 없다고 믿은 천사를 우리는 쉽게 만날 수 있게 될 것 같다. 어쩌면 우리의 가까운 곳에 천사는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시 우리는 이미 천사와 밥을 먹고, 천사와 수다를 떨고, 천사와 친구로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만화의 한 장면처럼 그려진 울적하면서도 유쾌한 이 시가 좋다. 시인의 의도는 다를지라도 나는 좋다.

 

 『나쁜 소년이 서 있다』란 시집에서 언제나 나를 붙잡았던 시는 <살은 굳었고 나는 상스럽다> 였다. 이 시집 『내가 원하는 천사』에서 나를 울먹이게 하는 시는 바로, 이 시다. 덧칠하면서 사는 나이를 나는 알 것 같다. 칠해진 색들 위에 다시 무언가를 칠하지만 원하는 색을 만들 수 없다는 어떤 좌절감, 어떤 절망감을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이라는 하루를 시작하면서 덧칠을 한다. 덧칠을 하는 하루를 지내고 늘어나는 두께만큼 욕망은 줄어들고, 지긋지긋한 어떤 날들 중의 하루 뿐인 오늘도 서글프게 흘러간다.

 

 <덧칠>

 

  덧칠하면서 사는 나이다. 낡은 목선에 켜켜이 붙어

 있는 페인트의 두께에서 어떤 절지동물 사체들이

 혀 있는 굴곡이 보인다. 기생하면서 살아온 것들, 고

 래와 목선을 구분하지 못했던 것들, 그 위에 덧칠된

 울퉁불퉁한 굴곡들. 뜨거운 게 치밀어 올라온다. 난

 오늘 덧칠을 시작했다.

 

  목선에 들러붙은 지독한 것들에게. 온몸이 가려워

 지는 그들의 생존 방식에 대해 짠물에도 살아남은 그

 들의 묵묵한 인내에 경배한다. 하나하나의 이름은 모

 른다. 하지만 진화에서 빗겨 나간 과묵함이 눈물을

 핑 돌게 하는 풍경임은 분명하다. 나는 얼마나 작은

 가. 숨죽이며 발목을 잡는 건 자책이다. 짠물에 씻겨

 나가지 않은 사체의 세월이 나의 노래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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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2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22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2-05-25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을 사면 모든 시가 다 좋지 않잖아요? 이 시집도 자목련님이 올려주신 시가 좋아서 사고 싶다 하다가 이게 다일 거야 이러고 말아요. 시집 잘 안 사거든요. 생각해보니까 시를 읽지 않아서 내가 말이 많구나..( '') 이런 생각이 들어요. orz

자목련 2012-05-25 12:44   좋아요 0 | URL
음, 이런 비교가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가수의 테입(그러니가 시디가 아닌)을 사는 거랑 비슷한 것 같아요.
모든 노래가 좋지는 않지만 그를 좋아하니까 아무렇지도 않았거든요.
시도 그런 것 같아요. 모든 시를 다 좋아하지도 않고 많은 시인들을 알지도 못하지만 말이에요.

비가 보고 싶은 날이에요. 더워지고 있으니, 바다고 보고 싶고. 가까운 곳에 바다가 있는데도 바다를 보는 일은 어려워요. 아이리시스님의 바다는 어떤가요? 잘 지내나요? (좀 이상한 질문인가요?)
 
남자의 자리
아니 에르노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를 낳아준 부모에 대해 말할 때 언제나 엄마를 우선시 한다. 두 분 모두 내게 소중한 사람이고, 두 분 모두 나를 사랑하는데도 그렇다. 다정한 모녀였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도 않다. 따지고 보면 함께 보낸 시간도 짧다. 현재 살아 있는 분은 아버지 뿐이니까. 어쩌면 일부러 거리를 두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알게 모르게 아버지에 대한 어떤 미움이나 원망 같은 게 자리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에르노의 자전 소설『남자의 자리』를 읽으면서 내 아버지를 생각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내가 알지 못하는 아버지의 슬픔에 대해서 말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한 방송에서 중년 남자가 아버지를 떠올리며 유년 시절을 추억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았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되어 아버지를 떠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울고 있던 것이다. 부모가 되어서야 부모의 마음을 안다지만 과연 그럴까. 부모가 되었지만 잠시나마 내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때란 아이가 나를 속상하게 했을 때 뿐이 아닐까. 

 

 ‘그는 마흔 살이다. 사진 속에는 그가 겪은 불행, 혹은 그가 품고 있는 기대에 대해 알려 주는 것은 전혀 없다. 단지 약간 나온 배, 관자놀이께가 희끗희끗해져 가는 검은 머리칼 등, 세월의 명확한 흔적들이 보일 뿐이다. 그리고 보다 은밀하게 숨어 있는 사회적 조건의 표지(標識)들. 몸통으로부터 헤벌어져 있는 팔들, 그리고 소시민적인 취향이라면 사진의 배경으로는 선택하지 않을 화장실과 세탁실…….’ p. 49

 

 젊지도 늙지도 않은 마흔 살의 남자. 내게 남자의 마흔은 어떤 나이였던가? 학창시절 깔끔한 머리에 흰 와이셔츠를 입은 선생님의 모습과 겹쳐지는 나이였을 뿐이다. 한 남자의 인생을 들여다 보는 일은, 누군가의 아버지로,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 살아야 했던 한 남자의 마음을 읽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언뜻 언뜻 내 아버지를 보았고, 아버지의 형제들을 보았고, 오빠를 보았기 때문이다. 가난한 노동자였기에 배움이 짧았기에 더 많은 걸 갖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했던 수많은 아버지들 말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우리가 더 이상 서로에게 아무 할 말이 없게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p. 93

 

 아주 짧고 담백한 소설이다. 짧아서 더 긴 여운을 남기고 담백해서 더 슬프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글이라 더 그렇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점점 더 멀어지고 소원해진 관계, 글을 쓰면서 아니 에르노의 마음은 얼마나 복잡미묘했을까. 표현하지 못했던 애정, 무심했던 지난 날을 후회했을 것이다. 

 

 내 아버지의 젊은 날을 알지 못한다. 아니, 알려고 한 적이 없다. 흑백 사진 속 젊은 아버지가 꿈꾸던 삶이 어떤 삶인지 물어본 적이 없다.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사는 나는 늘 이렇다. 문득, 한 남자가 내 아버지로 살아갈 날이 많지 않다는 걸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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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5-21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만 봐도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자목련 2012-05-22 11:18   좋아요 0 | URL
어쩌면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를 다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바깥오리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 날을 감기와 함께 지내고 있다. 약을 계속해서 먹고 있고,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잠을 청하고 있다. 그리하여 침대와 책상에는 코를 푼 더러운 휴지가 쌓이고 투명한 정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멍한 상태로 읽고 있던 책의 앞 부분을 다시 읽기를 반복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도 책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다. 허연의 『내가 원하는 천사를 기다리며 그의 다른 시집 『나쁜 소년이 서 있다』를 다시 읽는다.

 

 

<나쁜 소년이 서 있다>

 

 세월이 흐르는 걸 잊을 때가 있다. 사는 게 별반 값어치

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파편 같은 삶의 유리 조각들이

처연하게 늘 한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무섭게 반짝이며

 

 나도 믿기지 않지만 한두 편의 시를 적으며 배고픔을 잊

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랬다. 나보다 계급이 높은 여자

를 훔치듯 시는 부서져 반짝였고, 무슨 넥타이 부대나 도

둑들보다는 처지가 낫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외로웠다.

 

 푸른색.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더럽게 나를 치장하던

색. 소년이게 했고 시인이게 했고, 뒷골목을 헤매게 했던

그 색은 이제 내게 없다. 섭섭하게도

 

 나는 나를 만들었다. 나를 만드는 건 사과를 베어 무는

것보다 쉬웠다. 그러나 나는 푸른색의 기억으로 살 것이다.

늙어서도 젊을 수 있는 것. 푸른 유리 조각으로 사는 것.

 

 무슨 법처럼, 한 소년이 서 있다.

 나쁜 소년이 서 있다. (p. 17)

 

 

 시인에게는 푸른색으로 남았던 그 시절, 내가 아는 한 소년에게서는 짙은 파랑색의 시절이었다. 그러니까 아주 오래 전 내가 소녀였을 시절에 내 모든 손편지의 수신인이었던 그 소년 말이다. 채송화를 좋아하고 채근담을 좋아했던 그 소년이 어른이 되었을 때 나는 그에게서 파랑을 보았다. 그저 짧게 주고 받은 메일에서 간단한 안부를 전하던 목소리에서 아주 짙은 파랑을 보았던 것이다. 그는 내게 있어 자신이 나쁜 소년이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알지 못 할 것이다.

 

 

 <검은 지층의 노래>

 

 열병 않은 머리맡에서 아주 오래전 노래가 흐른다. 지층

의 흉터를 따라 흐르던 노래. 지층이 파 놓은 아주 미세한

홈을 따라 흐르던 노래. 가끔씩 상처 난 지층의 절개면에

서 불협한 소리를 내곤 하던 노래. 돌고 돌았던 검은 지충

의 노래. 누구의 뼈를 깎아서 만든 노래. 그 뼈를 기억하고

있는 검은 노래.

 

 판판이 깨진 노래. 한 시대와 또 다른 시대가 장중하게

죽어 갔던 노래. 모닥불에 던지면 한 줌도 안 됐던 노래.

애저녁에 영원할 수 없었던 노래. 손쓸 수 없는 파멸을 담

았던 노래. 차마 칼을 뽑지 못했던 그 봄밤에 들렸던 노래.

일몰 후에는 단조로 변했던 세월의 노래.

 

 세로로 서 버린 노래. 문자가 되어 버린 노래. (p. 47)

 

 

 허연의 시집에서 자꾸만 그 소년이 보인다. 문득, 지금은 어떤 색으로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내 기억 속에 남은 그 모습으로,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세상을 유영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아니,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다면 좋겠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살고 있다면, 원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면 더 좋겠다.

 

 

 <살은 굳었고 나는 상스럽다>

 

 굳은 채 남겨진 살이 있다. 상스러웠다는 흔적. 살기 위

해 모양을 포기한 곳. 유독 몸의 몇 군데 지나치게 상스러

운 부분이 있다. 먹고살려고 상스러워졌던 곳. 포기도 못했

고 가꾸지도 못한 곳이 있다. 몸의 몇 군데

 

 흉터라면 차라리 지나간 일이지만. 끝나지도 않은 진행

형의 상스러움이 있다. 치열했으나 보여 주기 싫은 곳. 밥벌

이와 동선이 그대로 남은 곳. 절색의 여인도 상스러움 앞에

선 운다. 사투리로 운다. 살은 굳었고 나는 오늘 상스럽다.

 

 사랑했었다. 상스럽게. <p. 23>

 

 

 여전히 이 시에 멈춘다. 여전히 치열한 삶을 살고 있을 나쁜 소년을 위한 시 같아서, 여전히 사랑하는 일에 사는 일에 최선을 다할 나쁜 소년에게 보내는 시 같아서, 그 나쁜 소년을 바라보는 나쁜 소녀를 위한 시 같아서, 굳은 살은 늘어날 것이고, 상스러운 오늘을 살고 있을 수많은 나쁜 소년과 나쁜 소녀에게 괜찮냐고 묻는 것 같아서, 반복해서 읽고 읽는다.

 

 5월인데 어떤 날은 춥고, 어떤 날은 덥다. 나쁜 소년이 원하는 천사는 어떤 천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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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긋지긋한 어떤 날들 중의 하루 뿐인 오늘도 서글프게 흘러간다
    from 識案 2012-05-22 10:44 
    밤에 읽은 시와 아침에 읽은 시는 분명 같았다. 시를 읽는 눈과 마음이 달랐을 뿐이다. 차례대로 읽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차분하게 읽는 대신 눈에 닿는 순서대로 시를 읽다가, 다시 차례대로 읽는다. 그러니 시라는 건 읽는다고 읽는 게 아니고 안다고 아는 게 아니며 이해한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님이 분명하다. <나의 마다가스카르 1> ―세월 하나 지나갔다 별자리가 천천히 회전을 하는 동안 우기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동안 마
 
 
이진 2012-05-15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쿵, 늦은 감기에 걸리셨군요. 하긴 요새 온도 차이가 너무 심하게 벌어진다 했어요.
자목련님 많이 아프신건 아니죠? 많이 아프시면 안되요.
허연의 시들은 참 예쁘네요.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고 딱딱 들어맞는게 정말 예뻐요.
저도 좋은 시를 고를 능력이 생기면 좋을텐데. 음.

자목련 2012-05-16 12:19   좋아요 0 | URL
소이님의 마음을 감기가 알아서 곧 사라질 것 같아요. 고마워요.

시들에게 예쁘다라고 말하는 그 마음이 좋은 시를 알아보는 거 아닐까요?
지금쯤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여유로운 시간일까 싶어요.^^

아이리시스 2012-05-15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졸려요ㅠㅠ
시 너무 좋은데 못 읽고 꾸벅꾸벅 (이러면서 댓글쓰고있다-_-;)

오오, 이 좋은 날들에 감기라니. 오늘 저녁은 돈가스 먹을 거예요! 자목련님도 맛난 거 많이 챙겨드시고 감기 뚝!
저도 제 천사를 좀 찾아주셔요. ^^

자목련 2012-05-16 12:17   좋아요 0 | URL
반짝이는 날을 감기가 시샘하는 것 같아요. 전 어제 노란 카레를 먹었습니다. 너무 많이 해서 남은 건, 점심에도 먹어야 할 것 같아요.ㅎㅎ

감기는 나아지고 있는데 완전하게 사라지지는 않아요. 아이리시스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님의 천사는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몰라요!!
 
기다리는 책

 

 꽃이 지고 있다. 비 내리는 아침, 남아 있는 꽃잎들이 흔들린다. 꽃 지는 계절, 꽃 비가 아름다운 요즘 가의 계절은 봄일 것이고, 누군가는 이미 여름에 속한 날들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누군가는 아직까지 겨울을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분명하지 않은 모호한 감정 속에서 살고 있는 나는 이 계절에 정확한 이름을 명명하지 못한 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다리던 봄처럼 도착한 시집을 읽는다. 가장 먼저 읽은 시는 이런 시다.

 

 <꽃그늘에 후둑, 빗방울>

 

  떠나옴과 떠남이 붐비는 소읍의 터미널

  얕은 담장 너머로 백작약 말이 없다

 

  저 꽃의 말은 수줍음이라는데

  꽃말마저 버린 꽃의 얼굴처럼

  언저리에 머무는 그들이 희게 시리다

 

  방금 출발한 차편에

  반생(半生)이라는 이름의 그가 타고 있다

  이제는 지난 생이라 불러야 하나

  마음 놓고 수줍을 수도 없었던 때가 길었다

  남은 수줍음마저 꽃그늘에 부려두고 가야할 지금

  버리다와 두고 가다 라는 말의 간격이 길다

  모퉁이를 막 돌아나가려는 버스

  그 순간을 마주하지 못해 고개 돌렸을 때

  백작약 거기 있었다, 피었다

 

  말을 버린 것들은 왜  그늘로 말하려는지

  끝내 전해지지 못한 말들이

  명치그늘로만 숨어들어 맴돈다

  허공 속 꽃의 향기가 다만 바람으로 차오를 뿐

 

  모퉁이를 빠져나가던 반생이 손을 흔들 때

  나는 배후마저 잃은 하나의 풍경이 된다

  마련된 인사가 없는 배웅

 

  순간은 얼마나 긴 영원인가

 

  다시는 배웅할 수 없는 지난 생이

  천천히 소실점으로나마 사라지고

  아픈 피를 해독한다는 백작약 앞에 선다

  꽃그늘에 후둑, 빗방울 (p. 100~101)

 

 비가 오는 날이라, 끝을 달려가는 봄을 붙잡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니다. 봄을 보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처럼,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하는 일은 때로 본능처럼 다가온다. 백작약이라는 말에, 나는 주책없이 가슴이 설렌다. 이별의 공간에, 영원처럼 간직하고 싶었던 수많은 순간들을 떠올리며 더이상 기억 나지 않는 너의 얼굴을 그려본다. 너는 알까, 가끔 네 생각을 하는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설령 네가 나를 기억한다 해도 너는 궁금해하지 않을 걸 알기에 소리를 죽인 채 속눈썹은 울부짓는다.

 

  <속눈썹의 효능>

 

  때로 헤어진 줄 모르고 헤어지는 것들이 있다 

 

  가는 봄과

  당신이라는 호칭

  가슴을 여미던 단추 그리고 속눈썹 같은 것들

 

  돌려받은 책장 사이에서 만난, 속눈썹

  눈에 밟힌다는 건 마음을 찌른다는 것

  건네준 사람의 것일까, 아니면 건네받은 사람

  온 곳을 모르고 누구에게도 갈 수 없는 마음일 때

  깜박임의 습관을 잊고 초승달로 누운

 

  지난봄을 펼치면 주문 같은 단어에 밑줄이 있고

  이미 증오인 새봄을 펼쳐도 속눈썹 하나 누워 있을 뿐

 

  책장을 넘기는 바람에도 날아가지 않은

  출처 모를 기억만 떠나는 방법을 잊었다

 

  아지랑이의 착란을 걷다

  눈에 든 꽃가루를 호ㅡ하고 불어주던 당신의 입김

  후두둑, 떨어지던 단추 그리고 한 잎의 속눈썹

  언제 헤어질 줄 모르는 것들에게는 수소문이 없다

  벌써 늦게 알았거나 이미 일찍 몰랐으므로

  혼자의 꽃놀이에 다래끼를 얻어온 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것은 온다는 역설처럼 당신의 입김 없이도 봄날은 간다

 

  화농의 봄, 다래끼

  주문의 말 없이 스스로 주문인 마음으로

  한 잎의 기억을

  당신 이마와 닮은 돌멩이 사이에 숨겨놓고 오는 밤

  책장을 펼치면 속눈썹 하나 다시 뜨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올 거라 믿는, 꽃달 (p. 68~69)

 

 이 봄에 읽지 않았다면 어쩔뻔 했는가. 손끝으로 꽃을 매만질 용기 없어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비겁한 봄날에 이런 시를 읽어 흘러내리는 감정 주워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어준 시가 있어 고맙고, 또 고맙다. 투박한 말 뒤에 숨겨진 여리디 여린 마음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간절함 외침을 대신 해 시인이 어딘가에 있을 당신에게 안부를 전하는 듯하다. 

 

  <툭>

 

  빛줄기 하나 텅 비어 바닥을 향해 있다

 

  못이 박혀 있던 자리에 남은 구멍

  여백을 견디던 벽에게 못은 무엇이었을까

  한 점으로부터 출발했을 여백

  벽에 구멍을 낸 것도 막고 있던 것도 못이었다

  어떤 중심은 돌출일 뿐

  그러므로 벽과 못은 상극일까

  중심이었을 때조차 못의 허기는 허공에 닿아 있었다

  낙화가 허공에 예정되어 있는 것처럼

  떠 있는 것들에게 가장 불편한 이름, 허공

 

  떨어지기 직전 가장 뽀족했을 못의 촉수

  중심을 견디던 내부의 힘으로

  툭, 못이 가까스로 잡고 있던 벽을 놓친다

  오래된 견딤일수록 결별의 시간을 짧고

  툭, 심장이 가까스로 잡고 있던 마음을 놓친다

  마지막 소리로 제 숨을 거두어 가는 것들

  흩날리는 꽃을 보는 나무의 그늘이 깊다

 

  지친 독이 못에 펴져 있다, 푸른 전갈

  바람 한 필 걸어둘 수 없다는 벽과

  다시는 너라는 중심에 박히지 않겠다는 다짐 사이

  닿을 소식은 닿는다 바람으로라도

  툭, 멀리서의 부음이 떨어진다

  좋은 소식도 나쁜 소식도 없다 다만 소식이 있을 뿐

 

  푸른 전갈, 검은 눈 속으로 번지는 (p. 92~93)

 

 <놓치다, 봄날>

 

  저만치 나비 난다

  귓바퀴에 봄을 환기시키는 운율로

 

  흰 날개에

  왜 기생나비라는 이름이 주어졌을까

  색기(色氣)없는 나비는 살아서 죽은 나비

  모든 색을 날려 보낸 날개가 푸르게 희다

  잡힐 듯 잡힐 듯, 읽히지 않는 나비의 문장 위로

  먼 곳의 네 전언이 거기 그렇게 일렁인다

  앵초꽃이 앵초앵초 배후로 환하다

  바람이 수놓은 습기에

  흰 피가 흐르는 나비 날개가 젖는다

  젖은 날개의 수면에 햇살처럼 비치는 네 얼굴

  살아서 죽을 날들이 잠시 잊힌다

 

  봄날 나비를 쫓는 일이란

  내 기다림의 일처럼 네게 닿는 순간 꿈이다

  꿈보다 좋은 생시가 기억으로 남는 순간

  그 시간은 살아서 죽은 나날들

  바람이 앵초 꽃잎에 안자

  찰랑, 허공을 깨뜨린다

  기록되지 않을 나비의 문장에 오래 귀 기울인다

  꼭 한 뼘씩 손을 벗어나는 나비처럼

  꼭 한 뼘이 모자라 닿지 못하는 곳에 네가 있다

 

  어느 날 저 나비가

  허공 무덤으로 스밀 것을 나는 알지 못한다

  봄날, 기다리는 안부는 언제나 멀다 (p. 62~63)

 

  <손목을 견디다>

 

  기다림의 손목을 잘라버려야 해 어떤 선언은 비인칭

 점. 아무것도 잊지 않은 기억 속에서 망각에 동의할 수 있을

 까 그늘로만 향하는 발자국, 생장점을 지닌 기다림은 식물

 의 상상력과 알맞다

 

  고요 수목원 부채파초 앞에 서면 부채와 파초 사이 바람

 을 헤아리는 허공, 이 식물의 내력은 줄기에 고인 빗물로 한

 모금의 구원이 되기도 한다는 것

 

  기다림의 손목 대신 파초 줄기를 잘랐을 손에 왜 떠도는 발

 자국은 구원에 목말라 할까 그럴수록 두 눈의 수위(水位)

 만 높아질 뿐, 길 잃은 발자국에게는 나침반이 되기도 하는

 데 한 방향으로만 자라는 잎의 습성 때문이라는 것 방향을

 잃기 위해 떠도는 영혼이라면 소용없을 부채파초의 꽃말은

 흰 기다림

 

  늘 부채를 지니고 다니던 한 사람이 있었다 어느 부채가

 불어오는 것은 바람이라는 냉정, 그는 고백과 헤어짐의 문

 장을 파초 잎에 적어 보냈다 기다림, 아무것도 잊지 않은 기

 억 속에서 망각에 동의하는 것 떠남과 기다림은 비인칭 시

 점의 선언과 감행만큼 가깝게 멀다 생장을 거듭하는 시간

 만, 그늘 쪽으로 한 뼘 더 (p. 84~85)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을 부적처럼 믿고 산 지 오래다. 오랜동안 소식이 닿지 않던 지인의 안부가 반갑기는 커녕 두렵기 시작한 나이가 되었다. 그만큼 건조한 날들을 살고 있다는 말일 터. 아니, 사실은 기다리지 않는 척 하며 언제나 내 귀는, 내 모든 촉수는 너를 향해 있다는 마음을 들키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네가 달려와 주기를, 네가 잘 지낸다는 안부를 바람에라도 전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 봄날에.

 

 옮기지 못한 시들이 많다. 좋은 시냐고 묻는다면, 그저 나를 울리는 시라고, 그저 닫힌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다정한 목소리라고, 꽃잎이 떨어질 때 속눈썹이 흔들리는 당신이라면, 반가울 시라고 답할 뿐이다.  

 

 

 

 

 

 

 

이은규 첫 시집, <다정한 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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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12-04-25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자목련 2012-04-26 15:42   좋아요 0 | URL
함께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2012-04-27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8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15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15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