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잘 지낸다는 L의 문자를 받았다. 잘 지내냐는 물음에 나도 잘 지낸다고 답을 보냈다. 잘 지낸다는 말로, 우리는 긴 이야기를 생략했다. 통화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복잡한 나날의 연속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피곤하고 고단한다. 서늘하거나 강렬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여름과 맞닿은 날들, 어떤 사람은 휴가를 준비할 것이고, 어떤 이는 장마를 걱정할 것이다.

 

 나른한 오후다. 책을 펼치다 졸음으로 빠져들 오후다. 그전에 이런 책으로 감기는 눈을 세운다. 궁금한 책들이다. 기다렸다고 말해야 한다, 제임스 설터의 장편 『가벼운 나날』을 말이다. 서늘한 기운이 전해져서 좋다. 자칫 무거운 나날이 될 여름에 필요한 제목이 아닐까. 단편집 『어젯밤』을 읽은 이라면 『가벼운 나날』이 매우 반가울 것이다. 여름처럼 강렬한 제목, 『미친 사랑』속 사랑은 얼마나 치명적일까. 내겐 시인으로만 각인된 심보선의 『그을린 예술』은 분명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궁금하다.

 

 

 

 

 

 

 

 

 

 

 

 

 

 

 

 

 

 

 

 

 이제 읽은 책과 읽고 있는 책이다. 피카소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피카소 월드』는 흥미로운 책이다. 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피카소의 작품과 그의 개인적인 사진이 함께 담겼다 - 그의 그림과 조각을 보는 것만으로도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이라 생각한다.) 『이별 리뷰』로 만난 한귀은의 『모든 순간의 인문학』은 영화, 책, 일상에 대한 인문학이다. (이제 읽기 시작했다.) 날씬한 여자의 뒷모습을 표지로 내세운 『프랑스 남자들은 뒷모습에 주목한다』는 프랑스와 프랑스 사람을 탐구한 책이다. 그들의 문화, 사고방식, 관습을 통해 프랑스를 말한다.

 

 

 

 

 

 

 

 

 

 

 

 

 

 

 

 

 

 

 책장을 정리한다. 그러니까,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 읽을 예정인 책들로 나눈다. 책들의 자리를 바꾸면서 잊고 있던 책들과 만난다. 어떤 책은 다시 훑어보다 같은 구절에서 멈추고, 어떤 책에선 처음 만난 듯 낯선 구절을 메모한다. 여름, 강렬한 날들로 채워지겠지만 그 속에 숨은 서늘한 날들을 기다린다. 나른한 오후는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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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9 23: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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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1 08: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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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9 23: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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