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내 맘대로 살겠습니다 - 행복한 삶을 만드는 17가지 질문들
미리안 골덴베르그 지음, 박미경 옮김 / 청미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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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더 행복해지지 위해서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왜 남자들이 누리는 자유가 부러울까? 왜 다른 여자들과 나를 비교할까? 싫다고 말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울까? 어떻게 하면 가볍고 유쾌하게 살 수 있을까? 감정을 빨아먹는 흡혈귀에게서 벗어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나이 드는 것이 왜 두려울까? 나이 들었을 때 어떤 사람이 되고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일까? (11쪽)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렇게 사는 이가 얼마나 될까? 시간이 없어서, 부모의 기대 때문에, 남들 다 그렇게 사니까, 용기가 없어서. 핑계를 찾자면 끝도 없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번쩍하는 때를 만난다. 죽을 고비를 넘겼거나 시한부 생을 선고받았거나 가족의 죽음이 그러하다. 이제는 과거의 나와 이별하고 새로운 나를 맞이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불행하기 위해 사는 이는 아무도 없으니까. 그렇다면 왜 우리는 불행을 걷어차지 못하는가. 행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따져 물으며 답을 하기가 애매하다. 나를 위한 삶, 나를 돌아보는 질문들에서 한 번 찾아보면 어떨까? 『오늘부터 내 맘대로 살겠습니다』란 유쾌하고 통쾌한 제목의 책에서 그런 질문에 답을 해보자.


저자 미리안 골덴베르그는 브라질의 행복을 연구한 인류학자로 18~98세의 남녀 5000여 명을 인터뷰하고 연구한 결과로 ‘행복 곡선’에 대해 설명한다. 그녀에 따르면 인간은 어린 시절 행복했다가 점점 불행해지고 소위 인생의 바닥을 찍고 다시 나이가 들면서 행복해진다고 한다. 우리가 흔이 말하는 인생의 롤러코스터가 아닐까 싶다. 그녀의 연구는 테드(TED) 강연을 통해 유명해졌고 그로 인해 이 책을 우리가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디나 사람 사는 건 비슷하다. 처음엔 브라질 여성 인류학자의 글이라 브라질 문화와 사회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지만 그들의 고민과 행복을 향한 마음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책을 통해 던지는 17가지 질문은 행복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부터 인간관계로 인한 피로감, 배우자와 결혼생활, 나이 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 우리가 한 번쯤 맞닥뜨린 고민과 문제들이다. 목차를 살피다가 가장 눈에 들어온 건 ‘“신경 꺼!” 버튼을 아직도 안 눌렀다고?’란 질문이다.


타인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우리를 보는 것 같았다. 주변을 의식하느라, 상대의 감정을 배려하느라 피곤한 관계를 이어온 시간들과의 이별을 위한 처방전이라고 할까. 57세의 한 교사는 남편과 헤어지고 작은 버튼 모양의 문신을 새겼다고 한다. 진짜 신경 꺼, 버튼을 느끼고 경험한 것이다. 살면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신경 꺼 버튼을 이제 맘껏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누군가 듣는 상대가 있지 않아도 혼잣말이라도 신경 꺼, 란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후련한 기분이 든다. 저자가 만난 다양한 세대가 느끼는 행복과 감정에 대한 솔직한 인터뷰도 무척 인상적이다.


말끔한 인생 정리는 삶의 모든 영역을 싹 정리해서, 더는 원하지 않는 사람과 물건을 실제의 혹은 가상의 쓰레기통에 버리겠다고 결정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불쾌하고 부정적이고 파괴적이며 해롭고 과도하고 무익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죄다 없애겠다는 뜻이다. 사람과 물건의 중요도를 평가해서 우리의 행복에 꼭 필요한 사람과 물건만 간직하겠다는 뜻이다. (49쪽)


혈연과 지연으로 채워진 인간관계를 어떻게 해야 좋을까. 어려운 문제다. 저자의 비유대로 우리의 감정을 빨아먹는 흡혈귀가 너무도 많다. 만날 때마다 신세한탄을 하며 부정적인 기운을 전달하는 지인, 필요할 때마다 연락을 하는 친척과 가족,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배우자. 이 글을 읽을 때 누군가 떠오른다면 그가 바로 기생충(흡혈귀)일지도 모른다. 완전하게 단절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면 65세의 의사처럼 무시하고 웃어넘기는 게 최선일지도. 


우리는 행복을 좇느라 진짜 행복을 놓치는 건 아닐까.‘더 행복해지려면 무엇이 있어야 할까요?’ 란 질문에서 많은 사람들은 욕망을 표현한다. 독립할 수 있는 자금, 돈 많은 배우자, 성형수술 등 다양하다. 그것들이 충족되었을 때 정말 행복할까. 아마도 다른 욕구가 분출될 것이다.  저자는 행복에 대한 질문으로 하루 중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물었는데 그 답은 아주 소소한 것이었다. 일을 끝내고 집에서 가족들을 볼 때, 친구들과 축구 후 마시는 맥주 한 잔의 순간, 친구들과 있을 때가 행복하다는 것이다. 행복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마련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행복할 수 있다. 


100세 시대가 되면서 우리는 나이를 먹고 늙는 일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늙고 병든 삶을 어떻게 견딜까 걱정을 하는 거다. 하지만 걱정과 근심만 할 수는 없다. 하루하루 주어진 날들을 긍정적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내 맘대로 살아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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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배와 행복 - 철학하는 삶을 살다
장세익 지음 / 느티나무책방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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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생각하면 학창 시절에 수업만 떠오른다.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잘 모르겠다. 철학이 왜 필요한가, 속 시원하게 답을 들은 기억이 없다. 익숙하게 잘 알려진 철학자의 이름이 떠오를 뿐 철학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게 없다. 우리는 왜 존재하며 산다는 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갈증만 커진다.


『독배와 행복』의 저자 장세익도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금융과 벤처 기업에 근속하면서 그 분야에 전문가였던 저자는 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의 내면을 움직인 건 무엇이었을까?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그 해답을 찾기 위한 공부가 바로 철학이었다.


인류 역사의 한 획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삶의 공허함을 느낀다. 일상은 무너지고 이전의 삶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 기대는 사라졌다. 어쩌면 이러한 시대에 우리에게 철학은 더욱 요긴할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철학의 삶과 사유에 대해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배운다. ‘독배와 행복’이란 제목이 이상했다. 독배와 행복은 대등한 관계도, 대립 관계도 아니기 때문이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이름을 듣고 아, 그 독배구나 싶었다.


가장 친근한 철학자, 소크라테스. ‘너 자신을 알라’, ‘악법도 법이다’란 말로 유명하다. 하지만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그 어디에도 소크라테스가 직접적으로 ‘악법도 법이다’라고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처가 악처라는 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처럼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에 대한 오류를 지적하면서 흥미를 유도한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시작으로 그동안 주장한 철학과 당시 아테네의 주류였던 소피스트들의 주장에 대해 설명한다. 동굴의 비유로 설명하는 부분은 무척 인상적이며 현재 우리 시대의 삶에도 적용할 수 있어 놀랍다. 동굴이 세상의 전부로 아는 이들에서 동굴 밖의 빛과 세상은 두려움일 것이다. 그 밖의 세상을 경험한 이가 진실을 알려줘도 동굴을 벗어나지 않는다. 무지한 인간에게 지성의 세계로 인도하려는 게 얼마나 험난한지 알려준다. 현시대에 우리는 교육을 통해 동굴에서 나오도록 도와줘야 한다. 획일화된 주입식의 지식 습득이 아니라 소크라테스가 말했듯 영혼의 실물과 진리를 보는 능력을 길러주는 참 교육이 필요하다.


국가에 대해 정의도 마찬가지다. 소크라테스에 의하면 인간의 정의와 가치관을 실현할 수 있는 최종적이고 독립적이고 이상적인 단체가 바로 국가다. 국가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건 시민, 그러니까 국민이다. 국민이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행할 때 국가는 완전체를 이룬다. 정의로운 국가가 되려면 정의의 가치를 잘 알고 판단하는 이가 필요하다. 한 나라의 대표를 뽑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확인한다. 국가를 제대로 통치하기 위해 소크라테스가 주장한 바를 살펴보면 그는 철학자가 통치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철학자는 지식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권력을 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현실은 이상과 다르고 명예만 좇는 통치자와 부를 내세운 통치자를 통해 혼란스러운 시대를 우리는 경험했다.


철학 하는 통치자를 선출하기 위해선 우리가 철학에 대해 알아야 한다. 철학의 끝에는 삶과 죽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당당하고 평온한 태도를 보인 소크라테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영혼과 육체에 대한 설명은 심신 일원론, 심신 이원론으로 이어진다. 인간은 육체로만 존재하는가, 육체와 영혼으로 존재하는가. 이 문제는 죽음 이후의 사후의 세계의 존재와 더불어 신의 영역에 대해 확장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저자는 자살에 대해 언급하는데 자살이 급증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과 마주한다. 불안과 고통스러운 삶을 멈추기 위해 선택하는 죽음과 행복에 대한 사유로 이어진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가장 어려운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질문을 던지고 사유하는 일, 바로 철학이며 이건 인간 고유의 특성이다. 식물, 동물과 다르게 인간만이 삶을 사는 동안 일어나는 모든 것들에 관심을 두며 생각한다. 그러니까 실존적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 이에 필요한 게 철학이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지식이 아니라 현상과 존재에 대한 근거를 찾는 일.


철학함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항상 우리 곁에 있다. 그러나 항상 있는 것은 아니고 문득문득 있다. 늘 우리 곁에 있지만, 가까이 있지도 않고 멀리 있지도 않다. 철학함이라는 것은 가까운 듯하나 멀리 달아나 있고, 멀리 있는 듯하나 어느새 우리 곁에 와 있다. 우리 인간에게 철학함이라는 것은 완전히 떼어내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항상 껴안고 있을 수도 없다. (150쪽)


존재의 근원을 찾아가는 일은 진리에 대한 탐구다. 우리가 사는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이 존재할 거라는 의구심, 매일 바라보는 밤하늘에 대해 궁금해하고 그것은 우주론이 된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여겼던 세상,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은 옳은 듯했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의 주장으로 우리가 아는 대로 지구는 돌고 있다. 한계를 극복하는 일, 너머를 상상하는 일이야말로 근본적으로 존재를 탐구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고 사유하는 삶이 철학 하는 삶인 것이다. 그러니 철학은 단지 철학자에게 국한된 학문은 아니며 살아가는 동안 우리 곁에 있는 것이다. 행복이 무엇인지 찾는 과정도 철학이고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철학이다.


철학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우리가 잊고 있는 게 바로 이것이다. 인간을 이해하는 일 말이다. 물질로 풍요로운 세상이 되었지만 행복한 이는 많지 않다. 나의 존재에 대해, 삶의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여유도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돌아보고 영혼은 살찌우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순간 우리는 철학 하는 삶을 사는 건 아닐까. 저자가 들려주는 솔직하고 진솔한 고백을 통해 철학적 생각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이 책을 만나는 일도 철학 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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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 - 펫로스, 남겨진 슬픔을 갈무리하는 법, 세종도서 선정작
이학범 지음, 김건종 감수 / 포르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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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살아가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들에게 반려동물은 말 그대로 가족이다. 가족과 평생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이별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곁에서 모든 걸 지켜봐 주고 위로해 주던 대상이 사라진다면 얼마나 아플까. 개나 고양이와 살아가는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의 존재가 무척 크다고 한다. 가족이 주지 못하는 기쁨과 위안을 준다고 한다. 나는 그 마음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에 상실에 대해서도 알 수가 없다. 다만 그 상실의 시간이 오래갈 것 같다고 생각할 뿐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한 생명의 마지막을 보내주는 순간은 진중해야 합니다. 마치 밀린 숙제를 처리하듯 해치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시간적 여유, 심리적 여유를 더 가져도 됩니다. 그게 떠난 동물을 잘 기리는 방법이며, 나의 마음도 잘 추스르는 방법입니다. (82쪽)


우리는 아주 쉽게 말하는 실수를 범한다. 동물인데, 다른 동물을 입양하라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너무 유난을 떨지 말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당사자만이 느끼는 아픔과 그리움을 모르면서 함부로 위로를 하면 안 된다. 그러니까 이학범의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만이 아니라 그들을 아는 이들, 전혀 모르는 이들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어떤 면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세세하게 알려주는 지침서라 할 수 있다.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반려동물 삶의 질 평가표’, ‘특수목적견’(군견, 마약탐지견, 안내견 등) 과의 이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수의사인 저자는 반려동물과 이별을 한 후 느끼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이 시간을 견디고 살아가는지 알려준다. 가족이 아닌 반려동물과의 이별이 주는 상실감이 정말 크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어떤 사례 자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보다 더 힘들다고 말했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이 힘들어 일상을 지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사례 자도 있었다. 그만큼 당사자에게는 가족 그 이상, 아니 자신과 같은 존재였다.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한다. 병에 걸려 죽었을 때 더 빨리 발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사고로 죽었을 때는 제대로 돌보지 못한 미안함, 안락사의 경우 잘 한 선택인가. 모든 이별에 후회가 남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상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의 시선이 더욱 힘들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혹 나는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았나 돌아본다. 지인이 키우던 고양이를 떠나보내고 힘들었던 시기, 나는 제대로 위로를 한 게 맞는지.


우리는 반려동물의 모든 것을 엄마처럼 보살펴야 합니다. 먹을 것을 챙겨주고, 물을 갈아주고, 산책을 가고, 잘 곳을 만들어주고, 주사를 맞히는 등 이 모든 일을 우리가 직접 해주지 않으면 이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어리든 늙었든 우리는 반려동물에게 말 그대로 ‘엄마’가 됩니다. (107쪽)


책을 통해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었다.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일반 쓰레기로 분류된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이었다. 합법적인 사체 처리 방법 중 하나라니. 동물 병원에 의뢰하거나 합법적인 동물장묘업체를 이용해야 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야 할 것이다. 최근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훈육에 대한 방송이 많다. 하지만 제대로 이별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다룬 적은 없는 듯하다.


처음 반려동물을 키우고 죽음을 경험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죽음을 설명하는 방법으로는 추상적인 설명보다는 ‘아파서 우리가 사는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먼저 떠났다’는 식으로 말해줘야 한다고 한다. 떠난 반려동물을 대신하는 자리에 비슷한 생김새의 동물을 입양하는 것 좋지 않다고 한다.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죽은 동물에 대한 법적 절차인 ‘동물등록 말소신고’도 부분도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이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남겨진 동물도 슬퍼한다는 사실과 함께. 상실을 느끼는 건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도 같았다. 생각해 보면 항상 같이 먹고 때로 싸우고 놀았던 친구가 떠난 슬픔을 감당하기란 어려울 것 같다. 동물도 감정이 있으니 당연하다.


여전히 힘든 마음을 정리하고 일상을 이어가는 방법으로는 ‘주변 사람들과 슬픔 나누기’, ‘편지 쓰기’, ‘사진첩 만들기’, ‘자기 전에 사진 보기’, ‘기념품 간직하기’, ‘나무나 꽃 심기’, ‘펫로스 모임’, ‘전문가 도움’을 권한다. 반려동물과 살아가기를 원하면서도 잘 몰라서 주저하는 이들을 위해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안내도 빼놓지 않았다.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 동물보호단체에서 입양, 사설보호소에서 입양하는 절차를 소개한다. 펫로스를 다룬다고 했지만 반려동물의 전반적인 것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누구나 아프고 늙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듯 동물도 그러하다는 걸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예정된 이별만 생각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함께해서 행복한 기쁨을 맘껏 즐기는 일이 중요하다. 반려동물들도 그걸 원할 테니까.


반려동물은 ‘슬픔과 아픔’보다 ‘기쁨과 즐거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프다고 슬퍼만 하지도 않고,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고 포기하지도 않죠. ‘순간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작은 기쁨에도 즐거워합니다. 우리도 반려동물처럼 남은 시간을 더 알차고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노력해보면 어떨까요? 그게 네 발 달린 스승의 마지막 가르침일 테니까요. (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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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2-10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아주 많은 사람이 동물과 함께 사는군요 거의 자식처럼 여기는 사람도 많은 듯합니다 그거 때문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함께 살던 동물이 죽으면 마음 많이 아프겠지요 다른 동물을 만나라는 말은 쉽게 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합니다 사람도 누군가를 대신할 수 없듯 동물도 다르지 않겠지요 그 시간이 지나면 다른 동물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바로는 어렵고 다시는 동물과 함께 살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네요 동물하고도 잘 헤어져야겠네요

자목련 님 음력으로도 새해가 오는군요 다시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명절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자목련 2021-02-10 16:08   좋아요 1 | URL
네 점점 더 늘어나고 있지요. 책임이 따르기에 동물을 좋아해도 선뜻 용기를 낼 수 없기도 하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항상 곁에 있던 존재가 사라지는 건 정말 슬픈 일이지요.
희선 님도 새해 복 믾이 받으시고 건강하고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잃어버린 이름에게
김이설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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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다는 건 물리적인 시간이 쌓인 것이 아니라, 그만큼 낡아가는 몸과 마주하는 일이란 걸, 근주는 근래 들어 절실히 깨달았다. (「우환」, 25쪽)


나와 닮은 사람을 만난 듯 반가운 문장이었다. 반가웠지만 서글픔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살아가고 있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 한꺼번에 많은 생각들이 나를 덮쳤다. 늙고 있다는 말을 농담처럼 진심으로 하고 있지만 정작 나는 서러웠던가. 가장 먼저 온 노화는 눈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안과’에서는 노화라고 말했다. 아무 걱정 할 필요도 없다는 듯. 안과 검진을 가야 할 시기를 놓쳤다. 안내 문자를 받고 무시했다. 코로나를 핑계로. 하나 둘 늘어나는 흰머리를 신경 쓰지 않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소설 속 인물에 이렇게 쉽게 동화된다는 건 좋은 걸까, 혼자 생각한다.


김이설의 연작소설집 『잃어버린 이름에게』는 네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전혀 모르는 이들이 스치고 지나가는 공간은 ‘신경정신과’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마음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공간,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무작정 털어놓고 싶은 간절함에 찾은 공간,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마지막이라 선택한 공간일지도 모른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으로 하루를 버티고 견디는 일상은 도처에 있다. 내가 아는 이도 그렇하고 누군가에게 나는 그곳을 추천하기도 했다.


소설 속 중년 여성의 삶이란 대체로 평온해 보인다. 그러니까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그렇다. 돌봄이 필요 없는 아이들, 자리를 잡은 남편, 이제는 잊었던 스스로를 찾아도 좋을 시기처럼 보인다. 그때 몸이 신호를 보낸다. 「우환」의 주인공 ‘근주’는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자궁경부암 ’추가 검사, 암에 대한 두려움을 시작으로 천천히 그녀의 일상과 마주한다. 자궁경부암으로 투병하고 세상을 떠난 엄마를 간병했던 시절. 결혼과 출산, 육아, 살림으로 이어진 현재의 삶. 그 과정을 지나온 친구와의 대화만이 작은 위안이다. 그리고 매일 삼키는 약. 「기만한 날들을 위해」속 ‘선혜’는 스스로를 다스리기 위해 약을 먹는다.


우울증 약이라는 것이 그랬다. 잘 맞으면 일상이 평온해지고 가시 돋친 마음은 무뎌진다. 화날 일도, 노여울 일도, 짜증 날 일도 없었다. 분노나 수치심, 슬픔도 사라졌다. 부정적인 감정은 사그라들고 긍정적인 감정들만 살아남았다. 남편이 혈압약을 먹듯이 나는 항우울제를 복용했다. 감기약이나 비염약을 먹듯이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면 약으로 다스리는 것과 같다고 여기면 편했다. (「기만한 날들을 위해」, 59쪽)


이른 나이에 결혼한 선혜는 23년 차 주부다. 군대에 간 아들, 대학생활을 위해 독립한 딸.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난다. ‘빈 둥지 증후군’일까, 가족을 위해 정성을 다한 시간이 허무하다. 운전을 배우겠다는 자신을 타박하는 남편. 어쩌면 선혜가 정신과를 찾은 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거기다 알게 된 남편의 추악한 행동. 이혼을 생각했지만 선혜는 이혼하지 않기로 한다. 남편과 싸우면서 살아가기로 한다. ‘기만한 날들을 위해’란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산다는 건 무엇일까. 누구에게 물어야 답을 들을 수 있을까. 무기력한 날들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 있을까. 「미아」의 ‘소영’의 마음이 그러했다. 남편의 직장 때문에 이사 온 낯선 도시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그곳에서 길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을 남편은 알지 못한다. 남편과의 시간은 더 많아졌지만 멀어진 것 같다. 사소한 것들에 울컥하며 감정을 자제하기 힘들다. 「미아」는 김이설의 이전 단편 「손」, 「빈집」과 겹쳐진다. 혼자라는 외로움과 고독, 소통을 원하는 간절한 마음.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오후 3,4시만 되면 마음이 가장 힘들어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안개가 짙게 가라앉고 그 안개 위에 발을 디디고 싶은 생각? 그렇게 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시달릴 때가 많아요. (「미아」, 131쪽)


「경년」속 ‘나’에게 중년은 시련인 것만 같다. 고교입시를 위해 만난 학부모 모임에서 들은 아들의 이야기. 열다섯 아들이 여자아이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사실. 놀라운 건 스트레스 해소라는 아들의 입장과 그런 아들을 두둔하는 남편. 이제 초경을 시작한 딸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복잡하다. 얼마나 더 놀라운 일들을 견디고 지나가야 할까.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 예고 없이 다가오는 몸의 변화는 더욱 힘들다.


세상의 모든 여자가 갱년기를 겪는 걸까. 그건 마땅히 겪고 참아내면 되는 시간일까. 폭풍우가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석류 음료나 마시면서, 호르몬제와 여성 비타민제를 찾아 먹고, 어떻게든 친구들을 만나 맛집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 시기는 끝나는 걸까. (199쪽) (「경년」, 199쪽)


나를 알아주는 누군가가 필요한 사람은 그런 사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소설 속에서 마주하는 그들처럼. 김이설 작가가 불러낸 네 명의 여자, 우리는 그들 중 하나로 살고 있을 것이다. 사춘기를 통과했듯 건너야 할 시기, 지나야만 알 수 있는 인생의 과정. 그래서 더욱 이 소설집이 애틋하다. 주변의 언니, 동생, 내가 아는 이들과 함께 읽고 싶다. 엄마, 아내로 살아내느라 잃어버린 이름을 가만히 부르며 ‘괜찮냐’고, ‘너는 어떠냐’고 물어봐 주는 이들. 서로가 서로를 챙기며 기댈 수 있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그녀들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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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잃어버린 것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2
서유미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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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산다는 게 그 접힌 페이지를 펴고 접힌 말들 사이를 지나가는 일이라는 걸, 아무리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이여도 모든 것을 같이 나눌 수도 알 수도 없다는 걸, 하루하루 각자에게 주어진 일들을 해나가다 가끔 같이 괜찮은 시간을 보내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1쪽)


깊은 밤에 읽었더라면 나는 어느 순간 울고 말았을 것이다. 소설이 그렇게 슬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그냥 어떤 서러움이 몰려왔다고 할까. 잘 모르겠다. 지난 시절의 나로 돌아가고 싶어서, 그때 시도하지 못했던 일들이 생각나서 그런지.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제는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을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서유미의 소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처음엔 평범한 일상의 기록이라 여겨졌다. 그러나 조금씩 일렁이는 감정들이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나는 좀 울컥했다. 하루하루 살아가지만 모두 자신의 영역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나만 제자리에서 맴도는 것 같았다. 그 마음을 짐작할 수 있어서, 그 마음의 끝에 내가 있는 것만 같아서.


소설의 주인공 ‘경주’는 매일 카페 ‘제이니’에서 구직활동을 한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올 때까지 취업 사이트를 방문하고 이력서를 쓴다.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경주는 카페로 나온다. 집이 아닌 다른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육아와 집안 일과는 구분된 경주 자신만의 시간 말이다. 결혼과 출산으로 다니던 직장은 휴직에서 퇴사로 이어졌다. 지우를 낳았을 때는 바로 복직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긴다는 게 불안했다. 동료나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선택은 경주의 몫이었다. 지우가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경주는 다시 일을 하기로 한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경단녀가 된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더욱 힘들었다.


경주는 카페 제이니에게 자신과 마주한다. 그러니까 때로는 과거 어느 시절을 돌아보고 현재의 일상을 생각한다. 아이와 남편이 있는 안온한 삶이었지만 경주는 우울했고 외로웠다. 지우가 어렸을 때 힘들었지만 그 시간은 지났고 남편과 사이가 나쁜 건 아니었다. 남편 주원과 술을 마시며 대화를 했고 영화도 보았다. 하지만 한정된 주제였고 확장되지 않았다.


친구와의 관계도 그러했다. 모든 걸 공유했던 친구들과의 간격은 어쩔 수 없었다. 기혼자는 경주뿐이었다. 경주의 결혼 후 자연스레 뜸해졌다. 서로가 나눌 수 있는 삶의 가치가 달라진 것일까. 경주는 종종 친구들과의 단톡방에서 혼자라고 느꼈고 단톡방을 나온 후 친구들과 연락하지 않았다. 우연하게 만난 대학 동기 J가 더욱 친근했던 건 지우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주가 취업에 대해 속상해하자 J는 경주의 고민을 가볍게 여겼다. 그러니까 배부는 투정을 하는 양으로 치부하며 가까운 곳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나 편의점, 마트를 찾아보라고 말한다. 내밀한 마음을 주고받았다고 생각했던 J와도 멀어졌다.


경주는 자신의 이런 마음들을 카페 제이니에서 정리했다. 처음에는 구직 활동을 위한 최적의 공간이었지만 어느 순간 그곳은 안식처였다. 카페 제이니가 특별했던 건 카페 사장이 선택한 음악과 그녀에게 전해지는 분위기 때문이다. 카페의 세심한 소품에서 경주는 과거 자신의 취향과 만난다. 점점 더 그녀가 궁금했고 말을 걸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녀와 새로운 관계를 시작해도 좋을 것 같았고 자신의 모든 걸 말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고 용기를 낼 수 없었다. 카페 제이니가 영업을 중단하면서 아쉬움은 커졌다. 경주가 결혼으로 인해 단절된 건 경력과 사회적 활동만이 아니었다. 일에 대한 자신감과 경주 자신에 대한 자존감도 무너졌다. 카페 제이니는 경주에게 새로운 통로처럼 보였다. 그건 세상과의 소통이 아니라 경주 자신과의 소통이었다.


경주는 자신이 두 달 동안 시간을 보냈던 카페를 새삼스레 다시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미지의 시간을 지나는 중이고 어디에 도달하게 될지 몰라 두리번거리고 있지만 여기서 보낸 한 시절이 자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 건 분명했다. (160쪽)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순간순간 느끼는 경주의 생각과 감정의 기록은 중요한 일기처럼 다가온다. 그 일기는 경주가 쓴 것이지만 동시대의 수많은 경주가 쓴 것이다. 그중 하나는 내가 아는 경주라는 걸 안다. 소설 속 경주의 삶이 그려본다. 그녀의 하루가, 크게 변화 없는 그녀의 표정이, 그녀의 심연에서 터져 나오는 감정들이, 그녀가 다시 움직이는 모습이 선명해진다. 삶이라는 긴 여정의 어느 시절과 이별하고 잠시 멈췄고 다시 이동한다. 목표를 정해둔 건 아니다. 다만 후회와 미련은 접어두고 나아갈 것이다.


#현대문학 #핀시리즈 #핀소설 #월간핀리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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