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몸을 움츠린다. 이대로 가을과 이별하고 겨울과 만나는 건가? 알 수 없는 일이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에 누군가는 여행 가방을 챙기고 누군가는 스트레스가 쌓인다. 정보를 알려주는 방송에서는 묻지도 않는 식용유 사용법(전, 무침, 튀김에 적절한)을 상세히 알려준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하거나 여행을 계획하지 않은 이에게는 그저 보통의 날들과 같을 것이다. 외지에서 오는 차량으로 도로가 조금 막힐 것이고 친구나 친척들과 안부 문자를 나누고 제법 긴 전화통화를 하겠지.
9월은 어떻게 지냈던가. 10일은 다른 곳에서 보냈다. 서울에 다녀오기도 했다. 어영부영했던 8월과는 어떻게 다른가. 매번 후회가 더 많은 날들이다. 그러고 보니 2017년이 90 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니. 숫자는 왜 이리 정확한가. 숫자는 왜 이리 흔들림이 없는가. 부정을 저지른 숫자마저 당당하다. 정확한 날짜에 들어오는 월급은 흔적 없이 사라진다. 적립금도 마찬가지. 숫자를 지배할 수 있을까, ㅎ 가을이 열매의 계절이 맞나 보다. 맛있는 고구마와 밤을 쉽게 얻는다. 씻어서 냄비에 삶기만 하면 된다. 밤을 먹는 시간은 최대한의 게으름이 필요하다.
연휴에는 게으름이 쌓일 것이다. 책읽기도 마찬가지겠지. 그럼에도 이런 책을 읽고 싶다. 박솔뫼의 두 번째 소설집이 나왔다. 김혜진과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장편. 읽을 수 있을까. 아니, 읽지 않을 거야. 그냥 빈둥거리겠지. 그래도 한 권 정도는 읽지 않을까. 마음의 소리가 튀어나오고 있다. ㅎ
9월이 지나고 10월이 쌍둥이처럼 겨울을 불러올 것 같다. 회색빛 겨울이 싫다고 했던 언니의 말이 생각난다. 가을, 그리고 겨울이 오는 건 당연한 일. 고장 난 시계처럼 겨울이 천천히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냥 쓸데없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