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이 장마처럼 쏟아졌다. 7월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첫날 새벽 기도에서 목사님의 말씀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것은 믿음과 기도에 관한 것이었지만 일상생활에 더 적용할 수 있는 있었다. 착실하게 쌓아둔 내실이 있어야 어떤 상황에서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것. 그 말씀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결국 10일 지나서야 기록한다.

 

 기다렸던 장마는 조금 더디게 왔다. 그나마도 이곳엔 많은 비가 내리지 않아 걱정이다. 부족한 곳에는 비가 부족하게 내리고 넘치는 곳에는 더 넘치게 내리는 비라니. 비와 함께 찾아온 습기와의 전쟁에서 나는 패했다. 제습기를 돌리고 보일러를 켜도 내 몸 어딘가에 불필요한 습기가 남아 있는 듯하다. 여름을 좋아하는 나인데, 올여름이 살짝 미워진다.

 작은언니는 퇴원을 했고 복직을 했다. 다 나은 게 아니라 힘든 일과를 보내고 있다. ​주말마다 치료를 받으러 서울로 향하고 목 디스크와 함께 살아간다. 올해는 튼튼해지는 해일까. 작은언니와 마찬가지로 다른 이유로 병원을 찾은 나와 작지 않은 접촉사고로 병원 신세를 진 동생까지. 훗날 올여름에 대한 이야기는 이것으로 충분할 터.

 

 습기, 더위, 장마를 핑계로 나의 산책은 멈춤이다. 하여 이런 자귀나무를(하루 이틀 미뤘더니 결국 이 꼴이다) 담았다. 올해의 자귀나무. 눈꽃처럼 흩날리던 자귀나무 꽃이 아니다. 나무그늘 아래에는 자전거가 나란히 놓여 있다. 그 옆에는 작은 벤치도 있어 평온한 일상처럼 보인다.

 

 

 

 

 그래도 게으른 책읽기는 이어졌다. 곧 개봉할 영화 <군함도>와 동명의 소설인 한수산의 『군함도』를 읽었고 김애란의 단편집도 읽었다. 기다리는 신철규의 시집은 아직이고, 기다리지 않은 하루키의 소설『기사단장 죽이기』는 예판 중이다. 최진영의 소설『해가 지는 곳으로』는 어떨까? 『구의 증명』과 같은 맥락처럼 여기지도 하는데. 읽어야만 알겠지. 남은 7월의 계획은 여유가 없다. 이미 게으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곧 장마는 끝이 날 것이고, 반짝반짝 더위가 오겠지. 능동적인 여름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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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7-10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읽기의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중입니다.
비가 오니 더더욱 책을 읽지 않을 핑계가 생긴
다고나 할까요.


자목련 2017-07-10 17:05   좋아요 0 | URL
앗, 레삭매냐 님도 비를 핑계로 게으름을 부리시다니. 동지를 만난 듯 반가운 기운이 넘쳐요^^

나와같다면 2017-07-10 15: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초록 가득한 나무처럼 생명력 가득하시기를..

언니분도, 동생분도, 그리고 자목련님도

자목련 2017-07-10 17:06   좋아요 0 | URL
아, 나와같다면 님의 댓글로 튼튼해지고 건강해지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나와같다면 님도 더운 여름 시원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