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자주 기침을 할 뿐이라고 여겼다. 감기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몸은 언제나 정확하여 빨리 약을 먹으라고 부축인다. 아파트 단지에는 꽃들이 피기 시작하고 친구들의 안부에도 꽃 사진이 함께 한다. 그러니까 4월인 것이다. 노오란 수선화가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꽃봉오리 속에 고운 색을 감춘 자목련이 가득한 4월.

 

 아침에는 다정한 이가 건네는 축복이 도착했다.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우리는 이렇게 또 한 계절을 함께 보내는 것이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쌓이는 날이다. 오늘의 감정을, 오늘의 마음을 가슴에 새기고 싶다. 같은 듯 다른 하루를 보내는 우리다.

 

 3월에는 어떤 계획을 세웠다. 계획은 계획으로 끝났다. 계획은 미뤄지지 않았다. 그것으로 끝이다. 4월이 되었으니 4월의 계획을 세운다. 3월의 계획과는 완전하게 다른 것들로 세운다. 소박하고 하찮은 것들, 그러나 소중한 것들. 생각해보니 계획을 세우는 마음은 참 설레고 기쁜 것이었다. 그 마음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내 마음을 읽은 듯한 지인의 선물과 내가 고른 나를 위한 선물. 장석주의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천양희의 『새벽에 생각하다』, 잘 모르는 작가지만 끌리는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언제나 반가운 『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4월에는 젊은작가를 읽어야지. 박혜상의 『그가 내린 곳』과 줌파 라히리의 산문집 『책이 입은 옷』까지. 4월은 선물로 시작한다. 선물을 주는 즐거움과 선물을 받는 즐거움. 당신과 나에게 모두 즐거움이 흐른다. 5월에는 제임스 설터의 산문집이 나온다고 하니 5월의 즐거움이 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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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4-03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3월의 계획은 거의 계획으로 끝난 것들이 많았어요.
4월엔 4월에 맞는 계획이 필요한 것 같아요.
자목련님, 4월엔 더 설레는 일들, 더 기쁜 일들로 많이 채우시면 좋겠어요.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자목련 2017-04-04 12:22   좋아요 1 | URL
4월엔 4월의 계획을, 우리 함께 실천하고 채워요!!
감기도 조심하시구요, ㅎ

blanca 2017-04-04 0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저도 기침 중이에요. 빨리 물러가야 할 텐데...자목련님의 서재의 책들을 하나 하나 보니 다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한 권은 읽어서 반갑고요. 희망을 품은 사월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자목련 2017-04-04 12:23   좋아요 0 | URL
아, 감기와 싸우는 마음. 반가워하면 안 되는데 반가워요, ㅎㅎ
먼저 읽은 책, 궁금하네요.
올해의 4월은 좀 더 특별할 것 같아요. 잔인한 4월이 아닌 아름다운 사월이며 좋겠어요, 모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