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힘
원재훈 지음 / 홍익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이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따로 두어야 할 테니 적당한 분량의 고독을 감당해야 한다. 함부로 타인의 영역에 나를 들여놓지 않고 나의 영역에도 섣불리 타인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내 삶을 풍부하게 하는 자양분이다.’ (54쪽)

 

 고독이란 말을 떠올리면 쓸쓸해진다. 세상에서 혼자 분리된 느낌이라고 할까. 하지만 그건 고독에 대한 편견이다. 고독을 혼자 있는 시간으로 바꾸면 다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편이다. 혼자 심심하지 않느냐고 혹은 혼자서 뭘 하느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서 하는 말이다. 주변 신경 쓰지 않고 음악을 크게 들어도 좋고 책을 읽는 일도 나쁘지 않다. 좋은 말로 사색이란 말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 정도의 고수는 아니다.

 

 누군가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는 일도 기쁨을 주지만 때로는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힘겨운 하루를 마치고 혼자 일기를 쓰며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원재훈의 <고독의 힘>이 반가웠다. 사막에 홀로 핀 선인장을 떠올리는 고독의 이미지와 함께 들려주는 고독에 대한 원재훈의 이야기는 평온하고 편안하다.

 

 하루 종일 SNS를 통해 누군가와 끊임없이 연락을 취하는 현대인들에게 고독은 어떤 의미일까. 어쩌면 혼자라는 두려움에 피하고 싶은 단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이 그렇듯 우리는 함께 있어도 외롭고 공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원재훈은 고독에 대해 일방적으로 정의를 내리는 게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학, 그림, 영화, 철학을 소재로 그 안에서 고독을 발견하고 즐기는 방법을 말해준다. 이 책의 다른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고독과 친구로 지내며 시로 노래한 릴케, 청년 시절의 고독을 무기로 삼은 네루다, 운명과 투쟁하듯 산 프리다 칼로, 27년 동안 감옥에서 고통의 시간을 견딘 넬슨 만델라의 생을 통해 고독이 맺은 열매가 얼마나 빛나는지 마주한다. 스스로 고독을 택해 자신만의 방을 만들고 평생을 문학과 예술로만 채운 카프카, 빈센트 반 고흐, 소로처럼 살 수는 없지만 그들의 삶을 통해 고독의 힘을 배우고 키우라 말한다.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실 고독의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다. 대자연은 원래 고독하기 때문이다. 묵직하게 홀로 서 있는 산, 묵묵히 흐르는 강물, 장엄한 일출과 일몰 등 대자연이라는 대형 퍼즐의 조각을 이루는 모든 것들은 하나같이 고독한 모습으로 홀로 존재하고 있다.’ (90쪽)

 

 원래 고독한 대자연이라니, 어쩌면 인간도 원래 그런 존재는 아니었을까. 고독한 존재인 인간 하나하나가 서로 만나 사회를 이루고 그 안에서 질서를 찾아가듯 말이다. 그러니 더 이상 혼자라는 말에 담긴 절망과 좌절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혼자만의 시간이 쌓여 삶의 자양분이 된다. 이제 고독을 껴안은 당신은 혼자라서 외롭다는 말 대신 혼자란 시간에 충만해진다라고 말하지 않을까.

 

 ‘고독과 대면할 용기와 마음이 있다면 거기가 감옥의 독방이건 깊은 산속의 암자이건, 혹은 태평양 한복판에 있는 섬이건 영혼은 드넓은 공간을 만들어내고, 그런 여유가 생기면 마침내 타인은 경쟁 상대가 아니라 함께 어울리는 이웃이 된다.’ (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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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6-08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독하지만 외롭지 않다. 저는 이 말을 하며 모순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언어가 충분하지가 않아서 라고....

자목련 2015-06-09 10:4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저 역시 설명하기 어렵지만요...

yureka01 2015-06-08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독과 외로움은 다르다..이런 생각이 납니다.

자목련 2015-06-09 10:42   좋아요 0 | URL
고독과 외로움은 비슷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다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