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추도 예배가 있었다. 돌아가신 엄마의 기일이었고 가족들이 모였다. 근처에 사는 동생, 멀리 사시는 작은 아버지와 고모가 오셨다. 예배가 끝나고 다과의 자리에서 우리의 관심사는 돌아가신 엄마가 아니라 잔인한 가뭄이었다. 때마침 야구 중계를 시청하고 있는데 부산엔 비가 오고 있었다. 정말 부러운 비였다. 우리가 기대하는 비는 주말에 내린다고 했다. 주말을 기다렸다. 이유는 한 가지, 비 때문이다. 그리고 비가 내리고 있다. 아주 많이 쏟아진다. 천둥 번개에 놀라 새벽에도 몇 번 일어나 앉아 있어야만 했다. 바람이 무서워서, 잠금 장치를 열심히 살폈다.
여전하게 내리는 비는 요란한다. 기분이 좋은 소리다. 반갑고 예쁜 비다. 그러니까 예보는 틀리지 않았다. 어쩌면 하루종일 비가 내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7월이 되기 전에 내려줘서 더 좋다. 그렇다는 말이다. 그건 그렇고, 6월의 마지막 주문을 했다. 절제의 날은 사라진지 오래다. 많은 책은 아니다. 단 두 권의 책과 곧 만날 것이다.
소설가 김선재가 아닌 시인 김선재의 첫 시집 『얼룩의 탄생』과 알라딘에서 이번 주까지 반값인 미셜 투르니에의 『뒷모습』이다. 얼룩이란 단어는 흔적처럼 마음을 끄는 단어다. 기다렸던 시집이다. 소설과는 다른 모습을 들려줄지, 아니면 소설과 연장선에 있는(내 생각, 내 느낌이다) 시가 있을지 설레는 시간이다. 누군가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본 적이 있다면, 그 아릿한 맛을 기억한다면 이 책은 특별한 책이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건 행복일까, 아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