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되었다. 이제 초여름이 아닌 여름인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더위는 짙어지고 깊어진다. 냉명의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시원한 냉커피를 찾을 날들이 이어질 것이다. 6월은 내게 수국의 계절이다. 작년에 작약을 보았던 곳에 6월에는 수국이 핀다. 어제 전화를 걸어 문의를 했더니, 아직 수국이 피지 않았다고 한다. 10일 후로 알람을 설정했다. 그러니까 10일 후에 나는 다시 그곳에 전화를 걸 것이고, 수국이 피었냐고 물어볼 것이다. 당분간 내 머리속에는 온통 수국만 존재할지도 모른다.
수국을 만나기 전에, 읽으려고 계획한 책은 이렇다.
접힌 부분 펼치기 ▼

(5월에 사들인 책은 사진 밖에도 있다)
펼친 부분 접기 ▲
읽으려는 다짐을 위한 기록이기도 하다. 올해 내가 세운 계획은 읽기가 아닌 다른 무엇이었다. 다른 무엇을 잊지 않고 있다. 6월이 지나면, 올해는 절반이 남은 것이고, 계획을 실천할 시간도 그만큼 남은 것이다. 책은 그저 주문하다. 따져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른 물건을 살 때는 적어도 한 번 이상은 꼭 필요한지 생각하는데 책은 예외다.
책을 주문할 때의 그 마음으로 열심히 읽기를 바랄 뿐이다. 주문할 때는 몰랐는데 여전히 문학뿐이다. 소설, 시, 에세이. 헤밍웨이의 단편집 『킬리만자로의 눈』과 권여선의 『레가토』는 마주하니 시원한 표지가 더 좋다. 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식혈줄 것만 같다. 지금 읽고 있는 건 김경후의 시집 『열두 겹의 자정』이다. 수국을 만나기 전에, 모두 읽을 수 있을까. 다른 통로로 도착하는 책도 있고, 읽다만 책도 있고, 밀린 리뷰를 써야 할 책도 있으니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여름이니 나는 예전보다 더 나른함을 즐길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