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되었다. 이제 초여름이 아닌 여름인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더위는 짙어지고 깊어진다. 냉명의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시원한 냉커피를 찾을 날들이 이어질 것이다. 6월은 내게 수국의 계절이다. 작년에 작약을 보았던 곳에 6월에는 수국이 핀다. 어제 전화를 걸어 문의를 했더니, 아직 수국이 피지 않았다고 한다. 10일 후로 알람을 설정했다. 그러니까 10일 후에 나는 다시 그곳에 전화를 걸 것이고, 수국이 피었냐고 물어볼 것이다. 당분간 내 머리속에는 온통 수국만 존재할지도 모른다.

 

 수국을 만나기 전에,  읽으려고 계획한 책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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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사들인 책은 사진 밖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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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으려는 다짐을 위한 기록이기도 하다. 올해 내가 세운 계획은 읽기가 아닌 다른 무엇이었다. 다른 무엇을 잊지 않고 있다. 6월이 지나면, 올해는 절반이 남은 것이고, 계획을 실천할 시간도 그만큼 남은 것이다. 책은 그저 주문하다. 따져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른 물건을 살 때는 적어도 한 번 이상은 꼭 필요한지 생각하는데 책은 예외다.

 

 

 

 

 

 

 

 

 

 

 

 

 

 

 책을 주문할 때의 그 마음으로 열심히 읽기를 바랄 뿐이다. 주문할 때는 몰랐는데 여전히 문학뿐이다. 소설, 시, 에세이. 헤밍웨이의 단편집 『킬리만자로의 눈』과 권여선의 『레가토』는 마주하니 시원한 표지가 더 좋다. 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식혈줄 것만 같다. 지금 읽고 있는 건 김경후의 시집 『열두 겹의 자정』이다. 수국을 만나기 전에, 모두 읽을 수 있을까. 다른 통로로 도착하는 책도 있고, 읽다만 책도 있고, 밀린 리뷰를 써야 할 책도 있으니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여름이니 나는 예전보다 더 나른함을 즐길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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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거기, 수국이 있었다
    from 識案 2012-07-10 10:22 
    수국을 보고 왔다. 가뭄으로 인해 수국은 한 달 가량 늦게 피었다. 그 사이 나는 문의 전화를 세 번이나 해야 했다. 전화할 때마다 수국이 피었나요? 라고 물었다. 레스토랑과 펜션을 겸한 그곳에 오로지 나는 수국을 보러 간 것이다. 식사를 하는 동안 마음은 온통 수국을 향해 있었다. 수국은 토양의 성질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고 한다. 흰 수국, 보라 수국, 자주 수국, 파란 수국까지 다양하다. 어린 시절 마당에는 흰 수국만 떠올렸는데 막상 마주한 수국은
 
 
이진 2012-06-02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헤, 책이 많아요.
김경후는 시인 이름도 인상적이고 시집 제목도 멋진걸요?
요새는 시집에 관심이 많네요 +_+

자목련 2012-06-03 12:21   좋아요 0 | URL
낯선 제목과 이름 때문에 더 끌리는 것 같기도 해요.
시집을 많이 읽으면 좋은데, 그게 쉽지 않아요.
소이진님은 무슨 책을 읽고 있나요?

이진 2012-06-03 23:05   좋아요 0 | URL
책, 안 읽고 있네요.
책 정리한다고 책장에서 책 다 끄집어 내서 펼쳐놓고,
학교 수행이 넘쳐나다보니까 책 읽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져버렸어요.
흑흑... 뭐 읽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