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을 만나기 전에,

 

 수국을 보고 왔다. 가뭄으로 인해 수국은 한 달 가량 늦게 피었다. 그 사이 나는 문의 전화를 세 번이나 해야 했다.  전화할 때마다 ‘수국이 피었나요?’ 라고 물었다. 레스토랑과 펜션을 겸한 그곳에 오로지 나는 수국을 보러 간 것이다. 식사를 하는 동안 마음은 온통 수국을 향해 있었다. 수국은 토양의 성질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고 한다. 흰 수국, 보라 수국, 자주 수국, 파란 수국까지 다양하다. 어린 시절 마당에는 흰 수국만 떠올렸는데 막상 마주한 수국은 화려했고 아름다웠다.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지만 수국을 보았으니 그걸로 됐다.

 

 여름엔 자귀나무도 멋지다. 가는 내내 길 가에 나비처럼 춤추고 있었다. 소가 잘 먹었던 나무로만 기억했는데 그 이름은 자귀나무였다.

 

 

 

 

 

 

 

 

자귀나무 (silk tree)

 

 

 

 

 돌아오는 길에 아쉬움을 담고 찍은 수국이다. 수국은 알까, 내가 그토록 너를 그리워했다는 걸.  길었던 여름 날의 하루가 지고 있었다. 해가 지는 풍경은 언제나 아련하다. 또다른 하루를 품은 저 해는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어제 수국을 보았고, 내년엔 작약을 보러 갈 것이다. 짙은 여름이 오기 전에 5월에 말이다.

 

 

 

 

 

 

 

 

 수국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이 책이 생각난다. 후지와라 신야의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와 조중의의 『사는 게 참 행복하다』다. 두 책에서 모두 수국을 만날 수 있다. 후지와라 신야의 책은 표지부터 수국이 반긴다. 비오는 날에 마주한 수국은 더 황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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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7-10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지와라 신야의 저 책, 자꾸 만나게 되네요. 아무래도 여기서 담아가요. 인연인 것 같아요.
청춘의 구루,라는 말이 들어옵니다. 저는 몰랐던 작가에요.
자목련님 수국을 무척이나 좋아하시나 봐요. 일부러 수국을 만나러 차를 몰고 가신 거 보니요.
저는 그렇게까진 아니지만요.
근데 자귀나무의 영어명이.. 그렇군요.^^ 실제로 보진 못했는데 이쁘네요.

자목련 2012-07-10 21:29   좋아요 0 | URL
이 책으로 처음 만났어요. 표지에 끌려 만났는데 내용도 좋았어요. 그리고 제 곁에 <인도방랑>이 진즉부터 있었다는 사실에 괜히 미안했지요. 아직도 그 책을 읽지 못했어요..

어린 시절 기억 때문인지 작약과 수국을 특히 좋아해요. 수국 무리를 보고 싶었어요.
자귀나무는 요즘 한창 고운 꽃을 피워요. 참 예쁘죠?

라로 2012-07-10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국은 참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모르겠는 꽃이에요, 물론 예쁘지만, 그거에 뭔가가 있어요!!^^;
자목련님 수국을 보러 차를 타고 가시다니!! 꽃을 정말 좋아하시는군요!!
닉네임도 자목련, 나무나 꽃에 대해 많이 아실 것 같아요!!^^
예쁜 책을 잘 찾으시는 자목련님 덕분에 저도 책 한 권 보관함에 담아가요,^^

자목련 2012-07-10 21:3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뭔가가 있어요!!
제 친구는 차가움이 있다고 말했고 저는 신비스러운 비밀 같은 게 있다고 말했어요.

맨 처음 닉네임은 선인장(가시를 품고 꽃을 피우는 그 단단한 무언가)을 좋아해요. 다른 블로그의 이름을 바꾸면서 알라딘도 같이 자목련으로 쓰게 되었어요.

나무나 꽃은 좋아하지만 알지는 못해요.ㅎㅎ

2012-07-13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두 책 다 표지가 너무 예뻐요! 전 표지 예쁜 책을 좋아합니다.
수국... 예쁜 꽃이죠. 근데 올해 여름엔 수국 좋다는 사람을 유난히 만나게 되는데, 자목련님도...
자귀나무. 소가 좋아하는지 몰랐어요. 소가 한 입 먹기엔 너무 높이 있을 것 같은데?!^^

자목련 2012-07-13 19:03   좋아요 0 | URL
저도 표지 예쁜 책이 좋아요. ㅎ
어린 시절 추억이 없었다면 수국을 사랑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자귀나무는 가지를 베어다가 소를 먹였어요.꼴을 베듯 지게에 가득 꽃과 가지가 있었어요.
아, 그때는 그 꽃이 이리 고운 줄 몰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