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을 만나기 전에,
수국을 보고 왔다. 가뭄으로 인해 수국은 한 달 가량 늦게 피었다. 그 사이 나는 문의 전화를 세 번이나 해야 했다. 전화할 때마다 ‘수국이 피었나요?’ 라고 물었다. 레스토랑과 펜션을 겸한 그곳에 오로지 나는 수국을 보러 간 것이다. 식사를 하는 동안 마음은 온통 수국을 향해 있었다. 수국은 토양의 성질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고 한다. 흰 수국, 보라 수국, 자주 수국, 파란 수국까지 다양하다. 어린 시절 마당에는 흰 수국만 떠올렸는데 막상 마주한 수국은 화려했고 아름다웠다.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지만 수국을 보았으니 그걸로 됐다.
여름엔 자귀나무도 멋지다. 가는 내내 길 가에 나비처럼 춤추고 있었다. 소가 잘 먹었던 나무로만 기억했는데 그 이름은 자귀나무였다.
자귀나무 (silk tree)
돌아오는 길에 아쉬움을 담고 찍은 수국이다. 수국은 알까, 내가 그토록 너를 그리워했다는 걸. 길었던 여름 날의 하루가 지고 있었다. 해가 지는 풍경은 언제나 아련하다. 또다른 하루를 품은 저 해는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어제 수국을 보았고, 내년엔 작약을 보러 갈 것이다. 짙은 여름이 오기 전에 5월에 말이다.
수국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이 책이 생각난다. 후지와라 신야의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와 조중의의 『사는 게 참 행복하다』다. 두 책에서 모두 수국을 만날 수 있다. 후지와라 신야의 책은 표지부터 수국이 반긴다. 비오는 날에 마주한 수국은 더 황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