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한 택배 상자를 열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진다. 커피향 때문이다. 조금 신나는 마음이 필요했는데 다행이다. 새로운 커피를 주문했다. 알라딘 커피는 꽤 만족스러운데 이번에도 그럴 것 같다. 커피는 포장도 예쁘다. 사진에는 그 예쁨이 담기지 않았다. 노란, 아니 쨍한 레몬색이라고 하면 맞을까. 아무튼 커피를 내리기도 전에, 마시기도 전에 그 환한 향이 나를 좋은 기분으로 이끈다. 땡스투는 커피장인이 되라는 그분에게. 나도 500g을 살 걸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커피향이 묻었을지도 모르는 책은 박솔뫼가 대상을 수상한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민음사 편집자 김민경이 방송에서 나와 체호프 단편 「내기」를 소개하기에 찾아서 읽다가 희곡이 궁금해서 『체호프 희곡선』을 주문했다. 정작 가장 반갑고 기다린 책은 김연수의 소설집 『눈 내리는 삼일포』인데 예약 주문이라 10월에나 도착할 것 같다.

더위가 물러간 날씨는 제법 선선하다. 아직은 민소매를 입고 얇은 이불을 덥는다. 이럴 때 감기가 달려드니 조심해야 한다. 아, 조심할 게 왜 이리 많은가. 가을을 타지 않지만 올가을은 가을을 탈 것 같다. 그저 가을인데 이상하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니 미리 헐거워진 마음을 조이기로 한다.
생일일 친구와 통화를 했다. 목소리는 반가웠지만 우리가 나눈 대화는 어두웠다. 색으로 따지면 깊게 가라앉은 검은색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서로가 알고 있지만 모른 척 그 깊이에 대해, 그 어두움에 대해서는 모르는 척했다. 굳이 꺼내지 않아도 우리는 그것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까. 친구의 9월이 무사히 지났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친구에게도 조금은 신나는 마음이 필요한데, 커피향 같은 신나는 마음이 곁에 있기를 바란다.
시간이 지나 우리가 이 9월을, 이 가을을 이야기할 때 슬퍼하고 쓸쓸하지 않았으면 한다. 미리 염려하고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자꾸만 마음이 그쪽으로 기운다. 나이가 든 탓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