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지도록 십대를 위한 자존감 수업 8
심규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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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건 어렵다.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서, 어떤 걸 좋아하는지 잘 몰라서다. 그런 상태에서 네가 좋아하는 게 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주춤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요즘은 꿈이 뭐냐는 질문은 삼가야 한다. 꿈은 수시로 변하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 생각하고 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14년 차 성우 심규혁이 들려주는 『너의 목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지도록』는 십 대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저자의 직업이 성우라는 걸 생각하면 성우를 꿈꾸는 이들에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닐까 싶지만 그렇지 않다. 저자의 경험을 솔직하게 꺼내 목소리를 들려주듯 십 대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라는 응원이 담겼다.


그럼에도 나는 한 번쯤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보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건강한 자존감은 현재 ‘나’의 모습뿐 아니라 나의 ‘가능성’까지 사랑하는 힘이거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과 성장해 나갈 미래의 나를 더해야, 그게 ‘진정한 나’라는 이야기지. (20쪽)


저자는 자신이 어떻게 성우의 길로 들어섰는지 그 과정을 자세히 들려준다. 처음부터 성우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고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신 것도 아니다. 대학교에 들어가 방송반 활동을 하면서 성우에 대한 진로를 확정했지만 공채 합격은 쉬지 않았다. 그럼에도 저자는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다. 성우 학원에 다니며 공채 시험을 준비했고 홈쇼핑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드디어 2010년 대원방송 2기 공채에 합격한다. 그러나 공채에 합격했다고 해서 모두에게 인정받는 성우가 되는 건 아니다. 목소리에 대한 고민, 수많은 캐릭터 연기에 대한 갈증과 좌절이 시작되었다. 합격과 동시에 다음 단계로 나가야 하는 것, 모두가 기억해야 한다.


나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과 주어진 캐릭터를 나만의 캐릭터로 연기를 하는 일에서 진짜 목소리를 갖는 의미에 대해 알려준다. 주변의 쓴소리도 받아들이고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다 알지만 실천은 어렵다.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배역 오디션을 보고 선배에게 들은 피드백을 녹음해서 듣고 고쳐야 할 점을 고치는 노력, 이건 정말 쉬운 게 아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PD에게 시옷 발음이 이상하다는 소리를 듣고 자신의 발음과 다른 성우가 녹음할 때 입을 관찰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성경을 꺼내서 창세기부터 시옷이 등장하는 모든 단어에 동그라미를 치고 입 모양과 위치를 신경 써서 발음하고 녹음을 반복하는 대단한 노력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그냥 흘렸을 PD의 말을 그는 노력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저자가 굳이 실패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십 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것이다.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솔직한 마음을 전한다. 나만의 목소리를 갖는 일, 그것은 자존감을 튼튼하게 키우는 일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만화를 즐겨 보지 않고 게임을 하지 않아서 심규혁이라는 성우를 잘 모른다. 그가 맡은 캐릭터도 모른다. 그러나 글에서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다. 십 대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 말이다.


자존감은 무언가를 이루어 낸다고 해서 키워지지 않는다고 해. 문제의 해결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외면하지 않았을 때 자존감이 올라가. 연기 생활을 하다 보니 만화 속 주인공이라고 해서 늘 멋지고 똑똑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 승부에서 이겼는지, 적과 맞선 모습이 멋졌는지와 상관없이, 벌벌 떨면서도 피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켰을 때 우리의 자존감은 튼튼해질 거야. (109쪽)


성우라는 직업이 궁금한 이들에게 현장에서 얻은 방법을 소개하는데 성우가 아니더라도 모두에게 도움을 준다. 좋은 목소리의 출발점은 숨이라는 것. 온몸으로 숨을 가득 들이마시는 능력부터 키우고 숨을 통해 몸이 늘어나는 느낌이 들도록 숨을 마시는 일. 따라 해 봐도 좋겠다. 다른 하나는 글 읽기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말하듯 읽기, 가상의 상대에게 말을 건넨다는 느낌으로 읽는 일. 이 부분은 크게 동의한다. 개인적으로 십 대가 책을 더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더해본다.


삶은 준비도 없이, 연습도 없이, 예고도 없이 불시에 닥쳐와 나를 엉망으로 만드는 일의 연속이야. 그런 일들이 우리의 약한 부분을 들추어 내지. 자존감은 우리가 어떤 일을 잘 해냈을 때 자라나는 게 아니래. 우리가 우리의 취약한 부분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할 때, 완벽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인정할 때 튼튼하게 자라기 시작한대. (157쪽)


어른들이 쉽게 말하는 좋은 직업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일이야말로 십 대에게 가장 중요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자존감의 시작은 아닐까. 처음부터 완벽하게 할 수 없겠지만 차근차근 연습하고 나를 들여다본다면 멋진 자존감과 함께 성장하리라 믿는다. 저자와 함께 모든 십 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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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7-31 0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우라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 많겠지요 한국 성우 이름 아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네요 예전에는 만화영화 보기도 해서 조금 알았는데, 지금은 안 봐서... 아니 아주 안 보는 건 아니군요 일본 성우는 조금 알기도 하네요 지금은 일본 성우도 이름 아는 사람도 얼마 안 됩니다 많이 들어야 누군지 기억하기도 하는군요

심규혁 성우 모릅니다 어느 방송국인든 성우는 몇 사람 안 뽑는 듯해요 그런 만큼 쉽지 않겠습니다 케이블 방송이 생겼다고는 해도 그런 곳도 별로 안 뽑겠지요 만화영화는 가끔 한국말 더빙을 해도 이제 영화는 거의 안 하는 듯하네요 아주 안 하는 건 아니겠지만... 영화 많이 안 보지만 어렸을 때 영화 볼 때 한국말로 듣는 게 더 좋았던 것 같아요

https://youtu.be/ygWNaXmqzSs
책 조금 읽어주더군요 오디오북 녹음도 했나 봅니다 성우가 책을 쓰면 자신이 그걸 낭독하면 되니 좋을 듯합니다 그렇게 하는 일이 많을지 모르겠지만...


희선

자목련 2024-08-02 09:58   좋아요 1 | URL
희선 님은 일본 문학을 많이 읽으시니 일본 성우를 아시는군요. 성우 공채 합격은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이 책을 통해 성우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되었어요. 올려주신 링크 감사합니다. 8월 건강하게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4-08-01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 화요일 동네 독서모임에서
체계적 글쓰기 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읽고 나서 자신의 감정이나 사유들을
표현하려면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멤버 중에 고3 청년이 한 분 계신데...
그분에에게 물어 보니 아직도 그런
교육은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기성 세대의 (텍스트 베이스) 시스
템으로 현재의 세대를 평가하는
구조를 개혁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영원히 자기가 하고 싶을 하면서
사는 세상은 도래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이 초큼 들
었습니다.

자목련 2024-08-02 10:04   좋아요 1 | URL
참여 연령대가 다양하군요.
제 기억에 글쓰기는 초등학교(국민학교) 시절 글짓기가 전부였던 것 같아요.
읽고 쓰는 일이 정말 중요한데...